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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열대야] 03
S#1. 다랭이마을 앞바다 (해질무렵)
석양의 시간..
S#2. 다랭이마을 시골길
어스름 내리는 초록 들판을 설레임으로 걸어오고 있는 영심. 그리고 그곁의 정우.
영심, 그녀 옆에서 나란히 걷고있는 정우 힐끔힐끔 보고 또 보며 밑도끝도 없는 행복감에 혼자 가슴 벅차한다.
누가 그녀를 위해 먼 길을 함께 걸으며 바래다주는 일, 그녀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저도 모르는 사이 갑자기 수줍은 여고생으로 돌아가 있는 아줌마 영심.
손 둘 데를 몰라 연신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발걸음조차 조심조심, 정우와의 보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조바심치고 있다.
영심 : 이렇..게까지 안바래다..줘두.. 되는데...
정우 : 참 따뜻하구 예쁜 거 같아요.
영심 : (철렁해서 홱 멈춰서는) 네? (E, 쿵쾅쿵쾅 뛰는 심장소리!) 지,지금 뭐,뭐라구.. 해,했어요?
정우 : 참 따뜻하구 예쁘다구요. 돌아가서두 오래도록 맘에 남을 거 같아요.
영심 : (얼어붙어서) 네,네? 저, 정우씨...? (E, 사정없이 뛰는 심장소리!)
정우 : 열심히 산다구 자부했는데 여깃 분들 비하면 난 아무것두 아닌 거 같아요.
영심 : (?)
정우 : (다랭이논 보며) 세상에 밀려 이런 낭떠러지 절벽에까지 밀려와서두 아래루 떨어지지 않구 이렇게 가파른 절벽에다
논 일구고 마을 이루고.. 여긴 땅이 좁아 기계두 못 쓰구 소두 못 부린다면서요?
영심 : (풀썩 온몸에 기운 빠지며 실망) 네에.. 그 얘기..였어요?
정우 : 이런 방법두 있었네요. 난 여태 벼랑끝으루 내몰리면 그저 떨어지는 수밖에 없다구,
그래서 필사적으루 떨어지지 않으려구만 안간힘을 썼는데.. 그 벼랑 일궈 이렇게 다시 살 수두 있는 거였네요.
영심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 (아쉬움으로) 다 왔는데...
정우 : 오늘 고마웠어요. 김치.. 잘 먹을게요.
영심 : (끄덕끄덕) 언제.. 올라가요?
정우 : 내일 아버지 결과 봐서 오후에 바루 올라갈 수도 있구 다음날 올라갈 수두 있구요.
영심 : (끄덕끄덕) 그럼..다시는.. 못..보겠다..!
정우 : (끄덕이는)... 들어가세요. 어머니 기다리실 텐데.
영심 : (끄덕끄덕)... 만나서.. 반가웠..어요.
정우 : (끄덕이며) 저두.. 반가웠어요.
영심 : 서울.. 조심해서 잘 올라가세요. 그럼. (목례하고 걸어나간다)
정우 : (목례하고, 눈으로 배웅하는)
걸어나가는 영심, 뭔가가 자꾸 아쉽고 뒤돌아보고 싶고..
정우, 뒤돌아 영심과 반대방향으로 걸어나간다. 주변 경치를 구경하며 걷는..
영심, 뒤돌아보고 싶은 마음 꾹 참으며 걸어간다.
영심 : (걸어가며) 돌아보면 안돼! 안 돌아봐! 안 돌아볼 거야! (주문을 걸 듯) 돌아보지 말자! 돌아보지 말자! 돌아보지 말자!
돌아보지 (그러나 멈춰서고, 안타까움과 이러는 자신에 대한 속상함으로) 말자... 후우 미쳤어! 미쳤어!
(기운없이 걸어나가다 결국 다시 멈춰서고 미련으로 뒤돌아보는데)
정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영심, 갑자기 조급해져서 왔던 길을 뛰어올라가 두리번두리번 안타깝게 정우를 찾아보지만 정우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다.
갑자기 기운이 확 빠지는 영심. 뭔가가 많이 허한 느낌이다.
영심 : 돌아볼 걸. 두 번 다신 못 볼텐데 그냥 돌아볼 걸...
영심, 터덜터덜 걸어내려가는데, 한순간 발견하고, 기쁨으로 출렁이는 영심의 두 눈.
저멀리 폐교로 들어가고 있는 정우의 모습이 보인다!
영심, 이번엔 망설이지 않고 정우 향해 달려간다.
S#3. 다랭이마을 폐교
을씨년스럽지만 정취가 있는 시골폐교. 정우, 휘 둘러보며 걷고있다.
폐교입구.. 급하게 뛰어와 헉헉거리는 영심, 빠르게 정우를 찾아낸다.
영심 : (다시 눈앞에 정우다!)... (오긴 왔지만 선뜻 다가가기가 뭐해서)... ...
그런 영심의 시선에.. 어느 순간 저쪽의 정우, 영심쪽으로 돌아서는 게 보인다.
화들짝 당황한 영심, 순간적으로 갑자기 저녁운동 나온 아줌마들처럼 운동장을 필사적으로 돌기 시작한다.
시선 정면으로 하고 팔과 다리를 쭉쭉 뻗으며 빠르게 걷는..
정우 : (발견하고 ?)
정우, 멈춰선 채 ?해서 영심을 바라보고 있고..
아줌마식 걷기운동 하며 운동장을 한바퀴 돌고있는 영심, 점점 정우와 가까워진다.
영심 : 으이씨 쪽팔려! (점점 가까워지는 정우!) 아후 어떡하지?
정우, ?해서 영심을 기다리고 섰는데..
영심, 시선 정면에 못박은 채 팔 다리 더 쭉쭉 뻗으며, 정우를 죽어라 못본 척하며 정우 옆을 그냥 지나쳐간다.
정우 : 영심..씨?
영심 : (끙)
정우 : 영심씨!
영심 : (뒤돌아보고 능청) 어머 정우씨? 정우씨가 여기 웬일이예요? 아직 안갔어요?
정우 : 예. 운동..하세요?
영심 : 네. 저녁마다 하던 습관이 돼서 하루라두 빼먹으면 밤에 잠이 잘 안와서요.
정우 : 예에.. 그럼 운동 계속 하세요. 전 조금 앉아있다가 갈게요.
영심 : 네? 아 네.
정우, 계단에 가 앉는다.
영심 : (쩝)... (안타까움으로 정우 보다가 하는 수 없이 아줌마 운동 다시 시작한다)
정우, 계단에 앉아 어느새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는데..
그런 정우 혼자서 의식하며 열심히 운동장을 돌고 있는 영심!
S#4. 영심의 시댁 주방
저녁 식사중인.. 진땀 빼며 상 차리는 지혜, 식탁에 마지막 반찬을 올리고 지친 기색으로 앉는다.
민원장 : 들자.
식구들 먹기 시작하고..
지혜 : (긴장해서 식구들 반응 기다리는데)
민원장 : (먹고는 헉! 인상을 쓰는, 억지로 꿀꺽 삼킨다)
지혜 : (실망, 다른 식구들 살피면)
나여사 : (먹어보고 이게 도대체 무슨 맛이야?)
지환 : (먹어보고 쩝)
지혜 : (난감해서 재환을 쳐다보면)
재환 : (느끼고 일부러 더 팍팍 떠 먹으며) 어후 시원하다! 매콤한 게 속이 화악 풀리네! 야아 진짜 맛있다! 진짜 맛있어! (하는데)
민원장을 비롯한 식구들 일제히 재환을 쏘아본다.
재환 : (끙)
민원장 : (지환에게) 언제 와?
지환 : 월요일에 와요.
민원장 : 길어. 당겨 올라오라구 전해.
지환 : ... ...
지혜 : (속이 상하는)
S#5. 다랭이마을 폐교
어둠이 내려앉은 폐교.. 계단에 나란히 앉아있는 정우와 영심.
영심 : (지쳐서 땀 닦다가 문득) 생각났어요! 이제야 의문이 풀리네.
정우 : (? 쳐다본다)
영심 : 우리 어디선가 본적 있다구 했잖아요 내가.
정우 : (끄덕)
영심 : 고등학교 어디 나왔어요? 남해? 제일?
정우 : 서울서 다녔어요. 남핸 아버지 고향이예요. 사업 실패하시구 혼자 내려와계신 거예요. 엄마 무덤이 여깄거든요.
영심 : (실망) 네에.. 난 또 남해서 봤나 하구..
