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6월17일
그림 선물을 받다
노랑머리에 빨간 핀을 꽂은 여자가 활짝 웃고 있다. 볼수록 나를 닮았다. 이목구비가 닮은 것이 아니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나를 보고 있는 기분이다.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을 선물로 받았다. 형제처럼 지내는 언니가 나를 그려주었다. 수채화 화가인데 그동안 소품으로 언니의 그림을 몇 작품 선물로 받았다. 우리 집 거실에는 언니의 그림만 걸려있다.
누군가에게 나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선물로 받기는 처음이다. 새삼 나의 모습을 보면서 잘 웃는 여자임이 좋다. 어려서 통지표에 행동 발달 상황에는 명랑하고 예의 바른 어린이라고 적혀있던 기억이 난다. 명랑한 어린이였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조금은 내성적인 면이 강했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잘 웃고 성격도 남자 친구가 많은 조금은 털털한 여자였다. 생김새는 어쩌면 공주과일 수도 있지만 친구들이 다행스럽게 내숭이 없다고 좋아했다.
언니가 그림 그리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이제는 그림에 몰입하는 언니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형부가 사별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도 추스르고 생활도 안정이 되어가는 것 같다. 왕관을 쓰여줄까? 머리핀을 다른 색으로 해줄까?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며 그림을 마무리했다. 왕관은 조금 무리인 듯했다. 깔끔하게 미리 핀 하나로 장식하고 마무리 지었다. 그림 속 여자를 바라보면 누구나 행복할 것 같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귀한 작품을 선물로 받았다.
저녁을 함께했다. 정말 오랜만에 선지해장국을 먹었다. 빈혈에 좋다고 해서 40대 후반에 먹어보고는 처음이다. 신기하게 선지해장국은 먹는다. 곰국이나 순댓국 설렁탕 돼지국밥은 냄새도 못 맡는다. 언니를 처음 본 곳이 도자기를 배우러 간 가까운 대학의 평생 교육원이었다. 마흔이 안된 나이었다. 20년이 되어간다. 여전히 만나서 식사하고 차 마시고 여행 다니고 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앞으로 남은 시간에도 언니에게 좋은 벗이 되었으면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