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또 하루가 지났는데,
오늘은 교육이 없는 날이었다. 그렇지만 여름 내내 나를 괴롭혔던 이 숙소의 복층 창이었던 '정면 윗창'의 가림막과 초인종, 그리고 화장실 붙박이 장 설치 공사가 있어서,
오전을 어수선하게 보냈는데,
그런 와중에도 나는 그림 작업도 했고, 점심 먹은 뒤에는 잠시 낮잠도 자는 등, 바쁘게 지냈는데,
오후였다.
전화가 왔는데, 어제의 그 강사였다.
"선생님, 오늘... 거기, 뭔가 공사를 한다던데, 끝나셨나요?"
"아, 예. 다 끝나고, 지금은...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우리, 지금... '대박산'(?)에 가는데, 침도 맞으시고... 함께 가시죠?"
"예?" 하고 일단 나는 놀라긴 했지만,
전날, 그런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긴가민가 하고는 있었지만...
'이 양반도, 추진력은 대단하네......' 하는 생각으로,
"그럴까요?" 했더니,
"곧 도착합니다. 준비하고 계세요."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저는 하던 일손을 놓고, 좀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들이 도착을 했던 것입니다.
열어놓았던 문으로 그들이 걸어오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는데요,
부랴부랴 가방을 챙기고, 신발도 '등산화'로 갈아신지도 못한 채... 밖으로 나오니,
새로 입주한 여기 106호 젊은이도 나와 있더라구요.
그렇게 일단 그 차에 올랐는데,
어제 함께 왔던 씨름하는 분이 운전을 하고, 그 '체질 연구' 강사님과, 나, 그리고 젊은이... 넷이서,
'태백산' 방향으로 가게 되었답니다.
(물론, 그런 언급은 있었지만... 그런 일이 그렇게 쉽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 여전히... 뭔가 이상한 기분은 거둘 수가 없었답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여기 '소천면'에서 '강원도'로 접어드는 터널을 지나...) '백천계곡'으로 들어가드라구요.
제가 그 계곡을 아는 건, 전에 한 지인이 왔을 때... 무작정 그 계곡을 가보긴 했는데,
그 끝에 있던 사찰이(현불사?) 썩 제 맘에 들지는 않았기에(너무나 현대식인 구조에),
계곡은 시원했고 깊었지만,
다기 가게 될 줄은 몰랐던(가고 싶지는 않았던) 곳이었는데요......
그 당시엔 그 절이 종점인 줄 알았는데,
오늘 차로 가 보니, 그 안으로 한참을 더 들어가드라구요.
그러다 우리가 멈춘 곳은 '태백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였는데(공원 입구),
차를 세우고 오르려고 했더니,
웬걸?
그 위쪽에 뭔가 공사가 있다며,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방향을 돌려야 했는데요,
그 분 둘은, 이쪽으로의 산행(산보)이 잦은 듯...
"'대박산'으로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나와 젊은이는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기에, 그냥 그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고,
뭔가 '즉흥적인 나들이' 정도로만 여기면서, 호기심만 가지고 있었는데요,
그 중간에 그 강사 분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던데,
"스님..." 하는 것으로 보면, 어떤 사찰과 통화를 하는 모양이었고,
"거기도 들를 거..." 라고 해서,
저는 더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행로였답니다.
뭔가 새롭고도 재미있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날씨가 좋지가 않았습니다.
허긴, 제가 항상 주장하듯...
'나그네가 날씨 탓을 할 수는 없지.' 하고, 그 상황에 맞출 자세를 견지하고는 있었는데,
어쨌거나 우리는 '태백'시로 접어들었고,
지난번 제가 처음 봉화에 왔을 때, 잠시 들렀던 태백산 자락까지 가게 되었는데요,
저는 그 ''대박산'이 어딘가?' 했는데,
알고 보니... '함백산'이라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고도 하더라구요.
그렇게 산을 오르는데, 아닌 게 아니라... 주변 경관이 점점 제 관심을 끌고 있었습니다.
차를 타고 올랐기 때문에 힘들 것도 없지만,
점점 높이 올라가다 보니...
"날씨가 맑은 날은, 동해도 보이는 곳이거든요?" 하는데, 정말 그럴 것 같은,
'내가 왜, 이런 데는 안 와 봤다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변 산풍경들에 감동을 받기 시작하고 있었답니다. 더구나 거긴 높아서, 어느새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도 있어서...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봉화군 소천면도 단풍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이렇게 1500m 이상이 되는 고지와는 또 다를 수밖에 없는데...
아무튼, 저는... 그 지역의 풍광에 매료되고도 있었답니다.
비록, 하필이면... 우리가 산을 오르자 더욱 짙어진 안개 때문에, 시야갸 확 트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또 그 나름대로의 분위기는 있어서,
저는 감탄을 연발했고,
그분들이 잠시 차를 세워줘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진 몇 컷을 찍기에 이르렀는데요,
그렇게 사진을 찍고 다시 차에 올랐는데,
오르면 오를수록 안개는 더 짙어져...
저는 그분들에게 다시 차를 세워달라고 부탁을 한 뒤(저만 신났답니다.),
다시 산사진을 찍어댔답니다.
근데 거기가 '태백 선수촌'이 있는 곳이라더라구요.
