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접한지 일년이 채 되지 않았어요. 과학 시간에 배운 것과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여전히 퍽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강의는 창세기를 읽으며 창조냐 진화냐 과학과 신학의 논쟁으로 빠지지 말자고 제안합니다. 그 논쟁에 앞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성경을 기록한 사람들이라고 해요.
성경을 기록한 사람들은 바로 야훼에 의해 구원을 받은 무리들입니다. 억압당하고 착취당하다 기존의 질서에 반발하여 탈애굽을 이룬 민중들이지요. 성경은 우주와 인간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야훼라는 신 안에서 재구성합니다. 창세기 1장에서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는데, 여기서 땅을 민중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흑암과 물에 뒤덮여 억압당하던 땅은 야훼에 의해 물 밖으로 나오게 되고 빛을 보게 되며 온갖 식물과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생명력을 얻습니다. 억압 속에서 해방되어 인간다운 삶을 얻게 된 민중들의 모습과 같습니다.
성경과 비슷하게 우주와 인간이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하는 신화가 또 있는데, 바로 에누마엘리시라는 바빌론 창조 신화입니다. 바빌론 신화는 신이 인간을 만든 이유를 신들이 하기 싫은 노동을 대신 하게 만들기 위함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바빌론 신화를 기록한 사람들이 지배자 계급이었기 때문입니다. 일하지 않는 권력층을 신격화하고, 승자독식의 체제를 정당화하며 노동자의 고통을 합리화합니다.
하나님이 “땅은 온갖 채소와 씨 맺는 식물과 열매 맺는 과일 나무들을 그 종류대로 내어라” 하시자 그대로 되었다. <창세기 1:11>
반면 창세기에서 야훼는 인간을 신의 노예가 아닌 창조의 동역자로 만듭니다. 창조는 생산과 다르게 누군가를 구원하고 살리는 것이라고 해요. 인간이 공동 창조자라는 이야기 들으며 일을 대하던 제 태도를 돌아봤어요. 문화예술을 통해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일한다고 떠들고 다녔지만, 사실 사람들의 삶보다는 제가 높아지는 것에 더 관심 있었어요. 사람들을 살리고 구원하는 창조를 한 게 아니라, 노동을 제공하고 돈과 명예를 얻는 거래, 그러니까 그저 생산하는 삶에 불과했어요. 창조에 동역하는 삶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재밌는 이야기가 참 많았는데, 정리하려니 자꾸만 글 올리는게 늦어져서 일단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들 먼저 정리해서 올립니다. 남은 시간들도 기대가 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