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家雜謠(촌가잡요)
이미(李瀰:1725~1779)
본관은 덕수(德水). 자는 중호(仲浩)
조선후기 경상도 관찰사· 부제학· 이조참판등을 역임한 문신.
해지고 어둑할 때 일손 놓고 비로소 한가롭네
事到黃昏始放閒 사도황혼시방한
지아비가 앞장서고 아낙은 호미 들고 따라오네
男前婦後荷鋤還 남전부후하서환
흰 삽살개 푸른 개가 꼬리 흔들며
白尨蒼犬齊搖尾 백방창견제요미
밤중에 엉성한 울타리 집에서 주인을 맞아주네
迎在疎籬暝色間 영재소리명색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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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보며 나가고
별보며 돌아오는 시골 풍경이다.
6.70년대 흔한 시골 풍경이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 혼자 밥 먹고
학교에 갔다.
꼭두새벽부터 밭에 나가시고
부모님은 집에 안 계셨다.
학교에 돈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부모님이 안 계셔서
재를 넘어 밭에까지 가는 바람에 지각한 적도 있다.
그때부터 찻장 장식용 밥그릇에 ㅡ용돈을 넣어주시곤 했다.
가끔 시골 빈집에 내려간다
장식장에 한 번도 써먹지도 안 한 밥그릇을 정렬해 놓았다
밥그릇 몇 개가 사라졌다.
살아생전 어머님이 애지중지하셨던 그릇이다.
가마솥 솥뚜껑도 사라지고
몇 해전에 뒤란에 ‘복’ 자가 새겨진 밥그릇을 모아 놓았는데
전부 가져가버렸다.
갈 때마다 양상군자들이 하나씩 가져가곤 한다.
주위에 모두 빈 집뿐이고
머지않아 마을도 사라질 것 같다
집은 사람이 가져가지 못하는데
세월이
벽이며
서까래며
하나하나 야금야금 파먹고 있다.
집도 내 몸도
세월 앞에 수수방관 속수무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