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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롯데갤러리 전시안내
경술국치100년 기획 초대 '전정호 展 - 조선의 아침'
전시일정: 2010.11.18(목) ~ 12.1(수) 초대일시: 2010.11.19(금) 오후 6시 30분
*화환 및 화분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대신에 보내시고 싶으시면 쌀로 대신 보내주십시오. 보내주신 쌀은 일제 강점기에 고통받으신 할머니들이 함께 살고 계신 '나눔의 집'에 여러분의 마음과 함께 전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화폭에 담은 역사의 추념, 그리고 현재
일본의 국권 피탈로 조선왕조가 멸망한 지 100년이 된 해를 맞이하여, 광주롯데갤러리에서 전정호 작가의 회화전을 마련한다. 전시의 주제는 <조선의 아침>으로 작가는 망국의 역사와 청산하지 않은 일제침략의 잔재, 그리고 현재를 대형 화폭에 담았다. 부제 '건청궁의 눈물' 외 총 5점의 대작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군위안부, 근로정신대, 친일잔존의 문제 외 국권피탈부터 용산참사까지 이어지는 아픔의 역사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아프리카의 기아문제를 중심으로 신자유주의를 비판해 온 근작과 비교해, 이번 전시작에는 상징성과 응집된 서사력이 돋보인다. 작품 <조선의 아침Ⅰ'건청궁의 눈물'>은 을미사변의 중심인 명성황후를 통해 금번 전시의 목적을 대변한다. 잿빛의 칼날에 무참히 포위된 국모의 모습은 오랫동안 방치된 듯한 고서화 안에 자리한다. 화면과 박리된 화폭은 보는 이를 또렷하게 응시하는 인물의 시선과 대비되며, 궁극의 메시지를 던진다.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조선의 아침Ⅱ'恨'>은 가로, 세로 20cm의 판넬 480개에 군위안부의 과거와 현재를 새겨 넣은 대작이다. 이야기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며,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기초로 제작되었다. 열세살의 나이로 납치되어 군위안부로 팔려간 피해자 할머니의 회상이 화면의 좌측 중심을 메우며, 널부러진 고무신, 잘려나간 꽃나무의 형태는 끌려가는 어린 소녀들의 상황과 겹쳐진다. 이들의 한을 달래는 듯한 우측의 살풀이하는 여인의 모습은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초상과 연결되며,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이렇듯 청산되지 않은 과거의 아픔은 현재로 이어지며, 작품 <조선의 아침Ⅲ'오지 않는 해방'>과 <조선의 아침Ⅳ'마각(馬脚)>'에서 가시화된다. 세 번째 시리즈 '오지 않는 해방'은 일본 미쯔비시사(社)와 근로정신대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드러낸다. 화면 우측 하단에 통곡하는 인물은 현재, 광주에 생존해있는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모습이다. 그녀가 안고 있는 '99엔'의 문구는 근로정신대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군수물품 제조를 위해 착취당한 근로정신대의 노동가치를 99엔으로 산정한다는 일본정부의 발표에 기인한 것이다.
화면 중앙에 위성 발사 모습이 담긴 판넬을 안으며 웃고 있는 일본인의 모습과 울부짖는 양금덕 할머니의 상황은 아이러니의 현재를 잘 대변한다. 이러한 역설은 친일잔존의 상황을 비판한 작품 <마각(馬脚)>과 연결된다. 일본으로부터 막대한 부를 하사 받은 친일의 과거는 그들의 후손에 의해 감춰지는 형국인데, 특이하게 후손들의 손에 삽 한 자루씩 쥐여져 있다. 또 하나의 권력으로 읽혀지는 삽과 당꼬바지에서 유래한 일명 '몸빼'를 착의한 인물들의 모습은 희화화 그 자체이다. 마지막 시리즈인 <학살세습>은 일제 강점기부터 용산참사까지 이어지는 우리의 역사를 10-20년 단위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제시한다.
80년대 후반 참여미술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활동했던 작가가 보여주는 국치 100년의 현재는 의미 그대로 씁쓸한 형국이다. 더하지도 삭제하지도 않은 현재를 그대로 투영한 전정호 작가를 두고, 이번 전시의 비평을 담당한 일본의 문학가이자 비평가인 야마구치 이즈미는 다음과 같이 평한다. "민중이라고 한마디로 묶여져 버리는 집합체가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에 의해 사회와 역사가 구성되어 있다는, 인간에 대한 경의가 우선 무엇보다 그의 화면에는 있다. 전정호라는 화가의 작업이 수많은 프로파간다 미술과 다른 점은 거기에 있다." 경술국치 100년을 맞는 올해, 유독 침잠한 문화예술계이다. 퇴색된 고서화처럼 아픔의 역사 또한 기억에서 금새 지워질 듯하다. 지워짐과 동시에 채 정리되지 않은 아픔, 그에 대한 인간적인 고민이 이번 초대전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다소 무거운 그 고민의 현장에 많은 이들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한편 11월 19일(금) 오프닝 식전행사에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넋을 달래는 판소리와 살풀이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