정우 : 아닐 거예요. 남핸 잘 내려오지두 않구 또 잘 몰라요.
영심 : 아후 그럼 증말 어서 봤지?
정우 : (조금 웃고는 일어난다) 캄캄한데 그만 내려가죠.
영심 : 네? 네. (일어난다)
정우 : (앞서나가는데)
영심 : (아쉬움으로 혼잣말) 좀 더 있다가지...!
정우 : (걸어나가며 안 돌아본 채) 내일 오전에 뭐해요?
영심 : (어? 기대) 아,아무것두 아무것두 안하는데 왜요?
정우 : 사진 찍으러 갈건데 남해 안내 좀 해줄래요?
영심 : 네? (저도 모르게 기쁨에 차서 큰 소리로) 네!
정우 : (뒤돌아서고 ?해서 바라보는)
영심 : (당황)
정우 : (어떤 느낌으로!)
영심 : (머쓱해서 그저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어울리지 않는 그녀의 억지 웃음!)
S#6. 남해병원 전경 (밤)
S#7. 입원실
다들 잠들어 있는 깊은 밤의 입원실. 태복, 잠든 듯 눈을 감고 누워있고.. 정우, 아버지 병상 옆 간이침대에 누워있다.
정우 : (생각이 많은)
태복 : 낼 병원 나가는 대로 산에 가자.
정우 : 안 주무셨어요?
태복 : 떼 입혀야겠더라. 올 장마에 무덤이 많이 패였어.
정우 : 엄마생각, 나세요?
태복 : 이틀 눠있는데도 이래 지겨운데 느엄만 삼년을 어떻게 견뎠는지 모르겠다.
정우 : ... ...
태복 : 죽어줬으면 이제 그만 죽어줬으면... 느엄마 그래 악착같이 견딜 때 난 그랬다.
정우 : 하실 만큼 하셨어요.
태복 : 여기 눠있으니까 병이 병이 아니라 이 마음이 병이야.
정우 : 두려..우세요?
태복 : 병이 두려운 게 아니라 내가 두려워. 느엄마처럼 나두 살려구 악착을 떨까봐...
정우 : ... ... (아버지의 검사결과가 두렵다)
S#8. 영심의 친정집 안방
컴컴하고.. 모기장 안에 잠든 끝순과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는 영심.
영심, 자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저렇게 자세도 바꿔보고 베개도 벴다 뺐다 하고..
끝순 : (잠결에) 야가 와이래 잠을 설치샀노? 잠짜리가 바끼서 그라나?
영심 : 어 미안 미안. 조용히 할게. 자 엄마. 응? 자.
영심, 돌아누우며 움직이지 않으려고 애쓴다. 잠을 꼭 자고야 말겠다는 듯 두눈을 불끈 감는다.
그러나 이내 눈을 뜨고 말똥말똥 천장을 쳐다보는 영심. 어디선가 들려오는...
정우 : (E) 낼 오전에 뭐해요? 사진 찍으러 갈건데 남해 안내 좀 해줄래요?
영심 : (설레임이 찰랑찰랑)... ...(설레임으로 떠오르는)
S#9. 인써트
- 다랭이논의 영심을 찍어대던 정우의 모습!
- 마늘을 찧으며 실수하던 정우 모습! (*혹은 김치 담글 때 정우의 베스트 장면!)
- 영심이 건네는 김치 받아먹으며 최고라고 엄지손가락 들어주며 미소짓던 정우 모습!
S#10. 동 친정집 안방
영심 : (화들짝) 미쳤어! 미쳤어! 그냥 낼은 말 그대로 안내야 안내! 그사람은 사진 찍구 나는 남해 안내해 주구!
가,가이드! 그래 가이드! (고개 강하게 끄덕이며 단단히 마음가짐 하고 천장을 쳐다보는데)
이번엔 유쾌한 웃음 터트리며 보기좋게 웃던 정우가 영심의 천장에서 웃고있다!
영심 : 헉! 안돼! 안돼! (내가 왜 이러지?) ... 여보..! (팔 뻗어 핸드폰을 가져다 들여다 보는)
핸드폰에 저장된 지환의 사진과 아이들의 사진을 하나하나 보는 영심.
영심, 사진 보며 평정을 찾아가고.. 그 가족사진 가슴에 얹고 잠을 청하는 영심. (F.0)
S#11. 남해 죽방렴 (또는 다른 경치 좋은 곳)
정우, 사진을 찍고 있고.. 옆에서 영심, 열심히 설명해 주고 있다.
정우 : 밀물 썰물 차를 이용한 거군요.
영심 : 네. 물고기들이 물살 따라 조오기 저 안으루 들어가 놀다가 물이 빠지면서 꼼짝없이 조 안에 갖히게 되는 거죠.
힘 하나 안들이구 그저 건져내기만 하면 돼요.
정우 : (열심히 듣고 끄덕이는)
영심 : (괜히 뿌듯하고)
그때 울리는 영심의 핸드폰 벨! ‘엄마 전화! 이쁜 우리엄마 얼른얼른 전화 받으세요! 빨리요오!’
영심 : (저도 모르게 당황해서 핸드폰 꺼낼 생각 못하고 그저)... ...
정우 : 안받아요? 따님 우는데?
영심 : 네? 네. 바,받아요. (꺼내서 열고 보면)
핸드폰 액정에 ‘우리그이’ 떠 있다.
영심 : (당황, 본능적으로 정우를 홱 쳐다보는)
정우 : (사진 찍는다고 여념이 없다)
영심 : (받고) 여보..세요?
지환 : (F) 나야.
영심 : 어어 여,여보, 자,잠깐만!
정우에게서 되도록 멀리 멀리 걸어나가는 영심.
S#12. 대학병원 지환 방 - 남해 죽방렴 (동시화면)
지환 : (수화기 든 채 갸웃하며 기다리고 있는)
영심, 정우로부터 진짜 멀리도 왔다. 영심의 시선에.. 저멀리 사진 찍고있는 정우가 보인다.
영심 : (쿵쾅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죄인처럼) 여보세요? 여,여보?
지환 : 전화 받기 불편하니? 장모님 댁 아냐?
영심 : 어? 어. 바,밖이야 지금.
지환 : (손목시계 보며) 움직이긴 이른 시간인데 밖이야?
영심 : 어? 어어 그,그러게.
지환 : (?) 왜 그래?
영심 : 뭐,뭐가?
지환 : 무슨 일 있니?
영심 : (펄쩍 뛰며) 무,무슨 일은 무슨 일? 없어! 아무일두 없어 여보! 지,진짜루!
지환 : 없음 됐어.
영심 : 웨,웬일이야 다,당신이 전활.. 다 주구?
지환 : 한 이틀 당겨 올라오라구.
영심 : 어? 왜? 당신 불편하구나.
지환 : 나말구 아버지. 식사하실 때마다 힘들어 하셔.
영심 : (실망) 아버님?
지환 : 그럴 수 있지?
영심 : 응.
지환 : 끊자.
영심 : 응. (끊으려는데)
지환 : (아내가 좀 이상하다!) 여보? 영심아?
영심 : (덮으려다가 ?해서 다시 귀에 대는) 왜요? 할 얘기 남았어요?
지환 : 어? 아니.
영심 : 싱겁긴. (정우쪽 보며) 끊어요. (하는데)
지환 : 건호 지원이 소식 안 물어보니?
영심 : 어머! 얘들한테 전화 왔어요?
지환 : 음. 잘 지내구 있대. 엄마 보고싶다구 전해달래 두녀석 다.
영심 : 네.. (죄책감으로 시무룩)
지환 : 끝이야? 당신 좀 이상하다? 아프니?
영심 : 아,아프긴. 나 멀쩡해 여보! 아주아주 쌩쌩한데?
지환 : 됐어 그럼. 이만 끊자. 회진시간이야.
영심 : 그래요 끊어요 여보. 수고해요. (바쁘게 끊고는) 후우.. 뭐야? 꼭 죄지은 사람마냥.. 어후 왜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거야?
(가슴을 때리며) 진정해! 진정해 좀! 니가 이렇게 뗘대니까 내가 진짜루 죄 지은 거 같잖아?
S#13. 동 지환의 방
아직 수화기 들고있는 지환, 아무래도 아내가 좀 이상하다!
노크소리 들리고 간호사 들어온다.
간호사 : 과장님, 회진시간입니다.
