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아주 오랜 옛날에 김문수와 시바루노무사이키가 서로 이웃해서 살았더래. 김문수는 집안 내력은 원래 그렇지는 않았으나 장대한 기골에도 먹지 못해 허약하고 배우지 못해 좀 얼떴던 모양이야. 이웃에 사는 시바루노무사이키는 대대로 약골 집안이라 기골이라고 할 것도 없었지만 성격이 강퍅하고 욕심 사나워 이웃의 인심을 별로 얻지 못했다고 해.
그럭저럭 살아가던 어느 날 나름 힘이 세진 시바루노무사이키가 칼 하나 들고 김문수 집에 쳐들어가 완력으로 김문수네 가보를 그만 뺏어가고 만 거야. 물론 김문수네 가족들은 가보를 지키려고 온 힘을 다해 저항했겠지. 아들딸들은 힘을 합쳐 가보를 지키려 했으나 강도 놈의 칼질에 상처를 입고 고꾸라지고 더구나 아이들 엄마마저 칼부림에 피를 토하고 쓰러지자 김문수는 가보를 들고 가는 강도를 뻔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가봐. 강도는 그런 김문수가 안쓰러워 엽전 몇 푼을 던져주었다고 해. 김문수는 고맙다고 고개를 숙이기까지 했다니 얼뜨기는 얼뜨기였던 가봐. 김문수네 집안에서는 가보를 찾아오려 백방으로 뛰어다닌 것은 불문가지지. 하나 별무소득이었어.
남의 집 가보를 훔쳐 온 시바루노무사이키는 자기 집에는 없는 귀물이라 거기다 자기들 것이라고 꼬리표를 달아놓고 집안사람들에게 이게 원래 우리 것이었다고 외우게 했대. 그리고는 이웃들에게 자랑도 하고 돈 받고 구경도 시키고 은행에 저당 잡혀 사업자금을 마련하기까지 한 거야. 상당히 성공했던 모양이야.
그러다가 욕심이 과하면 화가 된다고 이웃 마을 부자들 싸움에 끼어들어 싸움에서 지고 만 거야. 그 바람에 시바루노무사이키는 그만 쫄딱 망하고 말았지. 이리되자 김문수네 집안에서는 당연히 뺏어간 가보를 돌려달라고 하지 않았겠어? 잃은 가보를 찾으러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김문수 집안을 모를 리 없는 이웃들도 그게 옳다고 했겠지. 그래서 시바루노무사이키는 너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가보를 돌려주게 된 거야.
그런데 생각해 봐. 가보를 돌려준 것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지 않아? 시바루노무사이키는 뺏어간 가보로 이득을 봤지 않아? 그 가보로 부당하게 얻은 이익까지 내놔야 하지 않겠어? 그래서 김문수와 시바루노무사이키는 조약을 맺었던 거야. 이전에 김문수 집에 쳐들어가 가보를 빼앗아 간 것은 불법 무도한 짓이었다. 그러니 강탈한 물건으로 얻은 이득은 부당한 것이니 돌려주겠다. 김문수 집안의 야무진 사람들은 그 금액이 너무 약소하다고 항의했지만, 우선 돈이 급했던 김문수는 어쨌든 그것으로 퉁치게 되었어.
김문수네와 시바루노무사이키네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이러구러 60년이 지났어. 그런데 말이야 이웃 마을의 큰 부자에게는 골칫거리가 하나 있었어. 윗마을 부자가 자꾸 성가시게 하는 거야. 이웃 마을 큰 부자는 머리를 굴렸어. 김가네와 시바루네가 사이좋게 그걸 좀 막아주면 좋을 텐데 저렇게 맨날 타시락거리니 골치네. 어쨌든 억지로라도 사이좋게 지내도록 만들어야겠어. 당장에 큰 부자는 둘을 불러다 놓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다독인 거야.
김문수 집안에서는 난리가 났어. 뺏어간 우리 가보로 벌어들인 부당 이득도 제대로 변상해주지 않았는데 어찌 무조건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겠냐. 사이좋게 지내려거든 변상을 확실히 해주고 강도질한 것에 대해 분명히 사과라도 하면 또 모르겠다. 난리가 난 거지. 어찌 그러지 않을 수가 있겠어.
그런데 말이야. 이때 해괴한 일이 벌어진 거야. 김문수가 얻어먹은 돈 때문에 그랬는지 이상한 말을 지껄이기 시작한 거야. 우리가 가보를 빼앗겼을 때 그 가보는 시바루노무사이키가 가지고 있었고 자기들 꼬리표까지 달아놨으니 그건 그 사람들 것이야. 그 가보는 우리 것이었다가 우리가 힘이 없어 빼앗겼기 때문에 그 사람들 것이 되었다가 다시 돌려받았으니 이제야 우리 것이 된 거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야. 자꾸 우리 것 뺏어다가 부당하게 얻은 이득 돌려달라고 하는데, 이건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억지도 그런 억지가 없어. 그런 억지 그만 부리고 시바루노무사이키네와 사이좋게 지내자.
김문수가 얼뜨기라는 건 이미 말했지만 어이가 없지 않아? 빼앗긴 가보를 돌려받았던 것은 애초에 빼앗아 간 행위 자체가 불법 무도한 짓이었고 원천 무효였기 때문 아니겠어? 그러니 비록 그 가보에다 꼬리표를 붙이고 이웃들에게 자기들 것이라고 우기면서 은행에 담보 잡아 대출까지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게 다 불법적인 행위였으니 그 꼬리표 역시 무효라는 것이지.
얼뜨기가 있으면 얼치기도 있기 마련이지. 어떤 얼치기 언론이 애초에 김문수네 가보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가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네. 조사 결과 국민 70%가 빼앗겼다고 답했다는 거야. 아마 얼치기 언론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민 70%가 가보를 빼앗겼을 때부터 되돌려받기 전까지 그 가보는 빼앗아 간 강도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그 얼뜨기에 그 얼치기지. 바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