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관람료 무료개방에 관련한 기넘축사>
230504_법주사 불교문화유산 안내소 현판식
정청래 의원: 제가 이곳 속리산 법주사 이 행사에 앉아 있으면서, ‘나는 왜 여기에 앉아 있는가’ 곰곰이 생각을 한번 해보았습니다.
이 문화재 관람료 폐지와 관련해서, 제가 진제 종정예하 큰스님께 지혜로운 산이 되어라 ‘지산’이라는 호를 제가 과분하게 받았습니다.
작년 1월1일부터 2박 3일간 22개의 큰 절을 제가 돌아다녔는데, 백양사 주지께서 저한테 별명을 ‘역행보살’이라 이렇게 지어주셨습니다.
일을 거꾸로 하다 보니까 일이 잘 풀려서 이렇게 영광스럽게 그런 두 가지 또 다른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불교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보현보살의 보, 문수보살의 문, 보문고등학교를 다닐 때, 애국가보다 참불가를 더 많이 불렀었는데 아마 그때부터 인연이 시작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법주사 불교문화유산 안내소 저 현판으로 바뀌기까지 짧게는 60년, 그리고 1,700년 대한불교 역사가 하나의 또 역사적 변곡점을 맞이하는 그런 역사적인 날이 바로 오늘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중요한 얘기를 하려고 하니 비행기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보급 문화재의 절반 이상은 그리고 지방문화재까지 하면 약 70% 이상이 불교·사찰 문화재입니다.
국가 지정 문화재는 개인이 지정한다고 될 수 없습니다. 국가가 지정하는 겁니다. 그리고 함부로 팔 수도 없고, 옮길 수도 없고, 본인이 소유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국가가 당연히 관리해야 될 문화재 유지·관리·보수 비용을 사실은 절에게, 스님들에게 정부가 무책임하게 떠넘겼던 것이죠.
1962년 문화재 관리를 스님들께 맡기면서 스님들이 문화재 관람료를 걷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왜 절에도 안 가는데 절에 돈을 내야 되냐’라는 국민적 원성이 있었고,
또 불교계 스님들은 ‘그럼 이 소중한 문화재를 어떻게 지키라는 말이냐’, 이런 구조적 모순에 60년을 불교계도, 국민들도 아파했습니다.
당연히 국가가 유지·관리·보수를 책임져야 되고, 그걸 스님들에게 맡겼다면 응당한 것을 지불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런 모순 속에서 많은 불만과 원성이 이곳 매표소 앞에서 있었습니다. 스님들도 많이 마음이 아팠고, 또 국민들은 스님들에 대해서 이유 없는 원망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것이 해결되어서 너무 다행스럽고, 그것이 제가 대표발의한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물꼬를 텄고, 또 여야가 합심해서 예산 419억을 책정하면서 오늘같이 경사스러운 날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비단 국회의 힘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문화재를 관리해오고, 그리고 애써서 보존해온 스님들의 공로가 더 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걱정이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 무료 개방에 따른 관람객 폭증으로 우리의 소중한 국보급 문화재들이 혹시 훼손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또 했는데, 오늘 법주사에 와보니 국보가 세 점 있는데, 문화재청 차장님, 이따가 같이 한번 보시죠. 네, 거의 방치가 됐어요.
들어가서 만지고 쓰다듬고 잘못하면 누가 가서 페인트 칠하고 할 수 있는, 매우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그런 국보를 보았습니다.
앞으로 대한불교조계종과 문화재청, 또 필요하면 국회까지 TF를 만들어서, 이 문화재를 어떻게 원형보존할 것인가, 훼손 없이 많은 국민들이 와서 문화재를 향유할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후속조치가 불교계에만 맡겨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그런 생각을 오늘도 절실하게 했습니다.
이 국보급 문화재는 한번 훼손되면 다시 복원할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무료 개방에 따라서 우리가 좋아할 일만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문화재들을 원형 그대로 보존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한 심도 깊은 성찰이 있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백범 김구께서는 일찍이 문화의 힘이 높은 아름다운 문화강국을 소원하셨습니다. 우리의 문화재가 우리의 국격이고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이 문화재를 소중히 가꾸는 일에 저도 앞으로 열심히 뛰겠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대한불교조계종의 교구본사주지협의회의 우리 정도 스님, 호산 스님, 성화 스님, 탄원 스님, 그리고 우리 각운 스님이 굉장히 열정적으로 문화재 관리를 앞으로 하실 것 같습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이종배 의원님, 이렇게 기쁜 자리에서 여야가 함께 만나서 더 기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