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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블로깅을 하면서 어느 댓글을 보고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동유럽은 커녕 유럽도 못가봤어요'라는 댓글이었다. 내용을 읽지도 않고 제목만 보고 댓글을 달지 않았나 싶은데, 제목 자체가 '동유럽은 가봤니?'라는 다소 도전적이라 그런가 싶었다. 하지만 이내 너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 방식에서 제목을 달았구나 하는 반성 아닌 반성도 하게 되었다.
2014년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 중에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쉬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그 중에서 우리 부부와 같이 매해, 여기저기 다니는 부류가 얼마나 될까. 재미난 제목을 정하자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을 약올리는 듯한 글이 되지는 않았을까...
먼저 제일 첫 글에 쓰기는 했지만 주변에서 많이 들은 질문이 '동유럽은 가봤니?'라는 질문이라는 것을 밝혀두자. 이런 글을 쓴다고 욕하는 분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나름 변명 아닌 설명을 하자면...
우리 부부. 대한민국의 보통 가정을 꾸리지 않았다. 어쩌면 소수의 삶을 살고 있다.
애시당초 결혼식이라는 형식이 싫어 양가 부모님들에게 '부조금' 목돈을 안겨드리지도 않았고, 아파트공화국의 한 축이 되기 싫어 집도 없이 원룸에서 살기도 했다. 이 시대에 아이를 낳아 반듯하게 키울 자신없어, 아이에게 모든 것을 올인하는 세태의 한 사람이 되기 싫어 아이도 낳지 않았다. 자가용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기에 자가용도 팔고 뚜벅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부부가 나름 희생하고, 아니 포기하고 삶을 즐기려 한다는 것이다. 남들처럼 애낳고, 돈벌고 그러면 지금처럼 다니지 못할 것이다. 이 시대에 살면서 아무리 많은 돈을 벌더라도 그만큼의 욕심이 따라가기에 그러한 것들을 포기하고 여행이라는 두 사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누구는 돈버는 것이 행복일수도, 애 자라는 과정이 행복일수도, 평수 늘리는 아파트와 배기량 늘어가는 자가용이 행복일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각자의 삶의 철학이고 가치관이고 행복의 정의라고 생각한다.
제목에 도전적인 문구를 쓴 것에 대해, 혹시 맘 상한 분이 있다면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 하지만 그 뒤에는 우리 부부 나름의 희생과 행복의 추구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사람 사이의 다름을 인정하자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 그리고 그 다름(Different)은 틀림(Wrong)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빈으로 가는 길.
우리가 예약한 오스트리아 항공은 소피아에서 빈을 거쳐 도쿄, 인천으로 연결된다. 즉, 빈에서 스톱오버가 가능한 티켓이다. 미리 이런 루트를 보고 결정한 티켓. 소피아에서 아침 8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20분여의 거리인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한다.
소피아 공항은 그리 작지도, 크지도 않은 공항. 터보프롭 비행기가 아닌 소형 제트기를 타고 도착한 빈.
그런데 여기서 자그마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내 배낭. 50리터짜리 경량배낭의 연결고리가 파손되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수화물 운반과정에서 파손되기에 당당히 오스트리아 항공 수화물 카운터로 향하는 발걸음.
"여기 수화물 카운터가 어디죠?"
"저기요" 공항 직원이 가리키는 곳은 오스트리아 수화물 카운터. 그런데 직원도 없고, Close 팻말만 덩그러니 우릴 반긴다. 다시 이곳저곳에 물어보니 오스트리아 항공은 자체 클레임 카운터가 따로 있다고 한다. 그 곳으로 가니 동유럽의 시스템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사람은 많지만 업무보는 사람은 적고, 그나마 세월아네월아 일을 진행하는 것.
5명인가 줄을 서 있었는데, 기다리다보니 40여분이 훌쩍 가버린다.
"뭐야. 왜 이리 오래 기다리게 해. 쟤네들은 왜 보고만 있는건데?"
"서방, 넘 신경쓰지 말고 흥분하지 말고...워워~"
원체 내 성격을 아는 늘보는 혹시라도 큰 소리로 소란 피울까 걱정인가보다. 거기에 미리 예약한 숙소의 호스트와 10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늦을까봐 안절부절. 그럼에도 불합리한 것을 보지 못하고, 넘어가지 못하는 내 눈치만 보고 있다.
