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을 떠나는 날인 3월 초순의 서울 날씨는 영하 5도였다.
필리핀은 상하의 나라로 27도 내외라니 걱정이 앞선다. 겨울옷을 입고 갈 수도 없고 여름옷을 입고 갈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한다? 배낭 하나를 달랑 지고 가니 말이다.
인터넷에게 물어보니 이런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공항 내 '겨울철 외투 보관소'가 있다. 1일 보관료가 2,500원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필리핀에 가서 벗어 버릴 요량으로 두툼한 내복 하나를 더 입고 가기로 했다.
혼자 떠나는 배낭여행이라 여러 가지로 알아 볼 것이 많을 듯해서 휴대폰의 해외로밍도 하고 싶었지만 필리핀은 로밍이 불가능한 지역이라고 하루 2천 원 하는 핸드폰을 대여해 가라 한다.
그 요금보다 만약의 경우 분실이 염려가 되어서 불편하지만 그냥 가기로 했다. 해외로밍하면 고국에서 걸려오는 전화 요금도 내가 내야 하는 모양이다.
‘Incheon to Manila’는 꼭 4시간이 걸려서 11시 30분에 마닐라에 도착하였다.
내게 주어진 항공표가 마닐라 왕복권이고 숙소인 호텔이 세부에 있기 때문에 마닐라 여행은 세부를 다녀와서 하기로 하였다.
마닐라공항에서 국내선인 세부(CEBU)행 비행기로 환승해야 하는데 그 일로 퍽 애를 먹었다.
예약한 비행기 표를 현지서 좌석표와 바꿔야 하는데 영어 회화에 손방인 내가 어디 가서 어떻게 바꿔야 한단 말인가.
서툰 영어는 포기하기로 하고 만국공통용어라는 나의 보디랭귀지(body language)는 마닐라 공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공항 경비나 관계자에게 다가가서 ‘Plese help me~' 하며 예약한 비행기 표의 'Manila to Cebu Flight 5j581'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식이었다. 물론 미소 띤 얼굴로 말이다. 그렇게 환승 장소를 알아내고 환승표를 얻어 세부행 Gate까지 가는데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1355H’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면, 1시 55분에 떠나는 비행기일 텐데 그 시간이 넘어 2시가 훨씬 지났는데도 영 개찰을 하지 않는다. 공항 직원에게 물으니 더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 하니 불안하기 그지없다.
필리핀에도 옛날의 Korea Time처럼 ‘Phlipin Time’도 있는 모양이로구나 하며 기다리다 보니 비로소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아차, 내가 잊었었구나, Philpin은 Korea와 1시간 시차가 있다는 것을. 그래서 로마에 가서는 로마의 시계를 따라야 하는 것이로구나!’
투어 따라서나 함께 하는 이가 있었다면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았� 것이다.
*. 세부(CEBU) 막탄섬(Mactan lsi.) 이야기
필리핀 마닐라의 동남쪽으로 560km, 비행기로 1 시간 거리에 있는 비사제도의 중심에 길쭉한 고구마 모양의 섬이 세부 섬이다. 그 섬의 동쪽에 감자 모양의 작은 섬이 막탄이다. 막탄 섬(Mactan lsi.) 은 세부의 관문이기도 하다.
세부는 막탄 국제공항을 통하여 입국하기 때문이다.
세부 시는 마닐라, 다바오에 이어 필리핀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였다.
세부를 크게 나누어 보면 세부시티(Cebu City)와 막탄 섬(Mactan lsi.)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휴양지와 신혼여행지로 알려진 세부는 일반적으로 그 중 막탄 섬(Mactan lsi.)을 가리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부 공항과 초호화 리조트가 막탄섬에 거의 다 몰려있기 때문이다.
옛날 필리핀을 발견한 마젤란이 필리핀의 세부에 상륙함으로써 333년 간(1571~1898)의 스페인의 식민지 통치가 시작된 곳이다.
세부는 필리핀의 제2의 수도라고 할 정도로 발달된 섬으로 하얀 모래 해변과 같은 아름다운 자연도 그렇지만, 풍부한 문화유산도 겸비한 신의 축복을 받은 섬이다.
그래서 세계적인 잡지들은 세부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최고의 여행지의 하나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 세부를 필리피노(Philipino, 필피핀인)들은 ‘시브’라고 발음한다.
