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세상을
최영림(경주최씨 고운 최치원 32대손)
이역만리 험한 뱃길 품은 뜻 꺽일손가
진사급제 엄한 훈계 날마다 되뇌이니
대들보에 매단 상투 올올이 잠깨우네
진력으로 공부하여 이른 급제 출세하여
창칼로 이기지 못한 적 붓끝으로 혼절시키니
그 기상 그 필명 온천하에 드높구나
사랑하는 모국 신라 바람 앞에 등불 일때
시무십여조 애민개혁 허망한 꿈 되고
공명에 미련 없어 천지유람 떠도는데
산천경계 만인만사 시가 되고 전설 되니
누운 자리 알 길 없다 신선 승천 했다 하여
만인이 우러러 흠모하기 끝이 없네
보라 후손들아 내 자랑 넉넉하니
대대손손 일 삼거라
나의 시조는 문창후 최치원 이라고
야은 거문고 소리
길기정(해평 길씨 야은 19대손)
금오산 현월봉 산기슭 아래
야은 생가터 역사관 수양각은
야은 길재의 효심이 살아 숨 쉬는 곳
비록 육신은 떠난지 육백년이
흘렀지만
효는 충의 기본이며
충은 효를 바탕으로 한다고
온 백성 길이길이 가르침을 주었지
우리 어찌 그 가르침을 잊을 수
있을까
대대손손 야은의 효 사상 이어받아
온 세상 으뜸가는 우리 세상 일으켰네
크게 눈 뜨고 보아라
뿌리공원 해평 길씨 유래비를
멀리 귀 기울여 들어라
기쁨 가득한 야은의 거문고 소리를
그 소리 가슴속 얼얼이 스며들어
온누리 효사랑 넘쳐 영원히 번성하리
고려말 삼은(三隱)을 찾아서...
停雲 李 鳳求
(한산 목은 27대 孫)
천지가 개벽하고 곰(熊) 과 범(虎)이
세상사에서 단군(檀君)을 낳으니
고조선을 건국하여 홍익인간(弘益人間)으로
번성케 하였다
단군 이래 조선팔도에 김이박(金李朴)이
가장 많은 성씨라고 하는데,
뿌리공원에는 244개의 조형물에
성(性) 씨의 어록(語錄)들이 기록되어 있다
삼은(三隱)께서는 고려말기 문신이며 유학자로,
정치가이며 시인들이다.
한결같은 충성심으로 고려와 고려왕조를
지키려는 공통점이 있더라
*야은 길재 삼은께서는 고려가 멸망 후에
고향에 돌아와 보니 산천은 그대로 남아 있으나
사람(人傑)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원망했다
*목은 이색 삼은께서는 반겨줄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지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이 없다고 하였다
*포은 정몽주 삼은께서는 단심가(丹心歌)로
이 몸이 일백 번 죽고 죽어도 백골이 흙이 될지언정
넋(魂)이라도 살아있다면 고려를 지키려는
충성된 맘을 시조로 형상화 하였다
뿌리공원은 대전시 안영동 뿌리공원로 79.
서남쪽으로 나즈막한 동산에 자리 잡고 있더라.
부모님전 상서
백순자(수원백씨 당상공파31대손)
북쪽 바람 몰아치던
어두운 밤 거센 풍랑 6. 25
비바람에 두렵고
무서웠던 시간 들
핏덩이 어린 자식
품에 안고 피난살이 험한 길
그 길디 긴 강을 어찌 건너셨소
열여덟 꽃다운 청춘을 불태워
키워내신 여덟 남매
밝은 세상에 띄워 보내려고
온정성 사랑 주셨네
뼈만 남으셨네
껍데기만 남으셨네
님은 이제 온데 간데 없네
이 몸 하나 불살라 님께 바치려는데
밤새 몸부림쳐 보아도
님 계신 곳 알 수가 없네
부모님전 상서
한성준
부모님은 그 옛날 인연을 맺어 사랑으로 태어난 나
내 부모님과 인연이 되어 삶을 살아온 나
비 올 때나 눈보라가 칠 때
하늘과 땅 고된 삶을 보내면서
부모님은 날 사랑으로 감싸 안았네
부모님은 내 나이 삼사십대 이른 나이에
사랑인지 필연인지
깊은 산속에 산소를 짓고 이승을 떠나셨다네
부모님의 빈자리
님들 사랑 잔뜩 받고 자란 나는
부모님과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면
어찌할 수 없지 않은가
나이 칠십대가 되어 돌아온
부모님의 산소
묘소 앞에 놓인 맛난 음식들을
이제 더는 드시지 않으신다네
나는 부모님의 산소 앞에 서서
부모님 생전 모습을 떠올려 본다네
안개에 가린 베일처럼
희미한 기억들을
그리 부르며 보채었던 엄마 아버지
우리가 삶을 살면서 얼마나
불러 보았던가
부모님 빈 자리
세월이 지나 불러보는 어머님 아버님
나는 이제사 부모님 산소 앞에 돌아와
깊은 산속에다가 삼사십 년전
산소를 지으신 엄마 아빠를
불러본다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엄마 아빠를?
엄마, 아빠! 엄마, 아빠를 부른다네
오, 나의 어머니여!
오상헌
어머니, 말만 들어도 먹먹한데
점차 희미해져 가는 기억력을 지켜보며
잘 보살펴야 하는 의무감이
하늘을 우러르는데
땅이 가진 인지상정인가,
아들노릇인가
그 사랑은 겁의 인연인가,
만물의 이치인가
병아리가 어미를 따르고
어미도 목숨으로 지켜내었으니
병아리도 그 어미를 닮아서
그리워하는가
내가 하는 일마다 어머니는
부딪치시네, 꾸중이시네
한평생 살아온 습관이 쉬이 바뀌시겠는가
'그렇게 하면 안 돼!'하며 쫓아다니시네
애야 그거 하지 마라, 다칠라!
아니야, 그 일은 하면 안 돼, 피날라!
지나고 나면 모든 게 그저 그렇고 그런 일인데
오늘은 라면 한 그릇의 행복을 느끼는가
밭일하고 땀 흘리고 들어와 끼니를 준비했네
수저를 잘 뜨시지 못하는 어머님
내 정성 부족을 의심하는데
어머님, 대전으로 떠나신 후에야
아무 근심없이 편함을 즐기며 서로
함께 나누던 라면조차도
이제는 텅 비어있는 한 그릇 슬픔이 되었네
금산에서 떠나가는 뒷모습이 아련하고 슬프구나
시골의 적적함이 켜켜이 쌓이는 게 많으신 데도
'나 상헌이랑 살면 안돼?'라는 말이 남아
억장이 무너집니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