지환 : 음. (수화기 내려놓고 밖으로 나간다)
S#14. 대학병원 복도
지환, 레지던트의 보고 받으며 걸어오고 있다. 지환 뒤에는 6,7명의 인턴들과 간호사들이 우르르 긴장한 채 따르고 있다.
S#15. 대학병원 입원실
환자의 병상을 돌며 회진하는 지환.
S#16. 남해 해안도로, 달리는 정우의 차안
활짝 열린 창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에 정우와 영심의 머리카락이 풀풀 날리고 있다.
정우 : 담은 어디루 가요?
영심 : 금산이요.
정우 : 금산? 그럼 산에 가는 거예요?
영심 : (끄덕) 남핸요 금산에서 내려다보는 게 젤 이쁘대요. 왜 ‘남해금산’이란 시두 있잖아요.
정우 : 시요?
영심 : 몰라요? 왜 있잖아요 한 여자 돌속에 묻혀있었네, 하는.
정우 : 다 외워요?
영심 : 네. 내가 유일하게 외는 시예요. 우리 고향 시라서.
정우 : 한번 외워봐요.
영심 : (끄덕이고는) 흠 흠 아 아. (감정 잡고 영심 식으로) 한여자 돌속에 묻혀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속에서 떠나갔네/
정우 :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사람을 늘 기분 좋게 만드는 여자다!)
S#17. 해안도로
시원하게 달려오는 정우의 차. 그 위로 흐르는..
영심 : (E, 잔뜩 감정을 넣어서 마치 신파극 연사처럼)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혼자 있네/ 남해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혼자 잠기네.
S#18. 해안도로, 달리는 정우의 차안
영심, 열린 창문으로 얼굴과 팔을 내밀고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달려온다.
영심 : (발견하고) 어머! 저기 좀 봐요?
정우 : (보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앙증맞게 자리한 노란 운전면허학원.
영심 : 너무 귀엽다아. 꼭 장난감 모형같지 않아요?
정우 : 그러네요.
영심 : 텅텅 볐네. 운영을 안하나봐요?
정우 : 시골이라 배울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요.
영심 : 저기요, 운전하면 재밌어요?
정우 : 뭐, 사람에 따라 다르겠죠. 운전, 못해요?
영심 : 네. 배우구는 싶은데 무슨 시험을 세 번씩이나 쳐야된다면서요? 어우 한번두 아니구 세 번씩이나 붙을 자신 난 없어요.
워낙에 공부머리두 없구.
정우 : ... ...
영심 : 한심해요. 남들 다 하는 운전두 못하구.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어머니 말씀대루 난 정말 할줄 아는게 아무것두 없어요.
정우 : ... ...
정우의 차, 갑자기 후진을 해서 오던 길을 돌아간다.
영심 : (?) 왜 그래요?
정우 : ... (시원하게 후진하는)
정우의 차, 운전면허학원 앞에 멈춰선다.
영심 : (?)
정우 : 내려요. (면허학원 바라보며) 배우구 싶다면서요. 내가 가르쳐줄게요.
영심 : (!)
S#19. 운전면허학원 몽따쥬
아무도 없는 시골의 운전면허장에서 정우에게 운전을 배우는 영심!
정우가 가르쳐주는 대로 해보지만 겁먹은 영심, 차를 굴리는 것조차 안된다. 엑셀을 조금 밟고도 비명을 꽥꽥 질러대는 영심!
영심이 운전하는 차, 엑셀과 브레이크를 오가며, 조금 가다 급정거하고 조금 가다 급정 거하고..
시간경과 되어, 차를 이제 달릴 수 있게 된 영심, 이번엔 기뻐서 꽥꽥 질러댄다!
영심에게 자상하게 이것저것 운전요령을 가르쳐주는 정우.
그런 정우를 설레임으로 몰래 바라보는 영심!
S#20. 운전면허학원
정우, 영심에게 T자 코스 설명해주고 있다.
영심 : (가만히 설명하는 정우 얼굴 취해서 바라보고 있다)
그때 울리는 정우의 핸드폰 벨!
정우 : 영심씨 잠시만요. (받고) 여보세요? (사이) 네 선생님! (사이) 결과 나왔습니까? (사이) 네. 지금 바루 찾아뵙겠습니다.
(끊고, 불안해지는 표정)
영심 : 아버님 검사결과 나왔나봐요?
정우 : (끄덕)... ... 어쩌죠? 지금 바루 병원에 가봐야겠는데.
영심 : 가세요. 전 괜찮아요. 버스 타구 갈게요. 한시가 급하잖아요.
정우 : 미안해요.
영심 : 어우 미안하기는요. 얼른 가보세요.
정우 : 그럼. (목례하고 서둘러 차에 올라 휑하니 떠난다)
영심 : (눈으로 배웅하며 허전해지는)... ... 끝이네.. 이젠 증말 끝이네..!
정우의 차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을 눈을 떼지 못한 채 안타깝게 정우 떠난 길 바라보고 서 있는 영심. 뭔가 짙은 상실감 같은..
S#21. 남해병원 담당의 방
긴장해서 기다리고 있는 정우. 검사자료 들여다보며 뜸을 들이는 의사.
정우 : (의사의 태도 때문에 침이 바짝바짝 마른다)
의사 : 아버지 서울에 있는 큰 뱅원으로 모시고 가요.
정우 : (두려운)... 병명이.. 뭡니까?
의사 : 뇌종양, 같심니다.
정우 : (얼어붙는) ... ...
S#22. 남해병원 복도 - 입원실 앞
휘청휘청 걸어나오는 정우. 휘청휘청 걷다보니 어느새 아버지의 입원실 앞이다.
정우,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열린 문 안의 아버지를 바라본다.
S#23. 입원실 안
켜놓은 올릭픽 중계방송에 눈길 주며, 환자복을 벗으며 퇴원준비 하고 있는 태복.
TV화면 유승민이 금메달 따던 탁구중계다!
탄성과 환호가 오가는 병실 안. 태복, 넋을 빼고 응원하고 있다.
드디어 금메달 포인트를 획득하는 유승민.
태복, 펄쩍펄쩍 유승민처럼 뛰며 좋아하고 있다.
S#24. 입원실 앞
정우, 그런 아버지 멍하게 응시하고 있다. 휘청휘청 아버지를 뒤로 하고 돌아나오는 정우.
S#25. 남해병원 앞
정우, 휘청휘청 넋빠진 얼굴로 걸어나오고 병원을 나간다.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걷고 또 걷고 있는 휘청거리는 정우, 위태로워 보인다.
S#26. 영심의 친정집 마당
돌담에 턱을 괴고 저 멀리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영심, 기운 빠지고 풀죽은 모습이다.
끝순, 채마밭에서 고추며 가지 따서 부엌으로 들어가다 딸의 모습 보고 갸웃한다.
바다 향해 한숨을 폴폴 날리는 생기 잃은 영심.
S#27. 어느 바닷가
자그마한 돌섬 정우, 돌섬으로 걸어 들어간다. 밀물이 그 길을 덮는다
S#28. 영심의 친정집 전경 (밤)
S#29. 영심의 친정집 안방
텔레비전에선 북상중인 제15호 태풍 ‘메기’에 관한 기상속보가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영심과 끝순, 저녁을 먹고 있다.
끝순 : 아이구 야 일로 온다 그카재?
영심 : (걱정스런) 응.
끝순 :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거도 아이고 시방 비 마이 오문 안되는데.
영심 : ... ...
끝순 : 밥이나 묵자. 문디이 매민지 메긴지 또 여러사람 잡것다.
영심 :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끝순 : (보고) 문디이 가스나 밥묵는 꼬라지 하고는. 깨작대지 말고 퍽퍽 몬묵나? 복 나가 구로.
영심 : 알았어 알았어. 잔소리는.
끝순 : 니 와 그라노? 잠도 몬자고 밥도 몬묵고 먼 걱정 있나?
영심 : 거, 걱정은 무슨.. 여름..이잖아.
끝순 : (꿰뚫듯 응시하는)
영심 : (당황, 퍽퍽 먹는다)
S#30. 바닷가, 돌섬
높은 파도가 무섭게 몰아치고 있는 밤바다. 골똘한 채 바위처럼 앉아있는 정우.
그때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그제서야 생각에서 깨어나는 정우. 핸드폰 열어보면.. 액정엔 ‘아버지’라고 떠있다.
‘아버지’ 응시하고 있는 그의 눈이 어느 순간 붉어진다. 핸드폰 계속 울어대지만.. 정우, 받지 않는다. 받을 자신이 없다.
