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라이벌전 연패를 끊으려는 LG의 투혼과 3연전 싹쓸이에 나선 두산의 뚝심. 장장 5시간 46분의 경기로도 이들의 우열은 가려지지 않다. 그 와중에 19년간 유지돼 온 프로야구 최장경기시간 기록이 깨졌다. 종전 기록은 82년 롯데-해태전에서 세워진 5시간 23분.
마운드 난조와 타선의 결정력 부재로 금, 토요일 두 경기를 헌납하다시피한 LG. 하지만 오늘만은 특유의 힘이 살아나면서 1위 두산을 물고 늘어졌다. 1회말 우즈의 대형 솔로홈런으로 끌려다니던 LG는 4회 권용관의 적시 2루타와 5회 두산 투수 최용호의 실책에 힘입어 2-1로 전세를 뒤집었다.
하지만 두산에는 우즈가 있었다. 작년만 해도 유난히 해리거에 약한 모습을 보이던 우즈는 1회에 이어 6회에도 백스크린을 통타하는 2점 홈런을 때리며 해리거의 기를 꺾었다.
이틀 연속 두산에 크게 패하며 침체된 LG의 분위기에, 8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두산 마무리 진필중을 고려하면 끝난 승부. 하지만 두산의 집중력이 약해진 탓일까. 포수 홍성흔의 실책이 빌미가 되어 헌납한 1사 3루의 기회에서 LG 권용관의 희생플라이로 다시 동점. 승부의 호흡은 다시 길어졌다.
하지만 경기의 주도권은 여전히 두산의 차지였다. 마운드의 높이에서 LG의 중간계투진이 두산 진필중을 당하기는 버거운 일. 9회말과 10회말에는 두 번이나 끝내기안타가 터질뻔 했다. 그러나 LG의 저력은 여기서부터가 시작이었다.
9회말 2사 1,2루에서 최다안타 1위 장원진의 좌전안타가 터지면서 두산 벤치는 승리를 예감하며 홈으로 들어오는 주자를 맞이할 채비를 했다. 결과는 LG 김재현의 호수비로 홈에서 아웃. 10회말에도 이종민의 안타가 터지면서 2루 주자가 홈을 팠으나 이번에는 이병구의 홈송구에 객사. 두 번이나 진 경기를 돌려 놓은 LG 외야수들의 집중력과 승부욕이 빛났다.
몇차례 큰 풍랑이 지나가고 이후 양팀간에 더 이상의 득점은 없었다. 장장 5시간 46분간의 혈투끝에 결과는 3-3 무승부. 양팀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함과 동시에 LG 특유의 파이팅의 부활을 엿보게 하는 한판이었다.
8점대 방어율에 승리없이 3패(2세이브)만 기록하던 LG 마무리 김민기는 이 경기에서 4와 2/3이닝을 무실점을 막으며 부활을 예고했다. 타자 가운데는 2타점을 올리며 분전한 LG 권용관과 대형 홈런 두 방을 터뜨린 두산의 우즈가 빛났다.