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문의 영광] 45
#.1 씬. 수술실.(밤)
단아, 의식이 없는 상태로 수술을 받고 있는.
#.2 씬. 수술실 앞.(밤)
강석, 넋이 나간 표정으로 벽 앞에 서있고,
석호, 영인, 수영, 태영, 긴장한 표정으로 서있는.
영인 : (석호에게, 거의 넋이 나간 느낌으로)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이실장 죽을 고비 넘긴지 얼마나 됐다구, 우리 단아까지.
마치 누군가가 저 애들 사랑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 같잖아.
석호 : .....
멍하니 서있는 강석, 그 위로.
단아E : 내 운명이 무서워요.
강석 : (안타까운 심정으로 수술실을 바라보는데)
수영, 태영, 다가오는.
태영 : 너 팔 치료 받아야지. 피 많이 흐르는데.
강석의 팔, 겉옷이 칼에 찢어져 상처 드러나 있고, 피가 손목까지 흘러내려 있다.
수영 : 그래, 이실장, 수술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는데, 치료부터 받자.
강석 : 괜찮습니다.
태영 : 괜찮긴 뭐가 괜찮아. 피 계속 흐르는데.
강석 : .....
#.3 씬. 수술실.(밤)
위급한 상황으로 수술 받고 있는 단아.
#.4 씬. 만기의 방.(밤)
만기, 눈을 감고 앉아있는. 동동 그 앞에 앉아있는.
동동 : 할아버지?
만기 : (눈을 뜨고 보는)
동동 : 제가 고조할아버님께 가서 또 빌어볼게요. 그럼 고모 살려주실 거예요.
만기 : (눈물이 글썽해서 보며) 그러려무나.
동동 : (일어나서 방을 나가는)
만기 : (착잡한 심정으로 앉아있는)
#.5 씬. 마루.(밤)
주정, 삼월, 조만, 말순, 진아,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있는.
동동, 방에서 나오는.
말순 : 왜? 뭐 줄까?
동동 : 아니에요. 고조할아버님 방에 가려구요. 우리 고모 살려달라고 할거예요.
고모부도 살려주셨으니까 고모도 살려주실 거예요.
모두, 눈물이 글썽해서 보는.
말순 : 그래, 동동아. 동동이가 부탁드리면 꼭 살려주실 거야.
동동 : (하옹의 방 쪽으로 움직이는)
조만 : 진짜 해도 너무 하는 거 같아요. 꼭 결혼 며칠 앞두고 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그런 사고를 당하는 게 말이나 되냐구요. 폐를 찔렸다는데, 어떡해요.
삼월 : 조용해라.
조만 : 단아가 운이 없어도 너무 없으니까 그렇죠. 전 저만 비극적 운명인 줄 알았는데, 단아에 비하면......
삼월 : 입 다물라니까. 어디서 함부로 운명이니 뭐니 떠들어.
주정 : (일어나는)
#.6 씬. 하옹의 방.(밤)
동동, 영정 앞에 서있는.
동동 : 고조할아버지? 또 들어주실 거죠? 고모부 때처럼, 제가 살려주세요, 그러면 살려주실 거죠?
(울면서) 살려주세요, 할아버지. 우리 고모 살려주세요.
주정, 들어와서 동동을 끌어안는.
동동 : (더 큰 소리로 울면서) 우리 고모 죽으면 어떡해요? 할머니?
주정 : 아니야. 우리 동동이가 이렇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데 살려주실 거야.
#.7 씬. 수술실 앞.(밤)
간호사, 혈액을 들고 급하게 걸어오는.
태영 : 벌써 세시간 짼데,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간호사 : 기다리세요. (수술실 안으로 들어가는)
강석 : (암담한 심정으로 수술실을 보고 있는)
석호, 영인, 수영, 태영, 답답하고 괴로운 심정으로 수술실만 바라다보고 있는.
#.8 씬. 강석의 집 거실.(밤)
천갑, TV 켜놓고 소파에 앉아 잠이 들어있는.
영자, 하품하면서 나오는.
영자 : 잘 거면 들어가서 자.
천갑 : (벌떡 일어나 앉으며) 본다, 봐.
영자 : 강석이 아직 안 들어왔지?
천갑 : 어? 들어오는 거 못 봤는데.
영자 : 12시도 넘었는데, 왜 아직 안 들어와?
천갑 : 곧 들어오겠지.
영자 : 설마 얘 하교수 집에서 자고 오려는 거 아냐?
천갑 : 그럼 어떠냐? 어차피 결혼할 애들인데.
영자 : 하교수 집 그렇게 안 봤는데, 진짜 창피한 줄도 모르고. (수화기 드는)
천갑 : 그냥 두라니까.
영자 : 결혼 전에 처갓집에서 자고 다니는 걸 어떻게 그냥 둬.
(버튼 누르는)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아. 뭘 하느라구.
#.9 씬. 수술실 앞.(밤)
강석, 초조한 표정으로 수술실을 보고 있는데, 계속 울리는 핸드폰.
태영 : (다가서며) 전화 계속 울리는데.
강석 : (그제야 돌아보는)
태영 : 전화 오잖냐?
강석 : (주머니에서 휴대폰 꺼내는. 잠시 난감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보다가) 네?
#.10 씬. 강석의 집 거실.(밤)
영자, 전화 중. 천갑, 하품하면서 TV를 보고 있는데.
영자 : 너 왜 안 들어와? 지금이 몇 신 줄이나 알아?
하교수 집안 그렇게 안 봤는데, 결혼 전에 사윗감 재워 까지 보내신다니? 그러는 거 아니야, 너.
뭐? (굳어지고) 사고? 무슨 사고? 너 또 다친 거니?
천갑 : (놀라서 보는) 사고라니? 또 무슨 사고가 나?
영자 : (주저앉는)
천갑 : 왜 그래? 무슨 사고냐니까?
영자 : (멍한 표정으로) 칼에 찔렸대, 하교수.
#.11 씬. 수술실 앞.(밤)
석호, 영인, 수영, 태영, 초조한 표정으로 서있고.
강석은 한 켠에 서서 수술실만 바라다보고 있는.
단아의 뺨을 때리던 순간이 스치고.
강석 : (단아의 뺨을 때리는)
단아 : (울면서 보는)
강석 : (단아의 어깨를 거칠게 잡고) 정신 차려, 이 여자야. 그렇게 잔인한 신이라면 무시해버려.
날 살려 줄 테니, 다시는 보지 말라고 거래를 하는 신이라면 무시하란 말이야.
강석, 수술실을 바라보며.
강석 : (마음의 소리) 정말 이렇게 잔인해도 되는 겁니까?
무시하라는 내 말이 이렇게 벌을 받아야 할 만큼 오만했던 겁니까?
천갑, 영자, 혜주, 급하게 다가오는.
석호 : (인사하는) 오셨습니까?
천갑 : 어, 어떻게 된 겁니까?
석호 : .....
수영, 태영, 다가와서 인사하고.
