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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daum.net/roadnowtaken/7866059
여행관련 강의도 가끔 하고, 블로그도 하다보니 적지않게 여행에 대한 문의가 많다.
그럴때 꼭 빠지지 않는 내용이 있다.
"음. 여행은 일주일정도 가는게 좋죠. 찍고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여권 도장 받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면 무리되더라도 가능한 길게 가세요" "그리고 스트레스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여행은 국내든 국외든 가시는 게 좋아요"라고 하면 꼭 이런 말이 나온다.
"하지만 시간도 없고, 돈도 그렇고, 애들도 있고..."
아니 그러면 왜 여행 문의하는건데? 왜 못가는 이유를 나에게 확인받고 싶은 건데?
이런 분들은 여행을 가기 위해 문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을 못 가는 이유를 자기자신에게 확인시키는 작업의 일환으로 문의하는 경우다. 아니, 여행은 가고 싶으면 가면 되는 것이다. 누가 등 떠밀어서 가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 출장이고, 업무아냐? 그럼에도 내가 여행에 대해 이러저러한 얘기를 하면 반드시 이런 말로 마무리한다.
"에휴~ 이번에는 안되고 나중에 갈 때 조언 부탁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시간이 날 때 가는 여행이라는 것이 있을까? 모든 여건이 맞아서 가는 여행이 있을까?
나조차도 여행을 위해 이것 저것 포기하고 간다. 비정규직으로서 일안하니 벌이가 줄고, 하는일 스톱하고 가야하니 가기전, 다녀온 후 업무 강도 쎄진다. 그래도 여행을 가야겠으니 가는 것이다.
대한민국, 아니 세계적으로 시간남고 돈남아서 여행가는 사람은 1%도 안된다.
양 손에 떡 들고 있으면서 다른 떡을 집으려 하니 그게 되나..
어찌되었든 하고 싶은 말은... 여행을 가야겠다 싶으면 과감히 욕심을 접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가기전에 후회, 여행지에서 근심, 갔다와서 후회밖에 없다.
유럽의 흔한 나라들처럼 국가에서 알아서 휴가 4-6주 주지 않는 나라에서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다.
브라쇼브로 가는 길.
이번 동유럽 여행에서 도시간 이동은 대부분 기차. 편하기도 하고, 화장실이 있다는 안도감이 크기 때문.
시기쇼아라에서 브라쇼브는 2시간 30여분의 짧은 거리라 2등칸을 탄다. 그래도 구획이 되어 있는 모습이 좋네...
근데 동유럽 사람들 역시 친절하다. 원래 우리 좌석 찾아서 앉았는데, 표검사 하더니 자기네 말로 이래저래 말한다. 물론 못 알아듣지... 하지만 여행자에게는 필이라는 것이 있다. 뭔가 우리에게 좋은 일을 하고자 함이 팍~팍~ 느껴진다. 손짓으로 어디를 가리키기에 함 따라가 봤더니...
옆칸 빈 좌석을 가리킨다. 역쉬~
아까 우리 좌석칸은 사람이 별로 없는 관계로, 아니면 객차가 오래된 관계로 난방이 전혀 안되었다. 6좌석에 우리 부부만 앉아 가서 다행이다 했는데 점차 밀려드는 한기...그런데 여기는 너무 따시다. 사람들 인상도 좋고 우리끼리 앉도록 자리를 내준다.
오케이! 하고는 냅다 늘보에게 뛰어간다. 룰루랄라~
아침 한기를 참지 못하던 늘보. 뒤척거리다 따뜻하다는 말에 냉큼(은 아니고...밍기적거리다) 일어선다.
덕분에 루마니아 사람들의 미소와 함께 기차여행을 마무리한다.
"역쉬 사람은 다정다감하게 생겨야해... 내 인상이 좋으니까 이런 친절도 받는거 아냐? 내가 험상궃게 생겼어봐. 이런 행운이 어디있어?" 라는 말과 동시에 늘보의 썩소가 픽 날아와 내 가슴에 꽂힌다.
