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DRAM 공급사 Nanya Technology는 New Taipei City에 DRAM 생산라인을 증설한다고 발표했다. 배정된 예산은 NTD 300 billion (107억 US달러), 생산능력은 45K/월이다. 발표 내용 중에 기존에 많이 알려지지 않아 의외라고 느껴졌던 내용은 EUV (extreme ultraviolet) 노광 장비를 도입한다는 점이다. 기존 DRAM 공급사 중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EUV 노광 장비를 DRAM 생산에 도입한다고 밝혔었고, Micron과 Nanya Technology는 별다른 언급이 없어서 귀추가 주목되는 상태였다.
예전에는 어떤 기업이든 증설이 예상되거나 공식화되면 기존 DRAM 공급사 (경쟁사) 주가에 부정적이었는데 EUV 노광 장비가 DRAM에도 도입되기 시작한 이후에 이와 같은 공급 과잉 우려나 주가 하락 우려가 과거 대비 제한적으로 바뀌었다. 가장 큰 이유는 생산라인 10K당 증설 비용이 과도하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5년 전만 하더라도 Nanya Technology의 증설 예산 (NTD 300 billion, 107억 US달러, 11.9조 원)으로 100K 수준의 증설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Nanya Technology의 발표문을 살펴보면 예상 생산능력은 100K가 아니라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45K (매월 45,000장의 웨이퍼를 가공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증설 규모가 투자액 (원화 환산 기준 11.9조 원) 대비 제한적인 이유는 반도체 Fab 1곳을 짓는데 인프라 장치 등의 건설 비용만 3조 원 이상 필요하기 때문이다. 발표문에서 Nanya Technology가 EUV 노광 장비를 몇 대나 구입할지 발표하지 않았지만 45K의 DRAM 생산을 지원하려면 최소한 4~5대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고, 그렇다면 최소한 1조 원 이상을 EUV 노광 장비를 구입하는 데 사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11.9조 원 중에서 4조 원 이상의 금액이 건설 비용, 인프라 장치, EUV 노광 장비에 투입되고 실제 전공정 및 후공정에 투입되는 예산은 6조 원 내외일 것으로 추정된다.
DRAM 증설 영향이 제한적으로 바뀐 또다른 이유는 증설분의 비중을 계산하는 분모 (전 세계 DRAM 생산능력)가 과거 대비 늘어났기 때문이다. 2021년 1분기 현재 전 세계 DRAM 공급사의 합산 생산 능력은 1,400K로 추정된다. Nanya Technology가 45K 증설하는 한편, 다른 기업들이 전혀 증설하지 않고 Tech migration을 통해 현상 유지만 한다고 가정하면 2024년까지 늘어나는 생산라인의 비중은 45K / (1,400+45)K로 계산할 수 있으며 이는 3.1%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에 분모가 1,400K가 아니라 1,300K, 1,200K, 1,100K, 1,000K였다면 생산라인이 늘어나는 비중은 3.1%보다 컸을 텐데 그렇지 않다. 7년 전인 2014년에만 하더라도 DRAM 공급사의 40~45K 증설은 전 세계의 수급을 뒤흔들 정도로 영향을 주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Nanya Technology가 아니라 그 누가 증설하더라도 증설규모가 100K, 200K 단위가 아닌 이상 전 세계 DRAM 생산능력의 증분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이와 같은 결론에 대해 아직 동의하지 않은 투자자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DRAM 수요공급의 사이클 변동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며 전방 산업의 수요 추정이 과거 대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종에서 중장기적으로 IDM (종합반도체공급사) 업종과 장비 업종이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데 중장기적으로 악어새 역할을 하는 장비 공급사들이 실적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Nanya Technology의 장비 구입 내역 (2021년 3월)을살펴보면 장비 공급사는 TOKYO ELECTRON, APPLIED MATERIALS SOUTH EAST ASIA, ASML HONG KONG LIMITED TAIWAN BRANCH 등으로 글로벌 반도체 장비사 또는 그런 장비사의 현지 법인이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반도체 업종 내의 장비주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반도체 제조설비의 리쇼어링이 사실상 미국, 한국, 대만, 중국에서 각자도생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