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어제 저녁의 밥집을 갈까 하다가 경주의 명물이라 할 수있는 '묵해장국'을 먹으러 택시기사분께 물으니 여관 건너편이 바로 황오동 해장국 거리였습니다. 경주 황오동 해장국 거리
조그만 해장국집들이 하나같이 주황색 간판을 달고 나란히 붙어 있었습니다. 이곳 해장국집에선 다른곳과 다르게 메밀묵을 해장국에 넣어 준답니다. 한집에 들어가 묵해장국을 시켰습니다. 나온 음식을 봤더니 별게 아니였습니다. 그냥 콩나물해장국에 메밀묵을 몇개 넣은것 뿐이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께 이곳 묵해장국의 유래를 물어 보았으나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엊저녁의 동태찌개를 먹을걸 했습니다. 황오동 묵해장국
아침밥을 먹고는 바로 서북쪽으로 건천을 향해 달렸습니다. 티셔츠 안으로 파고드는 차가운 아침공기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손도 시렵고... 가져온 여벌 티셔츠를 하나 더 입었더니 괜찮았습니다. 건천은 읍내 가운데를 관통하는 내가 말라 있어서 붙인 이름인지는 몰라도 과연 커다란 내에 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도로변 휴게소에서 잠간 쉬고 계속 달려 영천으로 들어 섰습니다.
영천하면 흙먼지 푸석푸석하게 이는 비포장 황톳길과 제2하사관학교 밖에는 생각나질 않습니다만 영천도 기억속의 자취는 하나도 느낄수 없었습니다. 하사관학교 표지판만 같았을뿐... 시가지를 벗어난 한적한 농협 하나로마트앞에서 간식을 먹으며 한참을 쉬었다가 다시 서북쪽으로 '신녕'을 향했습니다.
까맣게 새로 포장한 도로 양쪽으로는 제법 굵은 벗나무들이 나란히 있어 꽃이 피었을때는 꽤 보기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다니다보면 아름다운 길들이 흔히 있습니다. 꼭 화개의 십리 벗꽃길이 아니더라도...그에 버금가는.... 대도시를 연결하는 주요 국도가 아니라 찻길도 한가하여 자전거를 타기에도 좋습니다. 영천 외곽의 벗나무길
'화산'을 지나 한참을 더 가서 드디어 점심 먹을 곳인 '신녕'에 닿았습니다. 신녕은 화산과 더불어 조선시대엔 제법 컷던 고을입니다. 그래서 향교가 있었던 교동이 오늘에도 남아있고... 그리고 이 주변은 의성이 가까워서인지 마늘밭이 많습니다. 의성하면 6쪽 마늘이 유명하지 않습니까? 이제 곧 저 마늘들을 걷어내고 물을 대서 모내기를 할테지요.... 신녕 도로변의 마늘밭
점심 먹을곳을 ?다보니 기차역이 눈에 띄였습니다. 오는길에 기찻길은 보았지만 여기에 역이 있으리라곤 전혀 생각을 못했으까요. 역사 건물도 오래되고 아담하니 전형적인 시골역 다웠습니다. 중앙선 신녕역
점심은 2대째 내려온다는 전통 수타 자장면집으로 했습니다. 마침 마을 사람들의 모임이 있어서 식당안은 왁자지껄했습니다. 짜장밥을 먹었는데 그냥 그랬습니다. 점심을 먹고는 옆집 카센터 평상에 누어 좀 쉬었습니다. 배도 부르고 화창한 날씨에 평상 그늘에 누어 있으려니 아주 기분이 그만이었지요.
신녕에서부터는 919번 지방도로로 접어들어 서북쪽으로 '부계'를 향했습니다. 길은 아까보다 더 한가해졌습니다. 길옆으로 신녕봉화대라는 표지판도 보였습니다. 작은 고개들을 넘고 마을들을 지나 한시간 반만에 부계에 닿았습니다. 오늘 여정의 주 목적지이지요. 이곳은 대구시 북쪽에 위치한 팔공산의 북쪽 자락으로 군위군 지역입니다. 삼거리 가게에서 쉬다가 왼편으로 팔공산 자락으로 올랐습니다. 대율리를 ?아가는 것이지요. 누군가가 책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옛정취가 보존되어 있다'고 해서 입니다. 도로변 표지판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길이라고 영문과 함께 씌여 있었습니다.