어쨋든 참고 참고 참아서 내 차례가 되니...
뭐가 문제냐 묻고 달랑 문서하나 건네준다. 그러면서 "너희 머무는 기간이 짧아 여기서 고칠 수 없으니 한국에 가서 수리하고 비용청구하면 된다"고 한다. 겨우 이거 하나 얻자고 여지껏 기다렸는지... 하지만... 이때는 몰랐다.
미리 얘기하자면 한국에서 오스트리아 항공 배기지클레임은 전혀 쓸모가 없다. 한국에는 대리점도 없고, 단지 티켓대행만 하는 회사라 자기들은 어쩔 수 없으니, 직접 이메일로 본사에 요청하란다. 결국 내 돈내고 고쳐야 하는 상황. 시간버리고 맘상하고... 이럴때는 국적기와 우리나라 시스템의 효율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빈에서 (전철비스므리한) 기차타고 빈 시내로 들어가 접한 숙소. 어쩌면 이번 여행 중 가장 깨끗하고 편리한 숙소이기도 하다. 예전 중앙역 앞에 있어 교통도 편하고 시내와도 10분거리.
거기에 늦게 온다고 지하철역까지 마중나와 우리를 반겨준 친절함이란...(에어비앤비 숙소 블로깅 참조)
키받고 주의사항들은 후 간단히 요기하고 시내로 출발~
아그네스 아줌마의 추천대로 48시간 패스를 끊고 트램, 버스, 메트로 등 편하게 다녔다.
빈은 관광 포인트가 시내에 몰려있다. 걸어서 20-30분 이내에 대부분이 있고, 일부 왕궁과 박물관만 전철타고 다니면 된다.
위 사진은 슈테판 성당.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있었던 곳이다.
검은 것은 19세기에 대형화재가 났기 때문인데, 당초에 로마네스크 양식이 고딕 양식으로 재건축되었다.
슈테판 성당의 내부 모습. 입장은 무료. 하지만 가이드투어를 해야 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동유럽 여행하며 못만난 한국여행자들 여기서 떼거지로 만날 수 있다.
등산복차림의 아줌마 아저씨들과 셀카봉을 들고 다니며 찍기 바쁜 여성들까지...
요게 성당안에서 쏠쏠한 재미를 주는, 조각가 안톤 필그램이 숨겨놓은 자신의 모습이라고 한다. 두 군데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한 곳만 찾았음.
글구 빈에 왔으니 비엔나 커피와 초코케익을 먹어야 한다는 늘보의 요구에 10여분 줄서서(이거 운 좋았던 거다. 우리 뒤로 30여분 줄서서 기다리더라) 자허호텔에 들어갔다. 우리 뒷자리에 한국말하는 사람들. 듣자하니 공무원들이 해외학회 등에 온 듯한데, 아무래도 대화 내용이 거시기하다. 흔히 말하는 '잘난척'과 '교양있어요'라고 하는 듯한 어투.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나라 국립박물관 관계자와 교수들이 시간내 커피 한잔 하러 온 것. 그런데 그 주인공이 몇 년전 자랑스런 영부인이 주최한 '박물관내 만찬'을 허가하고 함께 즐긴 사람이네? 국민들에게는 박물관에서 음식 취식은 안된다고 하면서 자기들은 아예 부페식 음식을 즐겨버려 당시 언론에서 시끄러웠던 사건. 그 분이 내 뒤에서 커피를 드셨던 것이다. 예전 김기자 때였다면 명함 주고 취재 아닌 취재라고 했을 텐데... 걍 커피나 드세요~
빈의 일정도 2박3일에 그치기에 서둘러 핫스팟을 돌아 댕긴다.
슈테판 성당 다음으로 찾은 호프부르크왕국(구왕국). 6번 혹은 2번 트램을 타고 가면 된다.
정원은 무료, 내부는 유료.
요기가 벨베데레 궁전이다. 2개의 건물과 가운데 정원으로 구성되었는데, 위치에 따라 상하로 나뉜다. 건물의 위층과 아래층이 아니다. 또한, 궁전이라고 하지만 미술관의 성격이 더 강하다. 우린 클림트의 '키스', '유데트'가 있는 상궁만 둘러봤는데도 2시간 넘게 걸렸다.
