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목(草木) 초안(草案) 초서(草書)
초(草) 자는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 초(艹=艸)와 음(音)을 나타내는 早(조→초)가 합(合)하여 이루어진 형성문자(形聲文字)다.
그래서 이 글자는 풀을 뜻하게 되어 초근목피(草根木皮), 초로인생(草露人生), 삼고초려(三顧草廬) 등으로 쓰였다.
다음으로 초(草) 자는 ‘처음’이란 뜻으로 씌었다. 이에 대해 중국 오대 말기 남당의 문자학자였던 서개(徐鍇: 920~974)는 ‘설문계전(說文繫傳)’에서, “지금 사람들이 말하는 초고(草稿)라 하는 것은 마치 들판에 어지러이 널려 있는 볏짚처럼 조심하지 않고 거칠게 쓴 글이나 다듬지 않은 문장을 이른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처음 쓰는 원고라 하여, 반드시 ‘들판에 어지러이 널려 있는 볏짚처럼 조심하지 않고 거칠게 쓰거나 다듬지 않고 썼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은 ‘풀이 처음으로 뾰족뾰족 나올 때’란 뜻으로 쓰인 것이다. 새싹이 처음으로 나올 때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예로 쓰인 말들을 보자.
초고(草稿) - 시문의 원고를 초벌로 쓴 글
초안(草案) - 초를 잡은 서류
초창기(草創期) - 일이 시작된 시기
사초(史草) - 조선 시대에 사관(史官)이 기록하여 둔 사기(史記)의 초고. 실록의 원고가 됨.
실록의 원고가 되는 사초(史草)는 조선왕조에서 썼던 우리나라만의 토속 한자어다. 사관(史官)이 기록한 사기(史記 역사기록)의 초고(草稿)를 네 글자로 줄이면 사기초고(史記草稿)가 되고, 그것을 더 줄인 말이 사초 또는 사고(史稿)이다.
위에 쓰인 말들은 처음을 뜻하는 초기(初期), 초면(初面), 초보(初步), 초심(初心) 등의 ‘처음’을 뜻하는 ‘初’ 자와 구별하여 써야 한다.
다음은 초서(草書)란 말을 보자.
초서의 발생에 대하여는 일반적으로 행서(行書)가 출현한 뒤 이를 쓰기에 편리하고 속사(速寫)할 수 있도록 짜임새와 필획을 간략하게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록상으로 볼 때, 전서(篆書)를 사용하였던 중국 전국시대에 이미 초고(草藁)라 하여 속사를 위한 초체(草體)가 있어 정체(正體)와 구별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초서라는 말에 왜 ‘풀 초(草)’ 자를 썼을까? 초서의 초(草)는 들판에 어지러이 널려 있는 잡초의 모습을 비유하였다고 볼 수 있다. 획이 생략되거나 가려지고 해서처럼 가지런하지도 않고 이리저리 불규칙한 모습이, 흩어진 풀의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장 박사님!
풀 草와/처음 初를 구별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선생님, 참고가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