커다란 당산나무를 지났습니다. 나무 밑에는 신령스런 장소를 표시하듯 돌무더기에 흰색천으로 금줄을 쳐 놓았습니다. 당산나무 숲
이윽고 도착한 대율리...입구의 오래된 숲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이름으로 봐선 대추나무가 많아야 하는데 주로 감나무와 호두나무가 많았습니다. 원래는 사찰터였다고도 하는데 부림 '홍'씨의 집성촌이라고 합니다. 언듯...온양의 '외암리'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마을이었습니다. 오랜동안 산에서 굴러 내려오면서 둥글게 다듬어진 돌들로 담장을 쌓아서 아주 보기에 좋았습니다. 지전거를 타고 골목골목을 한바퀴 돌며 사진도 찍고 둘러 보았습니다. 대율 초등학교앞의 의병장 추모비
대율리 마을입구의 숲
대율리의 돌담 골목
조선 중기에 지어진 서원의 학사(대청)
남천고택. 이 지역 의흥현에서 가장 큰 건물이었다함.
마을을 돌고 나와 들린 가게에서 주인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눴습니다. 자기도 부림 '홍'씨라며..내가 남양 홍씨 얘길하자 남양 홍씨가 자기네 형님뻘 된다고... 동네 규모에 비해 새로 들어선 가게가 너무 많다고...나중엔 대부분 외지인들에게 넘어갈 거라고... 가게앞의 모텔도 주인이 몇번이나 바뀌었는지 모르겠다고..동네 나무얘기...자기네 석류나무 얘기... 이런 저런 얘길 나누고 대율리를 내려 왔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면 제2석굴암이 있는데 별로 관심이 가질 않았습니다. 내려오다보니 길옆으로 커다란 건물들이 보였습니다. 최근에 생긴 찜질방이랍니다. 차들도 제법 있고... 참 이상하지요...이런데 찜질방을 ?아오는 사람들이 있다는게...입구는 횟집이고....노래방이고...
부계에서 다시 군위를 향하여 서북쪽으로 한시간 동안을 달려 5번 국도와 만나기 전 '거매리'에서 쉬었습니다. 예전에 큰 매화나무가 있었나 봅니다. 최근에 마을에서 지어놓은 멋진 팔각 정자에 앉아 동네 어르신 한분과 가뭄 걱정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나은 편입니다. 여기저기 관정을 뚫어 그나마 물이라도 퍼 올릴수 있으니....
한시간 동안 4차선 국도를 북으로 달려 군위에 도착하니 제법 피곤하여 다리가 무겁습니다. 옛길로 시내로 들어가면서 구경도하고 또 대형마트 앞에서 쉬었습니다. 요즘은 시골에도 이런 대형 판매점들이 들어와 별별걸 다 팝니다. 안에는 빵집도 있고 김밥집도 있고 튀김집에 생선회집까지 정말 다 있습니다. 군위읍 입구의 소공원
다시 군위에서 서북쪽으로 의성을 향해 달렸습니다. 등뒤의 해는 뉘였뉘였 내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다리는 묵직하고 궁둥이도 아팠습니다. 이근방 길가에는 보라색 풀꽃들이 길섶에 지천입니다. 나중에 ?아볼 요량으로 내려서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길가의 풀꽃-이름은 모르겠음
한시간 넘게 달려 어두워질 무렵에 의성에 도착하였습니다. 시내를 한바퀴돌며 대충 잘곳과 먹을곳을 살펴보고 새로 지은 모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습니다. 옆으로 기차소리가 들렸습니다. 여기에도 중앙선 철길이 지납니다. 의성에도 뭔가 유명한 먹거리가 있는데 잘 생각이 안났습니다. (나중에 돌아와보니 남선옥의 곰탕이었지요) 택시기사와 가게주인에게 물어봐도 별것이 없다며 역앞으로 가보라하여 그냥 역앞에서 동태찌개를 먹었습니다. 오늘도 하다보니 좀 무리를 했습니다. 100키로 정도가 적당한데 130키로 가까이 주행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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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자연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봉공진
첫댓글 제가 한국인이면서도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 많네요. ㅎㅎ
여행다니면서 보여지는 우리의 땅과 명승들이 참 볼만 합니다. 저는 한가지 찍은게 있는데 앞으로 돌아다니면서 우리의 풍류문화의 중심이 된 정자에 대해서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 사진도 찍고 역사적인 이야기도 채집하고 한권의 책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할리님한테 먼저 가서 물어봐야하지 않것습니까? 전에 조모님도 들으셨죠?영남과 호남의 정자차이까지 쭈욱 알던데~~ (여기서 정자는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그런정자가 아님돠.. ^?^)
봉공진님 감사합니다...저도 자전거 여행하고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군요..
와~ 점점 .. 부럽고 하고픈 생각이 드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