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뮤지컬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몸을 움직이는 건 좋아했지만 노래를 부르고 연기하는 것은 무지 싫어했다. 나는 발연기에 남들 앞에서 노래를 크게 불러본지 오래됐다. 특히 내가 아는 사람들 앞에서 뮤지컬을 해야 한다는게 너무 끔찍했다.
극단 화야에서 쌤들이 오시고 대본을 주셨다. 그리고 우리가 불러야 할 노래들을 들려주셨다. 곡이 너무 많았다. 이번 뮤지컬은 진지하고 슬픈 역사 이런게 아니라 우리 15기가 흔들어 제끼며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근데 사실 15기는 진지한 것 보다 어려운게 흥을 끌어올리는 건데 .. 벌써부터 앞길이 막막했다.
내가 캐스팅 된 역할을 ‘로만‘ 이라는 역할이었다. 대사가 얼마 없는 역할을 원했는데.. 나한테 제일 긴 3줄 대사가 와버렸다. 로만은 늘 1등이지만 성격이 그리 좋지는 않은 역할인 것 같았다. 3줄 대사를 외우는건 생각보다 쉬웠다. (내가 늘 하던대로 말하면 되던데..?)
둘째 날까지는 연기를 하고 춤을 추기 보다는 노래를 주로 외웠다. 이 때 우리 애들 중에 노래를 잘 부르는 애들이 있다는 아주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셋째 날부터는 연기, 춤까지 다 외워야 해서 솔직히 말하면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어떻게 몇 시간만에 16명이 연기, 노래, 춤을 다 맞출 수 있을까.. 역시 망했다..ㅎㅎ 혼날 줄 날았는데 신기하게 오히려 칭찬 받았다. 쌤들이 혹시 나중에 묵혔다가 다 꺼내실려는 줄 알고 무서웠다.
넷째 날까지도 사실은 절반 밖에 못나갔었다. 공연이 내일 모레인데.. 남을 줄 알았는데 또 그렇게 늦게 까지는 안남았다. 차라리 남고 싶었다. 진짜 더 무서웠다. 우리가 이 날 혼나기는 했지만..ㅎㅎ 연범 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우리 15기 모두가 한번 더 신경쓰고 15기 서로를 도울 수 있게 해주셨다.
뮤지컬 연습을 하면서 일주일 내내 15기와 함께 있었고 같이 노래 연습을 하면서 화음이 잘 맞을 때, 안무를 안 틀렸을 때, 대사를 한번도 안틀리고 넘어갈 때 우리 15기가 이제는 완전한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뮤지컬을 하면서 쌤들은 뮤지컬도 뮤지컬이지만 우리 모두가 스스로 마음 내어 하나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신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15기 ! 우리가 제일 멋있었어.
첫댓글 언제나 멋진 서영이!
ㅎㅎ
하던대로 하면 뮤지컬이 그냥 되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