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아침부터 설레었습니다.
참말로 시간이 더디 흐르던 2009년 12월 28일..그날 그리고 오후 7시.
많은 노랑개비의 얼굴들을 상상하면서 노무현대통령님을 좋아하시는
사람들의 마음들이 만나 서로의 가슴을 펼쳐놓으면
참으로 넉넉하고 풍성하고 소중한 저녁이 될 것임을 기대하는 마음에
가슴이 잔잔히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모임공지를 몇 번이고 들여다보고 모임장소를 향해 전철에 올랐습니다.
분주한 퇴근길 지하철.
저마다의 갈 길을 찾아 떠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5월,그 뜨겁게 가슴을 치밀어오르던, 서울 한복판을 덮던 이들이 저 얼굴이었을까?
아니면 젊은 연인들의 해맑은 미소들이 그 때 내 옆에 있던 얼굴들이었을까?
전철에 탄 모든이들이 모두 우리들의 모임장소로 떠나는 노랑개비들일까?
모두 시청역에서 내릴 것 같은 내 상상과 기대감.
시청역에서 한무더기의 사람들을 내리고 전철은 떠나가는데
내 기대와는 다른 길로 떠나는 사람들...
오후 6시 40분쯤.
시청역 10번출구로 나와 오키토키로 향했다.
한 발 한걸음씩 걸을 때마다 가까워지는 그 곳.
벌써 내 머리속에 떠오르는 전국의 수많은 노랑개비들의 얼굴들.
그 수많은 잔상들이 아슴프레하게 웃음과 미소로
내 머리 속으로 빨려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노무현대통령님도 나와 함께 걷고 있다는 생각,
왜냐하면 바람이 잠시 잠시 불어와 내 목도리를 흔들었으니까요..
내가 그 분을 생각하는 순간마다 그 분은 그 따스한 미소을 지으며
내마음 속으로 들어오실 것 같은 느낌...
모퉁이를 돌아 눈 앞에 보이는 모임장소.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지하로 내려가니 몇 몇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언듯 익숙치 않은 분들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내마음은 이미 오래동안 만났던 인연처럼 가슴이 따스해졌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봉하입학생님..그리고 어르신 몇 분..
문 앞에는 옥희학생,청정미소와 처음 대면에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나도 한쪽 편에 앉았습니다.
이윽고 한나무님은 앉아있는 나에게 일거리를 주었습니다.
노란풍선 불어서 입구에 매달기를 하고 있을 때
하나 둘 부엉이들이 날아서 지하로 내려오시고
익숙하던, 익숙치 못하던 간에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빈자리는 채워지고 카페지기님이 준비한 노무현대통령님의 동영상 및 사진들을
다함께 보면서 그 분의 빈자리를 새삼 상기하면서 전등 불빛에 반짝이던 눈자위 주변의 눈물방울들..
각자의 삶을 영위하면서 그 뜻을 모아 함께 가는 세상은
얼마나 든든한 힘이 되고 마음의 헛헛함을 채워주는 울타리가 되는지
참여하여 서로의 눈빛과 대화를 체험하지 않으면 전혀 알 수 없다는 것..
순수한 마음들..
온기가 넘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들..
이른 봄날, 봄볕 사이를 날아오르는 노랑나비처럼 우리는 그날,
노무현대통령님이 남기고 가신 그 뜻을 따라 오랜시간 동안 무리지어 비상하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투명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
원칙과 상식이 물결 넘치는,,그리고 아름다운 바보들이 모인 그날,
술잔 부딪치면서 마음 속의 분노와 울분을 풀어내던 시간들이 참으로
가슴 시원한 순간들이었습니다.
어느 노랑개비 시인님의 노무현대통령 추모시,
그리고 운영진의 인사, 그리고 몇 몇 분들의 소회와 당부들을 들으면서
마음의 끈들은 더욱 단단히 묶어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밀양에서 기차타고 오신 봉하입학생님의 정성과 열성.
봉하에서 마련해주셨던 그 맛있는 음식에 대한 보답도 못해드렸는데
짧은 시간을 함께하시고 뒤돌아가시는 모습을 보고 쫓아나가서 짧은 배웅을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혼자보내는 것처럼 마음이 너무 애잔하던 기분이
한동안 내마음 속에 남아있었습니다.
