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목요일에는 할머니제사라서 부모님이 사시는 수원을 다녀왔다.
멀지않은 수원인데도 그렇다고 자주 가기는 은근히 멀어서 자주 가지 못하는 난 제사나 생신이나 뭐 대개 그런 큰일이나 있어야 주로 찾아가게 된다.
부모님은 수원의 아파트에 두분만 사신다.
큰아버지가 큰할아버지에게 양자입적가셔서 조부모제사는 우리 부모님이 지내신다.
학원에 간 둘째놈과 일하느라 바쁜 남편은 제끼고 나랑 큰애만 갔다.
방학과 개학하면 흑인머리다 노랑머리다 머리모양 바꾸는게 취미인 우리집 멋쟁이인 노랑머리 큰아들을 앞으로 공부하다보면 외가도 자주 가기 쉽진 않을거라 싶어 마침 기말고사 마치고 집에 있기에 데리고, 중계동에 사는 사촌새언니와 같이 갔다. 엄마가 두며느리는 직장다니는 며느리들이라 일 맡겨 못미덥고, 안동의 양반댁에서 시집와 집안 며느리 중 제일 조신하고 엄마가 일을 맡겨 제일 미더워하는 세째사촌새언니가 가는 김에 같이가자 전화와서 도중에 태우고 같이 갔다.
오빠댁 동생댁 모두 집안 큰일에는 때 맞춰 일찍 와서 거들 수 없는 형편이라 주로 어머니 혼자 일을 하시지만 올해는 어머니도 건강이 나빠 일도 제대로 못하는 처지라 동생댁이 불러 준 아주머니가 와 있었다.
우리 아버지 다른데는 모두 건강하시지만 6-7년전 귀가 먹어 보청기를 해도 말을 제대로 알아듣기 어려워 의사소통하려면 입술모양으로 또는 쓰거나 해야 의사소통이 가능한지라 엄마는 늘상 큰소리로 얘기하다보니 목이 많이 쉬어 있다.그래도 다행히 다른곳은 건강하신데,
엄마는 심장혈관이 막혀 부정맥이고, 관상동맥 3개중 한개는 막히고 두개로 피가 통해 피가 잘 안통하는지 두 팔이 밤에 잠자기 어렵게 저리고 멍도 잘 들고, 허리도 디스크라 다리로도 피가 잘 안통하는지 다리도 저리고... 하지만 배길 힘이 워낙 좋아 견디고 사신다.
그리고 좀 결벽증이 있어 집청소 안하고 또 할일 안하고 묵히고 참지를 못하는 성격이라 아무리 몸이 이지러져도 청소 빨래 집안일 등 밀어 놓고 있지를 못해 더욱 병이 나는거다.
그래 전화하면 딸이라고 어디가 아프느니 등 하소연을 해서 뭐 몸져 누워 있는가해서 그 전에 몇번 가보면 누워있기는 커녕 집도 깨끗하게 일 다 해놓고 행주며 걸레등 뽀얗게 삶아씻어 놓고 설겆이 그릇 두잎도 쌓아놓고 있지를 못하는 지라 가보면 할일이 하나도 없다.
그래 그냥 먹고 이야기하고 놀다가 온다.
죽도록 아프기 전에는 누워 있지도 못하는 성격이라 끙끙대면서도 일을 해놓고...그래 밤에는 아프신지...
그 전날은 김치냉장고가 고장나서 잘 되지 않는다고 하시기에 김치냉장고 하나 주문해 배송시켰더니 도착해 있었다. 딸이 사주니 좋아라 하신다.
엄마는 올해는 해마다 담그는 엄마의 김장도 못하고 엄마 담군 김치를 맛있어하는 큰아들집 김치도 못담가주고 있으니 왠일로 울진의 셋째고모가 김치를 담구어 택배로 부쳐주셨다. 그리고 그 김에 울진 동해안의 영덕대게와 홍게,문어, 젓갈로 만든 밑반찬 몇가지도 같이 와 있었다.
12시 반쯤 도착했는데도 아주머니와 벌써 생선굽고 탕, 부침개 등 거의 다 해 놓아서 나물만 볶으면 되게 되어 있어 할일도 별 없었다.
항상 엄마는 남이 있으면 일을 잘 못하는지 아니면 뭐든 일찍 서둘러 하는 성격때문인지 뭐 일이 있다고 걱정을 많이하거나 아프다고 해서 도와주러 가보면 내 가기 전 벌써 다 해놓고 말갛게 설겆이까지 다 해놓고 있어 아무것도 할일이 없어 난 가서 먹고 이야기만 하다 항상 오게 되는지라 그 다음부턴 왠간히 뭔가 그런 말을 해도 안가게 된다.