천갑 : 대체 어딜 얼마나 다친 겁니까?
태영 : 폐를 찔렸다는데, 아직은 어떤 상황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습니다.
영자 : 아무리 운이 없다, 없다, 이렇게까지 없을 수가 있어요?
영인 : (날카롭게 보는) 지금 어떻게 운 얘기를 하세요?
우리 단아가 다친 게, 우리 애 운 때문이라는 건가요?
영자 : 그게 아니라. 너무 기가 막혀서.....
천갑 : 죄송합니다, 사부인. 이 사람도 경황이 없다보니. 당신,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마라.
천갑, 영자, 혜주, 강석 옆으로 걸어가는.
천갑 : 그 놈인 게냐? 김선태?
강석 : 네.
천갑 : 죽일 놈. 너하고 혜주한테 그런 걸로도 부족해서....
영자 : 어머, 강석아. 너 팔 왜 그래? (강석의 팔을 잡고) 너도 다친 거야?
강석 : (팔을 빼내며) 전 괜찮아요.
영자 : 이렇게 피가 나는데.
천갑 : (강석의 어깨를 잡고) 쓰러질 거 같지 않으면, 그래. 수술 끝날 때까지 여기 있어라.
영자 : 여보.
천갑 : 이 정도로 잘못 되지 않아. 하교수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이 자식이 어떻게 여길 뜨나?
#.12 씬. 수술실.(밤)
수술이 계속 되고 있는 상황.
#.13 씬. 종가 마당.(밤)
삼월, 물그릇 떠 넣고 그 앞에 서서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삼월 : 애기씨. 이게 우리 단아한테 마지막 고비이게만 해주세요.
말순, 진아, 다가오는.
진아 : 할머니?
삼월 : (보면)
진아 :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저희도 뭔가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요.
삼월 : 그저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면 되는 거라우. 이 집안을 지켜주시는 조상님들께.
말순, 진아, 삼월이 하는 대로 두 손을 모으고 서있는.
#.14 씬. 하옹의 방.(밤)
동동, 주정의 무릎을 베고 잠들어 있는.
만기 들어오는.
만기 : 데려다 재우지 않구서?
주정 : 그러자고 해도, 이 방에 있겠대요.
동동 : (잠결에도) 우리....고모....고모....살려주세요.
주정 : (울컥하는 심정으로 동동의 머리를 쓰다듬는) 오빠? 우리 단아 잘 넘길 거예요.
동동이까지 이렇게 애절하게 기원하고 있는데, 잘 넘길 거예요.
만기 : (동동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래야지.
#.15 씬. 수술실 앞.(밤)
석호, 영인, 수영, 태영, 천갑, 영자, 혜주, 강석 서있는데.
그 앞에 의사.
의사 : 폐를 깊이 찔려서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긴 했지만.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석호 : 의식은?
의사 : 곧 돌아올 겁니다.
모두, 안심하는.
#.16 씬. 중환자실.(밤)
석호, 영인, 강석, 의식 없이 누워있는 단아 침상 옆에 서있는.
영인 : (단아 얼굴 어루만지면서) 단아야? 단아야?
석호 : (단아 손 잡고, 울먹해있는)
간호사 : 보호자 한분만 계셔야 하는데요.
석호 : (영인에게) 나갑시다. 이실장 더러 지키라고 하고.
영인 : ......
석호 : (영인의 어깨를 잡는)
영인 : (단아를 돌아보면서, 석호와 함께 나가는)
강석 : (암담한 심정으로 단아의 곁에 다가서는, 단아의 뺨을 만지는. 마음의 소리)
나란 놈이 뭐라고 자꾸 이런 일을 당신에게 겪게 만드는지.... (눈물이 맺히는)
#.17 씬. 만기의 방.(밤)
만기, 석호, 영인, 앉아있는. 동동, 잠들어 있고.
석호 : 아침이면 의식이 돌아올 거라고 합니다.
만기 : (끄덕이는)
동동 : (눈 부비면서 일어나는) 어, 나 고조할아버지한테 빌어야 하는데. (일어나려고 하면)
만기 : 고모 괜찮단다, 동동아. 우리 동동이 기도가 고모를 살렸나보다.
동동 : 정말이요? 할아버지? 고모, 괜찮아요?
만기 : 그래.
#.18 씬. 마루.(밤)
주정, 삼월, 조만, 말순, 진아, 서있는.
석호, 영인, 만기의 방에서 나오는.
석호 : 수영이하고 태영인 단아 의식 돌아오는 거 보고 들어오겠다고 하는구나.
진아, 말순, 네하고 대답하는.
주정 : 폐를 찔렸는데, 일상생활엔 지장 없는 거래요?
석호 : 수술은 잘 끝났다니, 크게 이상이야 없겠죠.
주정 : 어쨌든 천만 다행이에요. 참, 신고는 했어요?
석호 : 네, 수영이가 병원 도착하면서 바로 했습니다.
주정 : 설마 그 인간 또 무슨 짓을 하는 거 아니겠죠? 이실장한테 원한이 많은 인간이라는데.
#.19 씬. 중환자실 앞.(밤)
수영, 태영, 천갑, 영자, 혜주 서있는.
수영 : 들어가시죠, 사돈어른.
태영 : 의식도 곧 돌아올 거라는데, 여기 계실 거 없을 거 같습니다.
(영자 보면서) 또 쓰러지시기라도 하면.
진호, 걸어오는.
천갑 : (진호를 보고 다가가는)
진호 : (인사하는)
천갑 : 김선태 그 놈이 아직 잡히지 않았으니, 안심 할 수 없다. 강석이 옆에서 눈 부릅뜨고 지켜라.
진호 : 네, 회장님.
#.20 씬. 강석의 집 거실.(밤)
천갑, 영자, 혜주 들어오는. 순진 소파에 앉아서 졸고 있다가.
순진 : (일어서는) 어떻게 됐어요?
천갑 : 수술 잘 끝났다.
순진 : 그 새언니 팔자 진짜 기구하다. 이모? 이 결혼 절대 시키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영자 : (버럭) 죽을 고비 넘긴 사람 두고 무슨 팔자타령이야? (방으로 들어가는)
#.21 씬. 천갑의 방.(밤)
영자, 들어오고, 천갑, 들어오는.
천갑 : 어쩐 일이냐?
영자 : (힘없이 앉으며) 내 아들 때문에 죽을 고비 넘긴 애잖아?
기구하든 어쨌든 이젠 내 자식이다 생각하는 수밖에 더 있어.
천갑 : (영자 어깨 잡으며) 그래, 내가 당신을 달리 좋아하는 게 아니다.
이렇게 물러설 때는 확실히 물러설 줄 아는 배포가 나하고 딱 맞아서 좋아하는 거지.
영자 : 우리 강석이 팔 치료는 받게 하고 왔어야 하는데?
천갑 : 처남들이 병원에 있는데, 오죽 잘 알아서 챙겨주겠냐.
#.22 씬. 중환자실 앞.(밤)
강석, 나오는. 수영, 태영 서있는.