잘내려가셨다는 글과 사진을 보고 다시 한번 고마움과 죄송한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우리들의 대화와 웃음은 끝이 없었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고 아쉬움은 커져갔지만
그 여운을 오랫동안 남겨놓기 위하여 사진 속에다 담아놓았습니다.
어둠이 내린 서울 한복판.
모임이 끝나고도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던 미련들이 남은 노랑개비 얼굴들..
'2차가자'는 누군가의 말이 나오기 무섭게
우리는 청춘처럼,젊은 날들처럼 무리를 지어 이 곳 저 곳 또 다른 공간을 찾고 있었습니다.
끝내 헤어지기 거부하던 30여명의 청춘들은 그 밤을 끝장낼 것 처럼
한참을 걸었습니다.
나이가 중년을 넘어가는 나에게 푸른 청춘의 날인 것처럼 착각과 느낌을 갖게해 준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고 그 기분을 느끼는 것도 좋은 기억이고 추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려서 나는 그 속에서 내 지나버린 젊음을 한참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결국은 2-30대 처녀 총각들은 그들의 공간을 찾아 떠나버렸고
30-40들은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찾아낸 국물과 소주가 있는 집으로 찾아들었습니다.
시간은 자정이 넘어가는데 10여명의 나이먹은 청춘들은
오히려 더 생생해져서 참이슬 소주를 여러 병 비워냈습니다.
따스함 마음을 가진 맑은 사람들의 대화는 술취하는 것을 용납하지도 않나봅니다.
영업시간 종료를 알리는 주인 부부의 여러차례 독촉을 뒤로 하고
길지만 결코 길지 않은 그 노랑개비 송년회의 밤은 끝나갔습니다.
참으로 즐겁고 유쾌한 밤이었습니다.
더욱 다져진 노랑개비의 친목이 다음에는 번번히 밤을 새는 물꼬가 될까 저으기 걱정됩니다만
그 청춘의 기분은 오랫동안 가슴창고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날, 함께 했던 분들의 늦은 귀가의 안부를 늦게나마 물어봅니다.
즐거웠습니다.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새해 새날이 밝았습니다.
늘 새해 첫날 다짐하는 마음처럼 1년 365일이 새해 첫날이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노랑개비님들의 꿈과 희망이 가득 이뤄지는 2010년이 되세요..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2010년 1월 2일 서설이 내리는 창가에서 맥전드림
첫댓글 바람이 건드리는 느낌.. 표현이 참 좋군요.. 올리신 글을 읽으며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납니다.. 조만간 또 뭉쳐야겠지요.. 핑계는 많으니까..^^
아름다운 사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노랑개비들의 훈훈한 온기가 그립다는...
눈물...
봉하입학생님이 올라오셨군요....다시봐도 송년회공지댓글에 오신다는 말이 없는데.......올라오실줄....미처생각을 못했군요...죄송한맘 금할길없네요..그날송년회에 늦게 제가 합석을 해서...봉하입학생님을 뵙지못한것같네요....경남/부산방에 송년회때 오시라고..글올려놓고...면목이 없어요....다음에 봉하가면...식사라도 한번하게...다시한번뵈어요~^^
이제 눈물은 그만...함께 다져가는 세상,,,그리고 마음들을 엮어서 그 분의 뜻을 따라서 가야할 길...금방 다시 찾아야 할 민주의 시대,,평화의 시대를 위해 함께가요..그 길을..
든든이란 단어....참 좋고 정말 든든합니다 ...
든든하고 흔들리지 않고 바다를 향해가는 냇물처럼 서로 기대면서 서로 위로하면서 님이 미완으로 남기신 길을 함께 가요..
