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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갑자기 들린 소식에 가슴이 저린다.
마왕 신해철의 부음소식. 20대를 함께 하고 그의 철학과 삶에 대한 방식에 동의하던 터라 더 아쉬운 이별이었다. 또한, 연예인 중에서 몇 안되는 자기소신이 확실하고 할 말을 하는 그였기에 안타깝다.
그가 생전에 했던 말과 글이 다시 SNS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 그의 자유스러운, 혹은 굽히지 않는 의지에 대한 코멘트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동감하는 부분이 '꿈을 이루려 하지 마라, 꿈을 이루려하기 보다 행복해지려 해라'였다.
우리 대한민국 사회의 아픈 지점을 강력히 지적하는 말이 아니었나 싶다. 경쟁과 성공에만 매몰되어 자신과 가족의 희생을 요구하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를 행복에 맞추라는 그의 말.
나 역시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현실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것이 행복과 만족감이다.
80세 쓸 돈을 모으기 위해 현재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하는 우리 부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신성시되고 우선시되는 돈에 대한 집착대신, 자유와 즐거움, 행복을 우선시하기에 우리는 다시 길에 설 수 있다. 주변에서 '부럽다, 너처럼 살고 싶다, 제일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 때마다 멋쩍은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카르페디엠"
"현재를 즐기세요. 올지 안올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걱정 대신 길을 나서세요. 이런 저런 핑계로 외면하지 마세요. 당신은 충분히 삶을 즐길 자격이 있습니다"
바로 이 말이 오늘 다시 가슴에 오롯이 새겨진다.
부쿠레슈티에서의 세번째 날.
원래 비켜가기로 했던 프리워킹투어를 간다. 2박만 하기로 했던 우리로서는 없던 일정이 생긴 것이지만 브라쇼브에서 좋은 경험을 했기에 여기서도 참가한다. 부쿠레슈티에서의 투어는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진행된다. 저녁나절에는 나름 나이트 문화를 즐기고자 오전 투어를 간다.
다시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타고 찾아간 통일 광장. 그 곳에 있는 시계탑에서 투어는 시작된다. 정해진 시간에 그 곳에 찾아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투어인데, 아뿔사 10명이 안되는 사람만 있다. 적어도 20명은 되어야 진행하는 사람도 힘나고, 투어하는 사람도 부담이 적은데, 고작 10명으로는 하는 사람이나 다니는 사람이나 부담이 된다. 팁을 얼마나 줘야 하는거지....?
부쿠레슈티 시내에 흐르는 담보베짜강. 강이라기엔 작고 천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부쿠레슈티 관광은 대부분 인민궁전과 올드타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워킹투어 역시 인민궁전을 멀리서 본 후 바로 올드타운으로 이동한다.
올드타운에는 자그마한 교회와 오래된 건물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고스란히 드러낸채 우리를 맞이한다.
위 사진 역시 자그마한 교회인데, 스타보로폴레오스 교회이다. 차우세스쿠의 종교박해를 피해 교회를 통으로 옮기거나 나눠서 옮기는 일들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루마니아 정교인 듯, 마침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경건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예배를 보자니 세계에서 발생하는 전쟁의 대부분이 종교때문이라는 역사적 현실이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제발 교리를 멋대로 해석하지 말고 '평화와 나눔'이라는 본연의 목적만 이루면 안되나....
캐러반들이 쉬어가던 마누스 인, 이제 익숙해진 체페슈 동상을 지나..
가이드가 침 튀기며 설명하며 혹은 까대며 설명하던 역사박물관 앞의 늑대를 잡은 로마 황제 조형물.
시기쇼아라에도 늑대젖을 먹고 자란 로물루스,레무스 형제(로마의 건국 설화)의 동상이 있었다.
이 트라이아누스 황제는 루마니아의 고대 다치아 왕국을 점령했는데 버젓이 국립박물관 앞에 세워져 있다. 가이드도 불편한 마음인듯 여러가지 패러디 사진을 보여주었다.
10명 밖에 안되기에 열심히 들을 수 밖에 없었던 워킹투어. 늘보 역시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DNA 작동으로 인해 그 어느때보다 열심히 듣(는 척)는 모습이다. 오른쪽 빨강 옷이 가이드 라즈반. 인상은 그리 착해보이지 않지만, 어쩌면 사람이 적어 힘이 빠지고 화가 나서 일수도 있지만, 두시간 넘게 열정적으로 설명하였다.
요기도 올드타운내에 있는 U자형 상가. 위에는 프라스틱 천장을 달고 모든 테이블을 거리로 내왔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한가롭게 얘기하며 맥주 한잔, 와인 한잔하기에 분위기 좋을 듯.
요기가 혁명 당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혁명기념비이다. 근처에 탄흔이 생생하다.
