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성모님의 겸손을 본받음은 레지오 활동의 뿌리이며 수단이다.
레지오는 단원들에게 말할 때 군대나 전투 용어를 자주 쓴다.
레지오는 모든 사람의 영혼을 위해서 힘찬 싸움을 벌리고 계시는 진을 친 군대와 같은
성모님의 무기이며 또한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성모님의 작전을 수행하기 때문에
그러한 용어가 잘 어울린다.
더욱이 군사적 개념은 사람들에게 강한 호소력을 지닌다.
레지오 단원들은 자신의 군대의 일원이라는 것을 의식함으로써 활동할 때에
스스로 군인과 같은 굳센 정신을 지닐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레지오 단원들의 싸움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므로 하늘나라의 전략에 따라 수행되어야 한다.
참된 레지오 단원의 마음속에 타오르는 불길은 오로지 자신을 스스로 낮추며
세속적 가치를 멀리하는 영성의 잿더미 속에서 솟아오른다.
특히 이 잿더미 속에는 겸손의 덕이 들어 있는데 세상은 이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도외시한다.
이러한 겸손의 덕은 고귀하고 굳세어 이 덕을 구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볼 수 없는 기품과 힘을 가져다 준다.
레지오 조직에서는 겸손이 매우 독특한 역활을 한다.
무엇보다도 겸손은 레지오 사도직 활동에 없어서는 안 될 도구이다.
레지오의 활동에는 대인 접촉이 많은데 이 대인 접촉의 효과를 높이고 발전시키려면
단원들이 활동 대상자들에게 부드럽고 소박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오로지 겸손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다.
겸손은 활동의 요람이며 겸손하지 않고서는 효과 있는 레지오 활동을 할 수가 없다.
토마스 데 아퀴노(Thomas de Aquino) 성인의 말대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들에게 무엇보다도 겸손의 덕을 지니라고 당부하셨다.
예수님께서 바로 이 겸손으로 인류 구원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을 제거하셨기 때문이다.
모든 다른 덕의 가치는 겸손의 덕을 바탕으로 한다.
하느님께서는 겸손이 있는 곳에 은헤를 베푸시며 겸손이 사라지면 은혜를 모두 거두어 가신다.
모든 은총의 근원이신 주님의 강생도 겸손이 바탕 되어 이루어졌다.
성모님은 '마니피캇(Magnificat, 마리아의 노래)에서
하느님께서 당신 팔의 큰 힘을 떨쳐 보이셨다고 찬미하는데
이 말은 하느님께서 동정녀 마리아 안에 전능의 힘을 보이셨다는 뜻이다.
성모님은 그 이유로 하느님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
하느님께서 세상에 내려오시도록 하여 낡은 세상이 막을 내리고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도록 한 것은
바로 당신 자신의 미천함 때문이었다고 단언하신다.
그런데 성모님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완덕,
사실상 무한 경지에까지 이른 완덕을 갖추셨고 당신 스스로도 그 점을 알고 계셨다.
그런데 왜 성모님을 겸손의 표본이라 말하는가?
성모님은 자신이 어떠한 인간의 자손들보다도 더욱 완벽하게 구원되었음을 알고 계셨기 때문에 겸손하실 수 있었다.
성모님은 자신이 지닌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거룩한 빛 한 줄기 한 줄기가 당신 아드님의 공로임을 아시고
또한 그러한 생각을 늘 마음속에 생생하게 간직하셨다.
성모님의 비할 데 없는 지성은 당신께서 누구보다도 많은 은혜를 받았으므로
하느님께 누구보다도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그러므로 성모님의 비할 데 없이 우아한 겸손의 태도는 꾸밈이 없이 매우 자연스럽고 한결같았다.
그러므로 레지오 단원이 성모님의 태도를 두루 살펴본다면 자신이
하느님 앞에 어떤 존재이가를 인정하고 솔직히 받아들이는 것만이 참된 겸손의 본질임을 알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존재, 바로 그것이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그 나머지 다른 것은 모두 하느님께서 무상으로 주시는 은혜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그 은혜를 늘리거나 줄이거나 또는 완전히 거두어 가실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자신이 하느님께 종속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면 미천하고 보잘것 없는 일을 더욱 기꺼이 떠맡으며
남의 멸시과 박대를 견디어 내어 "이 몸은 지님의 종입니다."(루카 1,38)라고 하신
성모님의 겸손한 태도로 주님의 뜻을 따르게 될 것이다.
레지오 단원은 반드시 그의 모후와 일치해야 한다.
이 일치는 바라기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자격을 갖추었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훌륭한 군인이 되어 보겠다고 결심을 한 사람이라도
군 조직의 톱니바퀴가 될 만한 자질을 전혀 갖추고 있지 못한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그는 지휘관과 효과적이 일치를 이루지 못하며
결국 그것은 작전 계획을 수행하는 데 방해 요인이 되고 만다
이와 마찬가지로 레지오 단원이 그의 모후께서 세우신 계획 안에서 큰 역활을 맡기를 열망하지만
막상 성모님이 주시고자 하는 은혜를 받을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경우도 있다.
세속 군대에서는 용기. 지식 . 신체 결함 등이 자격 미달의 요건이지만
레지오 단원의 경우 자격 미달은 바로 겸손의 덕이 부족한 데에 있다.
레지오는 목적은 단원들을 성화시켜 그 성화의 빛이 영혼들의 세계에까지 발산되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