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 스타일, 앤티크, 오리엔탈 열풍을 지나 이제 모던 스타일이 대세다. 그러나 돌아온 모던 스타일은 예전의 개성 없는 단순함과는 확연히 구분되며, 로맨틱이나 클래식 스타일에 모던 특유의 절제된 느낌을 접목해 한결 세련된 느낌을 준다. 구조에 크게 손대지 않고 컬러와 패브릭으로 개성을 살린 두 집의 사례에서 최근의 모던 스타일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보석나무가 자라는 아이 방 창가
이 집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에 가장 중점을 두다 보니 황토숯 초배지로 시공하고, 황토 패널로 거실 전면을 마감하고, 베란다의 천장과 벽면을 모두 방수 처리가 된 데크로 시공하고 아이 방 벽 아래 면에 설치한 패널 역시 방부 처리가 거의 되지 않은 천연목을 골랐다. 이런 마감재와 소재는 인테리어의 일부로 도드라지진 않지만,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중요한 것들이다. 아이 방 안전창도 그런 마인드에서 나온 재미난 결과. 창문이 아이가 쉽게 올라갈 수 있는 높이여서 안전창은 필수지만, 일반 방범창 대신 철제 파티션의 일부에서 모티브를 얻어 안전창으로 제작을 했다. 창가에 설치된 이 보석나무를 처음 봤을 때는 누구도 안전창이라는 걸 알 수 없을 정도. 이러한 작은 배려들이 모이고 모여 이 집에 들어섰을 때 새집 냄새 대신 오히려 건강한 기운이 느껴진다.
자연친화적인 모던 클래식 하우스
20년 된 청담동 아파트가 자연친화적인 컨셉트의 모던 클래식 하우스로 변신했다. 구조에 거의 손대지 않으면서 자재와 소재면에 신경을 써 아파트 특유의 삭막함이나 건강을 해치는 요소를 최대한 없앴다. 그 다음 컬러풀한 벽지로 공간의 개성을 살린 이곳은 구석구석 참 배울 점이 많은 집이다.
●편안한 휴식이 기다리는 침실 클래식한 분위기를 원하는 집주인의 취향에 맞춰 침실은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고급스런 질감의 벽지와 화이트 실크 커튼, 화사함이 느껴지는 핑크톤의 베딩 세트 등 은은한 컬러로 부부가 최대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눈길을 끄는 조명은 직접 디자인하여 제작한 것. 매력적이고 환상적인 조명은 조개껍질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만들어 풍성하면서도 자연의 소리까지 느낄 수 있다. 붙박이장은 슬라이딩 도어를 부착해 공간의 효율성을 높였으며, 골드펄 유리문 가운데에 타조가죽을 장식해 고급스러우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준다.
●●시스템 접이문이 돋보이는 거실 거실은 전체적으로 크림베이지 컬러로 통일해 안정감을 강조하고 커튼과 소파에 브라운과 블루를 믹스해 포인트를 주었다. 거실 천장은 등박스 대신 몰딩과 벽지를 이용해서 액자처럼 보이도록 시공했다. 구조에 거의 손대지 않고 작업했지만, 발코니는 예외. 확장공사로 없어졌던 발코니를 다시 만들고 시스템 접이문을 설치했다. 기존 목공 접이문은 밀폐나 방음이 완벽하게 안 되고 고장도 잦은데다 일반 시스템 창호처럼 완벽하게 다 열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시스템 접이문은 이런 단점을 모두 극복했다. 때문에 도로에 인접한 이 집 거실에서는 창밖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또한 식물을 좋아하는 집주인의 취향에 맞춰 발코니 벽면을 도장하는 대신 데크로 시공해서 자연친화적인 분위기로 만들었다.
●●●황토 판재로 마감한 거실 벽 메인 벽면과 주출입구, 거실 전체 몰딩은 대리석이나 다른 종류의 돌장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황토를 특수 기술로 건조시킨 신소재. 마감재로 흔히 사용되는 대리석보다 훨씬 따뜻하고 푸근한 느낌이든다. 또한 벽걸이형 텔레비전에 어울리도록 장식장을 배제하고 작은 선반 하나만으로 대체해 잘 정돈된 깔끔한 이미지를 준다.
●플라워 프린트 벽지가 눈에 띄는 식당 이 집 식당 벽면에는 오렌지색 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다. 침실과 같은 조개껍질로 만든 조명은 화려한 이미지의 벽면과 부담스럽지 않게 어우러지며 조화를 이룬다. 식탁과 의자, 수납장은 모두 앤티크풍의 무거운 컬러를 골라 전체적인 분위기는 들뜨지 않고 안정감이 느껴진다. 주방과 식당은 미닫이문으로 구분되지만, 주방의 메인 컬러 역시 오렌지색이라 통일감을 느낄 수 있다.
