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다발성 장기 부전(多發性臟器不全)은 어떤 원인으로 단기간에 복수의 장기 기능이 저하 또는 상실되어 생명 유지에 위험이 초래된 것을 말한다. '총체적 장기 부전'이라고도 불리며 영어로는 'Multiple Organ Failure(MOF)'[1], 'Multiple Organ Dysfunction Syndrome(MODS)', 'Total Organ Failure(TOF)'[2], 'Multisystem Organ Failure(MSOF)' 등으로 불린다.
다발성 장기 부전은 대부분 사고, 질병 및 쇼크 등으로 인한 사망 직전에 신체의 전반적인 기능이 떨어지면서 발생한다. 심장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심부전)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어 의식이 혼미해지고, 호흡부전, 신부전, 간부전 등이 동시에 일어나서 생명유지 활동이 극히 어려워지기 때문에 사망할 확률이 매우 높다.
다발성 장기 부전은 외부의 충격으로 인한 Primary MOF와 질병의 감염으로 인한 Secondary MOF로 나뉜다. 전자는 교통사고에서 많이 보이며, 후자는 패혈증, 크론병 등과 같은 질환에서 많이 보인다.
특정한 사고나 중대 질병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산 후에 자연스럽게 죽는 경우, 즉 고통 없이 자는 듯이 죽는 자연사도 그 최종적인 단계에서 신체에 발생하는 상황은 '다발성 장기 부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전형적인 자연사 조건의 다발성 장기 부전에서는 뇌조직 역시 다른 장기와 함께 죽어가는 것이므로 별다른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다만 노환 문서에도 나오듯이 사망자 통계에서 자연사의 비중은 겨우 5% 내외라 복 받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보통은 사고나 병으로 죽는다는 점이 문제다.
2. 원인[편집]2.1. 외부 충격으로 인한 상해
교통사고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등의 외부충격에 의해 신체에 강력한 충격을 받아 복수의 장기에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 발생한다. 이 경우 사고가 났는데도 사지 멀쩡하게 걸어 나올 정도로 큰 부상을 입지 않았는데도 얼마 지나지 않아 덜컥 죽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는지라 사고자가 겉으로 큰 부상을 입지 않고 멀쩡한 것 같아도 일단 병원으로 옮겨서 검사를 받아보도록 반드시 조치해야하는 이유가 된다. 무공에서 흔히 나오는 내상을 입는 경우와 비슷하다.
복부 총상을 입을 경우에도 다발성 장기 부전에 걸릴 확률이 높은데, 이는 총알이 여러 장기에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복부 총상으로 이 세상을 하직한 사람들의 특징은 모두 고통을 겪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주로 총기강도에 의해 저질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 특성상 의료 인프라가 빈약하여 치료에 성공할 확률도 매우 낮다.
2.2. 질병으로 인한 내부손상
외부요인으로 발생한 질병이 몸속으로 들어와 단기간 동안 복수의 장기에 기능이상을 일으킬 경우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패혈증, 크론병, 에볼라 출혈열[3]과 같은 질병이 있다. 패혈증이 사망률이 높은 근본적인 원인이다. DNA를 파괴하는 방사선 또한 치사량으로 피폭될 경우 이 증상을 거친다. 각종 암의 경우에도 다수의 장기에 전이되는 경우 결국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일부 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이토카인 폭풍도 후유증 중 하나인 대량의 혈전이 각종 장기를 고사시킬 위험성이 있어 위험하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단순 폐렴이 고령으로 인하여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확대되면서 숨을 거두었다. 향년 85세였으니 고령이었던 점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정진석 추기경도 고령에(선종당시 만89세) 복부 대동맥류 파열로 인해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확대되어 선종하였다. 다른 예로 축구 선수 디에고 마라도나는 심장마비로 인하여 다발성 장기부전이 확대되면서 숨을 거두었는데 사망한 나이는 그렇게까지 고령이 아닌 60세였으나 각종 약물에 찌든 상태였던지라 그의 육체연령은 90살을 넘긴 상태였다.[4]
2.3. 독극물로 인한 세포손상
수은이나 청산가리, 독버섯, 농약 등의 독극물에 노출될 경우에도 내부 장기손상 과정을 거치게 된다. 독극물을 치사량 이상 먹었다면 장기가 망가지기도 전에 곧바로 심장마비나 쇼크로 사망하게 된다. 소량만 먹었다면 장애를 가지게 될 수는 있어도 회복할 가망이 있다. 독극물을 즉사에 이르지 않을 정도의 양으로 먹은 경우 세포가 파괴되며 차례로 장기가 망가져 매우 고통스럽게 죽음에 이르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제초제 그라목손. 그라목손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 부전 과정은 해당 항목 참조. 그리고 독버섯에서 추출한 트리코테신은 세포 내 리보솜의 단백질 이용과정을 망가뜨려 거의 방사능 피폭급의 장기손상을 일으킨다.
