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2
글 -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 수도인 中
1. 남에서 밀고 온 춘풍장군의 선봉군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면서도, 한강변에 방어선을 구축한 동장군의 부대는 여전히 견고했다. 강변엔 적들의 떨어진 꽃봉오리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대세가 기울고 있음을 그는 안다. 반도의 반을 내주고 여기까지 쫓겨 온 터. 더 강한 화기(火氣)로 무장한 춘풍의 花軍들에게 얼마 버티지 못하고 다시 평안도 함경도로 밀리리라. 후방의 지원은 날로 줄어들고 조정은 만주너머까지 피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장군은 홀로 제국의 이념을 지키기 위해 군율을 세우고 병장기를 벼르고 있었다. 자신과 운명을 함께 할 수하들을 바라보는, 장군의 굵은 주름 사이로 겨울의 눈물이 흘렀다.
2. 춘풍장군은 전황을 살피고 있었다. 선봉으로 보낸 매화부대는 동장군의 칼끝에 맞서 누구하나 흔들림 없이 꼿꼿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예봉은 꺾었다지만 적의 군대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그러나 天時는 우리에게 있고 무엇보다 민심이 변하고 있다. 세상은 차가운 이데올로기보다 仁과 德을 원했다. 그는 꿈꾸었다. 반도뿐 아니라 만주너머까지 진달래 개나리꽃 피고 사람들의 웃음이 따라 피는 세상, 강제된 법이 아닌 스스로 절제하고 자제하여 조화를 이루는 세상을. 그는 부하들에게 북으로 보낼 따뜻한 바람을 좀 더 준비하라 이르고, 으르렁 대는 눈보라를, 겨울제국의 마지막 몸부림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출처 -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 대순회보 16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