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북화望北花
- 안상학
이른 봄날 주천강변에 자목련을 심었다
그가 나무에게 이름을 지어주자 말했다
나는 망북화라 불러주자 했다
그가 뜻을 물었다 나는
자목련 꽃은 일제히 북쪽 하늘을 바라보며 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북쪽이 어디냐고 물었다
나는 눈 녹은 양지바른 산 쪽을 가리켰다
그는 돌아서며 그럼 저쪽이 남쪽이냐고 물었다
나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아직 눈이 얼어붙어 있는 남쪽 산의 북록을 바라보았다
그는 북망화 북망화 이름이 참 좋다고 말했다
나는 아직 눈이 얼어붙어 있는 남쪽 산을 바라보며 다시금
자목련이 굳이 북쪽을 향하여 피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사월에도 눈이 온다는 강림의 아주 이른 봄날 일이었다
ㅡ웹진 《님Nim》(2024,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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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언어는 상식을 바탕으로 통용되는 말입니다만
때로는 특별한 해석이 뒤따르므로 영향력을 가진 인사들의 언어선택이 참 중요합니다
동서남북은 일상에서는 그저 방위의 구별일 뿐이잖아요?
그러나 정치적으로 보게 되면 '북'은 '조선인민공화국'을 지칭하는 게 됩니다
그제 뉴스에 한 야당의원의 포럼에 참석해서 북한의 적대행위가 정의라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정신나간' 발언이어서 검찰이 들여다본다네요
아무리 다양한 언어가 뒤섞여 민주주의를 이룬다하도 과유불급입니다
선비의 고장에서든 정신문화의 수도에서든 소백산 서울은 북쪽에 있습니다
꽃이 핀다고 남쪽이 아니듯, 얼어있다고 해서 북쪽은 아닙니다
그래도 시인의 望北花라는 시어 선택에서 굳이 그런 선택을 왜 했을까 들여다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