음... 이렇게 보면 한국인은 없는 것 같다. 난 다국적, 어느 나라 사람이라도 믿을 듯한 모습이고, 늘보는...일본사람 같지 않은가? 마눌...인정할 건 인정하자꾸나... ^^
워킹투어는 역시나 워킹투어답게 3시간 가깝게 시내를 종횡무진 휘젓고 다녔다. 덕분에 다리는 아프지만 우리나라에도 반드시 생겨났으면 하는 바램이 생긴다. 서울이나 부산 등지에 생기면, 아니 전주 한옥마을도 개안겠다, 외국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참여하지 않을까? 혹시 이 글을 보는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 한번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지...
부쿠레슈티에서 3박4일이 길게만 느껴졌는데 뭐했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 부부 돌아댕기고, 먹고마시고, 또 돌아댕겼다.
늘보가 워킹투어 후에 감기와 그날의 여파로 앓아누워 인스턴트 사골스톡으로 몸보신시켜줬다.
전에 5월에 여행할 때나 이번에 9월에 여행할 때나 날은 추운데 난방도 안되고 옷도 부실하다.
이럴 때 처방으로는 꿀한통 사서 꿀차나 홍차를 마시는게 도움이 된다.
글구 매일 저녁마다 맥주먹고 와인마시고, 음식해 먹고... 잘 먹었다. 딩굴딩굴은 못했지만...
어쨋든 드뎌 소피아로 떠나야 하는 날.
역시나 전화가 없는 문제가 불거졌다.
원래는 오후 12시에 집을 비워야 하는 우리. 이틀전 미리 메일로 레이트 체크아웃을 요청했드랬다. 우리 기차가 밤12시니까 늦게 체크아웃하면 안되겠냐고... 답멜도 없고, 숙소대기자도 없어서 그래도 되는 줄 알았던 우리. 12시에 들이닥친 메이드 청년과 서먹한 인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뒤이어 찾아온 숙소매니저 크리스티앙.
"미안, 메일을 읽지 못했어. 그리고 예약이 되어 있어서 1시안에 비워야 하는데 어쩌지? 미안하다"
아니, 도리어 우리가 미안하지. 당연히 12시에 비워야 하니 안비운 우리가 미안해야 하는데 이 친구가 더 미안해 한다. 이미 방값도 깎아준 친구한테 못할 짓 같아 10분 만에 짐을 정리하고 집을 나선다. 부킹닷컴에 아주 강력한 추천글을 남기겠다는 덕담을 하며... 늘보가 직원친절도에 10을 주었다고..^^
그렇게 집을 나섰는데...어쩐다.
기차는 앞으로 11시간이나 지나야 만날 수 있고, 짐은 10키로 가까이 되고, 앞 뒤로 짐을 메고 있으니 늘보나 나나 거추장스럽다. 이럴 때는 짐 보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부쿠레슈티에서는 짐 보관소가 우리네처럼 지하철마다 있지 않아서 털래털래 역으로 향한다. 역에서 짐 두개 맡기면 된다. 비싸기는 하지만(개당 9레바) 24시간 맡길 수 있는 보관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다.
언제나 여행할 때는 저런 모습인 늘보.
기차역에 짐을 맡기고 남은 시간 뭐할까 고민하다 발길이 닿은 곳은 역시 올드타운 근처.
참, 올드타운 근처에는 까르푸가 있다. 온갖 음식재료에다 루마니아 유명 화장품(제로비탈) 등도 싼 가격에 살 수 있고, 푸드코트처럼 먹을거리 사서 한 켠에서 먹을 수도 있다.
"온 천지에 치즈 천지인 푸드 코트. 늘보가 참 좋아하는데요. 한번 먹어 볼까요"
그리고 느릿느릿 다시한번 올드타운을 거닌다. 걷다 버스킹하는 친구들 리듬에 몸을 맡기기도 하고 나이 많은 할배의 아코디언 따라 베사메무쵸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늘보를 찾아라!!!
마친 한 건물에 마련된 나름 예술품/앤틱 전시회(벼룩시장 같은 분위기지만)도 구경하고...
이 때쯤 나의 흥미도는 0%에 가까워진다.
' 아, 빨리 시간아 가라. 술을 주든, 쉴 곳을 주든 하라고 여왕님아~~~'
올드타운에서 유명한 음식점이 있다. 까루 꾸 베레(Caru cu bere). 와인만 마시던 루마니아에 맥주를 들여온 독일인의 식당이다.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전통공연을 보며 음식을 먹는다는 그 곳. 하지만 우리가 간 날에는 공연을 하지 않는다기에 쿨하게 뒤돌아 나와 근처 사람 많은 식당 노천테이블에서 빵과 고기와 샐러드에 와인을 먹어 준다. 그리고 시간을 보니 슬슬 돌아가야 할 시간.
마지막으로 트램을 타볼까 했더니, 9시가 넘어 티켓판매소가 문닫았고 트램에선 티켓을 안판단다.
마침 남은 돈이 택시비할 정도 되기에 택시타고 역에 돌아가 기차를 기다리는데...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하지만 역시 여행자는 그 나라에서 12살 어린애가 될 수 밖에 없다.
역안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왕좌의 게임' 보면서 기차를 기다리던 우리. 참, 동유럽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구매한 영수증에 있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오픈토일렛 이런거 없다.