태영 : 이젠 수술도 끝났으니 팔 치료 받자.
강석 : 그 사람 의식 돌아오는 거 보구요.
수영 : 고집 부리지 말고 말 듣게.
#.23 씬. 응급실 일각.(밤)
강석, 앉아있고, 의사 강석의 팔 꿰매고 있는.
태영, 그 옆에서 보고 있는. 진호, 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는.
#.24 씬. 응급실 앞.(밤)
강석, 태영, 걸어 나오는. 뒤에서 따라 걷는 진호.
강석 : (멈춰서는)
태영 : 왜? 마취 때문에 어지럽냐?
강석 : 형님?
태영 : 응.
강석 : 죄송합니다.
태영 : 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어? 미친놈이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어서 그런 건데?
강석 : 제가 살아오면서 만든 악연 때문에 이렇게 된 겁니다.
태영 : .....
강석 : 형님?
태영 : (보면)
강석 : 이게 전불까요?
태영 : .....
강석 : 제가 살아오면서 만든 악연이 과연 그 인간 하날까요?
태영 : 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강석 : 제가 살아오면서 만든 악연들이 두렵습니다. 그 악연들이 또 저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할지.
태영 : (강석의 어깨를 다독이는)
강석 : (고개를 돌리면서 울음을 삼키는)
#.25 씬. 병원 전경.(아침)
#.26 씬. 중환자실.(아침)
단아, 눈을 뜨는. 수영, 태영, 강석 옆에 있는.
수영 : 단아야?
단아 : .....
태영 : 우리 누군지 알아보겠어?
단아 : (눈을 꿈뻑이는)
태영 : (입술 꾹 깨물며 끄덕이는)
단아 : (강석을 바라보는)
강석 : (애잔한 느낌으로 바라보는)
수영 : (태영에게 눈짓해서 같이 나가는)
강석 : (다가서서 단아의 뺨에 손을 대는)
단아 : (눈물 글썽한 눈으로 바라보는)
강석 : 미안해요. 늘 난 당신한테 미안하다고만 하게 되는군요.
단아 : .....
강석 : .....
#.27 씬. 만기의 방.(아침)
만기, 석호, 영인, 수영, 태영 앉아있는.
수영 : 의식은 돌아왔습니다.
만기 : 이서방도 많이 다쳤다면서?
수영 : 치료 받았습니다. 팔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합니다.
만기 : 다행이구나.
태영 : 강석이가 많이 자책을 하는 거 같습니다.
만기 : (보면)
태영 : 자기가 살아오면서 만든 악연이 너무 많아서, 두렵다는 말을 했습니다.
만기 : .....
#.28 씬. 중환자실.(낮)
단아 옆에 서있는 강석.
단아 : 강....석....씨...
옆에서 링거 가는 간호사.
간호사 : 환자분 말씀 하시면 안돼요.
(강석에게) 통증이 심해서 말하기 곤란할 거예요. 말 시키지 마세요. (돌아서 가는)
단아 : 강....
강석 : 말 하지 말아요.
단아 : 놀래켜서.....
강석 : (단아 손 잡으며) 말하지 말라니까요.
단아 : (통증을 힘겹게 참으며) 미안해요, 놀래.....켜서.
강석 : (억지로 미소 지으며) 진짜 이 고집을 어떻게 해야 하냐?
단아 : (힘겹게 미소 짓는)
#.29 씬. 커피숍.(낮)
현규, 혜주 서있는.
현규 : 왜 다시 아르바이트 하려구?
혜주 : 언니가 다쳤어요.
현규 : (멍해지는)
혜주 : 저번에 나 납치했던 그 사람이 칼로....
현규 : (눈을 감는)
혜주 : 알아야 할 거 같아서요.
현규 : (눈을 뜨는)
혜주 : 위험 했지만, 수술도 잘 끝났고, 의식은 돌아오셨대요.
현규 : (카운터 쪽으로 돌아서는)
혜주 : 가 봐요.
현규 : 내가 왜?
혜주 : .....
현규 : 오빠가 옆에 있을 텐데.
혜주 : .....
#.30 씬. 중환자실.(낮)
단아, 옆에 천갑, 영자, 강석 서있는.
천갑 : 내 아들 놈 때문에 네가 고생이구나.
단아 : .....
천갑 : 그래도 어쩌겠냐? 네가 사랑하는 놈인 걸.
단아 : .....
영자 : (단아 손 잡고) 내가 약속 할게. 다시는 너한테 팔자타령 안할 거야. 정말이야.
단아 : (눈물이 글썽이는)
영자 : 우리 강석이 때문에 죽다 살아난 너한테 또 그런 소리 하면 내가 정말 나쁜 년이지 뭐.
단아 : ....
천갑 : 네 시어머니, 큰 일 겪고 나더니 정신 번쩍 들었나보다.
영자 : 너....이젠 정말 내 자식이야.
단아 : (눈물이 흘러내리는)
#.31 씬. 중환자실 앞.(낮)
만기, 석호, 영인, 수영, 태영, 걸어오는.
천갑, 영자, 강석, 중환자실에서 나오는. 서로 인사하고.
영자 : (영인에게) 사돈?
영인 : 네?
영자 : 하교수 보고 나오셔서 잠깐 저하고 얘기 좀 하세요.
#.32 씬. 중환자실.(낮)
단아 옆에 석호, 영인, 수영, 태영 서있는.
영인 : 괜찮아?
단아 : 네.
만기 : (단아의 손 잡고 끄덕이는)
단아 : 죄...송...해....
간호사, 다가오면서.
간호사 : 환자분 말씀 하시면 안 된다니까요.
만기 : 그래, 말하지 말거라. 좋게 생각하자, 단아야.
이서방한테, 더 많이 귀함 받으라고 이런 일까지 겪은 거라구 생각하자꾸나.
단아 : .....
#.33 씬. 병원 일각.(낮)
영인, 영자 서있는.
영자 : 사돈?
영인 : 네.
영자 : 제가 저번에 드린 혼수 목록이요?
영인 : (보면)
영자 : 취소하실 수 있겠어요?
영인 : 무슨 말씀이신지?
영자 : 제 아들아이 때문에 죽을 고비까지 넘기고 시집오는 아이한테 그런 것까지 받을 염치가 없네요.
영인 : .....
#.34 씬. 병원 일각.(낮)
만기, 강석 서있는. 멀리 떨어진 곳에 서있는 진호.
만기 : 이보게?
강석 : 네, 할아버님.
만기 : 태영이한테 자네가 많이 자책하고 있다는 말 들었네.
강석 : 죄송합니다.
만기 : 부모는 말일세. 자식이 늘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마음이 놓이지 않는 거라네.
강석 : .....
만기 :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가슴이 덜컥 덜컥 내려앉곤 하지.
남녀 사이에 연모하는 마음도 어쩌면 그런 거 아니겠나?
강석 : .....
만기 : 연모의 마음이 깊어져서 더 많이 위하게 되면
부모가 자식을 염려하는 마음처럼 그래지는 거 아니겠나?
