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성, 가족 22-24, 5분 정도 통화하고
“아!”
탄식이 절로 흘러나왔다.
자가 격리 중 보건소에서 온 메시지를 읽는다.
믿을 수 없어, 애써 부정하고 싶어 처음부터 여러 번 읽었지만
아무래도 코로나19 확진을 통보하는 내용이 맞는 것 같다.
코로나19 PCR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다.
지난 4월, 최초 확진 후 4개월 만의 일이다.
이번에는 이보성 씨보다 하루 일찍 자가 격리에 들어간 데다
상황을 보니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여파가 만만치 않아서 더욱 심각한 표정이 되고 만다.
무엇보다 이보성 씨를 직접 만나지 못하니 이야기로만 전해 들어 염려가 컸고,
정확히 알지 못하는데 부모님에게 소식을 어떻게 전하나 싶어 걱정되었다.
아버지에게 알리기 전, 이보성 씨 곁에 있는 동료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어때 보이는지, 식사는 잘하는지, 많이 힘들어하지는 않는지 이것저것 묻고 듣는다.
같이 있지 못하는 만큼 더욱 자세히 기억하려 애쓴다.
다행히 열이 오르지 않고 평소와 다를 것 없어 보인다는 말을 듣고 겨우 한시름 놓는다.
휴대전화 화면에 연락처를 띄워 놓고도 한참 망설이다 통화 버튼을 누른다.
언제 이런 순간은 쉽지 않다.
마냥 기쁘고 좋은 소식이 아닌 일을 전하는 순간. 당연히 전해야 하고,
그러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고민이 드는 건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다.
오랜 망설임 끝에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 있는 그대로 전하지 않으면, 우리 일의 의미를 그만큼 잃어버리고 마는 거라고.
좋은 일, 슬픈 일, 평범한 날, 특별한 날 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부모님에게 부모님 당신 몫 그대로 돌려드릴 수 있어야,
사회사업으로 일이 좋게 되었을 때, 온전히 좋을 수 있는 거라고….
수화기 너머 아버지가 받는다.
“아이고, 그렇습니까? 많이 안 아파야 할 텐데 걱정이네요. 아무튼 간에 빨리 괜찮아지기를 바랍니다.”
몇 분 주고받은 대화 끝에 아버지가 이야기한다.
바로 어제, 자가 격리 소식을 알리며
‘아무튼 간에 얼른 쾌차하시고 건강하게 출근하시기를 바랍니다'라는 인사를 받고 뭉클했는데,
하루 만에 상황이 이렇게 되니 마음이 복잡하다.
여전히 아버지는 차분했고, 상황 탓보다 사람 걱정을 먼저 했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네, 아버님. 잘 헤아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같이 있지는 못하지만
자주 연락해서 보성 씨 상황 계속 살피겠습니다.
혹시 아버님이 보성 씨랑 직접 통화하고 싶으시면, 그렇게 도울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목소리 듣고 이야기 나누면 마음이 좀 놓이시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 있으면 좋지요. 그렇게 되겠습니까?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아버지 퇴근 시간에 맞추어 시간을 약속한다.
때가 되어 근무 중인 동료에게 연락해 사정을 설명한다.
그렇지 않아도 잠깐 숨 돌릴 새 없이 바쁠 텐데,
그걸 잘 알면서 건네는 부탁이 마음 편하지만은 않다.
동료가 흔쾌히 그렇게 돕겠다고 한다.
의논한 대로 이보성 씨 아버지 연락처를 동료에게 메시지로 전한다.
‘전화를 안 받으셔서 30분에 다시 연락드려 보겠습니다.’
10분 후, 동료에게서 온 메시지 한 통.
모르시진 않을 텐데 일이 있으신가?
부디 연결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그리고 다시 20분 후 도착한 메시지. 그제야 안도한다.
‘18분에 한 번 더 걸어서 아버지와 5분 정도 통화하고 휴대폰 돌려주셨습니다.’ 홍채영
언제나 힘이 있는 아들 목소리를 듣고 아버지도 마음속 염려를 얼마쯤 내려놓았을 것이다.
이보성 씨는 아버지 걱정하시지 않게 잘 이야기했을 테고.
누가 봐도 좋은 상황은 아닌데, 마음은 왜인지 감사가 피어난다.
아버지에게 감사, 동료에게 감사, 이보성 씨에게 감사.
감사, 감사….
2022년 8월 10일 수요일, 정진호
‘사람 탓보다 사람 걱정을 먼저’, 고맙습니다. 신아름
아버지께서 온유하고 담담하게 받아 주시니 고맙습니다. ‘상황 탓하지 않고 먼저 사람을 걱정’하셨다니 감사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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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성, 가족 22-12, 한약 ① 마침 쉬는 날이라
이보성, 가족 22-13, 한약 ② 원장님이 서울에
이보성, 가족 22-14, 한약 ③ 잘 챙겨 먹고 있습니다
이보성, 가족 22-15, 아무튼간에 몸 건강하고
이보성, 가족 22-16, 고집할 필요는 없으니까
이보성, 가족 22-17, 본가 ① 집에 올 수 있습니까?
이보성, 가족 22-18, 본가 ② 잘 보내고 와요
이보성, 가족 22-19, 본가 ③ 부모님께 손 흔들고
이보성, 가족 22-20, 본가 ④ 여름휴가 전에 보성이랑
이보성, 가족 22-21, 본가 ⑤ 집에 다 있습니다
이보성, 가족 22-22, 본가 ⑥ 맛있는 것 많이 먹고요
이보성, 가족 22-23, 본가 ⑦ 창원 갔다 왔고
첫댓글 "마냥 기쁘고 좋은 소식이 아닌 일을 전하는 순간. 당연히 전해야 하고, 그러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고민이 드는 건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다. 오랜 망설임 끝에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 있는 그대로 전하지 않으면, 우리 일의 의미를 그만큼 잃어버리고 마는 거라고. 좋은 일, 슬픈 일, 평범한 날, 특별한 날 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부모님에게 부모님 당신 몫 그대로 돌려드릴 수 있어야, 사회사업으로 일이 좋게 되었을 때, 온전히 좋을 수 있는 거라고…."
우리 일의 의미와 힘은 어디서 오나. 위로받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