8시가 넘어가며 플랫폼을 살피기도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기차가 안들어 온다. 아니 들어온 기차가 있는데, 모스크바라고만 적혀있다. 모스크바가는 기차인갑다~하고 이제는 플랫폼에 나와 앉아 있는데, 아무래도 낌새가 이상하다. 12시 출발인데, 지금 시간은 11시 50분. 그런데 기차는 이거 하나뿐.
차장같이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뒤는 모스크바가는 기차이지만 앞객차 3개가 소피아 간단다.
이런~
너무 안일했다. 유럽에서 객차의 앞뒤별로 행선지가 다른 것은 일반적인데도 그냥 객차가 후줄근하고 모스크바라고 써있는 것 만 보고 걍 기다렸으니...
서둘러 객차에 올라타니 우리 침대칸에 이미 2명이 누워있다.
근데 이 아줌마보소.... 떡하니 우리가 예약한 1층 침대를 차지하고 있다.
어쩌나... 늦게 탄 죄로 찍소리 못하고 늘보만 아래층 주고 난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살금살금 침대보를 깔고 담요를 챙기고 잠을 잤다.
괘씸하기도 했지만 나의 국제적인 코골이로 공생했을 것을 생각하면 그 정도 쯤이야...
새벽녘 국경을 지나며 여권 받으러 온 경찰들. 우리만 코리아라며 20여분 후에 갖다주는 것을 이제는 그러려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며 계속 잔다.
요게 침대칸 모습. 뽀송한 침대보에 감탄했지만, 다른 기차시설은 인도기차보다 낫고 베트남기차에 비해 못했다. 아니, 여기에 비하면 중국, 태국열차는 퍼스트클래스쯤 되시겠다.
글구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침대객차에 승객은 7-8명 정도 뿐. 그렇다면 알아서 빈 자리에 승객을 분산해서 받아야 하는데, 요기서는 걍 한 곳에 때려 넣었다. 같이 잔 루마니아 아줌마(내 침대 쓰고 미안하단 소리도 안한)는 원래 따로따로 배정해야 하는데 승무원들 편의때문에 남자여자를 한 곳에 자게 했다고 분개하신다. 이쯤되면 나도 내 침대 뺏긴 것에 대해 분개해야 하나...?
그렇게 내린 소피아.
여기도 여타 동유럽과 다르지 않다. 오래된 기차역과 오래된 트램들. 그리고 바람까지 불어 으스스한 거리의 낯선 풍경. 불가리아의 첫 인상은 황량함으로 다가왔다.
역앞 저렴한 호텔에 짐을 풀고 소피아 시내 구경.
역에서 트램을 타도 되지만 역시나 걸어서 다닌다.
작은 도로까지 트램으로 연결하는 그네들. 어쩌면 경제적 어려움 속에 필연적인 선택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소피아 도심의 정겨움이 생겨난다. 하지만 여기도 맥도널드로 대표되는 자본주의가 이미 침투해 있다.
그리고 발견한 누들집. 시내에서 가장 요율좋은 환전소에서 줄서가며 환전을 한 후 가장 처음 한 것이 누들집에서 볶음면을 사 먹은 건데, 이게 왜이리 맛있는지... 소이소스(간장)를 베이스로 볶아서인지 볶은 짜장면 맛이다. 짜지만 마눌과 정신없이 나눠 먹으니... 살 것 같다.
알렉산더 네프스키 대성당. 러시아 대공으로 나중에 성인으로 추앙된 인물을 따왔다. 유럽에 그의 이름을 딴 성당이 여러 곳이라 한다. 불가리아의 해방을 위해 오스만(터키)과 싸워준 러시아 군인들을 위해 지은 곳. 성당 안에서 프랑스 처자 에밀리와 다시 조우하는 기적이 있었다. 다른 여행자들과 동선이 겹쳐 다시 만나는 일이 정말 오랜만이다. 정교회 예배도 보고 프레스코화도 구경하고... 남자들 서넛이 부르는 성가대 목소리가 엄숙하면서 청량하다.
소피아 시내에 산재된 곳곳의 관광 스팟을 반나절만에 마스터하고,
기차역에 가서 담날 플로브디프 표를 예매했다. 키릴 문자가 해독 불가능한 암호 같아 거듭 물어보았다.
그리고 가게 찾아 한참 헤매다 저녁거리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 우리.
호텔 옆에 작은 가게가 있는걸 보고 허탈해하며 추워진 날씨에 와인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그리고 다음날. 시간이 많으면 릴라 수도원도 다녀오려 했지만(신심이 강한 불가리아인들에게 이 나라에서 꼭 봐야할 한가지를 꼽으라면 릴라 수도원을 든단다) 부쿠레슈티에서 하루를 더 있는 바람에 과감히 포기.
소피아에서 플로브디프로 향한다. 불가리아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중 하나로 꼽히는 플로브디프.
미리 예고를 하면 우리 여행 중 가장 좋은 곳 중 하나가 플로브디프였다.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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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번도 가보지 못한 불가리아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