내가 이틀을 유할 리조트 ‘Movenpick 리조트’는 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하여 택시를 이용하려고 나오다 보니 반갑게도 목적지 피켓을 들고 서 있는 호텔 명찰을 단 청년이 있다. 내 이름이 쓰인 유인물도 갖고 있어서 믿거라 하고 타고 가려했더니 370 p(페소)를 달라 한다.
한국에서 사온 안내 책자에서는 팁까지 줘도 200패소라는 것을 알고 왔는데-.
그 책에 쓰여 있는 대로 'Please Meter!'를 외치며 다른 택시를 부르렸더니 그냥 가자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곳 세부에서는 호텔 직원이 아닌 사람이 손님 명단을 빼내서 직원행세를 하며 나의 경우와 같이 돈을 벌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호텔 가는 도중에 고색창연한 유적지의 탑이 있어 물어보았더니 라푸라푸 기념비와 동상이라 한다.
라푸라푸(Lapulapu)는 세계적인 항해사 마젤란(F. Magellan)이 필리핀 세부에 상륙하여 무력의 힘으로 정복시키고 막탄섬에 상륙했을 때 이를 막아 필리핀을 지켜낸 필리핀의 영웅이다.
막탄 섬에서가장 크다는 라푸라부 시(Rapurapu City)가 있는데 그를 기념하기 위해서 명명한 도시다..
폴투칼 태생의 스페인 항해사 마젤란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향하는 동쪽 항로를 거치지 않고서도 인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1519년 그는 285명을 태운 5척의 배를 타고 서쪽으로 대서양을 건너 남미 최남단을 통과하여 인도를 향하여 떠났다.
작은 바다인 줄 착각하고 천신만고 끝에 3달만인 1521년(조선 중종16년) 4월에 드디어 태평양을 넘어 상륙한 곳이 필리핀의 세부였다. 그가 건넌 바다를 The Pacific Ocean(태평양)이라 처음 명명한 사람이 바로 마젤란이었다.
마젤란은 세부 섬의 왕과 부하들을 스페인 왕께 충성토록 서약시키고, 기독교로 개종 시킨 후 완전한 준비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막탄 섬 정벌에 나섰다가 추장 라푸라푸(Lapulapu)와 전투에서 그만 전사하고 말았다. 그의 나이 겨우 세였다. 바로 그 장소에 필리핀의 영웅 라푸라푸의 동상을과 마젤란의 기념비 세운 것이다.
거기에 간단한 시장과 저렴한 해산물 씨 푸드가 있고 그곳은 나의 숙소에서 택시 기본요금으로 갈 수 있는 곳인데, 아까워라.그걸 안 것은 고국에 돌아와서였으니-.
막탄섬에는 섬 내에는 라푸라푸의 이름을 딴 라푸라푸 시(Lapulapu City)가 있다. 세부에서 가장 큰 도시다. 라푸라푸라는 고기가 있는데 그게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다금바리의 일종이다.
*. Movenpick 리조트 내가 이틀간 머물 ‘모벤픽 리조트’는 막탄 동쪽 바닷가에 위치한 핫 핑크색 리조트다. 스위스에서 2010년 오픈한 구 힐튼을 개조한 5성급 호화 리조트인데 3동의 22층 건물에 2개는 콘도미니엄 숙소, 246개 객실의 대형 호화 호텔이었다.
호텔 내에는 레스토랑 및 바가 총 7종류가 로비라운지 바를 위시해서 비취 바 등 각 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호텔 내에는 시푸드 레스토랑(See food R.)도 있고 게임 룸, 헬스클럽, 살롱도 있는데 스팀 사우나와 수영장 비치 타월 대여 그리고 막탄과 세부 시티(CEBU city) 간을 오가는 셔틀 버스는 무료였다.
아침에는 방카(Banca)라고 하는 날개 좌우로 달린 필리핀 고유의 배를 타고 호핑투어(Hopping Tou)를 떠나 스노크링(Snorkeling)이나 낚시를 하다가 섬에 올라 점심은 푸짐한 해산물 싸 푸드(See food)도 즐길 수도 있지만, 호텔 자체만의 시설을 이용하여도 며칠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모든 시설을 이 호텔은 갖추고 있었다.
룸마다 인터넷 코드도 있어 1일당 20달러를 부과하는 모양이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바다 의 전망으로 그물로 막아 만든 바다의 인공 수영장과 백사장 비치요 그걸 누워서 바라보는 비치 파라솔이었다.
그 백사장에서는 저녁마다 각종 쇼가 열렸다.
아침 이외에는 사 먹어야 했지만, 나는 서민으로 살아온 사람이라 호텔 밖의 현지 주민이 드나드는 주점이나 식당을 이용하기로 했다.