S#31. 정우집 마당
불안한 마음으로 아들을 기다리고 있는 태복.
S#32. 바닷가, 돌섬
정우, 무섭게 출렁이고 있는 밤바다 바라보고 있다. 둘러보면 동서남북 하늘과 바다 모두가 온통 암흑천지다.
정우, 그렇게 암흑천지에 홀로 갇혀있다. 정우,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한다. 혼자 어쩔줄 몰라하는 정우.
그러다가 순간 무슨 생각에서인지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누른다. 핸드폰 액정 ‘지혜’다.
그러나 정우, 이내 종료버튼 누르고 그저 핸드폰 액정의 ‘지혜’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다.
S#33. 지혜 부부방
스탠드 불빛만 은은하게 켜져있는 신혼부부의 방.
화장대 앞에 앉아 손에 쥔 핸드폰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는 지혜.
재환, 욕실에서 샤워 마친 모습으로 나온다.
당황하는 지혜, 그러나 표나지 않게 핸드폰 재빠르게 화장대 서랍 속으로 숨긴다.
재환, 화장대 앞으로 오면.. 지혜, 스킨을 건넨다.
재환 : 땡큐. (바르려다가) 자기가 발라주라. (애교어린 표정으로 스킨 다시 건네는)
지혜 : (허!)... (받아든다)
재환 : (얼굴을 가까이에 갖다대는)
지혜 : (스킨을 발라준다)
재환 : (깊은 시선으로 보며 지혜가 마냥 사랑스럽다!)
지혜에게 키스하는 재환. 움찔하나 거부할 수 없는 지혜.
S#34. 바닷가 돌섬
핸드폰 들여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는 정우. 무기력한 그의 눈엔 그리움 같기도 하고 슬픔 같기도 한 감정이 출렁인다.
정우, 그저 무료하게 핸드폰 주소록을 넘기고 있다. 그 어느 순간 나타나는 ‘오영심’.
정우, 저도 모르게 멈추고 ‘오영심’ 바라보고 있다.
S#35. 영심의 친정집 마당
머리를 감고있는 영심, 샴푸거품 가득한 채다.
안방에서 울리는 영심의 핸드폰 벨소리! 열린 안방에선 모기장 안의 끝순이 곤하게 잠들어 있다.
영심 : (휙 한번 돌아보고는 그냥 계속 머리를 감는다)
계속 울어대는 핸드폰 벨.
영심 : 으이 누구야 이 시간에? (머리를 박박 감다가 멈추고) 지원아빤가? 집에 무슨 일 있나?
영심, 거품 가득한 그대로 마루로 가 손을 탈탈 털고는 팔만 뻗어 안방에서 핸드백을 꺼내 핸드폰을 꺼낸다.
백에 물기를 안 묻히려고 애쓰다보니 백 여는 데 한참이다.
영심, 드디어 핸드폰을 꺼내 들고 열려는 그 순간 핸드폰 벨소리 뚝 끊어진다.
영심 : (흘러내리는 거품 닦으며) 으이씨 뭐야 진짜? 누구야 너?
(신경질적으로 홱 열고 보는데, 헉! 두눈이 휘동그래지며 얼어붙는)
핸드폰 액정에 ‘박정우’!
영심 : ...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 어떡해. 놓쳐버렸네. 아후 야밤에 머린 왜 감아가지구. 아침에 감을걸. 아침에 감는 건데.
(잠든 엄마 원망스럽게) 하이 엄마는 전화 좀 받아주지. 무슨 노친네가 잠이 이렇게 많냐? 아후 진짜.
짧은 시간경과.. 영심, 핸드폰 손에 꼭 쥐고 왔다갔다 몹시 갈등한다.
영심, 어느 순간 결심한 듯 홱 멈춰서고 핸드폰을 비장하게 연다.
영심 : (발성연습) 아 아. 아아아아아. (이쁜척) 여보세요? 여보세요?
준비를 마친 영심, 드디어 핸드폰 버튼을 꾸욱 누른다.
S#36. 돌섬
무표정하게 앉아있던 정우, 울리는 핸드폰 벨 소리에 ?해서 들고 보면 영심이다!
정우 : (!)... (받는다) 여보세요?
영심 : (F) 저,저예요. 오,오영심.
정우 : 네 영심씨..
S#37. 친정집 마당 - 돌섬
영심 : 저,전화 하셨죠 조,좀전에? 무,무슨 일루 하,하셨나..하구..?
정우 : 그러게요. 왜 했는지 나두 잘 모르겠어요. 그냥 생각이 났어요.
영심 : 네? (거품 물이 되어 마구 흘러내리는데 때도 모르고 쿵쾅거리는 영심의 심장!)
정우 : 뭐하구 있었어요? 꽤 오래 들구있었는데 안 받으시더라구요.
영심 : 네? 예에.. (흘러내리는 거품 닦으며) ‘책’ 보구 있었는데.. 워낙 책에 집중을 하다보니...
정우 : 네에..
영심 : 정우씬 뭐하구 있었는데요?
정우 : 저요? 갇혀버렸어요 섬에.
영심 : 네? 섬이요?
정우 : 낮에 분명히 걸어들어왔는데 잠깐하는 사이에 길이 없어져버렸어요. 나 지금 바다 한가운데 둥둥 떠 있어요.
영심 : 세상에!
정우 : 영심씨..
영심 : 네.
정우 : 우리아버지, 뇌종양이래요.
영심 : 네?
정우 : 못들었어요? 다시 한번 얘기할까요? 영심씨! 우리아버지.. 뇌종양이래요!
영심 : ... ...
정우 : (숨죽여 운다)
영심 : (그가 운다!)... ... (그의 울음에 가슴이 아려온다)
S#38. 남해바다
무섭게 일렁이고 있는 태풍의 바다.
S#39. 영심의 친정집 마당 - 마루
영심, 폭풍 몰아치고 있는 거친 바다 바라보며 안절부절 하고있다.
어느 순간, 후다닥 마루로 올라가는 영심. 그 마루 한켠에 영심의 핸드폰 놓여져있고..
영심, 손전등 찾아 정신없이 밖으로 뛰어나간다.
S#40. 바닷가 마을길
바다엔 무섭게 파도가 일렁이고 있고 뭍엔 강풍이 몰아치고 있다. 그 길을 달려오는 영심.
S#41. 해변 - 돌섬
영심, 달려와 멈추고 시커먼 밤바다 바라보며 돌섬을 찾으려고 애쓴다.
그 해변 어느 한켠에 작은 배 한척이 놓여져 있다. 그 어느순간 희미한 돌섬의 실루엣 들어오고..
영심,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는데.. 어! 핸드폰이 없다!
영심 : (어?) 핸드폰! (다 뒤져보지만 없다!) 멍충이! 아후 증말.. (렌턴으로 불 밝히며 지르는) 정우씨이! 정우씨이!
돌섬의 정우, 놀라서 벌떡 일어나 해변 바라보면 렌턴불빛이 출렁이고 있다.
정우 : (영심이다!) ... ...
영심 : 정우씨이 내 목소리 들려요오? 들리면 대답해요오!
정우 : ... 여긴 왜 왔어요오?
영심 : 메기가 온대요오!
정우 : 네? 매미가 운다구요?
영심 : 네에!
정우 : (도대체 무슨 소리야?)
영심 : 거기 있으면 큰일나요오 정우씨이! 빨리 나오세요오!
정우 : 나두 그러구 싶은데 파도가 세서 못 나가요오!
영심 : 정우씨 수영 못해요오?
정우 : 네? 안들려요?
영심 :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운 혼잣말) 아후 어떻게 수영을 못하면.. 어떡하지?
정우 : 돌아가요오! 난 괜찮아요오!
영심 : (정우 향해, 그러나 섬까진 들리지 않는 소리로)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남자가 수영두 못하면서!
정우 : (영심 향해, 그러나 해변까진 들리지 않는 소리로) 안가구 뭐하는 거야? (바라보는데 어?)
해변에 영심이 없다!
정우 : (?해서 자세히 살피며 찾는데, 한순간 깜짝 놀라는) 뭐,뭐야?
영심, 작은 배 손수 굴려(*혹은 노를 저어 현장상황에 맞게!) 바다를 건너오고 있다.
정우 : (다급한) 돌아가요오! 위험해서 안돼요 영심씨이!
영심, 높은 파도와 휘몰아치는 강풍과 맞서 싸우며 서툴게 그러나 결사적으로 키를 조정하며(*혹은 노를 저으며)
배를 몰고 전력질주 해서 정우 향해 가고 있다.
