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을 나선다.
따뜻한 봄날에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봄나들이길이다.
하늘과 땅에 봄기운이 가득한 날
보이는 모든 것이 아름답기만 하다.
09:20분까지 도마시장입구 버스정류소에서 만나기로 정한다.
역산해서 출발시간표를 짠다.
지족역에서 서대전역까지 지하철로 간다.
이팝나무 꽃이 한창 피기 시작한다.
하얀 쌀밥: 반만년 역사의 한이 서린 꽃이름이다. 쌀밥에 고깃국
서대전네거리역을 나오니 연등문화축제 현수막이 보인다. 사월초파일이 다가옴을 알린다.
한때는 화려했던 백화점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현수막에 애잔함을 느낀다.
도마동시장 입구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의 전화기가 봄꽃가루에 애처롭다.
건너편 포레나 신축아파트와 대조를 이룬다. 젊은 시절의 애환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지난번까지 있던 40여년의 남원목기상점도 옆 건물로 이사갔다고 써있고...
21번 시내버스를 타고 기성동 흑석동을 지나서 장전에서 내린다.
우명동 갈 때 내린 곳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반대편 장전으로 향한다.
우선 길부터 확인한다. 엽서라는 시 한 편도 읽어본다. 박용래의 .
횡단보도 건너편에 장밭탱이 마을안내 표석도 읽어본다.
오동, 장전 오리울, 오릿골 장밭탱이 모두 한 이름이란다....
장밭탱이 다른 이름은 오리. 물에 떠서 노니는 오리의 형국을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
장밭탱이의 한자식 이름은 장전 (長田) 이두식 표기의 땅이름이다.
골짜기 길이가 오리나 된다해서 오리라고도 하고...
땅이름 공부를 대충 하고 떠난다.
버스 정류장 옆에 왠 선돌이 있네. 건너편에는 정자나무로 보이는 느티나무도 보이고,
마을의 수호신 노릇하는 것들이겠지..
저 깊은 골짜기를 향해서 걸어 간다.
다리가 튼튼해야 할 텐데. 고맙습니다. 걸을 수 있는 건강한 두 발을 주셔서, Homo erectus아니랄까봐.
애기로 태어나서 돌 지나면 걷기 시작하는데 걷기가 끝나면 내 삶도 끝나는 게 아닌가..
서천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歸西)
가는 길에 만나는 이색적인 화분들: 꽃잔디가 아직도 피어있다.
아이디어 굳! 급수장치까지 갖춘 멋진 배수통 냇물 화분이다.
오동정자나무에 도착한다.
두 그루의 정자나무, 정자도 있고 갑천누리길 안내도도 있다.
길가에 핀 꽃들 보느라고 정신없고, 금낭화도 있단다.
오동정자나무 깃점이다.
장전에서 2km 오동임도 6km 합 8km 이상을 걸어야 한다.
두리번 거리면서 산천경개 구경하면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면서,
갑천누리길 사업으로 한 것인지 소하천 정비가 잘 되어 있는 길,
한쪽에는 버려진 폐벌통이 모여있는 곳도 지나고,, 사과값이 괜히 비싼게 아니었네 하면서,
회향사를 지나면서 옛 친구이야기도 나누고
범어(梵語)인지 산스크리트어인지가 눈길을 끈다. 무슨 뜻인가?
아는 것은 ' 나마스떼' 밖에 없는데..
오동임도 입구에 도착한다. 장태산 주차장 5km 이라는데.. 어쨌든 임도 산길을 걷는다.
옛날 신작로 길 이야기 나누면서,, 한길. 행길 도로부역 나가던 시절 1년에 두 번씩 자갈 피고 깔고 거두던 시절이 아스라하다.
세월은 이리 변하는데... 산천은 의구한 것인가.
고맙게도 임도 길 문은 열려있다.
이용안내가 친절하게 있다. 독용산성은 문도 없이. 산불조심하라면서 입산금지가 붙어있어서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전화까지 걸고 복잡하게 했는데... 시멘트 포장길을 조금지나자 흙길 신작로길 같은 산길이 나온다...
도중에 만나는 산악자전거 동호회도 보고, 2인이 지나간 뒤에 뒤쳐진 일행 한 명이 나중에 또 온다.
평일에 산악자전거로 다닐 수 있다니 부럽기도 하고..옛날 걸어서 다니던 시절과 비교된다....
자동차도 만나고, 사람도 만나고..
등나무꽃이 핀 길도 정겨웁다. 향기도 맡으면서..
임도 옆에서 자라는 오동나무에 꽃이 벌써 지고 있네. 딸 낳으면 심던 오동나무
상촌 신흠의 한시 '오동천년노 항장곡(梧桐千年老 恒藏曲)' 한 귀절도 떠올려보고..
고개를 넘어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만보의 따뜻한 차 한 잔도 마시고, 삶은 계란도, 귀한 사과도,나눠 먹으면서..
건너편에는 산불에 타버린 컨테이너 박스가 흉물스럽게 있고,, 산불 흔적이 소나무에도 입산금지 표지 현수막에도 묻어난다.
목적지 장태산 휴양림 가까워지자, 몇년 전의 산불 흔적이 뚜렷하다.
산불에 약한 소나무들. 베어낸 그루터기도 있고,,거뭇거뭇한 모습들이다.
소나무의 (松) 갑골문은 즐거울 樂자와 약초 藥자가 같은 근원이라고 말한다.
선사시대 매일매일 제사지내고. 밤에 불을 피우고. 축제 지내고.. 일년 내내 잘 탈 수 있는 나무, 소나무.
소나무와 솔방울을 상형화한 글자란다. 소나무를 불 태우면서 제 지내고 즐거움을 나눴을 옛사람들 : 축제(祝祭) 그리고 그 솔잎은 약으로 ,식량으로도 썼으니.. 심지어 뿌리에 기생하는 백복용도 있고. 지금도 송이버섯은 귀한 식재료이니 서민은 맛보기 힘든 것이고.
사방에 노란 송홧가루가 흩날리는 봄날에 솔내음 맡으며 걷고 또 걷는다.
드디어 도착한 곳,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보인다. 장태산휴양림이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10:00 - 13:00 산길 걷기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정림동에서 내려 늦은 점심을 한다.
돌솥찰밥집. 외상 이야기도 나누고, 외상을 긋는다는 말에 꽂힌다. 외상.... 거래.. 세밑에 정리하는 옛 풍속도..
인정많은 식당 아주머니의 훈훈한 인정을 뒤로 하고 각자 버스로 헤어진다.
집으로 돌아으는 길에 만나는 이팝나무꽃이 한층 더 화사하다.
하얀 쌀밥 고봉한사발이다. 배고팠던 시절 보이는 것이 다 먹을 것으로만 보이던 시절 이야기.
이팝나무, 조팝나무, 박태기나무,,,보릿고개로 넘어가는 시절은 이제는 옛이야기..
KBS 인간극장에 나오는 아오지 여인의 애처로운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먹을 것을 입안에 한 입 가득 머금고 집에 돌아와서 동생들에게 나눠먹였다는 이야기
마치 어미새가 먹이를 입에 물고 새끼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이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이다.
어린 것이 동생들 생각한 것도 기특하지만, 얼마나 먹을 것이 귀했으면 언니 입속의 든 것을 나눠먹이다니...
부재찌개 이야기는 그에 버금갈 만하지 않은가...꿀꿀이죽 시절...진휼청....
그런 곳에 태어나지 않은 것만도 행복하고 감사하지 않은가!
(2024.05.02 카페지기 자부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