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나무ㅡ선풍기
- 강미영
목이 전부인 작은 꼿꼿한 문명의 나무라 했다
잎맥을 타고 네 개의 날개가 돌아간다 쏟아내는 바람의 언어가 흩어
진다 여름이라는 이름아래 숲이 출렁인다 좌우 대칭으로 돌아가며 반
음으로 닫히는 꿈. 오독의 한낮, 시야는 좁고 미지근한 공기는 벽에 부
딪히며 떨어진다 날개바람 속에 오래 머물다 보니 당신의 숲 냄새가 낯
설지 않다.
여름의 밋밋한 일상들 빈방에서 공허하게 고개 숙일 때도 있다 당신이
멈추면 왜 슬퍼 보이는 걸까 가만히 둥근 나무 앞에 앉아 오늘도 읽을 수
있는 바람들을 펼친다 매미 한 마리 울지 않아도 당신은 꼿꼿하다 나는
아무 말 없이 혼자 울고 싶을 때 당신 앞에 앉는다 당신 방의 배경이 되는
한그루 나무, 식물이 되는 꿈. 당신의 가슴에서 산과 바다냄새가 불어온다
―계간 《시인시대》(2024,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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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인데요
지난 며칠 동안은 일교차가 심했지만 한낮에는 푹푹 찌는 찜통더위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텃밭 잡초를 뽑는 것도 새벽 시간을 이용함으로써 땀나는 걸 줄였습니다
제 집에는 선풍기가 여러 대 있는데, 오래 된 것은 고개가 꺾였고 회원도 안됩니다만
그래도 에어컨 없이 여름나기에 아주 유용하게 써먹고 있지요
낮 동안 나무 냄새를 맡고, 초저녁에는 냇가 냄새까지 풍기도록 가까이에 두고 지냅니다
가끔 여름 숲 향기가 느껴지는 걸 보면 모터가 달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네요
오늘은 또 얼마나 오랫동안 선풍기를 끼고 지내야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