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blog.daum.net/roadnowtaken/7866063
인도 바라나시에서 한달여 매일 밤 파티아닌 파티를 하며 늘어지는 여행을 할 때 만났던 동생이 있다.
당시 기억에 남는 것은 12월 31일과 1월 1일 사이 밤. 그 동생에게 새해를 맞이하는 뉴이어 파티에서 계란 한판을 삶아 30대 진입을 축하 혹은 위로했던 즐거움.
당시 바라나시 옴레스트는 유난히 한국 여행자가 많았고, 킹피셔와 백파이퍼, 빠니르를 나눠 먹으며 사는 얘기, 여행얘기를 했더랬다. 정이 많이 오고 갔던 나날이라 헤어질 땐 짠하기도 했던, 또 다른 공간으로 여행을
가는 것 뿐인데, 그런 사이였다.
그랬던 동생이 책을 냈다기에 도서관에 구입신청을 하여 어제, 그제 읽었더랬다.
홍대 상상마당에서 이지상 씨가 진행한 여행에 관한 강의를 들은 후 수강생 몇명이 뭉쳐 책을 낸 것이라던데.
그들이 쓴 글을 읽고 여러 생각이 스친다. 수강생들의 글은 다양했다. 자잘한 내용을 이어나가는 모습, 자신의 주관적 해석을 강조한 부분, 글과 글 사이의 연결이 어눌한 경우 등. 하지만 그러한 글이기에 그러한 책이 의미가 있지는 않을까 싶었다.
책의 서두에는 출판을 도와 준 이지상 씨의 해설이 쓰여있다. 이지상 씨는 프로작가다 보니 여행기의 특성과 호흡 조절 등을 요구하기도 했고, 출판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등을 서포트 해줬다고 하는데, 그의 조언 중 하나가 눈에 밟혔다.
'여행기는 정보 아니면 특이한 것, 아니면 글쓴이의 인기가 아니면 성공하기 어렵다'라는 지적.
동의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에게 있어 여행기는(블로그에 끄적이는 수준이지만) 나의 역사이고, 나의 기록이며, 사람들과의 소통이다.
길위에서 펼쳐지는, 겪어야 하는 일들을 서술하고, 나름 독자들과의 대화를 이어나가는 과정이다. 10여년 넘게 글쓰며 먹고 살기는 했지만 여행기라는 '기준'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글의 깊이나 매끄러움, 재미 등이 여행기의 기준이라는 식의 말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그 때문이 아닐까? 자유롭게 손가는대로 써내려가는 글이 여행기라고 생각했기에 그의 지적을 보고 난 후 나의 지난 모습을 살펴보기도 했지만. 아직도 모든 글, 아니 모든 행위에 대한 기준을 세우려는 일련의 시도에는 세모눈을 뜨고 바라보게 된다.
세상의 모든 것에 기준을 정해두고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틀린 것이라고 지적하는 사회(물론 이지상 씨가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다)에서 글쓰기마저, 그것도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가 서술하는 여행기마저 이러저러한 기준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나의 블로그에 쓰여지는 나의 여행기는 길위에서 만난 사람의 온기와 자유와 재미, 거기에 정보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시작은 여행" 이지상 외 13명 지음. 출판사 봄앤
브라쇼브에서의 2박3일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부쿠레슈티로 가는 날.
미리 알아본 열차일정대로 아침 밥을 먹고 바로 역으로 향한다.
언제나 여행을 위한 기차역은 생동감과 기대감으로 설레이게 한다. 비록 왁자지껄한 복잡한 서유럽의 기차역은 아닐지라도 브라쇼브 역에서의 느낌도 그러했다. 아침해의 따스함을 찾아 자리를 옮기며 허름한 기차를 바라보는, 그리고 한 켠에 모여 소소한 일상얘기를 나누는 현지인들을 보면 새로운 공간에 대한 기대감이 넘치는 것이다.
시기쇼아라에서 브라쇼브까지 2시간 30여분이 걸린 것처럼 브라쇼브에서 부쿠레슈티까지도 그 정도의 시간이 예정되어 있다. 다만 이 구간은 루마니아의 가운데 놓인 산맥을 넘어가는 길이라 높은 산의 모습과 광활한 평야를 고루 즐길 수 있다.
위 사진은 1등석이다. 깨끗하고 깔끔하지만 배낭객의 입장에서는 굳이 앉을 필요없는 그런 자리일 뿐이다.(절대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ㅡ.ㅡ) 우린 루마니아 아가씨 한명과 아줌마 한명과 마주보며 앉아 갔다. 그런데 공기좋은 산속 요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가는 길이라는, 한류를 줄줄 꿰는 이 아가씨의 암내가 장난이 아니다. 난 내내 외면하고, 계속 이야기를 받아주던 늘보도 한시간 후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ㅜㅜ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산과 계곡과 평야를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부쿠레슈티.
