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곳을 찾다 외 1편
김화연
봄이 오고 있다
오늘, 꽃들을 헤치고
사람하나 들어 올 빈 곳을 찾는다.
사람에게 사람 하나 들어오는 일
아랫목에 부지런한 햇살을 앉히고
창문을 열어 시원한 여름을 불러들인다.
욕심하나 치우면
그곳은 빈곳이 된다.
이기심 하나 접으면 그곳 또한
배려의 한 자리가 된다.
사람에게 사람 하나 들어오는 일
방문을 활짝 연다.
그 사람의 말투를 위해
내 말투를 좁히고
웃음을 위해 웃음으로 마중 나가야 한다.
마음 한 쪽 비켜주어
그 마음 편히 들어 올 수 있게
조금씩만 넓혀도
사람 하나 들어 올 수 있는
마음 그득해지는 방
빈곳은 비어 있는 곳이 아니라
기다리는 곳이다
사람 하나 들어 올 때를 위해
숨겨놓고 있는 곳이다
손가락을 맞바꾸다
김화연
세상에 와서
손가락을 맞바꾼 사람이 있다
맞바꾼 손가락엔 풋살구 같은
건너가던 약속과
건너뛰는 약속들이 있다 .
빛나는 손가락 하나 갖는 것이 어린 날 꿈이었던.
닿은 길 없는 천장을 보며
모난 석순에 순결을 뿌린다.
맞바꾼 손가락은 펼쳐진 커튼 뒤에서
밤낮으로 떨어지는 물방울로
천상의 석주를 그린다.
물기 촉촉한 손이 찬바람에
손가락 매듭은 굵어지고
반지는 점점 좁아졌다
좁아진 반지를 들여다보면
쓰라린 개구멍을 나오다 다친 약속들이 누워있다
윤슬 같은 눈웃음이
상처위에 앉는다.
박쥐 한 마리 날벌레로 저녁 먹는 시간
일으켜 세운 손가락이 차갑다
내손가락이면서
내손가락이 아닌 내 손가락
물 자국 패인 곳에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의 석주가 끼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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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의시인들
김화연의 빈곳을 찾다 외 1편
애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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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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