그리고 도착 첫날 향한 폭립 집 스트랜드 카페.
"빈에 가면 꼭 도나우강 옆에 있는 등갈비집에서 갈비 먹어라. 양도 많고 맛있다"
늘보의 절친이 전해준 깨알같은 정보. 그러나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가는지는 모른단다. 걍 포털에 치면 다 나온다고 했던...
그래서 다른 블로그 보고 대충 위치 잡아 찾아갔는데 시내에서 꽤 떨어져 있다. 그리고 트램이나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곳이라 내려서 좀 걸어야 한다.
하지만 하우스맥주와 폭립은 맛있다. 우리로서는 하나 시켜서 둘이 먹기도 바쁜데, 여기 사람들은 1인당 하나씩 시켜서 등갈비 한짝을 다 먹더라...
맥주와 와인을 함께 먹고 룰루랄라하고 돌아온 케른트너 거리.(이 거리는 슈테판 성당에서 오페라 하우스까지 이어지는 거리로 빈 관광의 1번지이다. 우리로 치면 명동거리?) 저녁 풍경을 즐기며 걷다보니 오페라 하우스. 그런데 밖에서 대형화면에 오페라를 틀어준다.,
"이게 왠 떡이야. 지금 하는거 중계해 주는거 아냐?" 싶었지만...
예전거 틀어주는 거란다.
그럼에도 밖에서 부슬부슬 오는 비맞으며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 감상에 여념이 없다.
담날 아침의 비엔나의 흔한 아침 풍경.
슈테판성당 인근에 유명한 앙커시계가 있다. 매시 정각마다 다른 인물이 움직이며 시간을 알리는데, 12시에는 전체 인물들이 돌며 음악이 나온다. 꽤 느릿느릿 10분 넘게 걸린다.
그리고 찾은 라이문드 씨어터. 지난 해부터 뮤지컬에 푹 빠진 늘보가 가는 곳마다 축제라며 벼르고벼르던 뮤지컬 페스트다. 이날 하루만 뮤지컬 배우들이 나와서 노래 부르고, 맘마미아 공연 설명도 하고...
건물 안에서는 요렇게 사람들이 세트에 올라가 구경도 하고 설명도 듣고...
밖에서는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 노래들을 부르며 관객과 하나가 된다. 그것도 무대 바로 앞에서 배우의 얼굴을 보며 악수도 할 수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 인기있는 뮤지컬(레베카, 드라큘라, 엘리자벳 등)이 대부분 오스트리아 산이다 보니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노래를 실컷 들을 수 있었다.
조 사람들이 다 유럽의 유명한 뮤지컬 배우들.
그리고 다시 쉔브룬 궁전으로 향한다. 아직 뮤지컬의 여운이 남아 흥얼흥얼거리며 향하는 궁전.
전철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야 하지만...
잠시나마 맑은 빈의 하늘을 보여주기에 "좋다~!!!"
베르사이유 궁전 투어 이후 궁전을 둘러볼 욕심이 안생겨 정원만 쭈욱 돌았다. 쉔부른도 베르사이유에 삘받아 지은 것이라고. '시시 투어'가 있는데 '시시' 황후가 뮤지컬 '엘리자벳'의 주인공이다. 그 아들이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의 주인공이고. 시시 황후는 오스트리아의 다이애나 황태자비쯤으로 인기가 많단다. 쉔부른 궁전을 뒤로 하고, 다시 케른트너 거리로 돌아가 늘보의 선택-피그밀러로 슈니첼을 먹으러 갔다. 쟁반 같은 슈니첼과 하우스 맥주로 하루를 마감한다.
드디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
우리 늘보의 여행 패션은 항상 이렇다. 무채색의 옷. 뒤로 맨 큰 배낭(40리터) 앞으로 맨 작은 가방(내 가방과 합치라고 했지만 여자들은 반드시 이런 가방이 있어야 한단다)
다른 여성여행자의 옷차림과 너무 차이가 나서 밝게 입으라고 입으라고 하지만 늘보는 이게 편하단다. 그래 마눌, 그렇게 사는 것이 우리지 뭐... 편하게, 행복하게 살자~
드디어 도쿄로 향하는 오스트리아 항공 뱅기를 마주치게 되었다.