강석 : .....
만기 : 부부는 돌아서면 남이라고도 하지만, 부모가 자식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아끼다보면,
남자와 여자란 것도 잊을 만큼 애틋해지는 게 아닐까 싶네.
자네가 가진 지금 그 미안한 마음이 그 길로 가기 위한 단계라고 생각했으면 싶구만.
강석 : .....
#.35 씬. 석호의 사무실.(낮)
석호, 영인 앉아있는.
영인 : 혼수 취소해달라고 하셔.
석호 : (보고)
영인 : 당신 아들 때문에 죽을 고비 넘긴 아이한테 그런 것까지 받을 염치가 없다구.
석호 :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이지만,
그 일 때문에 단아가 결혼해서 사부인께 사랑받고 살 수 있을 테니 다행이야.
영인 : 혼수는 그냥 해서 보낼 거야.
석호 : 취소하라고 하셨다면서?
영인 : 이미 돈도 다 지불했고, 그런 말 들으니까 약 올랐던 마음도 사라졌어.
전에는 마지못해 해서 보내는 거였지만, 지금은 기분 좋게 해서 보낼래.
석호 : 우리 마누라 기분판 거 알아줘야겠다.
영인 : 우리 단아 시집가서 시어머니 시집살이 호되게 하면 어쩌나 했는데,
그 걱정 사라졌으니 기분 좀 내지 뭐.
석호 : (미소 짓고)
#.36 씬. 중환자실.(낮)
단아 : (옆에 서있는 강석 보면서) 팔....은....어때요?
강석 : 말짱해요.
단아 : 피....많이....
강석 : 사람 진짜 미안하게 왜 이럽니까?
단아 : 팔 움직여....봐요.
강석 :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다가. 팔 들었다 내렸다 하는) 됐습니까?
단아 : (미소 지으며) 됐습니다.
강석 : 내 말투 흉내 내지 말라니까요.
단아 : 싫습니다.
강석 : (보다가 짠해져서) 이런 상황에서까지 왜 그렇게 나 웃겨주려고 애써요?
단아 : 타고난 유머....감각이에요. (통증으로 얼굴 찡그리는)
강석 : 타고난 유머감각 나중에 발휘하고 제발 말 좀 그만해요. 시끄러워 죽겠네.
단아 : (미소 짓는)
#.37 씬. 병원 전경.(낮)
#.38 씬. 병실.(낮)
강석, 식판 테이블 위에 놓고.
강석 : (단아 조심스럽게 일으켜 앉히면서) 자, 밥 먹읍시다.
단아 : 제발 출근 좀 하죠?
강석 : 당신 닮아가느라 당신이 나한테 했던 것처럼 똑같이 하는 건데 왜 그럽니까?
단아 : 벌써 며칠 째예요?
강석 : 형님들이 내 대신 다 해주신다고 했다니까요.
단아 : 농땡이 치면서 월급받기 미안하지 않아요?
강석 : 아, 그럼 월급 안 받으면 될 거 아닙니까?
주정, 삼월, 들어오는. 삼월, 찬합 보자기 들고.
강석 : 오셨습니까?
주정 : 자넨 오늘도 출근 안했나?
강석 : 왜들 이러십니까? 이 사람이 이러고 있는데 제가 회사에 가서 일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주정 : 자네 눈물겨운 사랑은 감동스러운데,
간부 사원이 회사 일 나몰라라 하고 애인 옆에 붙어 있는 거 좀 그렇지 않나?
강석 : 할머님?
주정 : 왜 그러나?
강석 : 샘내시는 거죠?
주정 : 뭐?
강석 : 애인도 없으시니까, 배 아프고 그러시죠?
주정 : 이 사람이. 나 그래도 명색이 자네 처고모 할머니거든.
지금 자네 이러는 거 맞먹자 그러는 거 같거든?
삼월 : (웃으면서) 맞먹자 그러긴. 격의 없이 편해서 그러는데.
주정 : 아냐, 아냐. 저 사람 내가 만만해서 그런 거야. 내가 처음 봤을 때,
인물 좋으니 어쩌니 하면서 탈렌트 시험 보라고 하고 그랬던 게 실없어 보인 거라구.
삼월 : 실없이 보이긴 했지 뭘 그래.
주정 : 할멈?
삼월 : (찬합 펼치면서, 단아에게) 아직도 말 할 때 가슴이 결리고 그래?
단아 : 조금씩 덜해져요.
삼월 : 그게 다 이실장이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해서 회복이 빨리 되는 걸 거야.
강석 : 그러니까요. 그런데도 회사 안 간다고 성화를 부리지 뭡니까?
주정 : 단아야?
단아 : 네, 할머니?
주정 : 난 니들 권태기 빨리 올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너무 붙어있으면 권태기도 빨리 오고 그러는 거 아니니?
단아 : 제 말이요.
강석 : (버럭) 이 사람이 어디 맞장구 칠 게 없어서.
#.39 씬. 병원 화장실 앞.(낮)
강석, 화장실에서 나오면, 진호 서있는.
강석 : 나 따라 다니지 말라니까.
진호 : 언제 김선태가 나타날지 모릅니다.
강석 : 나 따라 다니지 말고, 내가 병실 비운 사이엔 병실 앞에 있도록 해라.
진호 : .....
강석 : 알았냐?
진호 : 알겠습니다.
강석 : (걸어가는)
#.40 씬. 병원 복도.(낮)
강석, 걸어오는. 뒤에 따라오는 진호.
강석 : (무심히 눈길 주는데, 벽 뒤에 서있던 남자 돌아서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선태의 뒷모습과 흡사한 남자. 긴장한 표정으로 달려가는. 돌아서서 걸어가는 남자의 어깨를 잡는)
남자 : (놀라서 돌아보는)
선태가 아니다.
남자 : 뭡니까?
강석 : 미안합니다. (인사하고 돌아서는. 못내 불안한 느낌이다)
#.41 씬. 병실.(밤)
단아, 잠들어 있는. 강석, 소파에 누워 잠이 들어있는데.
강석의 꿈. 단아가 칼에 찔리던 장면.
강석,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쓰러지는 단아.
놀라서 눈을 뜨는. 강석 일어나는.
강석 : (잠든 단아 옆으로 걸어가는, 잠든 단아를 바라보는)
#.42 씬. 병원 복도.(밤)
진호, 의자에 앉아있는, 강석 나오는.
진호 : (일어서는)
강석 : 밤엔 내가 있으니까 들어가서 쉬어라.
진호 : 아닙니다.
강석 : 너도 피곤할 텐데, 들어가라.
진호 : 있겠습니다.
강석 : 들어가라니까.
진호 : (하는 수 없이) 아침 일찍 오겠습니다.
강석 : 그래.
진호 : (인사하고 걸어가는)
강석 : (의자에 앉는. 복도 양쪽을 바라보면서, 안심이 안 되는 불안한 느낌으로)
#.43 씬. 강석의 방.(밤)
영자, 베개에서 부적 뜯어내고 있는. 천갑. 보고 있는.