'마눌, 난 너의 썩소의 의미를 알고 있어. 그러니... 확인사살은 하지마 ...ㅜ.ㅜ'
날씨가 계속 좋다. 아무래도 늘보는 유럽과 친해져야 할 운명인갑다. 제주도, 일본은 갈 때마다 날씨가 찌질하더니 유럽은 글루미선데이 헝가리 빼고는 다 좋다. 여기가 브라쇼브 중앙역. 시기쇼아라에 있다와서 그런지 도시의 스멜이~ 멀리 맥도날드도 보이고, 택시도 세련되어 보이고... 버스도 많다...
우리 숙소는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찜한 곳. 숙소 설명에는 역에서 걸어서 20-30분 거리라고 했더랬다.
그리고 역에서 오는 방법도 자세히 설명되었다. 그래서 출발했다. 따스한 날씨를 즐기며,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며... 그런데...
여기도 중국의 대륙의 정기를 받았는지, 30분을 가도 도대체 숙소 근처 4거리가 안나온다. 여기는 한 블럭이 한 700-800미터는 되는 듯 하다.
"어이 마당쇠야~ 대체 어디까지 가야하느냐! 약속한 20분은 훨씬 지나지 않았더냐..."
"아니요 마님, 그게, 지도상으로 이리 쭉 가면 되는데, 생각보다 멉니다요. 쪼매만 참고 가시죠"
요런 대화를 주고받으며 터덜터덜 걷는데, 30분이 지나가니 도시의 스멜은 어디가고 삭막한 도시풍경과 휑 지나가는 차들의 매연만 맡게 된다. 모처럼 무거운(그래봐야 10kg이내 무게) 배낭을 메고 걸으려니 나도 힘들고 늘보도 힘들어 한다.
그나마 좋은 것은 여기 차들은 절대적으로 보행인 중심이라는 것.
한창 잘나가는(?) 김기자일때 주로, 심심할 때마다, 생각날때마다 썼던 것이 우리나라 교통문화의 후진성이다. 도대체 횡단보도에서도 사람이 차 눈치를 봐가며 건너고, 차들은 행여나 자기 주행을 방해하는 보행인에게 냅따 크락숀을 울려지 않는가. 매번 기사에 강조했던 것이 '교통은 보행인 우선이어야 하며, 철저하게 횡단보도 멈춤을 지키고, 인도를 가로막는 주차는 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차없는 생활을 하는 내가 가장 경멸하는 것이 자기만 편하자고 보행인을 불편하게 만드는 운전자 족속들이다.
그런데, 여기 운전자들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보행자 중심이다. 멀리서 겁나게 빨리 오더라도 신호없는 횡단보도에 사람이 건널라치면 순한 양처럼 다 건널때까지 정지선에서 기다린다. 모든 차량이 그렇다. 시기쇼아라에서는 소도시라 그런가 했는데, 브라쇼브, 루마니아 제2의 도시마저 철저하게 보행인 중심이다. 감격적이기까지 한 그들을 본받아야 한다.
횡단보도를 우습게 알고, 보행인을 발가락 때처럼 여기는 당신들! 당신들도 운전대 놓으면 보행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그렇게 40여분 넘게 걸어서 찾은 게스트하우스 <라데스파니>. 호텔이 아니라 가정집이다보니 겉에 제대로된 간판도 없다. 설명해준 대로 5번째 파란대문을 찾으니 그제서야 조그마하게 숙소이름이 적혀있다.
그렇게 들어선 숙소. 그런데... 디게 좋다.
건물은 3개인데, 두개를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고 하나만 자기집으로 사용한다. 거기에 작지만 수영장있고, 밤에는 사우나도 운영한다. 알고보니 루마니아 남푠과 에스토니아 부인이 살다보니, 부인이 필요로하고 즐기는 사우나 시설을 갖추게 된 것.
거기에 건물마다 리빙룸과 키친을 멋스럽게 마련해놓아 게스트들이 말그대로 편히 쉴 수 있도록 해놓았다.
그러니 우리 부부가 어찌 했을까...냉큼 근처 슈퍼에 가서 장을 보고 아점을 먹는다.
여기가 리빙룸인줄 알았는데, 그냥 키친이다. 리빙룸 아니 게스트들이 뭉칠 수 있는 응접실(?)은 지하에 따로 되어 있다.