정우 : 제발 돌아가요오! 여긴 거기보다 파도가 엄청나요오!
영심, 저만치 정우 있는데 가늠해 본다. 이제 얼마 안남았다! 더 힘을 내 정우 향해 달려가는 영심.
그런데.. 일순간 암초에 걸린 배가 순식간에 홱 뒤집어진다.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영심!
정우 : (얼어붙는)... ... 여,영심씨..!
두려움에 질린 정우의 시선에.. 어느 순간 뒤집어진 배 한켠을 잡고 바다 위로 얼굴을 드러내는 영심!
영심, 고통스럽게 물을 토해내며 바다 한가운데 둥둥 떠서 위태롭게 허우적대고 있다.
정우, 순식간에 다이빙 선수처럼 몸을 날려 바다로 뛰어든다. 이젠 정우가 영심을 향해 헤엄쳐가고 있다.
정우, 마침내 영심에게 도착한다.
정우 : (배를 잡고 헉헉거리며) 영심씨, 영심씨 괜찮아요? 다친 데 없어요?
공포와 두려움에 질린 탈진 직전의 영심, 정우를 보고 눈물이 핑 돈다.
영심 : (온통 젖어서 눈물 흘리며 끄덕끄덕)
정우 : ... ... (고맙고 미안하고 참 어이가 없는 이 여자!)
태풍 몰아쳐오는 캄캄한 밤바다 한가운데서 그렇게 위태롭게 만나는 영심과 정우.
*짧은 시간경과..
정우, 영심의 목을 끌어안고 헤엄쳐 돌섬으로 향하고 있다.
영심 : 어푸 어푸 수영 못한다면서요?
정우 : 어푸 어푸 내가 언제요?
영심 : 어푸 어푸 아까 그랬잖아요?
정우 : 어푸 어푸 영심씨 사오정이예요?
영심 : 어푸 어푸 어머! 어떻게 알았어요? 나 왼쪽 귀가 잘 안 들리거든요.
그렇게 섬으로 향하고 있는 두사람의 점점 멀어지는 실루엣 위로..
정우 : (E) 귀는, 어쩌다 그래요?
영심 : (E) 중3때 아부지한테 대들다 맞았어요. 우리아버지 젊은여자랑 바람났거든요.
땅 문서 집문서 다 들구 집나간다구 해서.. 그때 고막이 터졌어요.
정우 : (E) 병원에 안 갔어요?
영심 : (E) 엄마가 많이 아팠어요. 인생 짓밟힌 엄마한테 차마 귀 아프다구 징징댈 수가 없더라구요.
S#42. 돌섬
활활 타고있는 모닥불. 멀찌감치 떨어져앉아 불을 쬐며 젖은 몸을 말리고 있는 영심과 정우. 영심도 정우도 흠뻑 젖은 채다.
두 사람, 옷 입은 채로 잡히는 대로 돌돌 말아 물기를 짜낸다. 그러다 정우, 피식 웃는다.
영심 : (어?) 왜 웃어요?
정우 : (영심 보고 더 크게 웃는다) 푸하하하.
영심 : (??) 정우씨?
정우 : (웃음 잦아들고 순한 미소 띈 얼굴로 영심을 응시한다)
영심 : 왜,왜..그래요?
정우 : 어이가 없어서요. 수영두 못하면서, 자동차 운전두 못하면서, 여길 어디라구 배를 몰구 와요. 나두 겁나서 이러구 있는데.
영심 : 고마워요.
정우 : (?)
영심 : 덕분에 나 오늘 저세상 문턱에까지 갔다왔잖아요. 죽는다는게, 아니 죽을지두 모른다는게, 얼마나 두렵구 공포스러운 건지
알게 됐어요. 앞으룬 아무리 사는 게 힘들어두 죽구싶단 생각, 절대루 안할 것 같아요. (하는데)
정우 : (한없이 어두운 얼굴로 모닥불 응시하고 있다)
영심 : (깨닫고) 어머, 미안..해요. 정우..씨..?
정우 : 말해야겠죠? 죽을 지두 모른다고.
영심 : ... ...
정우 : 그런데 어떻게 말하죠? 죽을 지두 모른다고.
영심 : ... ...
정우 : ... ...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데 얼마전에 결혼..했어요.
영심 : (저도 모르게 움찔)
정우 : 걔 때문에 돌아버릴 거 같아요. 보구싶어서 돌겠어요. 전화 걸구 싶어서 만나구 싶어서 안구 싶어서 돌아버리겠어요.
영심 : (어이없게도 그 말에 상처 받고)
정우 : 그래서 요즘 나.. 죽구싶단 생각 참 많이 했어요. 나란 놈이 너무 하찮게 느껴져서.. 나란 놈이 너무 한심해서..
참을 수 없이 자존심이 상해서.. 걔 보구싶을 때 마다 걔 안구싶을 때마다, 죽구싶다 죽구싶다...
영심 : ... ...
정우 : (눈시울 붉어지고) 정작 죽구싶은 사람이 누군데...
영심 : 뇌종양이라구 다 죽는 건 아니잖아요. 수술루 치료할 수두 있구 또..또..
정우 : 그런 행운 우리아버지한텐 없어요. 뭘 해두 안되는 사람들 있죠. 뒤루 넘어져두 코가 깨지는. 우리아버지가 그래요.
영심 : ... ...
정우 : 그래서 두려워요.. 그게 두려워요.. (눈물 흐르는) 이번에두 우리아버지 그럴까 봐..
(울먹) 우리아버지 이번에두 또 그럴까봐..
영심 : ... ...
어느 순간, 장대비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 장대비로 모닥불 일시에 꺼져버린다.
그러나 두사람,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내리는 장대비 고스란히 맞고 있다.
S#43. 태풍
몰아치는 밤바다 폭우와 강풍이 무섭게 몰아치고 있는 바다.
S#44. 돌섬
영심, 무섭게 내리는 폭우 그대로 맞으며 오돌오돌 떨고 있다.
정우, 어디선가 버려진 장판 주워서 끌고온다. 강풍과 폭우에 휘청휘청하면서.
정우, 쭈그리고 오돌오돌 앉아있는 영심과 함께 덮어쓰며 영심 옆에 앉는다.
영심 : (어?) ... ...
정우 : 이거라두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예요. (내리는 비 걱정스레 쳐다보는데)
영심 : (지척의 정우가 몹시 불편하다) 흠.. 흠.. (조금 떨어져 앉는다)
정우 : (느끼고, 비로소 상황 인식되어 어색해진다) 흠.. 흠.. (역시 조금 떨어져 앉고)
영심 : (긴장한 채) ... ...
정우 : (긴장한 채) ... ...
영심 : ... ...
정우 : ... ...
두 사람 그렇게 태풍 몰아치는 섬에 갇혀있다. 컴컴한 밤바다 한가운데 둥둥 함께 떠있는 두 사람. (F.O)
S#45. 바닷가, 돌섬 (다음날 아침)
간밤의 태풍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치미 뚝 떼며 잔잔하게 빛나고 있는 푸른바다.
카메라 돌섬으로 이동하면... 모노륨 장판 이불처럼 덮고 나란히 누워 곤하게 잠들어 있는 정우와 영심!
잠결의 영심, 몸을 뒤척이다 정우의 품속으로 파고든다. 잠결의 정우, 품속으로 파고드는 영심을 꼭 안아준다.
두 사람 그렇게 잠결에 서로를 안은 채로..
잠든 그들을 포근히 감싸고 있는 기분 좋은 햇살과 듣기 좋은 파도소리, 그리고 감미로운 바닷바람..
S#46. 다랭이마을 시골길
안절부절 하얗게 질린 끝순, 애타게 영심을 찾아다니고 있다.
끝순 : 영심아! 영심아?
S#47. 다른 마을 시골길
정우를 찾아나선 태복, 이리저리 아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태복 : (어디로 가서 찾아야할 지조차 몰라 난감한 채 아들이 걱정스러운데)
끝순 : (E) 영심아아! 영심아아!
태복 : (소리나는 쪽 쳐다보면)
끝순, 발을 동동 구르며 딸을 찾아다닌다.
끝순 : 아이구우 영심아..! (두리번두리번, 안절부절 다시 뛰어가며) 영심아아! 오영시임!
태복 : (남의 일 같지 않아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 (긴 한숨)
S#48. 돌섬
다정한 연인처럼 잠들어 있는 영심과 정우. 어느새 달구어진 강한 햇살에 두 사람 괴로워하며 차례로 눈을 뜬다.