천갑 : 그냥 두지 뭘 뜯어내고 그러냐? 비싸게 주고 샀을 텐데.
영자 : 이게 효험이 있었던 거면, 하교수가 그런 사고를 당하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냐.
천갑 : 당신 철 갑자기 너무 많이 든다.
영자 : 사람 참 마음 먹기 달린 거 같아. 그 애 팔자가 겁나서 굿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별 궁리를 다했는데
강석이 때문에 죽다 산 거 보니까, 저 애들이 연분은 연분이구나 싶어지는 게.
#.44 씬. 강석의 2층 거실.(밤)
천갑, 영자, 강석의 방에서 나오는.
혜주, 물컵 들고 올라오는.
영자 : 안 잤어?
혜주 : 네.
영자 : 요즘 만나긴 하니?
혜주 : (보면)
영자 : 현규 학생 말이야?
혜주 : .....
천갑 : 내가 보기엔 니들도 연분인데.
혜주 : (방으로 들어가는)
#.45 씬. 강석의 집 거실.(밤)
영자, 천갑, 2층에서 내려오는.
천갑 : 난 경찰서에서 처음 탁 봤을 때부터, 이 놈이 내 사위 될 놈이구나 싶었는데,
왜 저렇게 진전이 없어 보이냐?
영자 : 다시 와서 시계까지 받아간 거 보면, 우리 혜주한테 영 마음이 없는 건 아닌 거 같은데.
#.46 씬. 혜주의 방.(밤)
혜주, 생각에 잠겨있는. 그 위로 스치는.
44회 61씬.
현규 : 너 참 나쁜 애다.
혜주 : .....
현규 : 돌아보고 싶어지니까 사라지겠다구?
그래. 마음대로 해라. 먼저 바라본 것도 너니까, 뭐든 네 마음대로 해.
혜주 : (복잡한 심정으로 앉아있는)
#.47 씬. 남교수 사무실.(낮)
현규, 컴퓨터 앞에 있고, 뒤에 서있는 남교수.
현규 : 프로그램 다시 깔았으니까 논문 작업하시기 훨씬 쉬우실 거예요.
남교수 : 고맙다.
현규 : (일어서며) 가보겠습니다.
남교수 : 근데, 현규야?
현규 : (보면)
남교수 : 하교수 문병은 한번 가지 그래?
현규 : .....
남교수 : 꾹 참고 있는 거 같아서 그래. 어떤지 가서 보고 싶잖아? 너?
같은 학교 교수님한테 학생이 문병 가는 거야 어떻겠니?
현규 : 참는 거 아니에요. 이상하죠? 교수님.
예전처럼 하교수님에 대해선 뭐든 궁금하고, 안타깝고 그랬던게, 없어졌으니 말이에요.
남교수 : (미소 지으며) 너 쿨한 건 알았지만, 진짜 근사하다, 정현규. (손 내미는)
현규 : (보는)
남교수 : 실연의 아픔 씩씩하게 넘긴 거에 대한 축하의 의미야.
현규 : (악수하면서) 실연은 아니죠. 저 혼자 날 뛰다 끝난 건데. (웃는)
#.48 씬. 학교 교정.(낮)
혜주, 현규 걸어오다가 마주서는.
현규 : 하교수님 많이 나아지셨다면서?
혜주 : 네.
현규 : 내가 왜 문병도 안가는 줄 아니?
혜주 : .....
현규 : 다친 하교수님 보는 게 괴로워서가 아니야.
나랑 하교수님 마주치는 거 보면서 힘들어 할 네가 마음이 쓰여서지.
혜주 : .....
현규 : (걸어가다 돌아서는) 사장님이 아르바이트생 하나 더 구해주신다고 하는데도
내가 싫다고 했다. 혼자 할 수 있다구.
너 다시 아르바이트 하고 싶은데 다른 애가 와 있으면 재미없을 거 아냐? (걸어가는)
혜주 : ......
#.49 씬. 병원 복도.(낮)
검사실 앞에 앉아있는 강석.
강석 : (고개를 드는데)
단아, 검사실에서 나오다가 남자와 부딪히는.
강석 : (놀라서 일어나 뛰어가는. 남자의 팔을 잡는)
단아 : (당황해서 보고)
#.50 씬. 병실.(낮)
단아 부축해서 들어오는 강석.
강석 : (단아 침대에 앉히는)
단아 : 왜 그렇게 불안해해요?
강석 : .....
단아 : 또 다시 그런 일 당할까봐 그래요?
강석 : .....
단아 : (강석 손 잡고) 그런 일 없을 거예요. 너무 그렇게 불안해하지 말아요.
불안해하는 강석씨 안쓰러워 못 보겠어요.
강석 : ......
단아 : 내가 눈앞에 안보이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서 회사에도 못가는 거잖아요?
그러지 말아요. 우리한테 더 이상 나쁜 일 생기지 않을 거예요.
강석 : (조심스럽게 단아를 안는) 안심이 되질 않아.
어딘가에서 그 인간이 우릴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단아 : (강석의 등을 쓸어내리며) 그럼 우리, 우리 인생 못살아요.
아무리 모진 바람이 불어도 우린 의연하게 걸어가야 하는 거예요.
#.51 씬. 길.(낮)
태영, 운전하고 있는. 순간 바라다 보이는 말순(교통 복장 차림).
길에 서있는 말순, 남자와 얘기하고 있는데.
태영의 시야엔 말순이 정면으로 보이고, 키 큰 남자의 등이 바라다 보이는.
태영 : 저, 저 자식, 장동건 닮았다는 형사 놈 아니야?
하는데, 남자 와락 말순을 끌어안는.
태영, 눈 커지면서 급브레이크 잡는. 차에서 뛰어내리는.
말순을 끌어안고 있는 남자의 어깨를 잡아 돌려세우는.
그대로 주먹 날아가고,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턱 돌아가고, 놀라서 보는.
말순 : (놀라서) 하태영? 규석아? 괜찮니? 괜찮아?
규석 : 네, 네, 누나. (태영에게 달려들며) 뭐야? 당신?
말순 : (두 사람 사이 막아서며) 우, 우리 남편이야.
규석 : 네?
말순 : (태영을 노려보는)
태영 : 너 길에서 뭐하는 짓이야?
#.52 씬. 마루.(낮)
조만, 걸레질 하고 있는데,
말순 화가 나서 걸어오고, 약간 민망한 느낌으로 걸어오는 태영.
태영 : 내가 알았냐? 네가 잡아넣었던 앤지.
말순 : 몰랐으면? 다짜고짜 주먹질이냐?
태영 : 그러니까 왜 길에서 끌어안고 난리야?
말순 : 출소 했는데, 내가 순찰 도는 가게에 취직 시켜줘서 고마워서 그랬다고 했지?
태영 : 고마우면 고마웠지, 왜 끌어안고 난리냐구?
말순 : 내 막내 동생보다 어린 애다.
태영 : 막내 동생보다 어리면 남자 아니냐?