요게 아점인가? 어쨋든 루마니아 대표 맥주와 함께 드셔주시고...
요건, 시기쇼아라에서부터 따라다닌 몸살기를 쫓기위해 마련한 닭백숙. 늘보나 나나 요거먹고 힘이 났다.
뭐니뭐니해도 한국사람은 국물만한 것이 없는 듯. 옆에 와인 보이시는가? 이번 동유럽에서는 맥주는 거들뿐 와인을 주로 마셨다. 와인 맛나고, 싸고, 적당히 취하고...좋다.
먹고 집을 나서는데 멀리 브라쇼브가 보인다. 보이시는가? 저 멀리 탐파산에 세운 입간판이? 헐리우드가 산에 세운 것처럼 여기도 산에다가 브라쇼브 입간판을 세웠다. 그런데 대부분 도시에 저런 입간판이 있단다. 가는 도시마다 찾아보는 것도 재미날 듯...
브라쇼브는 대도시급에 속하지만 동유럽이기에 구시가지의 오래된 동네가 존재한다.
집에서 30여분 걸어 찾아간 구시가, 혹은 성의 지도.
유럽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교회 혹은 성당도 멋드러지게 자리를 잡고 있고...
이 블랙처치는 오스트리아의 침공시 화재가 나서 검게 그을린 흔적이 있다.
오르간 연주회를 주2회 하는데 날짜가 안맞아 못본게 아쉽다.
마찬가지로 유럽 어느 도시마다 마련된 광장도 시원스레 자리잡고 있다.
스파툴루이 광장을 둘러서 노천까페가 있고, 한켠에는 분수도 있고... 아 좋다~
셀카봉을 사야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게 한 사진.
실제로 내 얼굴은...........................크다. 어머니....왜 날... 크흑~
한가로운 동유럽 어느 광장의 오후모습.
멋스럽게 기다리는 40대 초반 중년의 여유로움은 개뿔...
걍 사진 찍겠다고 포즈잡으라는 늘보의 성화에 괜히 심각한 표정을...쿨럭~
글구 여기도 정해진 시간에 퍼포먼스를 한다. 물론 관광객을 위한 것이겠지만 6시 정각에 요런 사람들이 구시청사 앞에 정렬을 하고...
건물 꼭대기 쯤에 악대가 자리잡고 이러저러한 음악을 연주한다. 그런데 저 사진속의 사람들은 걍 서있기만 한다. 음악 나오는 도중에 어떠한 퍼포먼스를 기대했건만... 끝까지 서있는 게 전부였다...
글구 우리의 중요한 일정 중 하나인 워킹투어(Free Walking Tour)가 여기에서 시작한다. 프리워킹투어는 유럽 곳곳에서 진행되는데, 예약 그딴거 없이 시간되는 사람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만나 가이드따라 도심 관광을 하는 것이다. 대부분 20명-30명이 함께 다니게 되며, 3시간 정도의 일정으로 핫스팟을 두루 구경시켜주며 설명해준다. 물론 영어로 진행한다.
그런데 이때 주의해야 한다. 영어로 진행하다보니 처음에 주의깊게 듣다가 나중에는 말하는 거 멍청하게 듣기만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투어가 다 끝나면 팁 형식으로 1인당 성의표시를 한다. 프리라고는 하지만 가이드들이 학생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학비 조달을 위해 나온다고 하는데... 보통 하루 투어의 10-20%선에서 주는 경우가 많다. 다시말해 해당국가에서 한끼 식사를 할 정도의 돈을 주면 될 듯.
브라쇼브 구시가의 곳곳을 이리저리 구경하며 보내다 보니 9시가 가까운 시간에 끝났다. 성안의 독일인을 위한 성당도 보고, 성밖으로 쫓겨난 루마니아인을 위한 정교회도 보고...(정교회는 외부에 동상이 없어 구별하기 쉽다) 야밤에 화이트 타워 등반까지 하고... 하지만 새로 배우게 되는 사실도 많고 유익한 투어. 강추!!!
근데... 우리 체력 생각을 안했다. 앞서 말했듯이 하루 5시간 근무 이상을 싫어하는 40대부부가 3시간을 따라다니다 보니 체력이 고갈되었다. 그래도 사진찍을 때는 방긋!!!
