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금여가 최저임금보다 많다고?
조작에 가까운 엉터리 계산법
보험료, 세금, 두루누리지원 등 배제한 '사기'
본인들이 낸 고용보험료에서 나오는 돈
"실업급여는 구명조끼, 이마저 빼앗지 마라"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라 표현했다. 눈치 없고 재미없는 아재개그가 아니다. “밝은 얼굴로 와서 실업급여를 받아 명품 선글라스를 끼고 해외여행에 다녀온다고 한다.” 모두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이 직접 했던 말이다. 비자발적 퇴직, 즉 잘려서 받는 돈인데 그 돈을 ‘달콤한 보너스’라고 한다. 직장 잘린 것도 서러운데 ‘달콤한 보너스’라니, 조롱도 이런 조롱이 없다.
실업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많다는 고용노동부 자료에 근거해 쏟아낸 말들이다. 최저임금 노동자는 세금 떼고 나면 179만원 9800원을 받는데, 놀면서 받는 실업급여가 184만 7040원이나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업급여 하한선(현재 80%)을 낮추거나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다.
치사하고 졸렬한 최저임금-실업급여 비교
먼저,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에서 일 하는 사람들의 임금, 최저임금과 실업급여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것 자체가 치사하고 졸렬하기 짝이 없다. 이 논란을 지켜보는 것조차 부끄럽고 민망해서 고개를 들 수 없다.
게다가 이 자료는 사기에 가깝다. 계산법이 사실상 조작에 가까운 엉터리 계산법이다. 중간 계산이 틀렸으니 답은 볼 것도 없이 틀렸다. 고용노동부 자료는 최저임금 급여에 근로소득세와 4대 보험료 등을 합쳐 10.3%를 일괄 공제한 후 실업급여와 추정 비교한 것이다. 실제로 받은 돈을 직접 비교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근로소득자 37.2%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2020년 기준). 최저임금 받는 사람 대부분은 세금이 없다는 이야기다. 또 저임금 노동자는 고용보험료와 국민연금 납입액의 80%를 대신 내주는 ‘두루누리 사업’의 지원을 받는다. 즉, 10.3% 일괄 공제한 고용노동부 계산 방법은 완전 틀렸다는 이야기다. 이 엉터리 계산을 근거로 실업급여 하한선을 낮추거나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다.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다.
천만 번 양보해서, 실업급여 수급자가 최저임금 노동자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다 치자. 일단 그 돈은 직장 다니면서 본인들이 열심히 낸 고용보험료에서 나오는 돈이다. 정부 여당 당신들이 적선하듯 던져준 돈이 아니다. 당신들이 조롱하거나 비아냥거릴 자격은 1도 없다. 그리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서 약자들을 조롱하고 갈라 치는 게 먼저이겠는가, 아니면 실업급여 하한액에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걱정하는 게 먼저이겠는가?
17일 국회 앞에서 열린 ‘’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관련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3.7.17. 연합뉴스
명품 선글라스는 ‘시럽 세비’로 사 주려는 부자들 선물일 뿐
직장을 그만둔다고 무조건 받는 돈이 아니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선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일단 직장에서 잘려야 한다. 본인이 자발적으로 그만두면 받을 수 없는 돈이다. 그리고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찾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또 근무기간과 고용보험 가입기간도 일정기간 충족해야 한다. 이 모든 걸 충족해야 간신히 받을 수 있는 돈이 실업급여다. 그래서 2022년 기준 전체 실업급여 수급률이 21.3%에 불과하고 임시, 일용직은 겨우 15.8%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저 숫자가 가리키는 것은 여전히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스스로 그만 둔 것처럼 모양새를 취하지만 사실상 잘린 것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 분들은 실업급여를 단 돈 십 원도 받을 수 없다. 회사를 단 하루만 다녀 본 사람도 모두 공감하는 사실이다. 국회에 출석 하지 않아도, 일 안하고 펑펑 놀아도 금뱃지 의원님들의 세비는 꼬박꼬박 나온다. 꿀 빠는 ‘시럽 급여’로 친다면 의원님들의 세비만한 것이 또 있겠는가?
놀고먹어도 ‘시럽 급여’가 나오는 당신들은 이해를 못하겠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여유 돈이 생겼다고 일을 그만두고 명품 선글라스를 사서 놀러 다니지는 않는다. 언제나 내일의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또 가족들을 위해 오늘을 열심히 준비한다. ‘시럽 급여’를 타기 위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는 도덕적으로 타락한 잠재적 범죄자들이 아니다.
올해 세수 펑크가 최소 40조 원 정도 날 것으로 예상된다. 부자들 주머니만 채워주는 부자 감세정책의 결과다. 부족한 세수 때문에 입만 열면 ‘긴축재정’을 펴겠다한다. 혹시 그런 이유로 ‘시럽 급여’라 비아냥거리며 실업급여 하한선을 낮추거나 아예 없애겠다하는 것인가? 부자 감세로 세수가 부족해 일자리를 잃은 서민들의 실업급여라도 줄여야겠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진지하게 제안 드린다. 실업급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 안 자르면 된다. 일터에서 잘리지 않으니 실업 급여 지급할 일도 없다. 넉넉한 고용보험기금으로 스스로 직장을 그만 둔 사람들에게까지 실업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 일거양득이다.
직장에서 자르지 마시라, 50억 퇴직금 챙겨 주시라
이게 어려운가?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퇴직금 50억 원씩 주시라. 국회의원 자녀도, 또 서민들도 똑같은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이다. 아무리 달콤한 ‘시럽 급여’라도 눈물을 머금고 과감히 포기하겠다. 포기한 ‘시럽 급여’는 기쁜 마음으로 다음 총선에 낙선한 여당 국회의원님들에게 모두 기부하겠다. 꿀 빨 듯 맘껏 드시라.
농담으로 듣지 마시라. 정치가 진짜 고민해야 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떻게 하면 서민들의 삶을 힘들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서민들이 잘릴 걱정하지 않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그런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왜 저소득층은 짧은 주기로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지 그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당신들이 ‘시럽 급여’ 세비를 받는 이유이고 정치의 존재 이유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1항은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어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업급여는 급류에 휩쓸려도 사람 목숨을 지켜주는 구명조끼 같은 것이다.
간절히 부탁드린다. 명품 쇼핑의 ‘시럽 순방’ 의혹도 문제 삼지 않겠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도 환한 모습으로 먹방 찍고 있는 대통령의 자세도 문제 삼지 않겠다. 구명조끼만 뺏어가지 마시라. 헌법의 가치만 지켜주시라. 제발 사람답게만 좀 살게 해주시라.
첫댓글 대부분의 서민들은 내일의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또 가족들을 위해 오늘을 열심히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