영심 : (괴로워하며 깨어나고 손 가리개로 햇살 막는다)
정우 : (괴로워하며 깨어나고 손 가리개로 햇살 막는다)
영심 :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정우 : (뭔가 느낌이 묘하다!)
한순간 동시에 눈이 마주치는 영심과 정우!
영심 : (까무라치게 놀란다)
정우 : (소스라치게 놀란다)
두사람 동시에 벌떡 일어나고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등을 돌리고 앉는다.
정우 : ... ...
영심 : ... ...
S#49. 돌섬과 뭍을 연결하는 바닷(돌)길
영심, 죄인처럼 걸어나온다.
정우, 영심과 한참 떨어져서 앞에 가는 영심 바라보며 난감해서 걸어나온다.
S#50. 해변길
먼저 도착한 영심, 정우 기다리며 애꿎은 발길질만 해대고 있다. 정우, 해변 위로 올라온다.
정우 : 흠.. 흠..
영심 : ... ...
정우 : 그럼. (목례하고)
영심 : (어정쩡 따라서 목례하고)
정우 : (천천히 돌아나간다)
영심 : ... (천천히 돌아나간다)
두 사람 그렇게 반대방향으로 각자 멀어지는데..
정우 : (뭔가 빠진 듯한 기분)
영심 : (뭔가 아쉬운 듯한 기분, 이렇게 헤어지다니!)
정우 : (홱 멈춰서고 뒤돌아본다) 저기요 영심씨!
영심 : (? 멈춰선다, 뒤돌아본다)
정우 : 고마웠어요.
영심 : (그저 끄덕끄덕)
정우 : 안잊을게요.
영심 : (또 끄덕끄덕)
정우 : 그럼. (걸음을 떼려는데)
영심 : (붙잡듯) 병원, 말인데요?
정우 : (?해서 기다린다)
영심 : 남편이 신경외과 의사예요 대학병원. 원하시면 소개해 드릴게요.
정우 : ... ...
영심 : 생판 모르는 병원 찾아가는 거보다 나을 거 같아서.. 저이 남편이 도움이 돼 드릴 수 있을 거예요.
정우 : ... ...
영심 : ... ...
S#51. 가흔의 미술관 (혹은 갤러리) 앞
한손에 붉은 장미다발 쥔 지환, 통유리 너머의 가흔을 응시하고 있다.
통유리 너머의 가흔, 쓸쓸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지환쪽 말고 다른쪽)
지환 : (애처롭고 미안하고)
S#52. 가흔의 미술관 안
창가의 가흔, 무심코 돌아서는데.. 지환이 다가오고 있다.
가흔 : (움찔)...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짤렸냐? 바쁜 박사님께서 이 시간에 웬일?
지환 : (장미다발 퍽 안기고) 점심 먹자. (손목시계 보며) 지금부터 정확히 한시간 이십칠 분간 윤가흔한테 올인!
가흔 : 바쁜 시간 쪼개서 와준 건 고마운데 싫다! 당분간 너 안보기루 맘 먹었거든 나. 작 심삼일은 해야지.
지환 : 벌써 봤잖아. 나가자. (성큼성큼 먼저 나간다)
가흔 : (싫지 않은) 허! (바라보며 조금 웃고는 장미다발 코에 대고 향기 맡아본다)
S#53. 고급 레스토랑
식사중인 지환과 가흔.
가흔 : (먹으며) 내 결심 존중해줘. 당분간 나 너 안봐.
지환 : (먹으며) 세가지 이유만 대. 타당하면 존중하께.
가흔 : (물 마시며) 첫번째, 쪽팔려서.
지환 : (먹으며) 너두 그런 말 써? 첨 듣는다.
가흔 : 창피한 걸루는 그날 일 커버가 안되니까.
지환 : (먹던 거 멈추고 바라본다)... 수용! 두번짼?
가흔 : 너랑 친구하는 거, 그만하구 싶어! 재미없어. 시시해.
지환 : ... ...
가흔 : (먹으며) 연애할라구. 결혼두 하구. 남편 생기면 그때 다시 친구해 줄게. 그땐 니 친구노릇 잘 할 수 있을 거야.
지환 : ... ...
가흔 : (먹으며) 그리구 세번짼, 힘들다 내가. 친구인 척 하는 거. 난 친구 아니거든. 나이 먹어 그런가 요즘 좀 그래.
지환 : ... ... 가흔아!
가흔 : (O.L) 지원엄마, 사랑하니?
지환 : ... ... 착한 사람이야.
가흔 : 건 나두 잘 알구, 질리게 잘 알구, 느이마누라 사랑하냐구?
지환 : 양자택일 하란 협박으루 들린다?
가흔 : 최후통첩이야. 주름 기미 더 생기기 전에 나두 내 살길 찾아야지. 누구 친구루만 평생 늙는 거 생각만해두 끔찍하잖어.
지환 : ... 연애해. 결혼두 하구. 연락 안할 테니까 남편 생기면 니가 연락해. 남편.. 데리구 와라.
넌 싫다니까 니 남편 친구루 만들어보지 뭐.
가흔 : (파르르 쏘아보고 있는)
지환 : (바라보며) 친구땜에 아낼 버릴 순 없잖아. 사랑이 아니어두 영심이, 내 아내구 얘들 엄마야.
가흔 : (쏘아본 채) ... ...
지환 : (그저 먹는다)
S#54. 영심의 친정집 마루
발끈한 끝순, 영심에게 호통치고 있다.
끝순 : 그래서? 그래서어?
영심 : (기어 들어가는)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배가 뒤집어졌다니까..
끝순 : (퍽퍽 때리며) 미친년! 미친년! 터진 입이라꼬 넙죽넙죽 머시 우짜고 우째?
영심 : 아야 아야. 아파. 아파 엄마아.
끝순 : (계속 때리며) 그 태풍에 그 장대비에 어이구우 이 미친년아! 어이구 이 쓸개 빠진 년아아!
영심 : 앗 따거! 아야 아야. 아후우..
끝순 : (멈추고 씩씩거리며 손목이 아파 손목을 만지고 턴다)
영심 : 왜에 손목 아파? 삔 거 아냐? 봐봐.
끝순 : (홱 뿌리치고) 그 머스마가 니 서방이가? 가가 죽든 말든 니가 와? 니가 와?
영심 : 위,위험한데 그,그럼 어떻게 가만있어?
끝순 : 이년아 니는 안 위험하고? 그 머스마야 달랑 한몸이지만 니 잘몬 되문 아아들은? 민서방은?
영심 : ... ...
끝순 : 간댕이가 처부어가지고 어데 가정있는 여자가 외간사내하고..
(치밀어올라 다시 때리며) 민서방 알아봐 민서방 알아봐아 이 오줄없는 가스나야?
영심 : ... ...
S#55. 남해 정우엄마 산소
태복과 정우, 무덤에 떼 입히고 있다. 묵묵히 일할 뿐 아들도 아버지도 아무말이 없다.
S#56. 경찰서 유치장
수창, 각종 잡범들과 소발바닥 닭발바닥 류의 게임 신나게 하고 있다.
형사(*또는 유치장 담당)가 와서 수창을 부른다.
형사 : 한수창, 면회다.
수창 : (씨익 웃고) 요것아, 니가 그러면 그렇지! 그래야 내 마누라지이잉!
박진영의 ‘허니’ 부르며 촐싹거리며 나가는 수창.
S#57. 경찰서 면회장
박진영의 ‘허니’ 부르며 박진영처럼 춤추고 들어오던 수창, 테이블 위의 큼직한 여행가방 보고 뚝, 일시정지..
수창 : 야?
명숙 : 뭐?
수창 : 그거 뭐야?
명숙 : 뭐긴 뭐야? 니 속옷이랑 옷이지.
수창 : 꺼내주러 온 게 아니구?
명숙 : 돈 삼백이 누구집 개이름이니? 두툼한 겨울파카 넣었어. 밤에 입구 자.
수창 : 야?
명숙 : 왜?
수창 : (풀죽은) 형님은?
명숙 : 울오빠가 니은행이니? 니 자선냄비야? 너두 사람새끼면 양심이 좀 있어라. 오빠 돈 없어. 꿈두 꾸지마.
수창 : 돈이 왜 없어 형님이? 운전학원 월급 받아 중삐리 고삐리 새끼들 과외 뗘. 내가 어젯밤에 면밀히 계산해 봤는데
형님, 월수 300은 돼 숙아! 휴학 1년이면 모은 돈두 꽤 될걸!
