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학술대회가 끝나고 집에 와서
김진공 선생이 번역해서 팜플렛으로 제본해 준 <8차 위기>의 미번역 부분(토론회 내용)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팜플렛의 '3. 회색경제"를 읽다가 졸려 잠든 것인데
꿈속에서는 누군가와 중국 통계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을 하다가 깨어났다.
읽다가 만 부분은, 2005년과 2009년을 비교해서
회색 소득은 2배 증가했는데 명목 GDP는 91% 증가했다는 내용(39쪽)까지였는데
그게 꿈으로 나타난 것이다...쩝
(꿈에서는 '周公'을 만나야지...ㅋㅋㅋ 그래야만 로또를 살 수 있다)
2. 깨어나서 학술대회 자료집을 펼쳐 보니
"문학분과" 발표들이 재미있어 보인다.
(제목만 봐서 그렇다는 얘기...본문은 아직 읽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셋 다 오늘 임춘성 선생이 발표한 주제 '포콜적 문화 번역'과 관련되어 보인다.
결국 문제는 이런 거다.
임춘성 선생의 발표는 '문화 연구'의 역사 자체로 보면 매우 늦은 것,
혹은 달리 말해서 매우 늦게 '중국 연구' 분야에 도착했다.
임춘성 선생의 문제의식은 이런 연구들과 결합해야 한다.
혹은 이런 연구 안에 그런 문제의식이 녹아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토론자 김정구 선생이 지적한 대로
어떤 부분에서는(영웅문 번역에 관한 부분) 임춘성 선생 스스로도 과거의 사고방식이랄까 관성에 갇혀 있다.
3. "정치경제 분과" 토론은 사전에 매우 걱정을 했다.
1) 임춘성 선생 발표야 기본적으로 내용을 다 수긍하는 편이니까 별 문제는 없었는데
다만, 굳이 문화연구 앞에 '문화적'이란 말을 붙일 필요가 있는가 라는 게 나로서는 불만이었던 정도.
연구 대상에 따라서 소위 문화연구는
정치경제학적인 게 될 수도 있고
정치학적인 게 될 수도 있고
정신분석학적인 게 될 수도 있고
심지어, 수학적 내지는 통계학적인 게 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
'문화적'이란 형용사로 못박을 필요가 없다고 여겨진다.
그러니까, 내 입장에서는 요즘 온철군을 읽으면서
중국 경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게 바로 문화연구인 거다.
그런데, 지금까지와 같은 형태와 방식으로 후배 연구자들을 '계몽하는 것'은 임선생이 그만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별로 효과적이지 않은 듯하다.
오늘 발표문에서 주장한 것을 토대로 구체적인 연구 성과(as 본보기)를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게 확실히 더 낫다.
2) 마르크스주의 중국화 문제를 다룬 이동규 선생 발표의 토론에 대해서는
사전에 상당히 걱정을 했다.
발표문 자체가 상당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고 여겨져서였다.
하지만, 공식적 학술대회나 심포지움에서
토론자가 너무 비판적, 공격적으로 나간다고 해서
좋은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어서
(대개는 부정적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미리 걱정이 크게 들었던 것이다.
포인트는 발표 논문에 대해서 토론자가 이러쿵저러쿵 떠들면서 잘난 척 하고 만족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발표자에게 토론자의 논점을 진심어리게 전달하는 거니까 말이다.
가급적 완곡한 방식으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자 노력했는데
(완곡하게 한다고 해서 내 눈에 보이는 바의 문제점들을 회피해서는 안되니까)
다행히도 이동규 선생이 다 받아주어서 속으로 매우 고마웠다.
암튼 이동규선생 성격이 좋다.
학문을 하는 자세도 그 정도면 훌륭하다.
하남석선생은 나와 둘이 담배 피면서 얘기하면서
이동규선생의 참고문헌이 관방 쪽에 치우친 게 문제점 중의 하나라고 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참고문헌 텍스트가 관변쪽에 치우쳤는가 아닌가 하는 게 아니다.
그것를 읽어내는 관점, 스탠스, 과정, 방법 등에 있다.
이 점에서는 정치 문헌이나 문학 작품에 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임춘성 선생이 제시한 그런 관점, 태도, 방법 등으로 뭐든 읽어나고 읽어내면 되는 것이다.
4. 전체토론(융합토론)은 기대만큼 활발하게 되지는 않았다.
(임선생 얘기로는 잘 된 편이라지만)
토론을 위해서 지난 한 달 정도에 많은 논문 및 웹 문서들을 읽었는데
(알바하는 회사에서 고속 레이저젯 프린터로 출력한 A4 용지가 무릎 높이...쩝)
어떤 것들은 이해못한 것도 있고
어떤 것들은 정리가 안된 것도 있는데다가
어제 새벽까지 이것저것 보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아쉬운 것은 역자인 김진공선생이나 이정훈선생이 나와서
다른 연구자들에게 제대로 설명 & 설득을 했었더라면 좋았을텐데(그러니까, '저자 직강?')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국 학계의 분파주의가 싫다.
심규호선생을 수십 년만에 만난 것과 심선생이 학회 회장이라는 걸 알게 된 건 반가운 일이었지만 말이다.
첫댓글 정말 부지런한 재현씨!
동문회 성격이 강한 학회이기에 10년 넘게 발걸음을 하지 않았는데, 작년부터 회장 등 후배 몇몇이 자꾸 연락해온 통에, 전권을 위임받아 금년에 두 차례 학제간 융합토론을 기획하고 사회를 맡아 두 차례 진행했습니다. 마침 빈 자리가 있다기에, 내친 김에 최근 완성한 글을 발표한 것뿐입니다. 두 분의 피드백을 참고해서 수정 보완하고 또 다음으로 나아가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