2.4. 악성종양
한마디로 암에 의해 장기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인데, 암세포는 직무유기하며 영양소, 에너지만 축내면서 몸을 점령해 나간다. 결국 장기가 하나 둘씩 망가지며 결국에는 가장 중요한 장기까지 피해를 입는다. 결과적으로 암에 의해 임종한 사람들은 사망 원인이 다발성 장기 부전이라고 보면 된다.
2.5. 극단적인 굶주림
공복이 지속되면 초기엔 포도당, 이후엔 근육과 지방을 분해하게 되며, 결국 지방마저 모두 분해해버리면 생명 유지를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장기를 유지하는 단백질까지 태우게 된다. 결국 면역력 결핍에 의한 병사나 쇼크로 죽지 않고 이 시점까지 오면 장기가 손상되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서 다발성 장기 부전이 일어나 아사하게 된다. 이 시점까지 온 사람은 먹을 것을 줘도 살아남기 힘든 이유기도 하다.
3. 치료
현대의 치료 방법은 능력을 상실한 장기를 하나 하나 복구시키는 것 뿐이며, 모든 장기를 하나의 치료과정으로 정상궤도로 돌리는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치료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는데, 상호작용을 하는 장기들의 경우 한쪽이 손상되면 다른 한쪽도 손상되는 연쇄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증상은 더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치료 속도가 질병진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한 중요 장기를 위해 써야 하는 치료가 다른 중요 장기를 상하게 하는 답이 없는 상황이 되면 사실상 치료를 중단하고 진통제를 투약해 고통을 최대한으로 줄이면서 죽기 전까지 수명연장만을 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 물론 대학병원 중환자실 팀은 이런 여러 상황을 고려해 그나마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최선의 약을 쓰려 노력한다. 손상 형태의 경우의 수는 너무 많기 때문에, 여기서 약을 쓰는 건 정해진 방법이 있다기보단 의사의 경험과 실력이 많이 따라줘야 한다.
다만 장기의 직접적 손상없이 과다출혈이나 기타 쇼크[5]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인 경우는 수액 및 수혈로 혈액순환을 유지시켜주는게 주요 치료법이다. 당연히 혈액량이 적거나 혈압이 낮으면 장기는 에너지 공급이 안 되니 장기부전에 빠질 수 있다. 제때 혈액량을 유지시켜주고 심장의 기능을 자극시켜 주는 약을 적절히 병행하면 그나마 장기의 기능을 어느 정도씩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장기이식을 생각할 수도 있으나, 합법적으로는 하나 구하기도 힘든 장기를 복수로 구하는 것부터 큰 어려움이 따르며, 복수의 장기를 한꺼번에 이식하는 것이 성공할 가능성은 극도로 낮다. 거기다 복수의 장기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된 환자는 또 다른 부위에도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식에 성공했다 할 지라도 다른 원인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심지어 장기의 수는 한정되어 있는데, 생존할 가망이 희박한 환자 한 명을 위해 복수의 장기를 사용하는 것은 장기이식을 통해 치료될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의 생존 가능성까지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 이식으로 다발성 장기 부전을 치료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권장되지 않는다.
4. 경과와 합병증
다발성 장기부전이 심해진 상태에서는 뇌 역시 죽어 가고 있고, 쇼크가 오게 되면 당연히 의식이 없어진다. 초기에는 고통이 있을지 모르나 후기에 가면 대부분이 의식불명 상태에서 사망하게 된다. 자연사인 경우는 고통 없이 편히 가는 경우가 많다. 현대 의학기술로도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장기가 2~3개 이하로 손상된 경우만 치료하고, 상호작용을 하는 장기가 손상되거나, 상호작용을 하지 않더라도 2~3개 이상이 손상된 경우는 모르핀을 놓아 생명유지만 하면서 죽는 길까지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일밖에는 하지 못한다. 운 좋게 생존해도, 죽기 직전까지 갔다온 장기들은 후일 합병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사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