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완결편- 반성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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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너무나 부족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댓글을 통해 격려해 주신 검우님들께 그리고 격려 메일까지 써 주신 검우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세계대회를 통해 주변의 시간들을 정리 해 보고자 시작되었던 글이었는데 어느덧 한편의 무협소설이 되어 버렸더군요. ^^;
이번 완결편에서의 내용중 일부분은 주제넘은 이야기가 될것 같아 적을까 말까 고민을 좀 했던 부분이 있는데 제 주위에서 있었던 일들을 공유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적었으니 부담없이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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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파티후 호텔에서 새벽까지 벌어진 팀의 맥주파티 말미에 같은 호텔에서 묵고 있던 프랑스팀원들과 같이 술을 한잔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불어에 대한 자긍심 때문에 영어를 안 쓴다던데, 영어를 곧잘 했다. 프랑스팀은 단체전 예선에서 한국팀과 시합을 했었기 때문에 내가 뉴질랜드 팀원이지만 한국출신임을 밝히면서 한국전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대부분 한국팀은 강한 팀이라는것에 동의를 했고, 우승 축하 인사를 받는등 분위기가 좋게 흘러가고 있는데, 그중 한국전에서 무승부를 했다는 한 대학생이 한마디를 했다.
그 친구의 한국팀에 대한 평가는 ‘노 세메, 온리 퀵(No seme, only quick)'이라며 자신이 알기로 켄도와 검도는 다르다는것 이었다. 젊은친구가 한국의 검도를 한수 아래라는듯 얘기하는것이 순간 화도 났고, ’네가 아직 한국의 뜨거운 맛을 덜 보았군’이라고 생각도 들었지만, 술자리에서 나온 얘기라 반박하지 않고 그냥 지났는데, 그 얘기가 다음날 내내 나의 귓가에 빙빙 돌았다.
사실 이곳 뉴질랜드에서 몇해동안 같이 서로 왕래하며 수련해서 친하게 지내던 한 일본인 사범이 서로 친해진 뒤에 나에게 조심스럽게 ‘쿰도 (kumdo라는 캐릭터를 검도가 아닌 쿰도라고도 많이들 읽는다)는 켄도와 다른 종목이라고 들었는데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을 해서 ‘서로 한자음을 읽을때의 차이일뿐 똑같다’라고 대답하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일본에 있을 때 많은 부분이 다르다고 들었다고 얘기를 했다.
(나중에 들으니 한국의 세계검도연맹, 해동검도등에 관해 얘기를 들었으며 특히 세계검도연맹이 한국을 주축으로 올림픽화하려 한다는 얘기를 일본에서 들었다고 한다. <꼴두기가 어물전 망신 다 시킵니다.> ㅡ.ㅡ; )
그래서 만약 검도가 켄도와 서로 다른 종목이라면 어떻게 세계대회에 한국팀이 출전할수 있겠냐고 반문을 했고, 과거의 역사적인 상황속에 우리의 선생님들께서 켄도라는 명칭아래 지속적으로 수련 할수 없었던 과거의 시대적 상황을 얘기해주고, 그로인해 심판기의 색깔, 타격부위의 호칭등 조금은 켄도와 다른 부분에 대해 설명 해 주자, 쉽지 않았던 상황속에서도 검도를 수련하고 해 왔고 지금까지 지속 시켜온 한국의 선생님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얘기하며 일본으로 돌아 가면 그 부분에 대해 주위 동료들에게도 들은대로 이해를 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위의 이야기는 본질적인 검도수련과는 거리가 있지만 한국내에 있을때는 직접적으로 겪지 못했던 일들을 해외에서 경험하면서 일본이 현대검도의 종주국임을 자처하고 검도라는 종목을 통해 ‘한국’ 자체를 세계적으로 이류화시키려는 부분에 있어서는 일침을 가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나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선 우리 스스로의 반성이 필요하고, 좀더 체계적인 이론과 많은 자료들을 만들어 세계인들이 스스로들 한국의 검도와 더 나아가 한국 자체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대회의 우승은 좋은 매개체라 할수 있겠다.
이곳 뉴질랜드에도 일본으로 이른바 검도유학을 갔다 온 친구들이 꽤 된다. 일본에서 검도공부를 하고 온 친구들의 일본에 대한 동경심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단순히 운동만 배우는게 아니라 언어, 문화까지 흡수했기 때문일것이다. 한 예로 뉴질랜드팀의 코치인 알렌은 현재 뉴질랜드의 고등학교 선생님인데 이번 시합후 2년간 일본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검도수련을 할 예정이다. 나와 같은 도시에서 수련중인 블레이크와 앤드류도 국제무도대학 출신이며 이들도 연말쯤 다시 일본으로 수련을 위해 들어 간다.
하지만, 이번 세계대회 우승을 계기로 한국으로 검도유학을 가는 외국인들이 늘고 그럼으로서 검도의 외적인 부분을 포함한 한국문화가 세계 만방에 널리 퍼질수 있는 작은 동기가 되길 다시 한번 바란다.
또한 이번 시합의 남자선수들의 경기를 지켜 보면서 크게 느꼈던것 중의 하나는 신체적으로 우세한 유럽선수들의 급격한 성장이었다.