그리고......
9시 넘은 밤에 관광지도 아닌 주택가, 그것도 아무도 없는 길을 걸어 터덜터덜 오자니.. 낮에 봤던 선해뵈는 사람들이 무섭게 보인다. 특히 20대 어린 것들... 무섭다.
그래도 아무 사건없이 집에와 잘 먹고 투숙객들과 싸우나 체험도 하고 잘 잤다.
브라쇼브 둘째날. 오늘은 루마니아의 유명인사 드라큘라의 본거지라고 알려진, 하지만 진짜 드라큘라가 거쳐 갔을 뿐인 브란성으로 간다. 어제 가이드왈, '외국 관광객들이 몰려와 드라큘라 성을 찾으니, 비슷한 걸 찾아낸게 브란성이다"라고.. 중국의 '잃어버린 지평선'-샹그릴라 만들기랑 비슷하다.
대부분 하루투어로 가지만 배낭객들은 걍 버스타고 간다. 호스트가 숙소에서 터미널까지 걸어서 10분 거리라기에(20분 거리였다 ㅡ.ㅡ) 걸어가 표를 사고 갔다. 1시간 안 걸린다. 사진이 터미널.
가는 길에 루마니아의 흔한 농촌 풍경도 감상해 주고...
브란성에 이르르면 운전기사가 브란성이라고 말해준다. 그런데 성 입구에서부터 관광지의 냄새가 물씬난다. 우리네처럼 여기도 입구부터 잡동사니 기념품 가게와 식당들이 즐비하다.
잘 찾아보면 효자손도 있을 것 같다.
어디나 그렇겠지만 브란성 입장료 비싸다. 하지만 루마니아에 왔으면 봐야 하기에 걍 질렀다. 비싸지만 성 구경은 첨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우리 사진 뒤의 모습이 별 볼품없는 성(성이라면 독일 휘센의 노이슈반스타인성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나? 디즈니랜드의 모델이 되었던 성말이다)이 브란성이다.
자그마한 성인데 미로처럼 관람동선을 만들어 놓아 한참을 구경하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기념품가게를 지나게 하고... 참, 티켓을 사면 매표소 앞에서 한번 체크하고 성안에서 또 한번 체크한다. 버리면 안된다. 아마도 한번 들어간 사람 또 들어갈까봐 이중 체크하는 듯.
뭐, 예전 성주라고 크게 다르게 살지는 않았네...뭐...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궁전으로 사용되었다더니 음침하기는 커녕 샤방한 느낌이다.
포털에서 브란성치면 나오는 대표적인 구도의 사진.
우리 사이에 계신 분이 루마니아의 영웅, 흡혈귀라고 난자당하는 블라드 체페슈 3세.
왕가의 문장
예전에는 저걸로 싸웠나보다. 맞으면 아프겠다.
브란성을 휘리릭 돌아보고 성앞에 조성된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이것도 재미난다. 연못과 정원이 성을 배경으로 근사한 사진하나 나오게 만들었다.
브란성의 다른 각도의 모습.
2시간 안되게 구경하고 바로 브라쇼브로 출발. 내릴 때의 반대편 정거장에서 앞에 브라쇼브라고 써있는 버스 아무거나 타면 된다. 차비는 운전사에게 주면 끝.
그리고 브라쇼브에서 유명한 식당 <까사튜더>에서 루마니아 음식을 먹자는 늘보의 제안에 흔쾌히 식당을 찾아나선다.
입구부터 세련되고 '나 비싸요'라고 말하는 듯한 식당이다. 현지인들에게 유명한 곳.
떡갈비 같은 '미치'와 유럽 돈까스 '슈니첼'. 짜지만 맥주랑 맛나게 먹는다.
늦기전에 숙소에서 한 컷 찍고... 정말이지 위치만 빼면 완벽한 곳이다.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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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http://cafe.daum.net/bp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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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 재미있는 설명에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동유럽 음식이 짜것이 맥주랑 마시라고 저런것인지.. 왜 그리 짠지 모르겠어요.. 즐감합니다.
잼있어요...
좋으셨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