ㅎㅎㅎ 그날 정말 반가웠습니다 맥전님 ~ 닉넴써드릴때 잘 못알아들어서... ㅋㅋㅋㅋㅋㅋ 암튼 조만간 또 뵈요 ~
예쁜 옥희님,,앞으로 맑고 밝게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면서 꾸는 꿈들이 이뤄지도록 기대할께요..제가 옥회님께 추천할 직업..교사,,정치가,외교관,아니면 유치원교사(어릴때부터 노대통령의 가치를 가르쳐야하니까>>)교사가 좋을 것 같아요..이왕이면 초등학교교사..그 직업이 좋겠는데요..얼굴도 이쁘고 맘도 이쁠테니까..
엇 저 꿈이 유치원교산데 ㅋㅋㅋ 딱 알아보셨네요 ~ ㅋㅋㅋㅋㅋㅋ
ㅎ 참석은 못햇지만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듯 생생하네요...생생한 후기 감사합니다.
참석을 못하더라도 늘 잊지않고 있으면 그 마음도 참석못지 않게 중요하지요..다음에도 한걸음 나서시길 바랄께요..자주 만나니까 더 좋아요..노랑개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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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제 글을 읽고서 참석한 기분이 들 정도이라니 그날의 풍경들을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네요..감사합니다. 복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아마도 후기글은 맥전님에 담당인듯 싶습니다. 맛깔스럽고 그날에 기분들이 제머리속에 생생이 그려집니다. 저도 언젠가 서경쪽 .번개모임에 참석할날이 있겠지요 서경쪽에 제가 자주 가는편이라서요.요번 봉하에도 오실거죠 그때 봉하에서 뵙겠습니다.
레몬림이님.. 닉네임만 들어도 향기와 맛이 상큼할 것 같아요..얼굴에 대한 기억이 없지만 서울에 오시면 연락하세요..모임에 맞춰오시면 더욱 좋고요..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다음에 뵐 때까지 좋은 날 되세요.
저는 그날 꼭 참석할려고 했는데..퇴근할려는 찰나 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하수도가 역류하여 뒷베란다가 물난리랍니다...그날 무척추운날 이었는데 어쩔수 없이 집으로 급히 돌아와서 얼음이된 물열심히 퍼냈습니다ㅓ...다음엔 꼭 가겠습니다.(항상봄날로 닉네임 변경하였습니다)
이제 집수리가 잘되었나요? 살다보면 늘 변수가 있게 마련이지요..그 마음만으로 우리 영혼들이 함께 하는것이겠죠? 늘 봄날처럼 아름다운 날이 되시길바랍니다.
ㅎㅎ 맥전님 절 기억하실랑가여? 그날 9시 반쯤 도착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던 차였지만,간만에 대화가 좀 통하는 분을 만나서 신나게 주절주절 거렸던 앞에 앉아 있던 샤로닙니다~~^^ 그때 "막나가기"샤로니에게 따뜻하고 적절했던 맥전님의 어드바이스~잊지 않겠습니다!!!ㅋ
샤로니님...기억하지요...열정과 정열을 가지신 아름다우신 분..대화가 통했다니 제가 더 기쁜데요..자주 만나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누기로 해요..
ㅋㅋㅋ 제가 샤로님 그자리에 앉혀드렸죵..ㅎㅎ 맥전님 후기 감사합니다.^^ 근데요 전 맥심,맥스,맥콜등등이 생각이 많이 나요.. ㅠ,ㅠ 죄송합니다.
느티나무의 사랑님.. 맥전은 우리말로 보리밭이지요..혹한의 겨울을 견디고 푸른 봄을 선도하는 보리밭을 보셨나요..3월의 밭이랑엔 눈이 시리도록 푸르러가는 보리밭을 보셨나요? 그것은 봄이 마치 파도를 치는 것 같아요.
맥전님 유난히 춥고 혹독한 금년 겨울인것 같습니다. 혹독한 만큼 더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파릇파릇한 보릿잎 물결의 파도를 보게될것 같습니다. 보리밭에 아련히 피어나는 아지랭이와 노고지리 소리도 함께요. 근데 요즘 올리시는 글이 뜸합니다. 자주좀 올려 주세요. ㅎㅎ
네..참여하는 노랑개비...추위가 맹위를 떨칠수록 봄은 그토록 간절합니다...그 봄날을 기다립니다..노랑나비 날고 노랑개비돌리며 푸른 보리밭 물결 위를 달리는 봉하 들을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