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은 기차를 타고 가는 사람에게 절대 속살을 말하지 않는대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에게만 풍경은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을 아시나요? 저는 환경이 바뀌면 뚜벅이로 지형지물을 익힙니다.
자동차 타고 갈 때는 휙 하고 지나가기 때문에, 여름에 늙은 호박이 오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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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개천에 있다는 걸 몰랐고 오남리가 진접지구보다 더 먹거리가 많다는 것을
알지 못했어요. ‘하동관’에 곰탕 한 그릇 먹으려고 전철을 탔습니다. 전철도
새차가 있고 헌차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시대엔 프랑스 떼제베를 수입해온
걸로 기억합니다. 기다리는 시간까지 1시간 미만에 80년 곰탕을 먹을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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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어요. 특급(18.000)으로 할까 하다 보통(15.000)으로 주문해서 그런지
국물까지 싹싹 긁어 마셨어요. 원목 Counter가 멋집니다. 고급스러워 사진
한 장 찍었고 하루 매출이 궁금해져서 대략 셈을 해보니 200그릇을 판다고
했을 때 300만 원의 매상이 나옵니다. 부럽네요. 물론 200명이 오는 장사면
뭐든 대박이겠지만 1세기 가깝게 곰탕 한 종목으로 3대가 상류층으로 살았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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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바로 오기 그래서 공원 앞 흡연 부스에서 식후 연초를 하는데 20명
이면 흡연공동체입니다. 이런 풍경 좋아요. Nostalgia까지 가면 너무 간 건가.
명동 지하도 공중화장실에 가서 밀어내기 한판하고 지하철로 가거니 하면서
갔는데 롯데 백화점 명품관입니다. 루비통은 골드 체인이 콘셉트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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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쇼핑은 고 피리 때 원규 놈이랑 서울 상경하면 이곳 롯데와 신세계를
무조건 왔을 것입니다. 식당가 식음료 코너까지 뺑뺑 돌아 다시 명품관입니다.
이게 뭐야? 근사한 말(Horses)이 매장에 모델처럼 서 있어서 가까이 가보니
눈을 껌벅거립니다. “모델인가요?” “로버트에요”헐. 이 정도면 진짜 말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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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싸겠지요. 어때요? '대부'에 나오는 알파치노같지 않나요? 헤매는 바람에
소공동 지하도를 건너게 되었어요. 와 우, 이 길은 33년 전에 양복점이 있었고
제가 결혼식 양복을 이곳에서 직접 맞춤해서(25만) 입었어요. 조선 호텔은
없어진 건가. 조국에서 가장 비싼 땅이었던’상업은행‘ 건물이 텅텅 빈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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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주가 바뀐 걸까요? 한국은행에서 충무로 쪽으로 길을 잡았는데 비가 옵니다.
’제2 장마‘ 말입니다. 영화 한 편을 포기하고 전철을 탔어요. 당고개역까지 30분
입니다. 막간에 Downtown으로 나갔고’준 미용실’에 들어가 커트했어요.
미용사가 10,000짜리 손님을 지성으로 대해줘서 단골을 하려고요.
예주야! 유럽 투어 진짜 가는 거야?
2023.8.31.thu.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