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한국인과 중국인, 일본인을 알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물론 서양아이들은 눈 째지고, 머리 검은 사람이라 똑같이 보이겠지만 배낭 여행자들은 대부분 해당 국가를 알아챈다.
우선 일본인.
동양에서 가장 먼저 해외 배낭여행 문화가 시작된 곳이라 그런지 행색은 그렇게 튀지 않는다. 일상적인 옷을 주로 입는다. 판단 기준은 우선 여성의 경우 화장. 분홍색 볼터치를 많이 한다. 그리고 다소 민망한 옷차림(원색 스타킹이라든지, 치렁치렁한 인도식 원피스 등)을 하고 다닌다. 남자는 볼 것 없이 수염 혹은 긴 머리 되시겠다.
다음 중국인.
요즘 들어 한국인과 가장 헷갈리는 중국여행객들이다. 단체여행객들은 걍 보면 안다. 깃발따라 다니며, 다소 철지난 듯한 옷차림을 하고 있다. 특히 손이나 배낭에 차를 담은 병을 들고 다닌다. 배낭 여행자는 그냥 보면 다소 헷갈린다. 하지만 여자들은 확연히 한국인과 차이난다.(한국여자들이 3국 중 가장 이쁘다. 이 말은 가장 치장을 잘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지막 한국인.
여자는 멋쟁이가 많다. 원피스에 구두, 선글래스 등 해외 여행지에서도 패션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한다. 또 여자의 경우 가장 크게 구분되는 것이 안경. 안경은 중국인들도 많이 쓰는데, 해외에서 안경 쓴 동양 여자라면 대부분 한국인이다.
그리고 한국 단체여행객들. 알록달록하다. 원색 등산복을 단체복인양 입고 다니신다.
요즘 한국 여행객들의 복장에 대해 쓴 기사에 대해 왈가왈부가 많다. 어느 매체에서 고가의 등산복만을 입고 다니는 여행객들을 까대는 식으로 기사를 쓴 것인데, 실제로 외국에서도 돋보이는 그분들의 옷차림새는 멀리서도 한국인임을 알리는 표시이기도 하다. 그만큼 많이들 입고 다니신다.
그런데 여기서 나만의 주장을 하자면.
우선 옷은 자신들이 편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들이 그 옷이 편하다면, 그리고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다면 뭐가 그리 잘못인가? 두번째로 고가의 등산복이라고 지적하는 것에는 일견 동의한다. 우리나라의 고가의 아웃도어 옷과 고가의 카메라 열풍은 그리 탐탁지 않다.
하지만 그 기사를 읽은 후 이런 생각도 해본다.
안쓰러운 생각이지만 그 분들의 세월에서는 그리 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우리야(40대 이하) 일찍부터 여행을 다니기도 했고, 그분들의 양분을 먹고 별 어려움없이 자랐지만 그분들은 그렇지 못했다. 가족위해, 자식위해 못 먹고, 못 입고 60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신 분들이다. 그런 분들 입장에서는 느지막히 해외여행을 가는데 있어 아웃도어가 가장 멋나고 편한 옷이지 않았을까? 누구는 이런말도 했다. 평생을 못 꾸미고 사셨던 분들이가장 멋꾸미는 것이 그것이라면 인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동의한다. 얼룩덜룩한 원색의 등산복이라고 지적할 것만이 아니라, 외국아이들이 업신여긴다고 입지 말라고 할 것만이 아니라, 그 분들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는 것.
그것이 길위에서 바라보는 열린 시각이 아닐지...
플로브디프. 불가리아에서 가야 할 곳 중 3번째 안에 드는 곳이다.
소피아에서 차로 1시간 30여분, 기차로 2시간 너머 걸리는 불가리아 제2도시. 나름 대도시인 소피아에서 하루를 보낸 우리는 바로 플로브디프로 향한다. 원래 루트는 흑해의 바르나를 보고 소피아로 가려했지만 부쿠레슈티에서 하루를 더 늘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바르나와 벨리코 투르누보를 제치고 가게 된 곳이다.
플로브디프는 구시가와 신시가로 이루어진 곳. 특히 언덕에 조성된 올드타운은 로마와 오스만 점령기의 흔적인 로마시대 유적과 터키식 가옥들이 아기자기하게 동네를 구성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며, 터키 이스탄불과 기차, 버스로 연결되는 거점 도시다.
기차역에서 내려 우리가 예약한 숙소까지 가야하는데...
진짜 이건 뭐.... 암것도 모르겠다. 키릴문자는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하다. 아라비아 숫자도 없고, 알파벳도 아니고...걍 기차내려서 사람들을 따라가기만 한다.
지도상에는 걸어가면 될 듯 하지만... 과감히 버스를 탄다. 대충 타서 대충 지도 펴 보이며 내릴 곳을 승객들에게 물어본다. 미리 정거장에서 영어를 알 것 같은 학생에게 물어본 탓도 있지만 버스안에서 해결이 될 것 같았다. 다행히 차표 검표원이 타서, 차표 보여주고 우리 갈 곳을 일러주니 기사에게 이리저리 말한다.
하하하!!! 그래서 편하게 왔다. 배낭 메고 30여분 걸어오며 헤멜 것을 겨우 10분만에 찾아냈다.
