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2시부터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원회(교대위)’ 결성 선언과 함께 2006년 교육공동연대투쟁을 결의한 뒤 교육인적자원부로 항의방문을 온 것이다.
학생들은 행진을 하며 "등록금을 동결하라"는 구호를 끝없이 외쳤다. 발자국에 맞춰 박수를 치는 학생들의 움직임에 시민들도 반응을 보였다.
선전자보를 나눠주는 학생들의 설명을 주의깊게 듣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등록금 문제는 이미 사회적 이슈가 돼 있었다.
“교육부 앞으로 온 이유는 등록금 문제가 단순히 학교에서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등록금을 비롯해 교육전반의 정책을 내는 교육부에 교육공공성을 확보하도록 촉구하러 가는 겁니다. 교육은 돈 없는 사람도 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 거잖아요. 그렇지 않으니 항의해야죠.”
△(위)'등록금동결'을 한 글자씩 만들어 왔다. '포스트 잇'에는 자신의 요구를 적었다. (가운데) 요구가 적힌 '포스트 잇'을 교육부 철망에 붙이고 있다. (아래)'포스트 잇'이 잔뜩 붙은 교육부 철망 너머로 학생들이 던진 '빨간 풍선'이 넘어간다. ⓒ민중의소리
청와대 방향을 바라보고 교육부 앞 도로에 앉은 학생들 주위로 경찰은 진압병력을 배치했다. 학생들과의 협의 끝에 1개 차선을 차도로 사용하고 정리집회가 진행됐다.
교대위 공동대표 강정남씨(한대련 의장)는 "‘포스트 잇’을 나눠 드리겠습니다. 교육부에 대한 항의든 촉구의사든 무엇이든 써 주세요."라며 노란색 '포스트 잇'을 나눠 주기 시작했다.
"왜 자신이 여기에 왔는지 알리기 위해 전화번호를 적으셔도 좋습니다. 자신의 요구를 비롯해 연락처라도 적어 붙이세요."
간단하지만 학생들의 절박함이 드러난 퍼포먼스였다.
학생들은 청사 담벼락 철망에 각자의 요구가 담긴 ‘포스트 잇’을 붙이기 시작했다. 뒤쪽에서는 미리 준비해 온 ‘빨간 풍선’을 청사 안 쪽으로 날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풍선을 준비해 온 숙명여대 학생들은 풍선이 빨간색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빨간색은 ‘열정’, ‘도약’을 의미해요. 월드컵을 생각해 보세요. 붉은 악마요.”
이들은 '열정'과 '도약'으로 2006년 교육공동행동에 열의를 다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숙명여대 학생들은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이미 교내 가로수에 빨간 풍선을 다는 상징의식을 해 왔다.
이번 행동에는 입학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06학번 새내기들도 십수명 참석했다.
“어머니와 입학등록금을 납부하러 은행에 갔더니 은행 언니가 놀라더라구요. 학생증 하나 발급받으려고 무슨 500만원씩이나 내냐고.”
숙명여대 새내기의 말이다.
앞서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의 교대위 결성 및 공동행동 선포식에서는 등록금 고지서를 모아 태우고, 고지서를 크게 확대한 선전판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퍼포먼스는 3기 교대위 공동대표(민주노동당 이주희 학생위원장, 한총련 장송회 의장, 학생행진 유안나 의장결의자, 한대련 강정남 의장) 4인이 함께 했다.
공동행동 결의문 낭독 뒤 진행한 상징의식으로서 교대위 집행일꾼들은 상징물이 전소된 뒤 깨끗이 치웠다.
교대위 집행일꾼은 “일방적으로 통보된 등록금 고지서를 참여한 학생들이 함께 모아 불태운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상징의식을 통해 3, 4월 공동행동을 결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요즘엔 성적표보다 등록금 고지서가 더 무서워요.”
△등록금 고지서에 불을 붙이고 고지서 확대모형은 부수고. 3기 교대위 공동대표(왼쪽부터 민주노동당 이주희 학생위원장, 한총련 장송회 의장, 학생행진 유안나 의장결의자, 한대련 강정남 의장) 4인은 등록금 고지서를 불 태우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민중의소리
민주노동당과 영화인대책위에서도 지지방문
광화문에서 열린 교대위 결성 선언대회에서는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도 참석해 지지연설을 했다.
