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꿈꾸는 다이아몬드라면,/소리가 꿈꾸는 웃음이라면,/향기가 꿈꾸는 꽃이라면/그 빛과 향기와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마침내 이루는 보석도 있나니/광부(鑛夫)가 어두운 지층에서 원석(原石)을 찾듯/깊고 깊은 산속/녹음 짙은 골짜기를 헤매다 보면/아는 듯 모르는 듯/향기에 취해 그대 어딘가 이끌려갈지니/발을 멈추어 선 그곳에/오뉴월 내리는 함박눈처럼/아, 함빡 웃음을 머금고/바라보는 꽃,/빛과 소리와 향기가 어우러진/꽃들의 꽃이 거기 있나니.
오세영 시인의 시 ‘함박꽃’처럼 오뉴월에 함박눈처럼 순백색의 , 하이얀 꽃을 피우는 ‘함박꽃나무’는 깊은 산 중턱, 골짜기에서나 만날 수 있다. 산으로 가야 운좋게 만날 수 있는, 범접하기 힘든 그 귀한 함박꽃나무 꽃, 함박꽃에서 ‘웃음의 향기’를 느꼈다고 하는 시인의 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함빡 웃음’이다. 얼마나 반갑고 예뻤으면 ‘함박웃음’ 대신 ‘함빡 웃음’이라고 했을까.
잎이 돋아나기 앞서 빈 가지에 큼지막한 새하얀 꽃송이를 피우는 ‘봄의 전령사’ 목련과 달리 함박꽃나무 꽃은 초록 잎 사이로 수줍은 듯 순백의 꽃을 내민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목련과 달리 함박꽃나무 꽃은 그냥 지나치기 쉽다. 키가 3~7m 정도 크게 자라, 땅을 보며 걷거나 앞만 보고 걸으면 마주치기 힘들다. 긴 꽃자루에 매달린 듯 아래를 향해 함박웃음, 함빡 웃는 순백의 꽃을 발견하게 되면 절로 미소를 머금게 된다.
초록물/뚝뚝 듣는/숲그늘 따라/지치도록 걷다가/문득/고개 들다/마주친 꽃 한 송이//순결한 첫사랑 같은/함박꽃나무/흰꽃 그늘 밑을 지나온 저녁/꽃향기에 그을렸는가/밤 깊도록/내 몸이 향기롭다
‘꽃의 시인’ 백승훈 시인은 시 ‘함박꽃나무’에서 함박꽃나무 꽃을 ‘순결한 첫사랑’에 비유했다 .함박꽃나무 꽃말은 ‘수줍음’. 활짝 핀 함박꽃은 부끄럼 타는 ‘새색시’, 신부의 모습이다. 하늘을 향해 큼지막한 꽃봉오리를 당당히, 도도하게 피우는 목련이 성숙한 중년의 여인에 비교한다면 순백의 작은 꽃잎을 수줍은 듯 아래로 떨구는 배시시 웃는 청순가련형 새색시의 모습이다. 코끝을 감도는 은은하고 달콤한 진한 향기마저 풍긴다.나무껍데기 향도 독특하다.
목고개가 아프도록 매달린 산목련꽃을 바라보다 보면 다 저절로 함박미소가 지어지니 ‘함박꽃나무’가 틀림없다. 목란, 산목란, 산목련, 천녀화, 한백이꽃, 천녀화, 천녀목란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나무의 속을 파내어 사용하던 큼지막한 함지박을 닮았다고 함박꽃이라 불렀다고도 한다.
함박꽃나무는 북한의 국화(國花)다. 북한 200원 지폐 앞면에 ‘목란꽃’이 그려져 있다. 원래 북한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해방 후 일정 기간 무궁화가 국화였으나 1991년 4월 10일 김일성이 "목란꽃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향기롭고 생활력이 있기 때문에 꽃 가운데서 왕"이라며 국화로 삼을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난(蘭)처럼 고결하고 향기로운 꽃을 가졌다고 ‘나무의 난초’라는 의미로 ‘목란(木蘭)’이다. 북한에서는 목란이라고 하기에 모란과 혼동할 수 있다. ‘목란(木蘭)’‘목련(木蓮)’은 같다. 북한에서 국화로 삼은 것은 목련 중에서도 산목련, 즉 함박꽃나무다.
북한에서 함박꽃나무(산목련)를 목란이라 부르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 1964년 5월 경에 김일성이 황해도 정방산에 있는 성불사의 휴양소를 찾았을 때, 만개한 함박꽃을 보고 "이처럼 좋은 꽃을 그저 함박꽃이라고 불러서는 아쉬움이 남으니, 이제부터는 이 꽃을 아름다운 꽃에 붙이는 난초(蘭草)의 ‘란(蘭)’자를 붙여 ‘목란(木蘭)’이라 부르는 것이 좋겠다"고 해 이후 산목련을 목란으로 개칭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을 상징하는 김일성화와 김정일을 상징하는 김정일화가 국화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다.
오세영 시인의 시 ‘함박꽃’처럼 함박꽃나무 꽃을 ‘함박꽃’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함박꽃이라는 이름 때문에 흔히 ‘작약(芍藥)꽃’과 혼동되기 쉽다. 그 이유는 ‘작(芍)’의 한자가 ‘함박꽃 작’이기 때문이다. 작약꽃도 5∼6월에 꽃이 피고, 꽃이 크고 탐스러워 함박꽃이라고 한다. 하지만 엄연히 학명이 다르다. 작약꽃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이다.백작약·적작약·호작약·참작약 등 다양한 품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