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주의자의 죽음 1
하지만 우리 한국인들은 모두가 염세주의자들이며, 그만큼 꼭지가 덜 떨어지고, 어리석고 우매한 인간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우리 한국인들에게 나의 낙천주의 사상을 가르쳐 주었고, 하루바삐 우리 한국인들이 그들의 염세주의의 토양을 벗어나서, 낙천주의자들로 변모될 수 있기를 지금 이 순간에도 빌고, 또 빌고 있을 뿐이다. 분명한 목표가 있으면 그 수단은 저절로 얻어지게 된다. 따지고 보면 하나의 커다란 목표가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지혜와 용기와 성실로써 나타나게 된다. 지혜로운 자만이 자기 자신의 미래의 운명을 예측하고 그 목표를 세울 수가 있는 것이며, 그의 지혜는 그의 용기와 결합하게 된다. 용기란 악과의 투쟁, 어떤 장애물과의 싸움, 그리고 그 모든 시련들 앞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것을 뜻하며, 성실함이란 그의 삶의 태도를 말한다. 성실하지 않은 자는 사기꾼이며, 그는 결코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가 없다. 항상 정직하고 성실한 인간만이 그 도덕적 선을 토대로 하여 자기 자신의 용기와 지혜를 가꾸어 나갈 수가 있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며, 삶은 죽음의 완성이다. 우리 인간들의 죽음은 한계가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이며, 삶의 완성으로써 언제나 열려 있다. 따라서 죽음을 삶의 완성, 즉 그 목표로 생각하게 되면, 우리 인간들의 삶이란 좀 더 오래 살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간에, 그 어느 것도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목표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 하다가 뜻밖의 사고----교통사고, 병, 재앙----를 당하여 죽는 죽음, 그 목표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 했지만 끝끝내 빛을 보지 못했거나 완성하지 못했던 자의 죽음, 더 이상의 인간다운 삶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맑고 굳센 의지로써 죽어가는 죽음, 그 목표를 달성하고 삶의 정점에서 죽는 죽음, 육체적인 노쇠도 모르고 자기 자신의 건강과 힘이 다 할 때까지 끊임없이 정진하다가 아름답고 장엄하게 죽는 죽음. 이 모든 죽음들은 더없이 아름답고 우리 인간들의 삶의 본능을 옹호하는 찬가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반경환, [하강의 깊이]({행복의 깊이 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