호텔 룸의 금고에 귀중품을 넣어 두고 필리핀 화폐 500페소(약 1만5천원) 정도를 가지고 호텔 정문 길 건너에 있는 서너 개의 구멍가게와 식당을 향하곤 하였다.
거기엔 항상 5~6명의 필리피노들이 있었다.
그 중 한 곳의 필리피노(Philipno)들이 맥주를 마시다가 나를 보고 '자판(Japan)'이냐고 묻길레 '코리안(Korean)'이라 했더니 'This is Plipins style!' 하면서 맥주 한 잔을 권한다.
술꾼인 내가 어찌 얻어만 먹을 수 있겠는가. 나도 그를 따라 ‘This is also Korean style!' 하면서 술을 샀다.
이런 낯선 이방인을 보려 몰려 든 피리피노들이 있어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가난한 나라여서인가. 그들은 안주 없이 술만을 마시어서 그 계산이 500페소(약 14,000원) 정도면 충분하였다.
필리핀 사람들은 듣던 대로 낙천적이고, 순수하고, 친절한 국민이었는데 그 친절은 미소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보다 필리핀의 한국인에게 가장 큰 매력은 세계에서 손꼽힐 만한 값싼 물가라는 것이다.
그 맥주 값이 이런 구멍가게에서는 250페소, 정식 음식점에서는 400페소를 받았다. 고국에서 떠나올 때 1페소를 29원에 바꿔왔으니 페소 계산은
'페소 x30 = 원' 으로 계산하며 다녔다.
다음은 필리핀 한국 유학생이 인터넷에 쓴 2009년의 ‘
페소의 가치’ 라는 글이다.
10 페소 = 한국 돈 약 250원
2 페소: 자그마한 과자, 담배 2개피, 계란1개
5 페소: 라면이나 저급 화장지,파인에플 1개
10 페소: 0.5mm 볼펜, 푸른 망고, 꼬치 1개
20 페소: 로컬 말보로 담배 한 갑
50 페소: US 말보로 한갑. 필리핀 식사, 계란 20개를 살 수 있다
100 페소: 햄버거 셋트, 소형 지프니 기름 값
500 페소: 라바우(소)와 주인1인의 노동비, 저렴한 카셋트
1,000 페소: 4명의 노동자 1일 일당, 전기 밥솥
2,000 페소: 필리핀의 가정부 한 달 월급, 초등학교 학생 1달을 교육비
5;000 페소: TV나, 핸드폰
10,000 페소: 고급 인력(대졸,경력자) 1달 월급
택시: 기본요금이 40페소
자전거 인력거인 페디캡(peddie cap; 일명 페달달린 택시)은 1km 이내의 단거리에 20페소
지프니: 7.5페소.
우리집 메이드: 한달에 3,000페소~5,000페소
그러나 내가 한국에서 떠날 때는 1 P(페소)가 29원이어서 필리핀 화페 단위 따라 따져 보면 다음과 같았다.
1페소: 29원/ 5페소: 145원/ 10페소: 290원/ 100페소: 2,900원/ 500페소: 14,400원/ 1,000페소; 2,900원
필리핀 화폐 중 500페소 이상은 큰 돈으로 쳤다.
내가 필리핀 세브와 마닐라를 다니며 귀동냥으로 들은 바에 의하면 한국 돈으로 따져서
경찰 월급이 40만원, 초등학교 선생님 월급이 30만원, 가정부 월급이 10만원이었다.
2006년 일인이 쓴 ‘필리핀 .Long Stay'란 책을 보면 필리핀의 물가는 일본의 1/5이라니 참고할 일이다.
저녁도 호텔 밖 서민식당에 나가서 먹었다.
한국과 똑 같은 닭발 구이도 있었고 비닐 봉지에 싸서 파는 차디차고 흐물흐물 흩어지는 밥 그리고 구운생선 등에다가 주스와 맥주를 더했는데 총 180 페소 5,400원이었다.
호텔 비치에 갔더니 백사장에서는 미희들이 춤을 추고 있고, 방파제 네온싸인이 반짝이는 멋진 홀에서는 생음악 카페가 있어 나의 발길을 이끈다.
30대 한 가수가 키타로 생음악을 연주하는데 음악의 문외한인 나도 아는 음악이 많다.
그 가수와 더불어 맥주를 하며 서투룬 영어로 정을 나누다가 깊어 가는 밤에 백사장의 어두움을 밟고 홀로 Room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