최 의원은 “교육의 양극화가 사회 양극화를 낳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도 교육 받을 수 있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봅시다”라며 무상교육 정책을 주장했다.
또한 “학생회 법제화를 통해 학교측이 학생과 협상테이블을 갖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히는 등 학교측과의 등록금 싸움에 원내 지지사업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전했다.
그는 연설 이후에도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을 만나 독려했다.
민주노동당은 정당 최초로 ‘대학등록금 동결과 대학 무상교육 쟁취를 위한 특별위원회’(등록금 특위)를 구성, 사업을 집행하는데 이어,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 협의체’ 건설도 제안하고 있다.
문화침략 저지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에서 지지방문한 최호준씨(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 역시 교육부 앞 정리집회에 참석해 “학생들의 교육 공공성 확보 싸움을 적극 지지한다”고 전했다.
그는 “스크린쿼터 문제가 영화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근본적으로 한미FTA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됐다”며 “농민 노동자 학생 등과 함께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교육, 의료, 법률, 문화를 비롯한 모든 부문을 상품화시키는 한미FTA 저지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영화인대책위에서도 연대발언을 했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최호준 사무처장. ⓒ민중의소리
△경희대 학생들이 준비해 온 선전자보. '궁'을 '쿵'으로 패러디 하고, '학생들 등쳐먹는 주식회사 경희'라고 문구를 써 놓았다. '놀랍도다~ 등록금이 일년에 1000만원이라니... 대략난감'. 오른쪽 선전물은 강남대 학생들이 준비해 왔다. ⓒ민중의소리
"3월 말, 4월 말" 교육공동연대투쟁
결성을 마친 3기 교대위는 “3월 말 4월 말 전국의 대학생들이 등록금 동결, 교육재정 확보, 교육시장화 정책 철회의 공동의 구호를 들고 공동의 실천으로 새 교육 실현, 새 대학 건설에 300만 한국대학생들이 앞장서자.”라며 교육공동연대투쟁을 호소했다.
교육부 앞 정리집회를 마친 학생들은 단위별로 삼삼오오 모여 이동했으며, 집에 가는 길까지 학생단체별로 행진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학생행진 소속 학생 50여명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철회하라" "교육공공성 확보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마지막까지 세종문화회관 방향으로 행진했다.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소속 학생들은 '등록금 동결'과 '무상교육'이라는 문구를 앞 뒤로 적어 몸벽보를 하고 다니며 시위했다.
"구호 외치고 시끄럽게 할까봐...지하도를 통해 청사 쪽으로 가라"
△학생들은 교육부 앞으로 행진한 뒤 청와대 방향을 보고 도로에 앉아 '공공성이 확보되는 교육정책 마련'을 주장했다. ⓒ민중의소리
경찰은 광화문 집회 당시 열린시민공원의 네 방향 입구를 모두 막고 서 있었다. 특히 집회를 마친 뒤 행진이 시작되자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광화문 앞 큰 길 쪽 1차선은 경찰버스가 길게 늘어 서 있어 공원을 감싼 듯 했다.
경찰과 참가학생들간 협의 끝에 미대사관 뒤편으로 통하는 길을 교육부 앞까지의 행진로로 결정했으나, 학생들이 ‘교대위 결성 및 공동행동 선포식’이라는 플래카드를 들었다는 이유로 경찰은 행진을 통제했다.
플래카드를 접은 뒤에야 길목을 터 줬지만 병력은 완전히 빠지지 않은 채였다.
집회도중 한 사복경찰은 “지하도를 통해 청사 쪽으로 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항의하자 “횡단보도로 갈 경우 멀리 돌아가야 하니까 빠른 길로 가라는 것”이라고 말했으나, 나중에는 “구호 외치고 시끄럽게 할까봐 그러는 것”이라며 큰 길 쪽이 아닌 골목 쪽 길로 행진할 것을 권유했다.
첫댓글 학생이 봉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