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전반기 타격왕'은 싫다.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는 왼손 타자 해태 장성호와 LG 이병규가 일찌감치 내년 시즌 타격왕 재도전을 선언했다.
이병규는 지난 1999년, 장성호는 올 시즌 각각 전반기까지 수위 타자를 달리다 시즌 막판 아쉽게 주저앉은 경험이 있어 내년 시즌이야말로 '두 번 실패는 없다'라는 각오로 스파이크 끈을 바짝 졸라맸다.
/편집자주
■ 이병규
내년에는 타격왕이다.
'적토마' LG 이병규(26)가 일찌감치 내년 시즌 자신의 목표를 정했다. 이병규는 "내년에는 벌써 프로 데뷔 5년차가 된다. 뭔가를 꼭 이루고 싶은 해다. 최다 안타 3연패와 더불어 타격왕 타이틀에 도전해 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해 서울팀 최초로 30_30클럽(30홈런_31도루)에 가입하며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이병규는 192안타로 최다 안타 타이틀까지 거머 쥐었다.
이병규는 올 시즌에도 두산 장원진과 더불어 170안타로 최다 안타 2연패를 달성해 이미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타자 반열에 올랐다. 이병규는 2년 연속 팀내에서 개인 타이틀을 수상한 유일한 선수다.
그러나 올 시즌 이병규를 지켜본 코칭스태프는 대견함과 더불어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유는 바로 최다 안타에 대한 집착 때문이었다.
원래 초구 공략을 선호하는 데다 안타를 치려는 욕심까지 앞서다 보니 곧잘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곤 했다. 6월말까지 3할 6푼대의 고타율로 줄곧 타격 선두를 질주하다가 7월부터 미끄럼을 타더니 결국 타격 8위(.323)으로 시즌을 마감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런 이병규가 보다 많은 인내와 선구안을 요구하는 타격왕 타이틀을 내년 시즌 목표로 내걸었으니 팀으로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난 달 말 플레이오프가 끝난 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병규는 다음 주중 여행을 다녀온 후 내달 초부터 다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게 된다. 타격 재질과 감각에서 가히 국내 최고라 할 수 있는 이병규의 내년 시즌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헌재 기자 uni@dailysports.co.kr
■ 장성호
"역시 타격왕이죠."
지난 15일 페넌트레이스 타이틀 수상자 시상식장에서 만난 해태 장성호(23)는 올 시즌 가장 아쉬웠던 점에 대해 서슴없이 "타격왕을 아깝게 놓친 것"을 꼽았다.
올 시즌 출루율 1위에 오른 장성호의 얼굴에는 생애 첫 타이틀 홀더의 기쁨보다는 자신의 최대 목표인 타격왕의 꿈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장성호는 프로 5년째인 올 시즌 전반기까지 3할 5푼 1리의 고타율로 타격 선두를 질주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왼쪽 팔꿈치 부상과 시드니 올림픽 참가 등으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결국 타격 7위(.324)로 시즌을 마감했다. 손에 잡히는 듯했던 역대 최연소 수위 타자의 꿈이 마지막 고비에서 산산조각난 셈이다.
그래서 장성호는 고질적인 팔꿈치 통증을 없애는 일로 내년 시즌 타격왕 재도전의 스타트를 끊기로 했다. 지난 5월 왼쪽 팔꿈치에 뼈가 웃자라 있다는 판정을 받은 장성호는 올 시즌 수시로 찾아드는 통증 때문에 줄곧 팔꿈치에 붕대를 감고 경기에 출전했다.
16일 삼성의료원에 입원한 장성호는 17일 곧바로 팔꿈치 수술을 받는다. 그다지 심각한 수술은 아니어서 2개월 정도의 재활을 거치면 정상 훈련이 가능할 전망. 2월 초부터 열리는 팀의 하와이 전지 훈련에는 아무 지장 없이 참가할 수 있다는 게 장성호의 말이다.
장성호는 "타격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체력을 더 키워야 한다고 느꼈다"며 "수술 후 삼성의료원에서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근력 강화 훈련을 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신화섭 기자 myth@dailysports.co.kr
●장성호-이병규 1999-2000시즌 타율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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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장성호(해태) 이병규(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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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전반기 .343(6위) .368(1위)
최종 .342(3위) .349(2위)
2000년 전반기 .351(1위) .343(3위)
최종 .324(7위) .323(8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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