여기서는 미리 소피아까지 이어지는 야간열차 표를 사놓아야 한다. 우리의 미션이 시작되었다.
"돈을 환전하여 불가리아 소피아행 침대열차를 획득하라"
어느 나라든 처음에 가면 늘 버벅이는 것이 환전이다. 우리는 이미 헝가리에 입국하며 공항에서 되도않는 수수료를 물고 돈을 찾은 경험이 있다. 다행히 루마니아에서는 은행을 통해 안전하게 미션클리어 했지만 시기쇼아라에서 바꾼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요기가 부쿠레슈티 역의 모습이다. 저 끝에가 플랫폼 되시겠다.
"마눌, 불가리아 소피아가는 표 사야 하는데, 매표소가 어딜까?"
"어딜가든 안내소는 있기 마련. 저기 안내소에서 물어보자"
하지만 안내소에서는...
"If you want buy t~ 불라불라~" "오케이 땡쓰"
"마눌 어디래?", "어? 서방이 듣지 않았어? 난 딴 생각하느라 못들었는데?"
그랬다. 서로 들었겠지 하고는 걍 땡큐만 하고 나온 것. 하지만 뭐, 역 안내지도 보면 알겠지...
그랬는데, 지도보면 알줄 알았는데, 여기는 매표소가 너무 많다. 3-4군데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여행이 이렇지뭐. 마지막에 간 매표소에서만, 그것도 1번 창구에서만 소피아행 야간열차 표를 팔았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장벽. "우리 전산이 없어서 유로는 받지 않아. 돈 바꿔서 와"
하~
여행자들의 금기사항인 공항이나 역에서의 환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나가서 은행을 찾아 환전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사람은 간사하다.
바로 옆에 있는 ATM을 모른척 하기 어려웠다. 하는 수 없이 엄청난(사실 그리 큰 금액도 아니지만) 손실을 입고 돈을 인출한 후 다시 간 창구.
또 다시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내지른다.
"어쩌니? 2일 후 표는 매진이네" 태연한 대답에 우리는 멘붕이 된다.
'어쩌지? 대도시에서 3박이나 해야 하나? 오래 있기 싫은데, 그리고 여기서 시간을 허비하면 불가리아에서는 3박 밖에 못하는 거잖아. 1등석을 질러버려? 뱅기를 타버려?'
1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오만 생각이 지나가고 난 후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에는 3일 후 부쿠레슈티-소피아 구간의 2등 침대칸 티켓이 들려있었다.
어쩔 수 있나. 이렇게 된 것. 부쿠레슈티를 즐겨보자고~~
부쿠레슈티에서의 숙박은 부킹닷컴. 늘보가 취사 가능한 에어비앤비를 구하려다 두어번 까인 후 비슷한 숙소를 구했다. 아파트먼트라고 하더니 진짜 아파트먼트이다. 현지인들의 집을 꾸며 룸 하나, 주방, 화장실 하나로 구성된 아파트를 빌렸는데, 여기서 또 하나의 삽질이 이어졌다.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여행에 핸폰을 개통해 다니지만 우리는 겨우 메일로만 집주인과 얘기하다 보니 기다리기로 한 곳에서 만나지 못했다. 결국 길바닥에서 자야하는거 아냐~하는 걱정속에서 30여분 지나서야 만나기는 했지만... 그 친구도 우리 앉은 자리에서 10미터 옆에서 계속 기다렸단다. 이럴 때 보면 우리가 노친네같은 기분도 들고 말야... 담엔 스카이프(인터넷전화)라도 충전하고 나와야겠다.
어쨋든 뽀송한 침대와 쇼파, 주방, 욕실이 있는 아파트 키를 받아들고 본격적으로 동네탐방에 나서볼까...?
미리 말했지만 우리는 숙소를 정하면 그 동네를 우선 한바퀴 돈다. 그래야 슈퍼가 어디고, 어디가야 버스타고 하는 것들을 알 수 있으니까...
근데 동네 부근에 요런 설치물이 있다. 이쁘지 않은가?
숙소 앞이 부쿠레슈티의 가장 큰 대로이기도 하고, 현지 젊은 애들의 거리같다. 맥도널드, 케이에프씨, 카페 등에서 자유롭게 흡연을 하며 똥꼬골을 내보이는 친구(나름 힙합바지겠지?)들이 아주 많다.
그렇게 돌아댕기다 현지인들이 많이 간다는 맛집도 발견하고...(Y's Gourmet 루마니아편)
루마니아 수도에 온 기념으로 거하게 밥 한끼 먹기로 하고 또 다시 셀카질을 한다.(맨날 나만 찍어. 그러니까 내 얼굴만 대빵 크게 나오자나~~~!!)
