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살 때도 도심 한복판 광화문 나들이를 많이 하지 않았고
게다가 서울 자체를 떠나 산지 오래오래이다보니
이렇게 광화문글판이 중요하게 자리 잡은 줄 몰랐네요.
교보생명빌딩 외벽에 걸렸다는 대형글판이.
오늘 아침 이 '광화문 글판'에 대한 기사를 읽습니다.
https://news.v.daum.net/v/20211016200205209
이제 30년째 걸리고 있다는 대형 글판,
지금은 "감성 어린 문구로 바쁘고 지친 현대인에게 위로와 용기, 희망의 울림을 안긴다"는
평가를 받지만 시작은 그렇지 않았군요.
1991년 1월에 걸린 첫 글판은 이랬다네요.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활력 다시 찾자.
이후에도
훌륭한 결과는 훌륭한 시작에서 생긴다.
나라경제 부흥시켜 가족행복 이룩하자.
개미처럼 모아라 여름은 길지 않다
이런 식의 계몽적이고 직설적인 메시지가 주를 이뤘는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고통과 절망을 겪는 이들이 늘어난 1998년,
시민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 글판으로 바뀌었다네요.
그래서 처음 등장했던 것이 시인 '고은'의 글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였구요.
이 기사 속에 소개된 글판의 내용들을 모아봅니다.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얼굴 좀 펴게나 올빼미여, 이건 봄비가 아닌가’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두 번은 없다/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므로 너는 아름답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이런 귀절들이 계절에 맞춰 올려져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서왔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정말 많은 글판들이 사진으로 올려져있네요.
글씨체, 배경 또한 좋은 것들이.
https://search.daum.net/search?w=img&DA=IIM&t__nil_searchbox=suggest&sugo=11&sq=%EA%B4%91%ED%99%94%EB%AC%B8%EA%B8%80%ED%8C%90&o=2&q=%EA%B4%91%ED%99%94%EB%AC%B8%20%EA%B8%80%ED%8C%90%20%EB%AA%A8%EC%9D%8C&docid=33-Xyn5WsIIT7Dkz4G
그 중에서 글귀만 몇 개 가져와봅니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푸른 바다에는 고래가 있어야지. 고래를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가는 데 까지 가거라. 길이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쉬다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리.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참...이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멋진 글귀들이 걸려왔구나...
서울을 방문하면서 지하철 유리문이나 내부에서 발견하던 시들을 떠올립니다.
짧지만 정말 좋았던 글들.
글의 힘.
글의 아름다움.
글로 표현하는 것에 한계가 있음에도
그래도 이런 힘과 아름다움을 보이네...
다음번 한국에 가면
이 광화문 글판을 한 번 보러 가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