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따라잡기]충남 비전농장 김건태 대표
충남 홍성에서 돼지 75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비전농장>은 홍성군에서 지정한 가축분뇨 악취저감 시범농장이다. 항생제와 냄새·해충이 없는 3무 농장으로도 유명하다. 이제는 3무 농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사람과 돼지·환경이 모두 행복한 3복 농장을 실현해 가고 있는 <비전농장> 김건태 대표를 만나봤다.
사람·돼지·환경이 행복한 3복 농장
충남 홍성 <비전농장> 김건태 대표는 1977년군 제대 후 고향으로 내려와 아버지와 함께농사를 지으며 가축을 돌봤다.“당시 농사일보다는 축산이 좀 더 미래지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7~8년 지나니 소가 50여 마리, 돼지가 1000여 마리까지 늘더라고요. 한 우물을파야겠단 생각에 소를 정리하고 돼지를 선택해 지금까지 왔죠.”46년째 돼지를 키우며 우여곡절떵 많이 겪었다.
1994년에는 농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모든 것을잃었다. 어미돼지 130여 마리를 포함해 1000여 마리의 돼지와 축사가 모두 불에 타 버린 것이다.6개월 넘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방황하던 김 대표는 지인에게서 “당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돼지를 키우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시 돼지를 키울 수 있게된 김 대표는 이후 혼자 가기보다 함께 가는 방식으로일했다.
<비전농장> 표지판에 새겨져 있는 ‘사람과 함께,자연과 함께’라는 문구 역시 김 대표의 이런 마인드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국내 최초 친환경 분뇨 처리 시설 도입] 김 대표가 양돈산업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에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과거 농촌에서는 축산에서 나오는 유기질비료를서로 원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과하다 보니 1980년대 중반부터 조금씩 문제가 되기시작했어요.” 축산업이 환경과 부딪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김 대표는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그때부터 스스로 가축분뇨를 처리할 ?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선진국의 사례들을 찾아보고 연구해농장에 직접 적용해 보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그 결과 1993년 국내 최초로 미생물을 이용해 가축분뇨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활성오니 방류시설’을 도입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여러 농가에서 활성오니 방류시설을 설치해 활용하고 있지만 1993년엔 해양투기가 가능해그런 시설에 대해선 대부분 관심이 없었고 시설도 없었죠. 그러다 보니 지역 농가들이나 공무원들이 저희농장으로 견학을 왔어요.” 당시 국내는 가축분뇨를 활용한 자연순환농법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조차 정립돼 있지 않았지만 그는 스스로 변화를 주도해 나갔다.
[BM활성수와 유용미생물 활용해 냄새 저감] 그의 행보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한 발다가서기 위해 1997년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직판장을 열고 2008년엔 농장에 해썹(HACCP)도 적용했다. 축사 현대화 사업을 통해 친환경 동물복지 시설도갖추고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도 받았다.2012년에는 박테리아와 미네랄을 배양한 BM활성수 시설을 농장에 적용해 돼지를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도 크게 줄였다. “BM활성수를 돼지에게 먹이고 돈사 내부에도 뿌려주니 냄새의 70~80%가 줄었습니다. 나머지는 사 육밀도 조절과 유용미생물 등을 통해 없애고 있죠.”<비전농장>은 사육밀도를 3.3㎡당 3.2마리에서2.2~2.3마리로 낮추고 유용미생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등 친환경축산을 실천하고 있다. 수시로 청소를 하는 덕에 돈사 내부 역시 사람이 생활할 수 있을정도로 깨끗하다.
이와 관련 홍성군은 <비전농장>을 가축분뇨 악취저감 시범농장이자 파리·악취·항생제가 없는 ‘3무(無)운동’의 멘토 농장으로 지정하고 다른 축산농가들에관련 기술을 전파 중이다.
2014년부터는 양략장 주변에 8만 2600㎡의 면적을 확보해 이탈리안 라이그라스(IRG)를 심고 직접 자연순환농업을 실천하고 있다.“주변 경관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돈사에서 나는 냄새도 줄여 줍니다. 또 가축분뇨를 초지로 환원할 수 있고 사료작물 자급화에도 일조하는 등 1석 4조의 효과가 있죠.”IRG의 경우 반추동물의 사료로 많이 이용되지만 단백질 함량이 높아 잡식성 동물인 돼지에게도 이용 가능하다.다만 별도의 가공 과정을 거쳐야 해 고가의 시설 투 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이 밖에도 <비전농장>은 농? 주변에 울타리를 치고 편백나무와 측백나무 등 조경수를 수백 그루 심었다. 나무는 농장을 아름답게 해 주는 역할도 하지만 방역과 냄새 차단 효과도 있다고.지난 2015년에는 농장에서 친환경 축산농장 음악 회도 열었다. 한우나 젖소를 기르는 농장에서 음악회가 열린 적은 있지만 국내 양돈장에서 음악회가 열린적은 한 번도 없었다.김 대표는 “냄새의 주범으로 인식돼 기피시설로 꼽히는 양돈장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 용기를 내 음악회를 자청했다”며 “다른 축종처럼 양돈장에서도 충분 히 소비자와 지역민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축산농장 최초로 ‘백년가게’ 선정] “장치산업인 양돈업의 특성상 지속 가능한 축산을 위해서 시설 현대화는 필수예요.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냄새 문제 등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김 대표는 현재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사료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남아도는 쌀을 활용하거나 임산 단지에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방안 등을 통해 사료 자급력을 어느 정도 확보해야한다는 얘기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도 정작 후계자가 없다면 지속 가능한 축산이 불가능하다. 다행히 <비전농장>의 경우 8년 전 아들 기태 씨가 농장에 들어와후계자 문제를 해결했다.
김 대표는 “아들이 없었다면 계속 돼지를 키우는 것도 지속적으로 시설 투자를 하는 것도 망설여졌을 것”이라고 털어놨다.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선정한 ‘백년가게’에<비전농장>이 전국 최초 축산농장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도 기태 씨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김 대표는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축산인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를 따라가기보다 선도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농민신문 글 장영내 사진 이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