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고선을 중심으로 한 서정적 비유 5
- 유재영
1
구름, 바람, 허공까지 하늘 권속 다 모여
누르면 튕겨날 듯 파랗게 휘는 봄날
어제 핀 생강꽃 곁에 휘파람새로 앉고 싶다
2
목마른 산노루가 잠시 쉬다 떠난 자리
옹달샘 물, 한 모금에 산도 따라 젖는다
우전차(雨前茶) 그 뒷맛 같은, 절명시 한 줄 같은
3
햇빛 널어 말리는 너럭바위 한나절은
가래나무 그늘도 겹으로 내려와서
깊어진 물소리들이 풀빛으로 얼룩지네
4
···사는 일이 그렇다면 죽는 일도 마찬가지
멧비둘기 푸득 날자, 급강하는 황조롱이
생과 멸, 짧은 순간이 자막처럼 흘러간다
5
등고선도 오그라든 미간 좁은 골짜기
조생한 새끼 등을 고루고루 핥아주는
어미의 거친 숨소리 그런 밤도 있으리
- 月刊文學, 2023.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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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일지라도 삶의 현장 등고선은 저마다 다릅니다
지금보다 높이 오르려면 서서히 단계를 밟을 수도 있고, 가파르게 솟구칠 수도 있습니다
어쩌다가 아차하는 순간 미끄러질 수도 있어서 체감 등고선이 달라집니다
매 순간 생과 멸이 공존하고 있는 것을 깨닫는 순간에 절명시 한 편이 완성되는 것이지요
오늘도 누군가는 완만하게 오를 것이고, 누군가는 필사적으로 기어오르겠지요
무더위 속에서 마주하는 삶의 현장이어도 기왕이면 조금 서정적으로 맞아보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