말순 : 하태영? 의처증 있냐?
조만 : (일어나며) 작은 오빠 의처증 있어요?
말순 : ....
태영 : .....
#.53 씬. 부엌.(낮)
삼월, 진아, 저녁 준비하고 있으면, 조만 뛰어 들어오는.
조만 : 작은 오빠 의처증 있대요, 할머니.
삼월 : 또 웬 헛소리야?
조만 : 두 분이 대판 하실 태세예요.
#.54 씬. 태영의 방.(낮)
태영, 말순 노려보고 서있는.
말순 :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구. 지가 그러고 살았으니까 남들도 다 그러고 사는 거 같냐?
태영 : 지? 그래, 아주 막가자 그거지.
말순 : 먼저 막가자고 든 게 누군데. 너, 내가 바람피우는 줄 알고, 그 난리 친 거잖아?
내가 정신이 어떻게 된 인간이 아니면 결혼 하자마자, 그것도 길에서 어린 애인하고 그러고 있겠냐?
태영 : 바람은 아니지만, 실수 한 건 사실이잖아? 너?
말순 : 내가 무슨 실수를 해?
태영 : 유부녀가 그것도 벌건 대낮에 길에서 새파랗게 어린놈하고 껴안고 있었던 게 실수가 아니면?
말순 : 진짜 이 인간이 왜 이러지? 너무 고마워서 울컥하는 마음에 껴안은 것도 이해 못하겠냐?
태영 : 난 이해가 안 된다 이거야.
말순 : 억지 부릴 거야?
태영 : 억지가 아니라, 난 너의 그런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거지.
아무리 고맙건 어쨌건 남자가, 어리다고는 하지만 성인 남자가 끌어안으려고 하면
얼른 피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 그거야?
말순 : 동생 같아서 피할 마음도 없었지만, 피할 틈도 없었다, 이 인간아.
문 벌컥 여는 동동.
동동 : 진짜들 너무 하시네요.
말순, 태영, 순간 멀뚱해지는.
수영 : (뒤에서 다가서며, 퇴근해서 들어오는) 또 왜 그러니? 동동아?
동동 : (인사하는) 다녀오셨어요?
수영 : 응. 엄마랑 아빠가 뭐 또 잘못했니?
동동 : 큰 엄마? 큰 엄마? 이리 좀 와보세요.
태영 : 왜? 왜 큰 엄마는 부르고 그러냐?
진아 : (다가오며) 왜 그래? 동동아?
동동 : (진아랑 수영 중간에 서면서)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어요.
같은 날 결혼하셨으면서 이렇게 다를 수 있냐구요?
맨날 반성문만 쓰면 뭐해요? 반성도 쥐뿔 안하시면서?
태영 : 야, 야, 쥐뿔 안한다는 건, 너무 심하지. 그게 아들이 아빠랑 엄마한테 할 소리냐?
동동 : 제가요, 진짜. 두 분 보면 걱정이 되서 죽겠거든요.
어쩔 뻔 했냐구요? 나라도 없었으면 두 분을 누가 말리겠냐구요?
수영, 진아 웃는.
태영 : 형은 뭐가 좋아서 자꾸 웃어.
#.55 씬. 수영의 방.(낮)
수영, 겉옷 받아드는 진아.
수영 : 귀엽죠? 우리 동동이?
진아 : 우리는요, 절대 부부 싸움 같은 거 하면서 살면 안돼요.
수영 : 우리가 싸울 일이 뭐가 있어요? 그리고 태영이랑 제수씨 저러는 건 진짜 싸우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재미로 티격거리는 건데.
진아 : 우린 재미로 티격거려도 말려줄 애기가 없으니까, 우린 싸우지 말아요.
수영 : (애잔하고) 알았어요, 우리 절대 싸우지 말고 살아요.
진아 : (옷 걸고 돌아서는데)
수영 : (진아를 당겨 안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진아 : .....
수영 :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당신은 늘 이렇게 마음 허해할 테니.
#.56 씬. 산파 할머니 집 안방.(낮)
할머니, 주정, 병도 앉아있는.
주정 : (화과자 상자 뚜껑 열면서) 나이 드시면 단 게 잡숫고 싶다면서요? 드셔보세요.
할머니 : 아이고, 이쁘기도 해라. 이걸 아까워서 어떻게 먹누?
주정 : 어서 드세요, 할머니.
병도 : 드시면서 천천히 재미난 얘기 좀 해주세요.
할머니 : 내가 재미난 얘기를 알아야 말이지.
주정 : (과자 꺼내서 할머니 손에 쥐어주면서) 애기 받으러 다니신 집들 중에
재미난 사연 있는 집안들 있었을 거 아니에요?
할머니 : 사연 없는 집안이 어디 있나? 집집마다 다 사연들이야 있지.
병도 : 저희가요, 할머니. 그 장생 하씨 종가를 취재하고 있거든요.
할머니 : (보고)
병도 : 그 댁에 대해서 뭐 아시는 거 있죠?
할머니 : (과자 내려놓으면서) 그 댁에 대해선 할 말 없다니까 왜 그러나?
주정 : 할머니? 혹시, 그 집안 멸문한 사연 때문에 그러신 거예요?
할머니 : (보면)
주정 : 노름으로 종택 까지 팔아먹은 그 종손 얘기요? 그것 때문에 그러세요?
할머니 : 그 댁에 대해서 많이 아는구만.
주정 : 취재를 했거든요. 그거라면 세상이 다 아는 일인데 뭘 그렇게 숨기려고 하세요.
할머니 : 그런 거 아니야.
주정 : 그럼 뭔데요? 할머니?
할머니 : 그 댁이 다시 문을 닫느냐 마느냐가 달린 문제야. 그러니까 나한테 자꾸 찾아오지 마.
#.57 씬. 주정의 방.(밤)
주정, 병도 앉아있는.
주정 : 밥도 얻어먹었으니까 어서 가라.
병도 : 대체 뭘까? 선배 집안이 문을 닫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그런 게 뭐가 있지?
주정 : (뭔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고)
#.58 씬. 삼월의 방.(밤)
조만, 옷가방 들고 서있는,
삼월 : (바느질 하면서 기가 막혀 보는) 옷을 이 밤에 또 바꾸러 가겠다구?
조만 : 마음에 안 드는데 어떡해요? 마음에 드는 거로 바꿀 때까지 계속 가야지.
삼월 : 아니, 봄 옷 한 벌 장만해놓고, 그걸 어떻게 허구헌날 바꾸러 다니누. 그냥 환불해와.
조만 : 환불은 절대 안 된대요. (얼른 문 여는데, 주정 들어오는)
주정 : 너 어디 가니?
조만 : 네, 옷 바꾸러요. (나가버리는)
주정 : (다가와 앉으며) 집 밖이라곤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일 밖에 없는 애가
요즘 왜 저렇게 자꾸 나간대?
삼월 : (미소 지으며) 봄바람 났나보지.
주정 : 또 행주에 수놓는 거유?