명숙 : 이 금붕어 새끼야, 그새 잊었어? 울오빠 안먹구 못자구 학교두 못다니며 피땀 흘려 모은 그돈 니가 다 처먹었잖아.
카드빚 도박빚, 금붕어 밥으루 다 날렸잖아.
수창 : ... ... 숙아 한번만! 딱 한번만 어? (후다닥 무릎꿇고 앉아 싹싹 빌며) 이렇게 이렇게 내가 빈다! 다신 안그래 나! 어?
너, 감방은 유치장하구 다르다? 얼마나 살벌한데? 딴 것두 아니구 고삐리 상해죄루 빵 가봐 소돼지 취급받아.
형량 내도록 강도 강간범들 한테 나 뺑뺑이야 숙아!
명숙 : (속상하고 난감한 채) ... ...
S#59. 동 산소
태복과 정우, 각각 앉아있다. 태복이 조금 앞에 앉아서 정우가 태복의 등을 보고있는..
태복 : ... ...
정우 : ... ...
태복 : 의사가 뭐래?
정우 : 낼 아침에 저랑 서울 올라가요.
태복 : 죽을 병이야?
정우 : 큰병원 가서 다시 검사 받아보래요.
태복 : 죽을 병 맞는가부네.
정우 : 뇌종양..이래요.
태복 : (두눈 심하게 출렁이는) 맞네 죽을 병.
정우 : 수술루 완치가능한 경우도 많아요.
태복 : 거야 돈 있구 운좋은 놈들 해당사항이구. 혼자 올라가.
정우 : 아버지?
태복 : 머리통 쪼개기 싫다. 바보밖에 더 돼? 아직은 견딜만 해. 어차피 갈거면 병원보단 바다 위가 나. 느엄마처럼,
정우 : (O.L, 눈시울 붉어지는) 저는요? 나는요 아버지? 평생 아버지 뜻대루 아버지 생각만 하면서 사셨으니
이번 한번만 제생각두 좀 해주세요! 낼 8시 출발이예요! 그렇게 알구 준비하세요!
태복 : (눈시울 붉어지는) ... ...
정우 : 저, 아부지 그냥 못보내 드려요! 저, 아부지 그냥은 안보내 드려요! 그러니까 아버지두 아버지노릇 하구 가세요!
태복 : ... ...
S#60. 황제나이트 안
영업전이라 어두침침하고 텅빈 실내. 영심과 퇴물, 나란히 무대에 걸터앉아있다.
퇴물의 얼굴 얼마나 맞았는지 온통 피멍천지다.
영심 : (걱정스럽게 보는)
퇴물 : 낼 올라간다구? 일주일쯤 있을거라더니 왜 벌써 올라가?
영심 : 사정이 좀 생겨서요.
퇴물 : 아직두 생겨서요,야? 말 놔. 민증 까자. 화류계 나이 말구 내진짜 나이 스물아홉, 언닌?
영심 : 서른. 근데 얼굴은 어쩌다가..?
퇴물 : 깡패새끼들이 어떻게 알구 쫓아왔지 뭐야. 안죽길 천만다행이지. 세놈이서 차례루 줘패는데 진짜루 죽는줄 알았다!
악질새끼들, 시퍼런 사시미칼 처들구 돈 내노라구, 안내노면 쥐두새두 모르게 없애버린다구...
영심 : 어떡해요 앞으루..?
퇴물 : 또 어떡해요다. 말 까라구 했잖어. 까.
영심 : 어떡해 앞으루?
퇴물 : 토껴야지 뭐. 별 수 있어? 잡힐 때까지 토기구 잡히면 또 맞구. 죽을 때까지 그짓 꺼리 하는 거지.
(가방에서 주섬주섬) 이거 볼래?
영심 : (보고 ?)
퇴물 : 쥐약!
영심 : (놀라는) 건 왜?
퇴물 : 죽을라구.
영심 : 효리씨?
퇴물 : 아, 깜빡했다! 이효린 내 화류계 이름이구 내진짜 이름은 김수미.
영심 : (끄덕끄덕)... 수미씨..?
퇴물 : 수미야.
영심 : 수미야, 그거 이리줘.
퇴물 : 왜 언니 먹게?
영심 : 엄마집에 쥐가 많아.
퇴물 : 푸하하. (빤히 보며) 삐리리! 나, 필 꽂혔어 언니한테! 언니 맘에 들어.
영심 : 안 먹을거지?
퇴물 : 장담 못하지. 쫓겨다니는 거 진절머리 나면 그때 먹을라구.
영심 : 빚이 얼만데?
퇴물 : 왜 대신 갚아줄라구?
영심 : 얼만데?
퇴물 : 이천.
영심 : 빌려주께.
퇴물 : (화들짝) 뭐?
영심 : 빌려준다구.
퇴물 : (믿기지 않아서) ... (무슨 이런 여자가 다 있어?)
S#61. 영심의 시댁 전경 (밤)
S#62. 영심의 시댁 거실
민원장과 재환, 바둑 두고 있고.. 수현, 훈이 분유 먹이고 있다.
민원장 : (장고 끝에 신중하게 놓으며) 소아병동 인테리어 다시 해.
재환 : (궁리하며) 한지 얼마나 됐다구요.
민원장 : 눈 가리구 아웅이야. 알록달록 색종이만 붙여노면 소아병동이야? 아파서 오는 애들 제집마냥 느껴지게 다시 꾸며.
재환 : (수현 향해) 들었지 누나?
수현 : 딴 데 맡겨. 나 안해. 나 안해요 아버지.
민원장 : (재환의 흑돌 가져오며) 내딸이 인테리어 디자이너야. 왜 딴 데 맡겨 헛돈 써.
재환 : (흑돌 놓으며) 내 집사람이 인테리어 디자이너야. 왜 딴 데 맡겨 헛돈을 쓰나.
수현 : 그럼 예산을 올려주던가? 쥐꼬리만큼 주구 어떻게 용꼬리만큼 만들래?
그때 지혜, 과일쟁반 가지고 와서 놓으며 앉는다.
수현 : 지혜 니가 해.
지혜 : 네?
수현 : 아버지병원 소아병동 다시 하래. 니가 맡아 해.
지혜 : 제가요?
수현 : 원장님께서 내가 한 게 맘에 안드신대.
지혜 : (민원장 쳐다본다)
민원장 : 부탁 좀 하자 아가. 느이시눈 장사꾼 다 돼서 영 감동이 없어. 너한테 감동 좀 받자.
재환 : 미 투.
지혜 : 네 아버님..
수현 : 엄만 무슨 통화가 이렇게 길어? 여성잡지서 전화온 거라며?
지혜 : 네. 어머니 호스피스 봉사활동 취재한다구요.
나여사,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허밍음 읖조리며 방에서 나온다.
민원장 : 장사꾼 또 한명 납신다 (백돌 놓으며) 길을 비켜라!
수현 : 재미붙었수? 뭔 인터뷸 그렇게 많이 해? 기사루 안방 도배할 작정이유?
나여사 : 글쎄 난 안하겠다구우 안하겠다구우 하는데두 나밖에 없다는데 난들 어떡하니? 기자들 질긴 거 잘 알잖어.
수현 : 그래서 엄마기사 주제가 뭔데?
나여사 : 노블리스 오블리제.
민원장 : (삐죽이며) 얼어죽을!
나여사 : 얼어 안죽어. 내가 나만 좋자구 이래? 당신 병원 이참에 전국적으루 홍보하구 병원 이미지 고결해지구,
당신한테 뭐 나쁜 거 있어?
민원장 : 순수하게 진심갖구 봉사하는 사람들 데리구 장사하지 말라구.
나여사 : 자,장산 누가 장살 한다구 그래! 열심히 봉사활동 하다보니까 그게 세상에 알려져서 그런거지.. 아,안그러냐 아가야?
지혜 : 네 그럼요. (억지 미소)
S#63. 영심의 친정집 마루
끝순, 비닐 뒤집어쓰고 앉아있다. 비닐장갑 낀 영심, 염색약 휘휘 저으며 온다.
영심 :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염색약 바르려고 엄마의 머리 만지는데)
엄마의 머리카락에 빼곡히 들어앉아있는 흰머리카락들.
영심 : (먹먹해지는)... ... (이리 넘기고 저리 넘겨보는)
구석구석 참 많이도 들어앉아 있는 엄마의 하얀 머리카락.
