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놓치다> 이후로 그닥 끌리는 영화가 없던 차에 여기 저기서 칭찬의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 박용우에대한 기대로 고대하던 영화.
박용우라는 배우는 자신이 가진 힘이랄까...연기력이나 인물에 비해 참 안뜨는 배우였다.
처음 <올가미>를 보고, 오~~~저런 꽃미남이!!!하면서 참 많이 기대했었다.
tv드라마에 나올 때도 주인공이던 류시원에 비해 오히려 눈에 띄던 사람이었는데 이상하게 인기복이 없어 보였다. 그러다 <무인시대>의 경대승 역을 하며 사람들에게 강하게 각인되었다. 그러나 그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장쯔이보다도, 온갖 폼 잡았지만 "쟤 저기 왜 나온거야??!!"라고 화내게 만들었던 정우성보다도, 발음만 빼면 그래도 생각보단 괜찮았던 주진모보다도 기회주의적이고 촐싹거리고 이기적인 통역관이었던 박용우만이 건질만하다고 생각했던 <무사>에서, 그래...박용우는 이대로 묻힐 사람이 아니다라고 믿었었다.
그 믿음을 이제야 확인하게 된 것 같다.
연애는 물론 키스조차 한번 해본 적 없는 대학 영문학 강사 황대우.
온갖 닭살스런 연애하는 것들의 행태를 유치하다 비웃고, 지적이고 상냥하고 예쁜...꿈속의 여인을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조금은 건방지고, 쑥맥이기도 하고, 약간은 재수없기까지한 잘난척 왕자를 박용우는 온몸으로, 제대로 표현한다.
그의 강력한 이미지 때문인지 최강희는 상대적으로 조금 약해보이는데다 영화 후반부는 어쩐지 처음의 조이는 힘을 조금은 잃은 느낌이지만 참으로 마음에 드는 영화이다. 무엇보다 초기에는 웃기다가 후반부엔 눈물짜는 감동적인 드라마로 전환하지 않고 끝까지 일관성을 지킨것이 참 좋다. 살인을 하고 시체를 유기하는 끔찍한 상황에서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상적인 대화들, 사람들의 젠체하는 위선을 비웃는 설정, 나름대로의 절절한 사연을 가져 희생양일 수밖에 없는 불쌍한 살인자가 아니라 선도 악도 아닌 살인자.....
그리고, 담담한 결말.
오랜만에 실컷 웃게 만든 영화였다.
조은지, 평범하지 않은 외모와 말투로 드라마에서는 일반적인 역할을 맡기엔 어려울 것 같은 이 젊은 배우도 참 잘 어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