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7일 토요일, 연휴의 첫날.
우리는 지루하고 재미도 없을 듯한,
그러나 때로는 진한 감동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할 여행을 떠납니다. 당일 여행으로는 버거워 노인들의 영원한 친구, 오 집사님과 동행합니다.
이름하여 '함양 선비문화 탐방'
장수에서 함양으로 가는 육십령을 넘어가면 진주 남강으로 물이 흘러가는 계곡이 길과 나란히 내려갑니다. 화림동 계곡입니다. 그곳에 선비들의 누정(누각과 정자)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먼저 만나는 곳이 거연정.
조선 중기, 전시서가 건립한 누정입니다.
주초석과 누하주 (기초석과 바닥 기둥)를 불규칙한 바위의 굴곡에 맞추어 지었습니다.
흐르는 계곡물을 보며 시를 짓고 노래도 들었을 겁니다.
길가에 있어서 어렵지 않게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지요.
두 번째 찾은 곳이 동호정입니다.
임진란 때 선조를 의주까지 업고 갔다는 동호 장만리를 기리기 위해 그의 9대 손이 세웠습니다.
크고 하늘로 솟구치는 정자입니다.
하늘을 가리는 차일같은 너럭 바위 위에 지었습니다.
바위 위에는 금적암, 영가대 큰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너무 넓어서 영가대는 찾지 못했습니다.
바위 위에서 퉁소도 불고 시도 읊었던 모양이네요.
오전에 찾아보려던 마지막 정자는 농월정.
안내 글에 있듯이 주차장에서 내려 많이 걸어야 합니다.
날도 더워서 계곡 건너편에서 사진만 찍습니다.
넓은 바위 위에 지족당, 박명부가 지팡이를 끌고 자주 찾았다 해서 '지족당 장구지소' 글씨를 찾아볼 수 없어서 유감이었습니다. 장구, 지팡이와 짚신, 밤새어 옥편을 뒤적이며 어려운 한자까지 찾아보았는데.
오전 일과는 끝, 안의의 맛집, 검색에서 찾아낸 '바래기 암소 한마리'에서 안심과 냉면을 먹습니다. 죄송해요.
이 근처를 여행하시면 이 집 강력 추천입니다.
오후 일정은 일두 정여창(1450-1504)과 연관된 곳을 방문합니다. 일두 정여창은 조선 성리학의 5현 중의 한 분이지요.
김굉필, 조광조, 이인적, 이황, 정여창. 빛나는 다섯 학자 중 한 분이시죠.
그의 생가, '일두 고택'은 '개평 한옥 마을'에 있습니다.
이 마을은 엄청난 양반 동네로 고택으로 가득 차 있네요.
하동 정씨 고가, 오담 고택, 풍천 노씨 대종가, 일두 고택 (정여창 고택) 등, 많은 고가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고가 사이의 돌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