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 파도바 첫인상
나는 지금 파도바에 도착해서 잠깐 밖에 나갔다가 숙소에 돌아왔다. 여기는 아침에 밥도 잘 준다고 하니 다행이야. 시설도 깨끗하고 괜찮은 것 같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파도바는 다른 도시보다 도시자체는 좀더 모던한 느낌이지만, 사람들은 여지껏 다녔던 곳들보다 시골스럽다. 좀더 착한 것 같아.
여기는 다른 도시들과 달리 광장마다 시장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물건값도 싼 것 같고, 흥정도 가능해서 매우 재밌다. 여기는 다른 유적이나 박물관들 구경하는 것 보다 물건 흥정하고 시장 구경하는게 더 재미있는 것 같다.
내일은 지오토의 그림을 보러갈 껀데, 그것을 보기 위해 오늘 미리 예약을 해두었어. 예약을 하지 않으면 볼 수 없나봐.
12/14 지오토의 성당벽화
나는 오늘 드디어 자오토가 그린 성당벽화를 보았다. 작은 성당의 홀 전체가 지오토의 그림인데 소탈, 성실의 지오토의 끈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푸른색의 벽화들은 정말 감동의 물결이다. 지오토는 절대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어!!
3겹의 지오토 벽화중 1겹은 마리아의 인생, 또 1겹은 예수의 일생, 또 1겹은 최후의 만찬 이후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한쪽 벽 전체는 최후의 심판이 그려져 있고. 비슷한 테마인데도 미켈란젤로의 천정화와는 엄청 다른 분위기이다.
미켈란젤로가 대가다운 파워로 보는이를 압도한다면, 지오토는 민화를 보는듯한 분위기를 일으키면서 차분하게 그림을 읽어나가도록 유도한다. 지오토는 정말 그림을 또박또박 잘 그리는 사람같다. 루브르에서 본 금빛 패널화보다, 스끄로베리 성당에 그려진 그의 프레스코화의 색채가 그의 진가를 보여준다.
벽화가 너무 좋아서(특히 푸른 빛이) 가이드북도 하나 사고, 엽서들도 샀는데, 가이드북은 색이 너무 어둡고, 실제로 보는 것보다 금빛이 번들거리는 반면, 엽서들은 색이 조금 허옇게 날라가서 아쉽다.
개중 최후의 만찬 그림이 지오토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것 같은데, 다른 화가들처럼 드라마 찍을 때 같이 식탁의 한쪽면으로만 사람을 앉히는 좌중압도용 과시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누군가 자신을 배신할 꺼라는 말을 하는 예수를, 그리고 그의 제자들을 그리는 이 무덤덤하고 진지한 몰두. 과장이 없지만 얼마나 담백하고 진지한지.. 이런 맛이 바로 지오토 그림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그림 말고도 지오토가 그려놓은 천사들을 보면 또한 그의 그림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천사들을 단지 귀엽기만 한 바보같은 존재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고통을 같이 감내해주는 존재, 인간의 고통을 감내해주는 존재로 그려넣은 그의 담담한 필치에서 나는 그의 인격과 신앙의 종류를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오늘 지오토를 보기위해 너무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예약시간보다 한시간이나 일찍 도착해서 성당 앞에서 기다려야 했는데, 사람이 많아서 들어가서 20분만에 나와야 했다. 얼마나 아쉬웠는지..
오늘 저녁엔 성 안토니오 성당(그의 시체가 묻혀 있다는)에 가서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들리는 미사를 드리고, 신부님에게 영어로 고백성사를 하는 특이한 경험을 했다. 생전 처음 한 고백성사였다.
내일은 파도바를 떠나 베로나로 이동하는데, 모레 바로 뮌헨으로 떠나기 때문에 사실상 내일이 이탈리아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 될 듯 싶다. 독일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탈리아는 참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12/15 베로나
오늘 파도바에서 베로나로 이동했다.
베로나에선 내일아침 뮌헨으로 이동한다.
배낭매고 숙소 찾는게 제일 고생스럽고, 그 다음 짐풀고 돌아다니는건 견딜만 하다.
베로나는 전반적으로 예쁜 도시다. 다만 딱히 뭐를 딱 꼬집어서 감탄할 만한 뭐가 좀 없을 뿐.. 참, 오늘 줄리엣의 집에 갔었다. 청소년들이 드글드글하고 줄리엣 동상 옆 벽에는 온통 낙서와 엽서들로 가득하다.
어쨌든 도시느낌은 자그마하고 아기자기 한 것이 파도바보다 예쁘다.
오늘 다행히 빨래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언제쯤 이런 근본적 걱정을 안해도 될까?) 빨래와 건조를 하는동안 독일아이 하나를 알게도 되고..
그 아이 말이 독일은 여기보다 정말로 무지무지 춥다는데 걱정이다.
오늘 내가 묵는 도미토리에는 세 명의 여자만 들어왔는데, 하나는 무뚝뚝한 애라서 잘 모르겠고, 하나는 이탈리아 여자애인데 남편은 미국인이란다. 성격은 사근사근하고 예쁜데, 결혼 4년동안 떨어져서 자본게 오늘이 처음이라 너무 싫단다. 쳇.
여행 온 지 한달 넘었다. 앞으로도 한 달 넘게 남았는데.. 배고프다. 근데 왜 살은 안빠지고 근육질이 되어가는 걸까?
첫댓글 지오토의 그림을 보고 싶었는데... 님의 여행기를 통해 그 느낌이라도 알게 되네요! 전 이탈리아 일정이 짧은게 지금와서 생각하니 후회되요^^ 베로나도 멋지죠! 저기서 오페라라도 봤음 하는게 요즘 제 소원입니다.^^
네비게이터 님은 정보를 정말정말 많이 올리시던데, 여행을 굉장히 많이 다니시나봐요??
여행을 많이 다닌적은 없구요 ㅋㅋ 관심이 있다보니까...여기저기서 정보를 나른거 뿐이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