이제는 흔하디 흔한 동유럽 동네 동상들. 누군지도 모르겠다. 설명도 없다.
다음날 인민궁전을 보러 가는 길이다.
늘보는 여행만 나오면 에너자이저가 되어 버린다. 참고로 숙소에서 인민궁전까지 지하철로 3정거장, 걸어서 1시간 거리이다.
꾸역꾸역 걸어서 parcul paita unirii까지 걸어오니 저 멀리 인민궁전이 보인다.
루마니아의 'The Strong Man'(타임지가 누구에게도 그런 표현을 썼더랬다. 누군지 말해도 되나?) 독재자 차우세스쿠가 김일성의 주석궁을 보고 난 후 삘받아 건설을 명한 궁전. 짓다가 차우세스쿠가 처형당한 후 밀어버리려 했지만 밀어버리는 것보다 마저 짓는 것이 돈이 덜 들어서 마저 지어 버린곳. 가장 운치없고, 멋없고, 돈 처발랐다고 유명한 궁전. 그 곳이 부쿠레슈티 인민궁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지어졌기에 관광객들도 많이 몰린다. 아마도 차우세스쿠가 얼마나 뻘 짓을 했기에 유명한가 확인하러 오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나도 그랬으니까...
정해진 코스가 있고, 정해진 시간이 있다. 싸지도 않은 관람료. 하지만 늘보가 원하므로 꽤 비싼 입장료를 쾌척하고 3시간 후 탐방을 예약한다. 참, 여기는 정해진 코스를 가이드와 함께 돌아야 한다. 개별 행동을 할 수 없다. 화장실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곳에서만 가능하다.
영어투어를 예약하고 남는 시간동안 공원이나 돌아보기로 한 우리.
인민궁전 바로 앞 공원에서는 벼룩시장 비스무리한 것이 펼쳐졌다.
여기서도 늘보는 빵과 치즈에 정신이 없는데...끌고 갔다. 안돼를 연발하며...캬캬캬~
하지만 시스미규 공원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우리네 장터같은 것이 펼쳐졌는데, 좁은 통행로에 부스를 만들어 놓아 사람에 밀려 다녔다. 그 와중에 늘보는 사람 많이 서있는 부스는 꼭 먹어야 한다며 나를 세워 놓았고, 나는 현지인들의 새치기를 참아가며 20여분 기다려 루마니아 빵을 득템하기도 했다.
나란 사람. 줄서 있는 것 짜증내는 사람이지만, 새치기하는 것을 보면 열불이 나는 사람이지만, 맥주 하나만 쥐어주면 순해지는 사람이다.
늘보는 나에게 맥주 한잔과 쏘세지를 물려 주었더랬다. 순해지라고...
한 쪽에서 아이들이 놀고
나름 호수에는 오리배와 보트들이 한가로이 떠다니고... 나른한 시간을 즐기시던 우리들... 그때!!!
요런 무대가 우리 눈에 들어왔다.
"마눌, 저게 뭔 뜻이야?"
"부쿠레슈티라는 것만 알겠는데....뭘까?"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 때가, 이 주말이 부쿠레슈티 555주년이란다. 우리로 치면 한양천도 600년 행사쯤 되시겠다. 이상하게도 이번 여행은 가는 곳마다 축제였다. 아무리 유럽 친구들이 축제를 좋아한다지만 어쩌면 이리도 가는 곳마다 장소와 시간이 딱 떨어지는지... 좋다~
한참을 그들의 민속공연과 춤 등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투어시간.
다시 인민궁전까지 꾸역꾸역 걸어간다. 올 때는 가깝더니 다시 갈 때는 왜 이리도 먼건지...
정해진 시간에 40여명의 사람이 함께 인민궁전에 들어간다. 짐 검색 등을 철저히 하고(왜 하는 거지?) 들어간 인민궁전. 말로 설명할 수 없게 크단다. 높이가 얼마고, 길이가 얼마고, 방이 몇개고... 설명을 하지만 나에게는 어느 궁전을 방문할 때나 그랬듯이, '이거 지으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생하고 죽었을까'만 생각난다.
테라스에서 사진 찍을 시간을 10분정도 주는데... 마눌과 나... 경치만 바라본다.
흔한 부쿠레슈티의 거리 모습...
이제 내일은 이 거리를 프리워킹투어로 다니게 될 것이다
저녁은 남은 짜장가루로 흔하디 흔한 짜장밥을 만들어 볼까?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
★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http://cafe.daum.net/bpguide)
|
첫댓글 자세한 설명에 같이 여행을 하는듯 합니다
즐감하고갑니다
좋으셨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