삼월 : 우리 단아 결혼식에 오실 손님들한테 드릴 거야.
그동안 워낙 큰 일 겪느라 정신이 없어서 서둘러도 될까 말까야.
주정 : 할멈?
삼월 : 응?
주정 : 할멈이 우리 집안에서 산지가 60년도 훨씬 넘지?
삼월 : 그렇겠지, 그건 왜?
주정 : 혹시 할멈, 우리 집안에 뭐 안 좋은 내력 같은 거 아는 거 있어?
삼월 : 안 좋은 내력이라니?
주정 : 왜 밖에 소문나면 안돼는 그런 거 있잖아?
삼월 : 무슨 소리야?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었어?
주정 :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구. 왜 집안들마다 그런 거 하나씩은 있잖아? 남들이 알면 망신스러운 거?
삼월 : 내가 아는 한 이 집안엔 그런 거 없어.
주정 : .....
#.59 씬. 커피숍.(밤)
장기, 조만 앉아있는.
장기 : 아, 의처증 있으시구나.
조만 : 제 생각엔요, 자기가 바람 좀 피면서 살았으니까
무조건 의심부터 하는 나쁜 버릇이 생긴 거 같아요.
장기 : 전요, 조만씨. 진짜 이해 안 되는 사람이 바람피우는 인간인 거 있죠.
조만 : .....
장기 :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진짜진짜 모르겠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 밖에 눈에 안 들어오는 거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바람을.... 아, 진짜 생각만 해도, 지저분하네.
조만 : 참 인생관이 올바르신 거 같아요.
장기 : 제가요. 새벽에 차 안다니는 길에서도요, 파란 불 아니면 절대 안 건너는 사람이거든요.
조만 : 그러기 진짜 힘든데. 역시 공직자라서 다르신가 봐요.
#.60 씬. 종가 앞.(밤)
장기, 조만 서있는.
장기 : 왜 우린 이제야 만났을까요?
조만 : 그러게요.
장기 : 전 정말 제 이상형을 실제로 이렇게 만날 거라곤 꿈도 안꾸고 살았거든요.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거다 포기하고 살았는데.
조만 : 제가 그렇거든요. 저같이 비극적인 운명을 타고난 애한테,
이렇게 완벽한 이상형이 나타날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장기 : 조만씨....(하면서 얼굴 다가오는데)
조만 : (눈을 감는데)
태영E : 조만이 너 뭐하니?
조만, 장기 눈을 뜨고 놀라서 돌아보는.
조만 : 작은 오빠?
태영 : 아니, 이경장님? 지금 뭐하십니까?
#.61 씬. 마루.(밤)
조만, 화가 나서 걸어오고, 태영, 종이 뭉치 들고 들어오는.
태영 : 너 연애 하지?
조만 : 오빤, 무슨 연애를 한다고 그러세요?
#.62 씬. 태영의 방.(밤)
태영, 들어오는. 말순, 앉아있는.
말순 : 반성문 쓸 종이 사왔어?
태영 : 저 자식은 무슨 아들놈이 동정심도 없이, 하룻밤에 반성문을 50장이나 쓰라고 그러냐?
말순 : 빨리 줘. 50장을 언제 다 쓴다니.
태영 : 조만이랑 이경장이랑 연애하는 거 같더라.
말순 : 뭐?
#.63 씬. 병원 전경.(낮)
#.64 씬. 병실.(낮)
천갑, 영자, 단아 침대 옆에 서있는, 강석 그 옆에.
영자 : (벽지 책자 보여주면서) 어떤 게 마음에 들어?
단아 : 전 이게 마음에 드는데. 강석씬 어때요?
강석 : 나두요.
영자 : 얘가 무슨 지 생각이 있는 애야. 네가 좋다면 뭐든 헤벌레 해서 좋다고 하지.
강석 : 어머닌, 제가 언제 헤벌레 해서 좋다고 했다고 그러세요?
천갑 : 임마, 말이야 바른 말이지, 너 좀 그래.
강석 : 아버지.
영자 : (단아에게) 너랑 나랑 취향이 비슷한가보다. 나도 이게 제일 세련되고 고상하다 싶었는데.
그럼(다른 책자 보여주면서) 커튼도 고르자.
천갑 : 여자들은 여자들 할 일 하라고 하고 우린 나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자.
#.65 씬. 병원 복도.(낮)
천갑, 강석 서있고, 진호, 남자 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는.
천갑 : 진호 혼자 지키기엔 아무래도 역부족이라서 싶어서 경호업체에서 경호원 한 사람 불렀다.
강석 : 그렇지 않아도 저도 그러려고 하던 참이었어요.
저 사람 퇴원하면, 진호가 계속 따라다닐 수도 없는 일이구 해서요.
천갑 : 그 노무 자식이 잡혔다는 소리를 들어야 발을 뻗고 잘 텐데, 영 조마조마해서.
강석 : .....
천갑 : 그래도 다행이지 뭐냐? 네 엄마 하교수한테 전하곤 다르잖냐?
강석 : ....
천갑 :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하는 거지 뭐.
#.66 씬. 강석의 집 식당.(밤)
천갑, 영자, 혜주, 순진 식사하고 있는.
순진 : 넌 유학, 강석 오빠 결혼 하고 가는 거니? 그 전에 가는 거니?
아무래도 결혼식은 보고 가는 거겠지?
천갑 : 맞다. 그 동안 정신없어서 깜빡했네. 너 유학 정말 갈 거냐?
혜주 : ....
영자 : 갈 거냐구? 유학?
혜주 : 안 갈래요.
천갑 : 이 자식이,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영자 : 쟤들 남매 취미 생활이야 저거. 지 오빤 미국 간다고 겁줘서 내 고집 꺾게 만들더니.
순진 : 그럼 넌 뭐 겁주려고 유학 얘기 한거니?
혜주 : .....
#.67 씬. 커피숍.(낮)
현규, 손님 앞에 쥬스 내려놓고 있고, 친구들 오늘도 여전히 게임 작전 짜고 있는.
성민 : 난 이 뒤로 공격을 해야 한다고 봐.
강하 :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현규 : 니들 차라리 군대 가서 진짜 총 들고 그런 작전 짜면 어떻겠냐?
하는데, 들어오는 혜주.
성민 : 어, 오랜만이네요.
혜주 : 네.
현규 : 웬일이냐?
혜주 : 아르바이트 다시 하려구요.
시간 경과,
현규와 혜주만 있는.
혜주 : (테이블 닦으면서) 나중에요.
현규 : (보면)
혜주 : 마음을 줘보려고 했는데, 얜 아닌 거 같다 싶으면요. 미안해하지 말고 꼭 말해줘요.
현규 : 나 그렇게 착한 놈 아니야. 아닌 거 같은데 미안해서 말 안하고 미적거릴 놈 아니라구.
지금은 나도 내 마음을 몰라.
혜주 : .....
