책 굿 < 진옥섭이 사무치다, 노름마치 > 공연에 다녀 온지도 5일이 지났다. 귀가 하여 후기를 남기겠다, 하였지만 졸음을 이기지 못했고 일상에 쫒기다 후회하고 싶지 않아 오늘 나의 투박함을 담아 본다.
“ 진옥섭 ”, 국악 공연 관람을 다니다 수년전에 우연히 인사를 나누었고 진옥섭이 걷는 우리 전통 악(樂),가(歌),무(舞), 길이, 내가 즐기며 찾아가는 길이었다. 이렇게 공연장에서 자주 만날 수밖에 없는 인연이다.
진옥섭이 우리 전통예술을 기획 연출 하면서 공연 홍보를 위해 쓴 보도 자료를 모아 2007년 첫 발행한 책 <노름마치> 1, 2권을 읽었고, 2008년 한권으로 개정한 <노름마치>를 소장 하고, 2013년 6월 19일 다시 발행한 <노름마치>를 지인에게 선물 받아 책꽂이에 꽂아 두었다,
나는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참 국악인을 찾아 이 들로 하여금 우리 전통 악, 가, 무, 의 아름다움과 멋, 즐거움을 세상에 알려 ‘ 우리 것이 좋은 것이다 ’를 가르치고 환호하게 하는 ‘ 진옥섭’이 늘 고맙고 또 고맙다.
<노름마치> “ 놀다 ”의 놀음(노름)과 “ 마치다 ”의 마침(마치)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놀이꾼을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로 노름마치가 한판 놀고 나면 놀이판이 끝을 맺는다. 이렇게 그 순간 눈과 귀로만 확인 할 수 있는 무형(無形)의 큰 희열을 글로 탈바꿈하여 유형(有形)으로 마음속에 담을 수 있게 한 <노름마치>를 눈물로 책장을 적시며 가슴으로 읽었고 환희와 기쁨으로 밤을 새웠었다.
옛날 호남 좌도 농악 여성 풍물패의 섬세하고 화려한 기예를 재연 하고 있는 연희단 < 팔산대 >가 농악의 노른자위로 구성된 마을 굿 <판굿>으로 무대 위를 수놓았던 열기는 지금도 뜨겁다.
조선관아 관기들의 예능을 관장하던 ‘교방’에서 탄생한 진주 <교방춤>이 박경랑의 버선코와 손끝에서 탄성을 만들고 환희를 뿜어내어, 내가 내뱉는 거칠고 뜨거운 숨 마저 멈추게 하였다.
악기 소리를 목으로 내는 정영만의 구음 시나위 반주에 기다란 흰 수건은 하늘을 날며 한(恨)을 뿌리고 떨어지는 한을 흰 치마로 받아 너울너울 가슴속으로 밀어 넣어주던 이정희의 <경기 도살풀이>는 하얀 눈밭위에 핀 매화꽃의 울음 이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 68호 밀양 백중놀이 예능 보유자 하용부의 <밀양북춤> 인간의 몸으로 표현 해 내는 정(靜)과 동(動)의 맺고, 끊고, 흐르고, 요동치는 아름다움이, 잠시 멈추는 한 순간 적막 속에서도 온몸으로 몰아치는 폭풍은 감동을 멈출 수 없어 떨게 하였다.
이 땅 모든 아픔이 담긴 애절하면서도 간절한 토속의 소리를 토해내는 장사익의 < 국악 대중가요 > 봄날은 간다, 허허바다, 찔레꽃, 동백아가씨, 는 오랫동안 맺혀있던 체증을 “ 뻥 ”하고 뚫어 버렸다.
상모를 돌리며 공중을 휘감아 도는 자반뒤집기와 잿빛 무복에 날개를 달아 놓은 것 같은 연풍대 회전의 아름다움 속, 김운태 <채상소고춤>은 눈을 감아도 그려지는 큰 기쁨 이었다.
이 날 무대 위 이 모든 아름다움은 책 ‘ 노름마치 ’의 환생을 현장에서 체험 할 수 있는 즐거움과 행복이었기에 ‘ 진옥섭 ’을 빼고 나면 생명이 없는 예술이며 우리 전통 악, 가, 무의 방향 잃은 그냥 놀이판이었을 것이다.
출판사 < 문학동네 >가 진옥섭에게 지난 6년 세월 속에서 찾아낸 ‘노름마치’를 담아 < 진옥섭이 사무치다, 노름마치 > 개정판을 2013년 초 여름, 발행하게 하였고, 특별한 출판 기념회 < 책굿 노름마치 > 공연을 만들게 하여 관람객과 독자가 똑같은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만들어 준 영광의 시간은 오래오래 기억되어 남을 참 좋은 굿 판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