이날도 나물 몇 볶고 과일이나 떡, 해놓은 생선 괴고 나니 할일이 없어 잠이나 자다니 동생댁이 오고, 오빠댁이 오고, 그리고 오빠와 사촌오빠 사촌언니가 오고 등 등...그리고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아버지는 외손자라고 가니 영덕대게를 우리 큰애에게 자꾸 먹으라 주지만 다리 두어개 먹고는 배부분은 먹지도 않을려한다.
영덕대게는 바닷가 영덕서 자란 아버지와 큰집사촌오빠언니들은 잘 드시지만 우리네는 맛도 잘 모르고 먹는것도 어설프다.
아버지는 우리 아들이 노랑머리를 하고 있으니 낯이 선지 왜 그러고 있는지 묻고, 또 다른 식구들도 자꾸 쳐다보고 한마디씩 한다. 누굴 닮아 그러는 동...
제 아빠는 멋내는거나 옷차림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니 안 닮았을거고...
예전 고3때 재수때 밤12시 넘어 와서 6시에 나가는 바쁜 총중에도 그 다음날 입을 옷을 미리 색깔 등 코디해 방에 깔아두고 자던 아들인지라.
하도 옷도 갈아입어 빨랫거리 벗어대 때론 밉지만.
불평하니 친구들이 날 닮아 그렇다니 할말이 없다.
머리가 많이 벗겨져 정수리까지 대머리가 다 되어가는 오빠는 가발을 맞추어 쓰고 와서 10년은 젊어 보였다.
그랬더니 머리 많이 벗겨진 사촌오빠도 흥미가 있는지 가발을 써보고...
마라톤을 열심히 해서 요새도 서브3에 든다는 오빠는 몸전체 건강지수는 97점이라지만 나이에 비해 말라보여 내 맘에는 마라톤 좀 덜하고 나이에 어울리게 살이 좀 쪘으면 싶고
머리와 눈썹까지 하얗게 세신 아버지는 요새세상에 염색이나 좀 하고 긴 눈썹 좀 짧게 잘라 깨끗하게 하셨으면 싶은데 고집으로 말을 안 들으시고
엄마가 손수 집에서 담가주는 동동주와 막걸리에 맛을 들이신 아버지는 팔 다리 저린 엄마의 수고와 고통도 모르고 그걸 찾으시니 엄마는 아픈 팔과 다리로 집에서 막걸리까지 담구고...
내가 성한 사람도 안하는 막걸리 하지 마라고 그리 말려도 말도 안듣고...
그리고 또 다리 아파 맘대로 밖에 나가기 어려우니 집에서 그냥 텔레비젼만 보기 심심해서 아픈 팔로 뜨개질까지 하신다.
그래 뜨개질 막걸리 등 그만 하라고 해도 고집들이 세서 말도 안듣고...
밤에는 팔 다리 저려 잠을 못잔다는 둥 ...
이제는 나도 말하기 입아파 아프든 말든 내버려둔다.
저녁 8시쯤 지내는 제사라 먹고 치우고 나면 대충 10시경
집으로 사촌오빠네랑 타고 도중에 바래주고 집으로 왔다.
다음주에는 우리집에도 증조모 조모제사 이틀연거푸 있어 시댁식구들 오고, 열흘쯤 있다 시어머니생신, 또 5일쯤 있다 증조부제사.
어머니는 그래도 가서 도와주는 사람이나 있지.
나는 도와주는 이도 없이 이 모두 내 혼자 해야 할 몫이다.
제사는 음식도 비슷하고 제사많은집에 시집와 맨날 제사지내다 보니 이제는 외우고 익어 힘든 줄은 모르게 되었지만 그래도 혼자 하고 있으면 속상할 때도 있고 편할 때도 있고 그렇다.
첫댓글 제사음식 요즘은 이벤트에 주문하면 배달도 된다더라 음식 간단히 차리는 것 요즘 추세다 우리는 간단히 하는 편이다 가나 친정집은 제관이 많으니 음식도 준비 해야 되겠는데
제사음식은 정성이다 이러면서 구식인 시어머니, 경주서 돔배기 조기등 생선들과 고사리등 택배로 보내신걸 보면 다리아파 안오실 모양이시지만 시어머니 살아계실 동안은 그냥 손수 해야돼. 전날 장보고 뭐 생선굽고 부치고 나물볶고 탕 등.. 가스불 4개에 동시에 하면 1-2시면 끝나
음식 바리바리 하는것 보단 한가지 음식에도 氣를 넣어서 하면 어떨까 一仙회장한테 氣를 받아서
가나언니네 가족모두 너무 부러워서 웬...
가나야 너희 부모님이 그렇게 연세개 들었나 싶으니 왠지 공허하다. 여걸처럼 당당하신 어머니가 아니였던가 세월이 야속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