현규 : 정말 누군가를 마음에서 내놓고 허전해서 오랫동안 날 봐왔다는 너한테 눈길을 돌리려고 하는지도.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주라. 네가 나한테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
있는 그대로 말할 테니까. 아니면 아니라구. 나 정말 나쁜 놈이지?
혜주 : 그 나쁜 놈을 먼저 바라본 내가 바보죠 뭐.
현규 : (보고 미소 짓는)
혜주 : (그제야 현규를 보며 미소 짓는)
#.68 씬. 종가 전경.(낮)
#.69 씬. 마루.(낮)
단아, 강석 퇴원해서 들어오는.
삼월 : (걸레질 하다가 일어서며) 이제 와?
단아 : 네, 할머니.
삼월 : 회장님, 단아 왔네요.
영인, 말순, 진아, 조만 부엌에서 나오고. 석호, 수영, 태영, 각장의 방에서 나오고.
만기의 방에서 나오는 동동.
동동 : (달려들며) 고모?
단아 : (안으면서) 응. 동동아.
강석 : 동동아? 고모 아직 다 나은 거 아니야. 그렇게 달려들면 안돼.
동동 : 그런 거예요? 고모? (물러서면서)
단아 : (동동 안으면서) 아니야, 동동아, 고모 다 나았어.
석호 : 어서 할아버님께 들어가서 인사 올려라.
#.70 씬. 만기의 방.(낮)
만기, 단아, 강석, 석호, 영인, 앉아있는.
단아 : 심려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만기 : 고생 했다. (강석 보면서) 자네가 애 많이 썼네. 어서 가서 쉬거라.
#.71 씬. 마루.(낮)
단아, 강석, 영인 석호, 만기의 방에서 나오는.
삼월, 조만, 진아, 말순, 동동 서있는.
조만 : 너 얼굴 진짜 많이 상했다. 결혼식 때까지 제 얼굴 돌아오려나 모르겠다.
강석 : (삼월에게 가방 주면서, 단아에게) 들어가요.
영인 : 이서방?
강석 : 네.
영인 : 단아 방 어떤지 궁금하지?
강석 : .....
#.72 씬. 단아의 방.(낮)
단아, 들어오는, 강석, 가방 들고 들어오는, 영인 들어오고.
강석 : (방을 둘러보는)
영인 : 왜 감개무량해? 그렇게 들어와 보고 싶어 했는데, 들어와 보니 어때?
강석 : (미소 짓고)
영인 : 앉아있어. 차 내다 줄 테니. (나가고)
단아 : (앉고) 왜 그러고 서있어요?
강석 : 감개무량해서요.
단아 : 앉아요, 천장 안 무너져요.
강석 : (미소 짓고 앉는) 방이 당신하고 많이 닮았군. 아기자기 하고 정갈하고.
단아 : 강석씨 방도 강석씨랑 많이 닮았어요. 무뚝뚝하고 멋없고.
강석 : 이 여자가 나더러 무뚝뚝하다고 하면 천벌 받는다. 나 같은 애교 덩어리가 어디 있다구.
태영E : 이강석, 너 응큼한 짓 하면 안 된다.
강석 : 형님, 지금 밖에서 뭐하십니까?
태영E : 니가 우리 단아한테 못된 짓 할까봐 감시한다.
#.73 씬. 마루.(낮)
태영, 단아 방 앞에 서서 히죽이고 있는.
태영 : 단아야, 강석이 그 자식이 이상한 짓 하려고 하면 사정없이 갈겨버려라.
말순 다가와 태영을 끌어당기며.
말순 : 참 별 짓을 다한다.
태영 : 왜, 저 자식 놀려 먹는 거 재밌잖냐?
말순 : 변태야, 변태.
#.74 씬. 단아의 방.(낮)
단아, 강석, 영인, 찻상 앞에 놓고 앉아있는.
영인 : 저녁 곧 준비 되니까 먹고 가.
강석 : (보면)
영인 : 뭐 이쁜 짓 했다고 대접이 달라졌나 그러는 건가?
강석 : 네.
영인 : 단아 그 험한 일 겪은 거 생각하면 밥까지 먹여 보낼 마음 눈꼽 만큼도 없는데,
어쩌겠어.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데, 흉내라도 내야지.
강석 : 고맙습니다.
영인 : 단아 몸 다 회복 되는대로 날 다시 잡아야지.
설마 회복도 되기 전에 데려가겠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강석 : 아닙니다.
단아 : 어머니?
영인 : 응.
단아 : 저 몸 다 회복 됐어요.
영인 : 뭐야? 너 빨리 날 잡아달라는 거니?
단아 : (부끄러운 듯 미소 지으며) 네. 저 너무 뻔뻔하죠?
#.75 씬. 종가 앞.(낮)
단아, 나오면. 서있는 남자.
단아 : (걸어가려고 하면)
남자 : 저....
단아 : (보면)
남자 : 차로 모시겠습니다.
#.76 씬. 남교수 사무실 앞.(낮)
남교수, 걸어오면, 서있는 남자.
남교수 : (의아하게 보면서 사무실로 들어가는)
#.77 씬. 남교수 사무실.(낮)
단아, 핸드폰 들고 있고, 남교수 들어오는.
단아 : 왜 이렇게 전화 안받아요?
#.78 씬. 강석의 사무실.(낮)
강석, 들어오면서 핸드폰 중.
강석 : 회의 중이었어요.
#.79 씬. 남교수 사무실.(낮)
단아 : (핸드폰)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경호원이 왜 있어야 해요?
남교수 : (문 쪽을 보면서, 이해가 되는)
단아 : 아무리 그냥 가시라고 해도 내 말을 안 들어요.
그러니까 강석씨가 전화해서 그냥 가시라고 해요.
#.80 씬. 강석의 사무실.(낮)
강석 : (핸드폰)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그러니까 참아요.
단아E : 저 그 사람 얼굴도 알잖아요.
#.81 씬. 남교수 사무실.(낮)
단아 : 저번처럼 그렇게 당하지만은 않을 거라구요. 그러니까 제발 돌아가라고 해줘요.
강석E : 나 현장에 나가봐야 해요. 그동안 당신 옆에 붙어 있느라 일이 너무 많이 밀렸어요.
일 끝내고 집으로 갈게요.
단아 : 강석씨? (전화 끊기고. 하는 수 없이, 핸드폰 내리는데)
남교수 : 불편해도 그냥 둬.
단아 : (보고)
남교수 : 또 모르잖니? 죽이자고 덤볐던 인간이야. 아직 잡히지도 않았고.
나도 마음이 안 놓이는데 이강석씨는 오죽 하겠니?
단아 : .....
#.82 씬. 종가 마루.(밤)
단아, 서있으면, 강석 걸어오는.
단아 : 내일부턴 그 분 오시지 말라고 해요, 알았죠?
강석 : (만기의 방 앞으로 걸어가는) 할아버님?
#.83 씬. 만기의 방.(밤)
만기, 강석, 단아 앉아있는.
강석 :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 당장은 이 사람과 결혼 못하겠습니다.
단아 : (강석을 보는)
그런 세 사람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