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가져다가 준 복숭아가 썩어 문드러지지 않았을까 불안합니다. 오늘은
열 일 제쳐 놓고 처리하고야 말 것입니다. 극상품 복숭아 1개는 상해서 버렸고
3개는 완전히 물렀는데 어머니께서 당신 스타일이라고 해줘서 다행입니다.
먹지도 못하는 복숭아를 '너무 맛있다'며 가져왔으니 어쩝니까. 싱싱고에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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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만에 꺼낸 것입니다. 복숭아 못 먹는 사연은 나중에 이실직고 하겠습니다.
아침을 해결하고 사우나 카드를 가지러 간 건데 큰매형이 쓰고 반납하지 않아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어요. 세탁물을 맡기고 차를 파-킹 시킨 후 오남역으로
천천히 걸어갔어요. 오늘 특별강의는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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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도 자연에 일부기 땜에, 결국 원리적으로는 기계적인 요소가 있다고 합니다.
동의합니다. '유클리트 기하학'이란 생소한 언어를 써서 잠깐 갑갑했어요. 4호선
명동역에 내렸고 저번보다는 천천히 걸으면서 명동성당을 센터로 잡고 직선으로
걸으면서 아이 쇼핑했어요. 제가 긴축재정을 하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제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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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온 물건이 없네요. '하동관'과 '이남장'을 놓고 갈등하다가 '이남장' 내장탕으로
결정했어요. 내가 대략 200번의 내장탕을 먹는데 여전히 맛있습니다. 흡연 부스가
내 구역같이 편안한 게 식후연초 베리 굿입니다. 광화문-종각-안국동-경복궁을 향
하는 제 발걸음이 껑충껑충 가볍습니다. 현대건설이 있던 넓은 공터에 건축 박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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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한다고 플래카드가 붙어 있고 요란한 무대에 스태프들이 꽉 찬 것이 오늘
공연을 하는 것 같아요. '제4회 서울 도시 건축 비엔날레' '땅의 도시, 땅의 건축'
타이틀이 생각보다 규모가 큰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가우치'같은 세계적인 건축
박람회를 할 만큼 미술, 건축 분야가 커졌다고 봅니다. 아는 교수가 독일 쪽 건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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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아트 하다고 하더이다. 흙길이 꽤나 길었고 담배 대신 스테프 간이 화장실
에서 잽싸게 '밀어내기'를 한 판 하고 경복궁 매표소(북촌 방향)를 건너 광화문 바깥
쪽으로 일부러 들어가 보았어요. 김영삼 정권 때 일제청산 한다며 백년된 건물을
다 부순 후, 이번엔 100년 전 일제가 전차선로를 놓으면서 뜯어냈던 경복궁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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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월대의 상징 동물 조각상을 복원한다는 것 같아요. '야인시대'보면 오브제로
사용된 전차가 시내버스 두 개 정도의 크기로 실재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월대
(서수 상) 상이 이건희 컬렉션에서 튀어나왔다는 것 아닙니까? 유튜브를 지켜본
한 시민이 민원을 냈고 복원까지 하게 된 겁니다. 이 조각상이 원래 있던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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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앞 월대 어도의 끝부분이라고 합니다. 고종(1896)이 경복궁을 중건한 후 '왕의
길'로 불린 곳이었답니다. 이건희 회장이 미술에 조회가 깊었다고 하더니만 이번에 또
귀한 물건을 기증해줘서 고맙습니다. 고궁 박물관에 들어가 곤룡포 사진 한 장 찍었고
지하 전시장에서 황실 ‘롤스로이드’를 보았어요. 지금 타고 다녀도 간지가 풀풀 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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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습니다. 민속공예를 둘러보았는데 '까치호랑이' 저금통 하나 맘에 듭니다.
동으로 만든 청룡 조각을 담아왔고 후문으로 나왔는데 소싯적 하던 '말뚝박기'
조형물이 눈을 사로잡네요. 우리 시대는 '말뚝박기' 일명 'X 박기'참 많이 했어요.
말뚝 박기는 패스. 북촌으로 빨려들어갔어요. 홍대보다 인사동보다 '북촌'이 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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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스라고 봅니다. '덕성여고'는 응상팔'에서 덕선이가 다닌 학교입니다. 하교
시간인지 이쁜이들이 쏟아져나왔어요. 우 와, 이런 분위기 좋아요. 현대건설 뒤편
골목길을 꼬불꼬불 돌아 나왔고 빵집 들려 4.800원짜리 빵 한 개 사서 안국역으로
들어갔어요. 그때는 3호선이 쌔삥이었는데 세월에 장사 없는 건 건축물도 마찬
가진가 봅니다. 30년 전에 써놓은 말타기 글을 인용합니다.
제 키가 커진 것은 고삐리 때 이고 덩치는 군대시절 전후에 늘어났습니다.
누나들 영향인지 성격도 소심했고 '공기'나 '핀 따먹기' '비석치기'처럼 주로
여학생들이 하는 놀이를 하면서 자랐는데 사춘기를 겪으면서 껄렁해지더니
고 삐리 때는 7공주 파 여학생들과 '말뚝 박기'놀이나 '기마전'을 꽤 많이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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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 같습니다. 그 닥 장소에 제한이 없는 '말뚝 박기'는 먼저 편을 가른 다음에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정합니다. 그 다음 술래 쪽 주장이 벽이나 나무 등에 기대고
서 있으면 나머지 무리가 차례로 허리를 구부려 양 다리 속으로 머리를 들이댑니다.
공격 팀은 도미노로 등에 올라탄 후 공격 앞으로 나가면서 수비와 간격을 최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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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힙니다. 만약 공격수의 발이 땅에 닿게 되면 아웃입니다. "Are you ready?"
무슨 놀이든 이기는 싸움을 하려면 타깃을 정해 밟아줘야 합니다. 가위 바위 보를
안 하는 공격권은, 상대가 자빠져야 한다는 것 아닙니까?
1.2.3.4.5. 5번을 집중 공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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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1 빳 따.
2 빳 다,
3 빳 따.
2023.9.1.fri.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