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건강보험공단지사로부터 바둑강사로 청을 받은 건 2008년 6월.
실버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노인들의 잦은 병원 출입으로 의료비
가 급상승하던 때였는데, 아프기 전에 미리 치매를 예방하는 차원
에서 바둑을 가르쳐보자는 취지였다.
당시,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는 ‘어르신 바둑강좌’가 초창기인지라, 수업
을 들으러 신청한 회원이 고작 11명에 그쳤다.
정원이 12명이상이라기에, 휴게실에서 바둑 두고 있는 어르신들
에게 찾아가 바둑강좌 한 번 들으러 오시라했더니, ‘에이, 우리 늙
은이가 이제 와서 무슨 교육, 그냥 저냥 시간이나 보내면 돼지’ 하
신다.
하긴, 틀리신 말씀도 아니지.
바둑강좌라는 것이 바둑학원이나 초등학교, 혹은 문화센터에서
아이들이나 참여하는 것 쯤으로 알던 시절이니, 어르신에겐 생소
하고 낯설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11명의 회원으로 시작하되, 6개월 후에 틀림없이 회
원 수를 2배로 늘리겠노라고 담당에게 전달하고, 나에게는 기념비
적인 ‘어르신 바둑강좌’ 첫 삽을 떴다.
처음 3개월은,
정석을 기초부터 강의를 하는데, 어느 순간 꾸벅꾸벅 조는 어르신
들이 눈에 띠기 시작했다.
오전 수업인데도 졸음이 쏟아진다는 것은, 강사가 자석 판에 나름
대로 열심히 설명해 내려가도 재미가 덜하거나 지루한 틈을 주기
때문일 터였다.
그래 두 번째 3개월은,
기력이 비슷한 어르신들끼리 자석 바둑판에 나오게 하여 대국을 시
킨 다음, 유머 한두 개를 섞어 가며 잘못 둔수를 몇 군데 알려주었더
니 무릎을 치며 파안대소하기 시작했다.
젊었을 때는 알았던 건데 오래간만이라 잠시 잊어버렸다는 식이다.
세 번째 3개월째엔,
어르신 한분과 강사가 접바둑을 두고 난 다음, 틀린 부분을 자상하게
고쳐드렸더니 가려운데를 긁어주어 너무 고맙다는 거였다.
이 분위기에 편승하여,
처음 11명으로 시작된 ‘어르신 바둑강좌’는 4개월이 넘어가면서 회원
수가 30~40명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바둑강의가 너무 재미있어 다음 수업이 기다려진다는 것이다.
이쯤 되니,
친구 분들이나 지인을 데리고 오는데 그치지 않고, 아예 바둑 홍보대
사가 되어버렸다.
급기야는,
다른 기관에 까지 바둑강사로 모시자는데 이르러, 오늘날에는 3기관
에서 100여 분의 회원들을 매주 만나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노인 바둑지도법」의 강사로 의뢰가 왔다.
♦2020 프로기사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
- 요일 : 7월 30일 목요일
- 시간 : 2시~3시20분
- 장소 : 한서항공직업전문학교 4층 강의실. (한국기원 옆)
12년의 ‘어르신 바둑강좌’ 현장 경험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도, 처음
시작한 사범으로서 퍽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여 선뜻 강사로 나섰다.
☻강사 : 아마6단(한국기원)
타이젬7단
오로7단
☺경력 :
건강보험공단 지사(2008년6월~2009년12월)
오정노인종합복지관(2010년4월~ 현재)
원미노인종합복지관(2010년4월~ 현재)
부천중앙새마을금고(2014년4월~ 현재)
남을 가르칠 때는
善으로 가르치되,
너무 높은 이상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그가
쉽게
따를 수 있어야 한다.
圖南意在北도남의재북 에 대해 강의하는 필자.
☻ 직접 시범 보인 바둑강좌 회원
1. 신귀하 5급 (65세, 바둑강좌 2년 참가중)
2. 김재명 2급 (67세, 바둑강좌 10년 참가중)
3. 김용준 5급 (70세, 바둑강좌 6년 참가중)
4. 박진순 6급 (83세, 바둑강좌 11년 참가중)
시범 보일 바둑강좌 회원들 소개하는 시간. (앉아 있는 앞줄부터) 박진순(83세),
김용준(70세). 신귀하(65세). 김재명(67세, 는 사진 찍느라 빠졌네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2026년이면 10명 중 2명이 노인이고, 80세가 넘어
가면 둘 중의 한분이 암 또는 치매가 되는 시대가 도래한단다.
☻바둑이 어르신에게 좋은 점
1. 돈이 적게 드는 레저
2. 친구와 교류할 기회
3. 스트레스 해소
4. 정신 집중
5. 우울증 감소
바둑이 고령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 노인들보다 정신 건강과
심신 건강이 양호할 뿐 아니라, 두뇌 운동과 손놀림 동작으로 치매예방
에도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여,
어르신들이 아프기 전에 바둑을 취미로 갖는 것은, 병을 미리 예방하거
나 적어도 지연시킬 수 있어 의료비 삭감은 불 보듯 자명한 이치다.
따라서,
어르신들이 바둑강좌에 참여하는 순간부터 ‘노후 준비의 시작’이 되는
셈이다.
☺ 어르신을 지도할 때는,
-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 알기 쉽게
- 재미있게
- 신나게 가르쳐야 한다.
회원이 나와 자석판 대국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유머 1~2개는 꼭 준비해 가라.
수업 전에 빵 터트리면 그날 강의의 반은 이미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강사와 6점 접바둑 실전하는 바둑강좌 회원
개그콘서트 녹화 현장에 가보라.
녹화 전에 무명 개그맨이 무대 앞으로 나와 약 20여 분간을 웃음의 도가
니로 몰아넣는다.
그 까닭은,
흥을 돋은 다음 녹화에 들어가야 NG(엔지)가 덜 나오고 순조롭게 녹화
가 끝나기 때문이다.
줄 타는 광대들을 보았는가.
잔디밭에 앉아 있는 관객들과 재미있는 재담을 섞어가며 줄을 타지, 침묵
으로 일관하며 자기 혼자 줄만 타지 않는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능력이 없으면 재주만 부리는 꼴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자기만의 독특한 능력을 발휘하자.
그래야,
독보적일 수 있지, 누구나처럼은 비범할 수가 없다.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
(한국기원 앞에서) 김재명 회원, 필자, 김용준 회원, 신귀하 회원, 박진순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