영심 : 엄마 올해 몇 살이더라?
끝순 : 이 가스나 보래이, 실컷 배 아파 나놨디만 저엄만 나도 모리고. 내 나는 와?
영심 :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끝순 : 퍼뜩 안바르고 머하노? 벌쓰로 목 아프구마는.
영심 : 어. (바른다)
끝순 : 그래서 낼 올라갈끼가?
영심 : 응.
끝순 : 문디이 가스나 이랄거문 말라 돈 처드리가미 내리왔노? 오미가미 경빈 좀 드나?
영심 : 섭섭해?
끝순 : 섭섭하기는 머시 섭섭해? 쌔리 처만들어논 음식들 쓰레기 만들게 생겼으이 허는 소리지.
영심 : 바보. 하나밖에 못놀거면 그냥 나 아들루나 낳지. 그럼 며느리 봉양받으믄서 손자 손녀 품에 끼구 오순도순 같이 살텐데.
하여간 보면 복두 지지리두 없어.
끝순 : 서방복 읎는 년이 자슥복 있을라꼬. 다 팔자소관이지 머.
영심 : 엄마팔자 내가 고쳐주구 싶었는데..
끝순 : 남팔자 걱정하지 말고 가스나 니 팔자나 간수 잘 허고 살아. 민서방 딴데 눈 안돌리게 그저 간수 잘 허고.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아나 모르나?
영심 : 피이..
끝순 : 그라고 참, 중병 걸린 고향 노친네 병원 소개해주고 민서방 소개해주고 다 좋은데 함부래라도 민서방자테는
우짜고 저짜고 그 머스마캉 돌섬서 하루 난 일 얘기하지 마라. 어이? 세상사람들이 다 니맘 같은중 아나. 택도 읎다.
영심 : ... ... (복잡해진다) (F.O)
S#64. 정우집 전경 (다음날 아침)
S#65. 정우집 마당
정우, 아버지의 짐가방 들고 앞서 나오고.. 태복, 기운이 쑥 빠져서 시체처럼 나온다.
마당에 서서 집을 휘- 둘러보는 태복.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정우 : 가요 아버지.
태복 : (묵묵히 앞서나간다)
S#66. 정우마을 마을길 (*혹은 공터)
태복과 정우, 차에 짐 넣고 섰는데.. 여행가방 든 영심, 다가온다.
영심 : 정우씨.
정우 : (돌아보면 영심이다) 오셨어요?
태복 : (?해서 영심을 보는)
영심 : 안녕하세요. 저 첨 보시죠? 전 며칠 전에 뵀는데.
태복 : (누구냐고 정우 쳐다본다)
정우 : 오영심씨라구 아버지 쓰러지신 날 이분이 병원으루 모셨어요.
태복 : (그러냐고 끄덕이고 영심 향해) 인사가 늦었어요. 그날은 고마웠어요.
영심 : 아우 아녜요. 말씀 낮추세요.
태복 : (영심의 여행가방 ?해서 보는)
정우 : 영심씨 남편이 대학병원 신경외과 의사래요. 아버지 거기루 모시려구요.
태복 : ... ...
영심 : (불편하고 조심스런) 거,걱정..하지 마세요. 저,저이남편이 그쪽 분야에선 꽤 유명한 의사거든요?
어,어르신 불편하시지 않게 최대한 잘 치료해드릴 거예요.
태복 : 이래저래 신세가 많소. (묵묵히 차에 오른다)
정우 : (무거운 표정)
영심 : (그런 정우 보며 함께 무거워지고)
S#67. 고속도로, 달리는 정우 차안
정우의 차, 달려온다. 무거운 침묵과 불안으로 착 가라앉은 차 안.
태복 : (뒷좌석) ... ...
정우 : (운전석) ... ...
영심 : (조수석) ... ... (정우와 태복 사이에서 숨도 제대로 못쉰 채)
어느 순간 그 숨막히는 정적을 깨고 시작되는 영심의 딸꾹질. 당황하는 영심. 그러나 딸꾹딸꾹.. 영심의 딸꾹질 멈춰주질 않고..
숨막히는 정적 속에 영심의 딸국질만 딸국딸국.. 정우의 차 그렇게 상경한다.
S#68. 대학병원 전경
S#69. 병원 내 휴게실
정우와 태복, 앉아서 영심을 기다리고 있다.
태복의 시선에 각양각색의 아픈 환자들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아버지의 마음 읽고 한없이 무거워지는 정우.
S#70. 대학병원 지환방
소파에 앉아있는 지환과 영심.
지환 : 연락두 없이 난데없이 나타나 도대체 무슨 소리야?
영심 : 여보오오! 해주라 응? 여보오오?
지환 : 안돼. 목빼구 기다리구 있는 환자가 얼만데 어떻게 껴넣어?
영심 : 그러니까 당신한테 이렇게 부탁하지이. 시골서 무작정 올라왔는데 일이주씩 어떻게 기다려?
뇌종양이면 그게 어디 보통 병이야?
지환 : 보통병 아니지만 일이주만에 어떻게 되는 병두 아냐. 제대루 수속 밟아서 검사받구 입원하라구 해.
영심 : 어떻게 그렇게 말해? 당신 빽으루 오늘 당장 입원시켜준다구 큰소리 뻥뻥 쳐놨는데! 내체면이 뭐가 되냐구?
지환 : 허.. 도대체 어떻게 아는 사이야?
영심 : 어? 어어..그,그게.. 그,그러니까 그게.. 고향후배지 뭐 고향후배.
지환 : 당신 입장 곤란하면 내가 말하께. 어딨니 니 고향후배?
영심 : 여보오오?
S#71. 대학병원 휴게실
지환, 의료진들 인사받으며 걸어온다. 그곁에 영심, 안절부절인 채로..
정우, 영심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기다린다. 태복은 안 보이고..
영심 : 여,여보 여,여기.
지환 : (다가가고 정우를 쳐다본다)
정우 : (지환을 잠시 쳐다본 후 정중하게 목례한다) 박정웁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지환 : (짧게 목례로 받고) 환자분은?
정우 : 답답하시다구 밖에 좀. 가서 모셔올게요. (가려는데)
지환 : 박정우씨!
정우 : (다시 뒤돌아서고) 네 선생님.
영심 : (아후! 죽겠는)
지환 : 오늘 당장 입원해 검사받길 원하시는 거라면 우리병원은 좀 곤란합니다.
알아봤더니 2주 후에나 입원두 검사두 가능할 거 같아요.
정우 : 네? (영심을 쳐다본다)
영심 : (고개를 떨구는)
지환 : 대신 다른 병원을 소개해드릴 테니 거기루 가세요. 종합병원은 아니지만 시설이 아주 잘 돼 있는 병원이예요.
원하신다면 제가 외래를 봐드리죠.
영심 : (반색) 여보?
정우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지환 : ... ...
정우 : ... ...
영심 : ... ...
S#72. 민원장 병원 검사실
환자복 차림의 태복, 각종 검사받고 있다.
S#76. 민원장 병원 복도
영심과 정우, 나란히 걸어온다.
영심 : 차라리 잘됐어요. 큰병원은 담당간호사 만나기조차두 어렵다잖아요. 여기 병원 유명해요. 그이 말대루 시설두 좋구요.
정우 : 잘 아시는 병원인가 봐요? 아까 간호사 분하구두..?
영심 : 시아버님 병원이예요. 시동생두 여기 의사루 있구.
정우 : 네에..
영심 : 그러니까 맘 푹 노세요. 제가 아버님이랑 시동생한테두 얘기 잘 해서, (하다가 느끼고 돌아보면)
정우, 멈춰선 채 얼어붙어서 어딘가 뚫어지게 보고 있다.
영심, ?해서 정우 시선 좇아 가보면 지혜가 걸어가고 있다.
영심 : (?)... (정우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정우 : (지혜다!)... ... (지혜에게 못박힌 두 눈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영심 : (?? 정우와 지혜를 차례로 본다)... (어느순간 들려오는)
정우 : (E)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데 얼마전에 결혼..했어요.
영심 : (혼란스럽고)... ...(번뜩 떠오르는 또 하나의 장면!)
*지혜의 결혼식..
영심과 부딪혔던 슬프게 울고있던 남자 정우!
영심 : (깨닫고 휘동그래진 눈으로 정우와 지혜를 홱 다시 차례로 쳐다본다)
정우처럼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마는 영심! 영심의 그 충격에서 엔딩!
-제3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