역시 난 네비게이터였던 것이다...
고렇게 찾은 숙소에 들어가니 떡하니 위 사진과 같이 환영인사가 우릴 반긴다. 한글이 삐뚤거리던, 사진이 형편없이 찍혔든 상관없다. 그들의 조그마한 친절이 투숙객에게는 밝은 여행을 주는 것이니까.
올드타운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올드 플로브디프'. 옛 집을 개조해 만든 곳이라 천장도 높고, 바닥은 온통 마루. 삐걱대기는 하지만 벽면에 그린 프레스코화는 물론 걸린 그림까지 고풍스럽다 못해 어느 성에 온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한다. 더블룸을 예약했는데 4인실을 주어 넓직하니 좋았지만 추웠다.
게다가 숙소 근처는 이런 돌길로 이루어진 그림 속 동네에 있으니 이 아니 좋을 쏘냐...
짐을 풀고 올드타운에서 가장 높은 언덕으로 올라 주변을 조망해보니 짱이다.
하늘은 맑지, 시야는 트였지, 사람도 적지...
이 때부터 플로브디프 사랑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정했다. 오늘 저녁은 반드시 이 언덕에 올라 해넘이를 보며 와인 한잔 하기로...
마냥 좋단다...
우리네 초가을 날씨를 자랑하는 언덕에는 이미 각처에 모델삘 나는 아해들이 자리를 잡고 나름 생각에 잠겨 있다. 글구 동유럽쪽 흡연률은 터키와 막상막하로 높은 것 같다.
요 동상이 나름 유명한데, 요렇게 화가의 뒤에서 찍으면 재미난 각도의 사진이 된다.
화가가 그린 그림 속의 나.
이제는 흔하디 흔한 동유럽의 벽화들도 많고...
역시나 나의 손에는 흔하디흔한 유럽 맥주가 들려있다. 이 때가 늘보의 요청(이라 쓰고 성화라 읽는다)에 숙소에서 추천한 맛집을 찾아나선 시점이다. 다시 말하지만 난 맥주 한캔 들려주면 순해진다...
도저히 해석불가능한 키릴문자. 맥도널드라 읽는다. 덕분에 매장안에 들어가서도 메뉴판을 한참이나 공부해야 했다.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 없기에...
여기도 광장에서의 한가로움은 살아있다. 우리도 이런 광장 많이 좀 만들자...쫌!!!
불가리아에서 유명한 장미관련 제품들(Refan 또는 Rose of Bulgaria).
향수부터 화장품까지 그 향기에 취한다.
로마시대 원형극장도 당시 풍경대로 복구를 해 놓았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려면 돈을 내야 하고, 밖에서 잘보이는 위치에는 어김없이 카페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7000석 규모로 콘서트, 공연 등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앞서 예고한대로 저녁나절 와인과 치즈 등을 사들고 다시 오른 언덕. 서서히 해가 저물 기미가 보이지 않은가...
비록 플라스틱 와인잔이지만 그 안에 해를 담아본다. 2014년 9월의 어느날 플로브디프의 노을은 이렇게 우리 기억에 자리잡았다.
여기서도 축제가 이어진다. 대장장이 축제(Festival of Crafts)라고 해야 하나? 불쇼도 하고...
어린 불가리아 친구들이 가만히 서서, 진짜 가만히 서서, 노래만 부른다. 율동? 그런 것 없다.
관객들도 마찬가지다. 동유럽쪽을 돌다보니, 서양인들에 대한 우리 편견과 달리, 동양인들처럼 표현이 약하다. 흥에 겨워도 박수가 고작, 어깨들썩임이 전부다.
담날 아침 어젯 저녁의 와인이 그리운지 언덕에 올라서 플로브디프의 전경을 새기고 있는 늘보.
그리고 사이좋아 보이는 할배들이 버스킹을 하던 곳...
골목골목에 명화를 모방한 그림이나 공예품, 장신구 등을 파는 아기자기한 가게가 많다. 플로브디프는 태국의 빠이와 같은 곳이라 실제 예술가들이 자리잡고 작품활동도 하고 판매도 하며 살아간다. 각 천막마다 번호가 있고, 정기적으로(주말마다?) 벼룩시장이 열리는 것 같다.
사실 이 자리를 빌어 늘보에게 미안함을 얘기한다. 10년 넘게 매일 카메라만 들고 다닌 서방을 두고도 여행을 다녀오면 다큐멘터리 사진만 있냐며, 홍콩을 가도, 파리를 가도 남들이 흔히 찍는 멋있는 사진은 별로 없고, 상해의 빈민가, 홍콩의 하수도 배관, 빠이의 넘어진 전봇대 같은 우중충한(?) 사진뿐이라고 하소연하는 늘보.
미안타. 사실 난 10년 넘는 기간동안 카메라 들고 다니며 사람 찍고, 고발하는 보도사진만 찍어서 그럴지도 모른단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여행을 가면 멋진 풍경보다는 그 안의 사람이 눈에 들어오고, 엄청 큰 성이나 교회를 봐도 그 안에 남아있을 당시 사람들의 땀만 보인단다.
첫댓글 설명이 너무 근사해 푹 빠져 여행기를 감상합니다
감사합니다
화가상에서의 사진이 멋집니다 대단한 발상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