요기서 삽질 하나 더. 여행의 묘미는 누가뭐래도 삽질이 아니겠는가...
사흘 내내 흐린 끝에 떠나는 날 약올리듯 맑아졌다. 마침 뱅기가 오후 1시다보니 일찍 나와 빈 시내에서 커피라도 한잔하고 느지막히 공항에 가기로 했다.
막상 시내로 오니 시간이 왜 그리 빨리 가는지... 급박하게 코스를 바꿔왔을 때와 다른 역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하기로 한다. 그런데...
이 공항철도가 20여분마다 출발하는데, 출발 역에 도착하니 겨우 10분 남은 상태. 그런데 표 파는 곳에 줄이 한바가지다. 이러다 못타는 거 아냐 하며 맘을 졸이고 있는데, 뒤에서 어느 여자애가 자기가 급하다고 먼저 끊으면 안되냐 한다. "미안한데 우리는 5분 후 출발이야. 기다려" 깨갱하며 다시 기다리는 그녀. 그런데 우리 표를 못 끊는다. 뭐 이런 경우가 있어~
우리가 올때와 요금이 다르다. 기계다 보니 묻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는데, 아까 그녀가 와서 직접 끊어 준단다. 그런데, 마가 끼었는지, 겨우 3-4천원 차이가 아까운 거다. 그래서 담 열차 타기로 하고 뒤로와 생각해 보니 여기서 타나, 첫날 도착한 역에서 타나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것.(48시간 패스 끊은 것이 2시간여 남아 있었더랬다)
그래서 늘보 손 잡고 냅다 뛰어 지하철역으로 가보니 세상에....
두번을 갈아타야 하네. 그것도 한정거장, 두정거장 밖에 안되는, 정리하면 우리는 서울역이고, 용산역으로 가기 위해 1호선타고 4호선타고 용산역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얼마 안되는 거리지만 삥 둘러가는 코스.
시간에 맞춰 타도 2시간 전에 겨우 도착하는데, 막판 뻘짓으로 간당간당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재수도 좋게, 가는 곳마다 열차가 한발 먼저 떠나버린다. 공항철도 티켓은 결국 제값주고 샀지만 우리는 1시간 40여분 전에야 공항에 도착해버렸다.
그래서 어쩌냐고? 다 틀어져버렸다. 지네가 오버부킹했으면서 우리가 늦게 왔다고 좌석 배정이 안되어 입장도 못할 뻔했고, 소심한 늘보는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라는 말에 진짜 게이트를 쳐다보며 1시간 넘게 기다리기만 했다. 원래는 2시간여 남기고 들어가 PP라운지에서 마지막 만찬을 즐기고 편하게 갈 생각이었는데...
한편으로는 이러다 비즈니스로 업글되는가 하는 꿈도 꾸어 보았지만 결국은 앞뒤로 떨어진 자리가 배정되어(누군가는 업글 받았을 것이다. 원래 한명일 경우만 업글해준다는 말이 있다) 겨우겨우 자리바꿔 함께 올 수 있었다. 왠지 무탈했던 여행 마지막날 액땜을 몰아쳐 한 것 같았다.
도쿄에서 6시간 더 기다려(여기서는 유나이티드 라운지 원없이 이용했다. 밤비행기 탄 후 샤워도 하고 개운했다. 그런데, 일본인데 국물류는 왜 하나도 없는 것인지...쩝) 환승하고 돌아온 인천.
요렇게 20여일의 동유럽이 마무리된다.
빵과 치즈, 소세지에 환장하는 늘보는 다시 유럽으로 가자하지만 한동안 내 여행에서 유럽은...
지중해쪽으로 간다면 가고 싶다. 하지만 우리보다 높은 위도의 나라들은 싫어!!! 넘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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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http://cafe.daum.net/bp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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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과 사진 여행기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도 내년 4월초에 동유럽 친구 둘과 가는데 걱정됩니다ㅡㅡ
부부여행이라..아~ 의미없다 ㅋㅋ
여행은 역시 친구들과 가야되는듯...
닉네임이 잼있어 읽기시작한 일인....
여행도 글도 사진도 정보도... 다 고맙습니다.
10월에 다녀 왔습니다. 낮익은 곳들이네요
잘참조할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