●●상큼하고 모던한 오렌지 컬러 주방 주방의 상부 도어와 포인트 벽지에 오렌지색을 사용해 세련된 모던함이 묻어난다. 주방을 거실 쪽으로 트는 요즘 트렌드와 달리 이 집은 미닫이문으로 주방을 독립된 공간으로 확보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조리할 때 냄새가 거실까지 퍼지는 걸 막기 위한 실용적인 이유에서다. 미닫이문에는 역시 오렌지 컬러가 포함된 벽지를 사용해 주방과 식당이 하나의 공간임을 표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숲 속에 자리잡은 놀이터 같은 아이 방 아이들 방은 천연 원목으로 만든 옷장과 미끄럼틀이 달린 침대, 그리고 뭉게구름 피어나는 하늘과 숲 속의 이미지가 느껴지는 사과나무 벽지를 사용해서 자연의 공간에서 놀고 공부할 수 있도록 꾸몄다. 공부방과 다른 느낌의 보석나무 안전창과 언제나 활짝 웃고 있는 천장의 조명까지 이 방은 아이를 위해 꾸민 공간임을 확실하게 알게 해준다.
●●부분 조명으로 힘을 준 이미지 월 이 집에서는 독특한 패턴의 벽지들을 여러 가지 볼 수 있는데, 특히 입구 정면 안쪽에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 오스본앤리틀의 블랙톤 벽지를 붙여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사로잡는다. 벽지의 화려한 이미지에 눌리지 않을 묵직한 앤티크 콘솔을 하나 놓고 부분 조명으로 벽면의 꽃들을 비추니 꽃이 하나하나 피어나는 것 같은 환상에 빠진다.
●●●재미난 도트 프린트 놀이방 점점 커지는 도트 프린트가 스트라이프 패턴을 만드는 경쾌한 벽지를 사용한 이 방의 용도는 가족오락실. 오렌지 컬러가 캐주얼한 느낌을 주는 벽지가 방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금은 플레이스테이션을 좋아하는 아빠와 그 친구들의 놀이방이지만, 장차 아이들이 자라면 아이들의 공부방으로 꾸밀 예정이다.
●●●●한없이 투명한 블루 욕실 바다 느낌을 살리고 싶어하는 주인의 요구에 연한 에메랄드빛 타일과 가벼운 터키블루 유리 타일 두 가지를 사용해 지중해 물빛을 재현한 욕실을 완성했다. 세면대는 투명 아크릴로, 세면볼은 유리로 만들어 한없이 투명한 블루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세면대 앞의 스툴은 선반을 하나 덧대어 수납장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진행 이덕진 기자 사진 조원설 시공 및 스타일링 페리도트(02-511-1134, www.e-peridot.com)
패브릭으로 개성을 살린 모던 로맨틱 하우스
서울역 뒤편 새롭게 들어선 주상복합 아파트의 실내는 모던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장식을 절제하고 직선만 사용한 실내에 다소 무거운 월넛 컬러를 사용해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는 측면에서는 건조하게 느껴졌던 게 사실. 구조에 손대지 않으면서 로맨틱한 플라워 프린트와 달콤한 컬러의 패브릭을 적절히 사용해 부드러운 분위기로 일신했다.
큼직한 원형 스툴이 있는 로맨틱 거실 이 집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건 거실에 놓인 큼직한 두 개의 원형 스툴이다. 일반 스툴보다 훨씬 크기가 커서 스툴 본연의 기능은 물론 티테이블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지민이가 좋아하는 작은 스툴은 지민이의 친구나 다름없다. 화이트 컬러 가죽소파는 손잡이 부분에 곡선을 이용해 모던하면서도 로맨틱하게 느껴진다. 소파 위에 놓인 핑크 컬러의 쿠션들 역시 월넛 컬러가 주조인 거실에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화이트 컬러 가구와 패브릭의 매치 모던한 느낌의 화이트 컬러 거실 장식장은 이 집에 이사 오기 전부터 갖고 있던 것. 거실의 분위기와 어울려 그대로 두었는데,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고 실내 분위기와 동화되는 건 바로 커튼 덕분이다. 트리시아 길드의 경쾌한 나뭇잎 패턴에 어울리는 그린과 핑크 컬러를 덧대어 만든 커튼은 수입 원단으로만 만들었을 때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 한 가지 패브릭으로는 줄 수 없는 통일감과 조화로운 느낌까지 선사한다.
●●로맨틱 무드의 핑크 컬러 침실 실내 구조나 마감재에 전혀 손대지 않고 패브릭만으로 공간의 이미지를 변신시킨 이 집의 침실은 로맨틱 무드 그 자체. 달콤한 핑크 컬러를 침대 헤드 벽면에 사용하고 침구도 플라워 프린트가 들어간 달콤한 컬러를 사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볍지만은 않은 안정감이 느껴지는 건 나뭇결이 그대로 살아 있는 어두운 바닥재와 아이보리 컬러의 벽 덕분이다.
●●●달콤한 플라워 프린트 쿠션과 커튼 화이트 컬러 침대에 핑크 컬러 플라워 프린트는 환상의 매치. 침실의 로맨틱 무드를 완성하는 건 침대에 놓인 플라워 프린트 쿠션과 비슷한 느낌의 커튼이다. 침구와 커튼을 모두 플라워 프린트로 통일하면 다소 부담스럽겠지만, 이곳 침실의 커튼은 플라워 프린트에 핑크 컬러 무지를 한 폭씩 덧대 만들어 적절한 조화를 보여준다.
진행 이덕진 기자 사진 김수현 소품 슈가홈(www.sugarhom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