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의전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드시 필요할 때도 있다. 특히 외교에서 국격에 걸맞은 의전을 요구하고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사실 의전은 사람 개인에게 주는 예우가 아닌, 그 자리가 갖는 대표성을 보고 하는 것이다.
기업 등 민간에서 권위를 지키는 수단으로 생각해 일반인들은 신경도 안 쓰는 것에까지 집착하면서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기도 한다
한예로, ‘KB 사태’ 때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한꺼번에 날아간 결정타도 알고 보면 의전 문제가 불씨가 됐다. 2014년 임모 회장과 이모 행장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두고 대립했다. 금융감독원이 징계에 나서자, 양측은 화합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미에서 임원들이 참여하는 템플스테이 행사를 가졌다. 양측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던 마지막 기회였다.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다. 임 회장에게만 독방이 제공되자 이 행장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결국 1박2일로 예정됐던 백련사 템플스테이는 이 행장이 심야에 귀가해버리면서 파국을 맞았다. 두 사람은 결국 들끓은 여론과 금융당국의 공세 속에 함께 사퇴했고 검찰 수사까지 받았다. ‘왜 내겐 독방을 안 주느냐’는 측이나 ‘회장만 독방을 써야 맞다’는 측 모두 결국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사실 ‘과잉의전’은 의외로 ‘알아서’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권위주의가 오랜 기간 학습돼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된 탓이라고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반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권력 서열대로 줄을 서는 모습”인데 --
과잉은전은 학교와 군대에서의 학습효과라는 의견도 많다 “학교조차 교장이나 교무처장 같은 소위 ‘자리’에 대한 특권의식이 강한 문화”인 데다 “교실에서도 어른인 교사는 왕이고 학생들은 종속적인 존재가 된다”고 한다.
특히 군대는 의전 문화의 ‘결정판’이라고 할 만한데 --. ‘작전에 실패한 장교는 용서가 돼도 의전에 실패한 장교는 용서가 안된다’는 군대 농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