산은 '함백산'으로, 1572m 높이로,
여기 봉화군은 높아봤자 1200-1300 수준인데, 그보다 높은 지역인데다, 거의 산 정상까지 도로로 돼 있어서 차로로 올라갈 수 있는,
다음에 맑은 날,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이었답니다.
그러니 저는, 생각지도 않았던 산행을 했고, 덤으로 그런 산풍경을 보기도 했지만... 사진까지(나중에 그림으로 그릴 소재도 얻은) 찍은 행로였던 겁니다.
그러니, 어찌 기분이 아니 좋을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또, 그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고는(?),
"우리 여까지 왔는데, 내려가면서는... '황지'에 들러, '감자옹심이'라도 먹고 갈까요?" 하면서, "제가 사지요."하기까지 했는데,
(제가 몇 년 전에 황지에 가서 옹심이를 먹으려다, 실패를 했었기에... 그 생각이 났던 건데요.)
그 강사님,
"식사보다는, 일단... 그 스님부터 만나러 가시죠." 하는데,
아까 그 분이, 이미 스님과 통화를 했던 걸 상기하면서는,
그럴 수밖에 없어서... 제 뜻을 꺾을 수밖에 없었고,
이제는 그 스님을 만나러 가게 된 거지요.
다시 '태백'으로 내려와, 거기 어딘가의 계곡으로 들어가던데,
"우리는 여기 자주 오는 곳이랍니다." 하듯, 그 두 분은 그저 일상처럼 자연스런 모습이었지만,
저와 106호 젊은이는,
수수께끼 같은 오늘의 행로에 잔뜩 긴장도 됐고, 재미도 느끼면서... 그 절로 갔는데요,
우리가 도착하자, 그 스님은 청소 중이라서... 잠시 청소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게 되었는데요,
이 강사분,
"선생님, 지금 침을 맞을까요?"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무슨 침?' 하는 생각이긴 했지만,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여기서라도 침을 맞으시죠." 해서,
또, 생각지도 않았던(?) 침까지 맞게 되었는데요,
근데, 웃기는 게... 우리가 있던 장소가,
하필이면(?), '단군 할아버지 상'이 있는 묘한(?) 곳이어서,
저는,
'침도, 단군 할아버지의 기를 받으며 맞아야 효험이 있다는 건가?' 하는, 상상까지 하다 보니, 너무 우스워서...
그 젊은이에게,
"이 장면 좀 사진으로 남겨 주세요." 부탁까지 하게 되었는데,
제가 저렇게 웃고 있었던 데에는,
'무슨 이런... 엽기적인 침맞기가 있담?' 하는 심정이었고,
그렇게 침을 맞으면서도, 우습기만 해서... 그런 거랍니다.
그런데 그 분 왈, 그런 것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했고, 날이 더 어두우면 침을 놓고 맞을 수가 없을 것 같아... 잠시 짬이 있던 참에 그랬다는 거라더군요.
어쨌거나, 단군상 앞에서 침을 맞다니요, 그것도 좀... 웃기지 않습니까?
(어쨌거나 그 침을 맞은 뒤, 제 목덜미의 딱딱하게 뭉쳐있던 근육이 부드러워진 건 사실이랍니다.)
근데요, 이 절은... '태고종'이라고 했고, '단군상'도 모시는(?)... 제 정서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곳이드라구요.
좌우간 그렇게,
우리는... 그곳 주지스님과 한참 동안(근 한 시간 이상?) 거기서 차를 한 잔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었는데요,
그 얘기라는 것이 그 (상당히 젊은)스님과, 그 강사분과의 얘기였고,
우리 셋이는 그저 옆에 앉아 있었던 것에 불과하지만,
아,
얼마나 오줌이 마렵던지...
그 자리가 끝날 때쯤엔, 제가... 오줌보가 터지는 줄 알았답니다.
겨우 오줌을 눗고,
이제 돌아오는 길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강사분께는 누군가 침을 맞으러 가겠다는(그 집으로) 전화도 오는 둥,
배는 고픈데도 저녁을 먹을 상황도 자리도 아니어서,
역시 저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그렇지만 어차피 그 젊은이와 저는 여기 숙소까지는 돌아와야만 했기에(그 분들이 데려다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이제 어두워졌는데도, 그리고 그 강사분은 '상운면'까지 가려면 근 한 시간을 차로 가야만 할 텐데...
그렇게 우리를 데려다 주고는, 그 분들은... 바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답니다.
우리가 숙소에 도착하자, 이미 보름달 같은(14일 밤) 둥근 달이 떠 있던데...
제가, 한 이틀...
이런 식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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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다음 날, 여기 108호 0 선생님을 만났는데,
"어제, 저한테 전화가 왔는데... 제가 막 '청량산' '하늘 다리'에 올랐을 땐데, 그 선생님이... '남궁 선생님과 통화가 안 된다'고 하던데, 어쩐 일이셨나요?"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보니,
제 전화엔 이미 그 분으로부터 2 번의 전화가 왔었는데, 제가 못 듣고(왜 못 들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잘 때 와서 그랬던 건지, 음악을 너무 크게 틀어놓아서... 그 소리 때문에 못 들었는지...)...
세 번째 전화에 답을 했던 것이었드라구요.
제가 일부러 그 분의 전화를 받지 않은 건 아닌데, 사실이 그렇게 되었답니다.
근데, 그 분은... 나중에 우리가 만났을 때, 저에게 그런 얘기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도 모르고 있었던 일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