물론 검도라는 운동이 신체적인 이점만으로 결정이 되어 지는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이 상당 부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현재 GAISF에 등록이 되어 서서히 올림픽종목에 가입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유럽 선수들에게 더욱 검도가 저변 확대될것을 생각하면 차기 또는 차,차기 대회에서는 일본뿐만 아니라 체격과 체력이 우위인 유럽 선수들 역시 강력한 경계의 대상으로 떠올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의 선수들은 장신과 체력을 바탕으로 상단 및 이도를 사용하는 선수들이 많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아직은 일본 선수들의 상단기술과는 거리가 멀 정도로 다듬어 지지 않은게 사실이나 막상 시합장에서 만나면 경기를 풀어 나가는게 쉽지 않은것은 사실이었다.
예를들어 김용대 선수가 개인전에서 캐나다의 이도를 사용하는 레이먼드 선수를 만나 연장 20여분 끝에 힘겹게 퇴격허리로 이긴것을 보면 알수 있다.(물론 레이먼드 선수는 이도를 사용하는 선수로 아주 유명하지만,,,)
현재 한국의 선수들이나, 사회인 검도인중에도 상단이나 이도를 사용하는 분들이 늘어 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음 세계대회에서는 이 분들중 실력이 검증된 분들을 국가대표 연습때 초대하여 합동연무를 갖는것도 하나의 좋은 연습이 될 수 있을거라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한국의 국가대표급이 아니라 평범한 사회인 출신으로서 운 좋게 한 나라의 국가대표가 되어겪었던 세계대회의 수준은 나를 기준으로 세파트로 나눌수 있었다. 나보다 월등히 나은 퍼스트클래스(한국, 일본), 엇비슷한 미들 클래스 그리고 나보다 못한 클래스,,, ^^;
사실 위의 관점은 나를 기준으로한 주관적인 판단이라기 보다는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10여년이상 열심히 수련한 검사들은 모두 포함된다. 그만큼 현재 한국의 사회인 검도의 수준은 높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계신 검우 여러분들은 스스로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수 있다면 월드클래스속에서도자신의 검도에 대해 자긍심을 가져도 될 정도로 좋은 환경속에서 수련하시고 계십니다.)
세계대회가 끝난 후 대만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IKF에서 치르는 승단심사가 있었다. 초단에서 7단까지 승단심사를 치를수 있었는데 꽤 많은 세계 각국의 검사들이 모여 있었고, 초단~3단, 4단~5단, 6단~7단 세파트로 나누어 심사전 세미나가 있었다. 초단~3단까지는 에이가 나오끼 선생이 4~5단은 미야자키 마사히로 선생이 그리고 6단~7단은 코지 카토 선생이 각각 맡아 오전동안 세미나를 진행했다. 한공간에서 세군데의 세미나가 진행되었기에 왔다 갔다 하면서 얘기를 듣느라 분주했지만, 시합을 통해서만 지켜 보던 각 선생들의 모습을 이렇게 보니 이채로웠고, 시범을 보이는 모습에서는 ‘과연,,,’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특히 에이가 선생의 선혁끼리 맞닿은곳에서 몸이 들어가며 치던 한동작 머리치기는 환상 그자체였다. 단순히 심사응시자들에게 시범을 보여주기 위해 행하던 모습임에도 강한 ‘기’가 느껴졌다. 탄탄한 기본이 없는 시합기술은 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끝으로 6단~7단을 맡아 세미나를 하셨던 코지 카토 선생이 응시자들에게 하셨던 말씀.
“시합에서도 타격전 온몸의 기를 모아 바른 자세로 최선을 다해 상대를 타격하라. 비록 상대의 받아치는 기술로 득점을 당하더라도, 절대 개의치 마라. 그것은 상대가 당신보다 강하다는 증거다. 최선을 다해 타격했기에 후회가 없어야하지 않겠나?”
너무도 보편적인 말씀속에 진리가 담겨 있었다.
그동안 그토록 찾아 다니던 ‘검도의 파랑새’는 먼곳이 아닌 내마음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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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위로부터 한국, 일본,뉴질랜드,캐나다, 네덜란드,미국팀 13회 세계대회 면수건
첫댓글 ^^...
객관적 시각에서 좋은 말씀을 들려 주신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검도가 지금보다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일본과 오픈마인드 부분에서 차별성을 두는것도 좋을듯 싶습니다.
세계대회후기 너무 너무 잘읽었습니다~!!*^^* 글쓰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을까~하고 시간적 정신적~!!^^;; 저 마무리 못하고 지금 방황하고 있습니다~ㅋㅋ(사실은 아이들 방학이라 너무 너무 바빠서요~^^::) 현진님 항상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세요~^^ 언제가될지 모르지만 다시만날그날까지~화이팅~!!!
박현진님 세계대회 후기 너무 잘 읽었습니다. 대한검도회 "검도회보" 에 원고를 보내 많은 분들이 볼수 있도록 하였으면 합니다. 조금 교정하면 멋있는 글이 될것같습니다 . 그동안 정리하여 연재하느라 수고많았습니다
잘못 알고 있습니다 2006년 마지막회보 "통권70호 겨울" 에 검도수련기에는 조상호 육군대령(2단)님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보내면 아마 올봄 "71호 봄" 회지에 올라기라라 믿습니다
'초심'을 잊지 않고 '아톰'처럼 앞으로 '89'년간 '마음에 칼'을 지니고 '글을 이루듯' 열심히 검도수련하겠습니다. ^^*
“시합에서도 타격전 온몸의 기를 모아 바른 자세로 최선을 다해 상대를 타격하라. 비록 상대의 받아치는 기술로 득점을 당하더라도, 절대 개의치 마라. 그것은 상대가 당신보다 강하다는 증거다. 최선을 다해 타격했기에 후회가 없어야하지 않겠나?” 는 말씀은 기억해야 하겠다고 느낍니다....동안 긴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